9월 걷기 모임은 추석으로 인해 한 주 빨라진 셋째 주 수요일로 정했지만 우천으로
일정을 이틀 후인 금요일로 변경해야만 했다.
걷기 코스는 하남위례길 제 2코스인 위례강변 길이다.
답사를 해보니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모랫길도 준비되어 있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양쪽에 가로수를 이루고 있는데에 더해
한강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미사역에서 강변길로 들어서는 길이 상당히 거리가 있어서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친구들 몇이 승용차를 가지고 온다고 하여 고민거리가 해결되었다.
금요일 아침 미사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오는 순서대로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우선 점심 식사 장소인
미사리바다해장국 집으로 출발했다.
멀리에서 부터 오는 친구들이 많은 만큼 도착 시간도 달라서 승용차를 가지고 온 친구들이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서 기다리는데 애를 먹었다. 고마운 친구들...충희, 경희, 원희, 정란이.
아주 늦어서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었던 혜순이만 택시로 도착을 했고
모두들 식사를 마친 후 또 다시 차를 타고 강변길로 향했다.
15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니 마치 대사라도 치루는듯 조심하며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ㅎㅎ 어디에서 저런 순발력이 나오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긴 했는데 주차장이 마땅치 않았다.
우왕좌왕하다가 근처 음식점이나 카페 주차장에 세우고 걷기에 돌입했다.
오는 길이 고생스럽긴 했지만 한강이 보이는 확 트인 전경을 마주 하며 걸을 수 있으니 모두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한 쪽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모랫길이 조성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신발을 벗으려 하지는 않았다. 애초 계획은 요즘
웰빙 열기에 유행하는 맨발걷기를 할 예정이었지만 그럴 생각들이 없는 듯 했다.
발 닦으려고 부직포 행주까지 준비했다는 재인이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마쯤 걷다가 휴식을 겸해 얼마 전부터 시작 된 아나바다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세번째 아나바다.
물건은 기증을 받고 구매자의 기부로 나온 수익금은 모두 회비에 입고된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계단에 앉아서 우리들은 가져 온 물건들을 주섬주섬 내놓았다.
오늘의 장돌뺑이는 즉흥적인 에너지와 순발력으로 우리들을 놀래키고 웃음을 안겨주는
행복전도사 재인이.
기증된 물건은 손수 못난이 진주로 만든 묵주로 부터
아웃도어 점퍼, 조끼, 바지, 스카프, 손수건, 모자, 가방,
발가락양말, 각종 생활용품까지 다양했는데 재인이의 입담에 거의 모든 물건들이 품절됐다.
아나바다와 함께 각자 준비한 각종 간식들이 쏟아져 나와 먹기도 바빴다.
걷기가 먹기와 아나바다로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풍성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 아나바다의 주인공은 경남이.
아무나 소화하기 힘든 붉은 오렌지 칼라의 조끼를 입고나니
얼굴에 화색이 돌고 여고시절로 유턴한 듯 젊어졌다며 모두들 이구동성이다.
장을 정리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일찍 귀가할 사람들은
경희 차로 먼저 떠나고 나머지 친구들은 걷기를 계속했다.
걷다보니 저만치 하남 스타필드와 팔당대교가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팔당대교를 건너서 경의중앙선 팔당 역까지 가려는 것이었지만
9월의 따가운 가을 볕이 작렬하는 대교를 건널 엄두가 나지를 않아서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선선한 날 한강을 가로질러 대교를 건너보자고 다짐을 하는 친구들이 몇 몇 있었다.
언젠가 이 강변길을 다시 찾게 되리라.
언제 와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줄 길가의 나무들과 이름 모를 꽃나무들.
속 넓은 친구처럼 푸르고 너른 한강이 금세 그리워질 것 같았다.
늘 우리들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주는 우리들의 소중한 사진사 충희가 올려 준 많은 사진 중에
한강을 바라보며 어깨동무를 한 친구들이 있었다.
칠순이 내일 모레인데 뒷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들 같아서 피식 웃고 말았다.
졸업 후 40년이 지나 만나서 새로운 우정을 쌓아가는 길벗들.
그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