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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基身, 궁핍할 때에는 홀로 깨우침을 얻기에 힘쓰고)이요, 통즉겸선천하(通則兼善天下, 깨우침을 얻었을 때에는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라. 맹자(孟子)의 진심장(盡心章)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과 지혜를 얻어 세상에 나가 봉사한다. 이것이 나의 좌우명이었다. 그러나 나는 늘 궁핍했다. 마음도 몸도 지식도 늘 굶주렸다.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에 앞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내 삶의 존재 이유였다. 이 땅의 풀과 나무들을 깊이 알고 싶었다. 식물의 생김새와 이름, 화학적인 성분 따위를 아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마음과 영혼을 알고 싶었다. 풀, 나무, 공기, 바위, 물, 흙, 바람, 별, 달, 새, 벌레, 산짐승 같은 것들과 마음과 뜻을 통하고 싶었다. 차라리 풀이나 나무, 돌이 되고 싶었다. 나는 자연과의 완전한 교감을 꿈꾸면서 온 세상을 순례했고, 수많은 밤을 대오각성을 향한 갈증으로 지새웠으며, 풀잎에 맺힌 이슬같은 것에서 영원한 진리를 배우려 했다. 옥계 석병산은 십 몇 년 전에 지식과 영혼과 육신의 가난이 극에 이르렀을 때 육신을 버릴 결심으로 찾아갔던 곳이다. 석병산 꼭대기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대한 바위병풍 아래로 몸을 날려 흔적없이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석병산 꼭대기 바위 절벽에 일월문(日月門)이라는 제법 큰 구멍이 뻥 뚫려 있는데, 그 구멍으로 건너편의 산등성이들이 보인다. 이 구멍을 건너편 능선에서 보면 해와 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일월문 왼쪽 아래에 20m쯤 높이로 솟아 있는 뾰족한 바위 봉우리 발치로 조심조심 내려갔다. 풍화가 심한 석회암 바위들은 건드리기만 하면 맥없이 부서져 내렸다. 돌 하나를 던졌더니 그것이 절벽에 부딪히면서 수많은 돌이 함께 굴러 떨어져 온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을 내며 수백 길 절벽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여기서 떨어지면 저 돌맹이들처럼 몸이 가루가 되어 버리겠지. 떨어질 때의 기분이 어떨까. 그거야 떨어져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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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꾼의 즐거움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라,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비틀려 자란 아름드리 노간주나무와 분재처럼 자란 회양목, 신갈나무, 산오이풀, 산부추, 억새 따위들이 자라고 있는 좁은 바위틈을 기어 내려가 마침내 1cm도 앞으로 갈 수도 없고 옆으로도 갈 수 없는 절벽 틈에 섰다. 머리 위도 발 아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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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몸을 던지려고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에 스르르 스륵 소리가 나서 밑을 보니 바로 발 옆에 팔뚝만큼 굵은 살무사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나를 노려보고 있지 않은가. 죽을 때 죽더라도 저 놈한테 물리는 건 기분 나쁘다.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 놈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3~4분을 기다렸지만 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4m 뒤돌아와서 서너 평 되는 풀밭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바람에 더덕 냄새가 진하게 묻어왔다. 불에 타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옆에 칡넝쿨로 착각할 만큼 굵은 더덕덩굴이 눈에 띄었다. 죽은 싸리나무 막대기를 하나 꺾어서 더덕을 캐기 시작했다. 팔뚝만큼이나 굵은 더덕이었다. 주변에 더덕 내음이 진동했다. 큰 더덕을 캐고 나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졌다. 더덕은 주변에 수십 뿌리가 더 있었다. 죽으려고 왔다는 것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참동안 정신없이 더덕을 캤다. 다 캔 더덕을 모아 보니 백 개가 넘었고 무게도 5kg은 넘을 것 같았다. 그 때의 그 황홀한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온 몸에 넘쳐 났다. 무아경(無我境)! 열락(悅樂)!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채약(採藥) 올가즘! 죽다니, 내가 왜 죽어! 이렇게 좋은 일을 두고 죽으려 하다니 내가 미쳤지! 나는 죽으러 갔던 산에서 가장 큰 기쁨과 희망을 얻어 산을 내려왔다. 약초를 캐는 기쁨, 약초를 발견했을 때의 그 황홀함! 그 아름다움! 그렇다. 그 맛을 알아버린 탓에 나는 약초뿐이라는 직업과 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끊고서는 살 수 없고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약초꾼은 약초를 떠나서 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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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고혈압 예방하는 고욤나무 거의 10년 만에 다시 찾은 석병산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산 아래 마을에는 감나무마다 홍시가 익어가고 길옆에 구절초, 쑥부장이, 각시취 같은 것들이 저마다의 빛깔과 모양대로 꽃을 피웠다. 묵은 밭에 진득찰이 일부러 심은 것처럼 무리 지어 자랐고 간혹 도꼬마리 열매도 옷자락에 달라붙었다. 닥나무, 고욤나무, 호깨나무, 뽕나무, 참죽나무, 가래나무, 피나무 같은 것들도 눈에 띄었다. 여느 산에서는 보기 힘든 초피나무도 더러 보였다. 독활, 향유, 배초향, 장구채, 비단풀, 마디풀 같은 것도 흔했다. 석병산 자락에는 고욤나무가 유난히 많다. 고욤 풍년이 들어 나무마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달렸다. 고욤나무는 야생 감나무라고 할 수 있다. 감나무는 고욤나무에 접을 붙여 키운다. 감나무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을 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지닌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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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은 감의 원종이며 시조이다. 무엇이든지 야생에 가까운 것, 원종에 가까운 것이 가장 고유의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감보다는 고욤이, 개량종 배보다는 돌배가, 장미보다는 찔레가, 옻나무보다는 개옻나무가, 개량 복숭아보다는 돌복숭아가, 포도보다는 머루가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이름 앞에 ‘돌’자나 ‘개’ 자나 ‘쇠’자가 붙은 것이 토종에 가장 가까운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참다래라고 이름 붙인 키위는 가짜 다래이며 참옻나무라고 부르는 나무는 가짜 옻나무이다. 늦가을 잎이 다 떨어진 뒤에 고욤을 따서 오지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두면 차츰 발효되어 죽같이 된다. 겨울철에 반쯤 언 고욤반죽을 몇 숟가락씩 떠서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고욤나무를 잘 활용하면 갖가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 고욤나무 잎에 흑설탕이나 황설탕을 반씩 넣고 발효시켜 복용하면 중풍이나 고혈압, 관절염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고욤잎을 발효시키면 면역력을 키우는데에도 좋고 술독을 푸는데에도 신통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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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꼬마리로 무병 장수한 이야기 |
묵은 밭에 도꼬마리가 무성하게 자라 가시투성이 씨앗이 익었다. 옛사람들은 도꼬마리 씨앗을 창이자라고 하여 나병, 축농증, 비염, 갖가지 피부병,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써 왔다. 도꼬마리는 축농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 씨앗을 술에 타서 수시로 콧속을 씻어 주고 또 양치질을 하고, 이와 함께 잎과 줄기를 달여서 차 마시듯 마시면 웬만한 축농증은 보름이면 고칠 수 있다. 도꼬마리는 중풍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에도 효력이 있다. 씨앗을 볶아 가루 내어 한 번에 한 찻숟갈씩 하루 3번 먹거나 술에 담가서 우려내어 먹는다. 두통, 고혈압, 가벼운 중풍 등이 낫고 오래 복용하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과 귀가 밝아지고 흰머리가 검어져서 무병장수할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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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에 야생약초를 채취해서 노점에서 파는 노인이 한 분 계셨는데,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90이 가까웠으면서도 머리털이나 수염 한 올도 희어지지 않고 얼굴에 주름도 별로 없으며 젊은이 못지않게 기력이 왕성하였고 또한 힘이 장사였다. 몇 번 그 비결을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 막걸리를 한 잔 대접하면서 넌지시 장수비결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할아버지의 선조들이 모두 단명하여 50을 넘긴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어머니는 아들이 요절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노인이 17살쯤 되었을 때 태백산에서 왔다는 한 관상쟁이가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지나가는 말로 “이 아이는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어머니가 요절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더니 “앞으로 평생 돼지고기와 개고기, 닭고기를 먹지 말고 도꼬마리씨를 날마다 달여 먹으면 혹 요절을 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날부터 어머니는 들에 나가서 도꼬마리 씨를 따서 날마다 열심히 달여 먹이고 절대로 돼지고기와 개고기, 닭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허약하고 피부병 투성이던 몸이 차츰 튼튼하게 되고 피부도 깨끗해졌다. 지금까지 70년 동안 도꼬마리씨를 복용하였더니 이제 체질이 무쇠처럼 강해져서 술을 아무리 마셔도 잘 취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이 90이 가까웠으나 머리털 한 올도 희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에게는 50세가 넘은 아들이 하나 있는데, 역시 어려서부터 병약하여 도꼬마리 씨를 달여서 먹였더니 역시 살결이 고와지고 잔병치레를 일체 하지 않았으며 힘이 장사가 되었다. 음력 5월 5일에 도꼬마리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씻어 말렸다가 오래 달여서 고약처럼 만든 것을 만응고(萬應膏)라고 한다. 만응고는 모든 종류의 종기, 악창, 치통, 축농증, 중이염, 두드러기, 습진, 피부병 등에 놀랄 만큼 뛰어난 효과가 있다. 악창과 종기에는 아픈 곳에 바르고, 치통에는 아픈 치아에 바르며, 혓바닥이 부었을 때는 혓바닥에 바른다. 좋은 술과 함께 한 찻숟갈씩 복용하면 그 효력이 더욱 빠르다. 몸살, 감기,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에는 씨앗을 가루 내어 더운 물에 타서 먹든지, 물 한 되에 볶은 씨앗 반 홉을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오래 복용하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골수가 튼튼해지며 뼈가 단단해지고 관절염이 낫거나 예방되며,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힘이 솟아나며 무병장수한다. 흔하면서도 그 참 가치를 모르고 있는 약초가 도꼬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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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염에는 피나무 기름이 최고 |
피나무가 길옆에서 시원스럽게 자랐다. 넓적한 잎이 보기에 좋다. 피나무 꽃과 줄기는 약재로 중요하다. 초여름에 하얗게 피는 꽃은 꿀이 많은 것으로 이름이 높지만 발한 작용이 뛰어나 감기, 몸살 등에 땀을 내는 약으로 쓰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신경쇠약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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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무 꽃에는 향기가 나는 정유 성분과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이 기침을 삭이고 열을 내리며 통증을 멎게 한다. 위암, 위염, 위궤양, 헛배 부른데, 류마티스 관절염, 신경통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꽃, 잎, 껍질에는 정유 성분과 후라보노이드 배당체, 사포닌, 탄닌, 망간 등이 들어 있는데, 특히 껍질에는 쿠마린이 많이 들어 있다. 피나무 껍질과 꽃, 잎에는 열을 내리고 온갖 균을 죽이며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서 모든 열병과 염증성 질병에 쓸 수 있다. 골수염으로 오래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피나무 기름을 내어 복용하기를 권한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골수염으로 15년을 고생하다가 피나무 기름을 내어 먹고 마침내 나았다. 피나무 기름을 내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깊은 산속에서 자란 피나무 줄기를 30cm 길이로 잘라서 토막을 낸 다음 잘게 쪼개어 3말 이상 들어가는 오지항아리에 넣는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보다 약간 더 큰 항아리를 땅을 파서 묻되 항아리 주둥이 부위만 땅 밖으로 나오게 한다. 그런 다음 피나무가 들어 있는 항아리의 주둥이를 삼베 천으로 두 겹 씌우고 명주실로 단단히 묶은 다음 땅에 묻힌 항아리 위에 거꾸로 엎어 놓고 새끼줄로 항아리 전체를 칭칭 동여맨다. 그 위에 진흙을 물로 이겨서 손바닥 두께로 붙이고 항아리 주둥이가 맞물리는 부분을 잘 밀봉한 다음 그 위에 왕겨를 10가마니쯤 쏟아 부어 놓고 불을 붙여 태운다. 일주일쯤 뒤에 왕겨가 다 타고 항아리가 식으면 아래 항아리에 고여 있는 피나무 기름을 꺼내어 깨끗한 그릇에 담아두고 한 번에 소주잔으로 반 잔에서 한 잔씩 물을 3~4배 타서 하루 3~5번 먹는다. 처음에는 조금씩 먹다가 차츰 양을 늘린다. 이밖에 피나무 껍질을 달여서 얼굴을 씻으면 살결이 고와지고 기미, 주근깨가 없어진다. 피나무 속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예방 치료할 수 있다. 피나무 잎과 껍질에는 매우 센 항암작용이 있어서 암 치료약으로도 널리 활용할 수 있다.
장염, 종기, 간염에 좋은 가래나무 가래열매가 익어서 떨어져 땅에 뒹군다. 알맹이가 호도를 닮았되 조금 더 작고 길쭉하게 생겼다. 돌맹이로 딱딱한 겉껍질을 깨뜨리고 알맹이를 꺼내어 먹으면 호도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난다. 가래나무 아래에서 잠시 풀숲을 뒤져도 가래열매를 한 자루쯤 주울 수 있겠다. 여기 와서 가래열매만 주워 먹고 살아도 겨울철 양식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을. 강원도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은 가을철 가래열매가 익을 철이 되면 가래가 많이 달린 나무를 베어 눕히고 가래를 따서 한 군데 모은 다음 풀을 베어서 덮고 그 위에 흙을 얇게 덮어둔다. 한 달쯤 지나서 가래 겉껍질이 삭아 김이 무럭무럭 날 때 가래알맹이만을 골라 광에 쌓아두고 겨울철 내내 까서 먹는다. 화롯불에 가래 열매를 올려놓고 2~3분 지나면 ‘피이피이’하는 소리가 나면서 딱딱한 껍질에 금이 가면서 김이 새어나오는데, 그 때 낫끝을 금간 틈에 밀어 넣어 알맹이를 까서 먹는다. 가래열매는 호도와 마찬가지로 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의 약효가 있으나, 민간의학에서는 가래열매보다는 가래나무 껍질을 추목피(楸木皮)라고 하여 약으로 더 많이 쓴다. 가래나무의 약효에 대해서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다음과 같이 적혔다. “맛은 쓰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이 없다. 토하고 구역질이 나는 것을 고치고 몸 속과 피부에 있는 온갖 벌레를 죽인다. 악창, 종기, 옹종, 치질 등에 고약을 만들어 붙이면 피고름이 잘 빠지고 새살이 살아나며 힘줄과 뼈가 튼튼해진다. 잎을 짓찧어 다친 상처나 종기에 붙이거나 달여서 피고름이 나오는 헌데를 치료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마른 잎을 달여서 쓴다. 범왕방에는 모든 종창과 옹종이 터지지 않은 데에는 가래나무 잎을 10겹으로 붙이면 낫는다고 하였다.” 가래나무 껍질은 항암 작용이 뛰어나다. 전에 발목 부위에 피부암에 걸린 사람이 가래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암 부위에 계속 바르고 조금 연하게 달여서 먹었으며, 가래나무 껍질과 잎을 짓찧어서 아픈 부위에 붙였더니 종양이 있는 부위에서 진물이 계속 흐르더니 차츰 나았다고 했다. 이밖에 갖가지 암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가래나무 껍질을 대표적인 암 치료약으로 쓴다. 가래나무 껍질은 만성 장염, 이질, 간염, 간경화증, 요통, 신경통, 무좀, 습진 같은 갖가지 피부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줄기껍질보다는 뿌리껍질을 쓰는 것이 더 좋으며, 독이 약간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좀이나 습진, 황선 같은 피부병에는 고약을 만들어 바르거나 진하게 달인 물로 아픈 부위를 씻는다. 가래나무로 간염, 간경화증과 요통을 치료하는 방법을 적는다. ① 간염, 간경화증:가래나무뿌리껍질, 다래나무껍질, 두릅나무껍질, 이스라지나무 가지 각 1kg, 창출 2kg을 잘게 잘라서 섞은 다음 물을 20~30ℓ붓고 3~4시간 동안 10ℓ가 될 때까지 달인다. 그런 다음 이것을 600g쯤 되게 졸여서 물엿처럼 만든다. 여기에 전분이나 인진쑥 가루를 섞어 한 알이 2g이 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만성 간염에는 1번에 2알씩 하루 3번 밥먹기 한 시간 전에 먹고, 간경화증에는 한 번에 3알씩 하루 3번 밥먹기 30분 전에 먹는다. 3~7일 뒤부터 좋아지기 시작하여 차츰 모든 증상이 좋아진다. ② 요통:가래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것 10kg을 물 30ℓ에 넣고 솥에서 천천히 달이고 졸여서 1.2~1.5kg의 가래나무 엿을 만든다. 이것을 여러 겹의 천에 얇게 바른 다음 아픈 곳에 붙이고 붕대를 감는다. 하루 걸러 한 번씩 5~10번 붙인다. 갑자기 생긴 요통에 거의 100% 효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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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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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어야 명산이요(山不在高 有仙卽名),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아야 신령한 물이라(水不在深 有龍卽靈)’ 하였던가. 제일 높은 봉우리인 마천대의 높이가 500m 밖에 되지 않는 변산은 높이로 치면 결코 명산의 반열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수많은 선각자와 도인, 기인들을 길러 낸 것으로 치면 나라 안에서 이만한 명산을 찾기가 어렵다. ‘백제의 예수’로 불리는 진표율사가 이곳에 있는 불사의방(不思義房)에서 수도하여 대각을 얻었으며 원효대사, 의상대사 같은 분들도 변산에서 수도하였다. 특히, 호남 최고의 수도처로 알려져 있는 월명암에서는 부설거사와 묘화부인, 능운대사, 월명낭자의 한 가족이 모두 득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변산은 도인과 수도자들의 땅이다. 변산은 바위산이다. 바위이되 불꽃같이 하늘을 찌르는 형상이 아니라 둥글둥글하여 그 꼭대기에서 데굴데굴 굴러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바위들이다. 이처럼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바위들은 수행을 하기에 좋다. 기운이 세면서도 날카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수행을 하면 도량이 넓어지고 높은 덕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운이 날카롭고 강한 바위들이 모인 곳에서 수행을 하면 사람의 성격도 산을 닮아서 날카롭고 우락부락하게 되기 쉽다. 바위에는 땅 속에서 올라오는 지기(地氣)가 응축되어 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과 같아서 끊임없이 자기(磁氣)를 땅 위로 내뿜고 있는데, 부드러운 흙보다는 단단한 바위에서 나오는 기운이 더 강하다. 바위는 지기를 전달하는 구리선과 같아서 지기에 민감한 사람은 바위에 앉아 있으면 기운이 전류처럼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변산은 수행자들의 산이다. 그래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약초들이 많다. 변산의 바위는 북한산이나 설악산과 같은 화강암이 아니다. 화강암 덩어리의 산은 경치가 빼어나므로 명산은 될 수 있어도 영산(靈山)은 될 수 없다. 변산은 신령한 기운이 넘치는 산이다. 신령한 산에 신령한 약초가 자라기 마련이다. 화강암에는 어떤 식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변산의 바위들은 청량산이나 마이산 처럼 수성암에 가깝다. 수성암은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들이 오래 퇴적되어 바다 속에서 오랫동안 높은 압력과 열을 받아 굳어서 솟아오른 것으로 식물들한테는 영양의 덩어리이다. 그래서 변산이나 주왕산, 청량산의 바위에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을 것 같은 매끈한 바위벽에도 온갖 이끼와 난초, 부처손, 키가 작은 나무 같은 것들이 빽빽하게 붙어서 자란다. 변산의 바위들은 지기(地氣)가 고도로 응축되어 있는 데다가 식물한테 필요한 영양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으므로 이 바위에 붙어 자라는 식물들은 모두 신령스러운 약효를 지니고 있다. 특히 거의 모든 바위마다 부처손이 가득 붙어 있는데, 이 부처손이야말로 정신수련자들이 영적인 기(氣)를 증폭시키고 정신을 맑게 하는데 뛰어난 효력이 있는 선약이다. 내소사에서 세봉과 관음봉을 넘어 직소폭포까지 가면서 길 주변에 있는 약초들을 관찰했다. 내소사 앞의 들판에는 곰보배추가 더러 눈에 띄었고, 세봉에서 관음봉에 이르는 바위에는 부처손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산길 옆에는 조릿대, 물푸레나무, 마삭줄, 남정목, 꾸지뽕나무, 천문동, 맥문동, 위령선, 새삼 같은 약초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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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 천식에 특효 곰보배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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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는 해소, 천식, 기침에 최고의 명약이다. 곰보배추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문둥이배추라고도 부르며 아직 식물도감에도 실려 있지 않은 생소한 식물이다. 언뜻 보기에 배추를 닮았으나 배추보다 훨씬 작고 잎에 주름이 많으며 비릿한 맛이 난다. 곰보배추의 약효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화가 있다. 10년 전쯤에 경상북도 예천에 천식, 해소, 기침, 기관지염 등을 귀신같이 고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약초로 술을 담가서 천식이나 해소 환자들한테 한 되에 30만원씩 받고 팔았는데, 그 술을 먹기만 하면 수십 년 된 기침이라 할지라도 신기하게 나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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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머니의 옆마을에 권씨 성을 지닌 할아버지가 살았는데 약초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그는 그 할머니가 무슨 약초로 술을 담그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몇 번 그 약초를 가르쳐 달라고 해 보았으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약초를 채취하려고 들로 나가는 것을 보고 몰래 따라가 보기로 했다. 할머니는 저녁을 먹고 나서 주위가 어둑해지자 괭이와 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가더니 묵은 밭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캐서 바구니에 담는 것이었다.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간 뒤에 묵은 밭에 가서 할머니가 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아니 이건 문둥이배추가 아닌가. 쓸모 없는 잡초인 줄 알았는데 바로 이것이 천식과 기침의 특효약이었군.” 할아버지는 문둥이배추를 한 광주리 캐서 푹 삶은 다음 막걸리를 만들어 기침을 심하게 하는 친척한테 주어 보았다. 과연 문둥이배추는 기침에 신통한 효력이 있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기침이 깨끗하게 나았다. 몇 년 뒤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권씨 할아버지는 문둥이배추로 기관지염, 천식, 해소, 기관지확장증, 기침 등을 많이 치료하여 그 일대에서 명의로 이름이 났다. 나는 이 권씨 할아버지를 96년에 만났다. 같이 밤을 새우면서 약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서로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방 한 가지씩을 나누어 갖자고 하여 알게 된 것이 바로 곰보배추이다. 곰보배추를 권씨 할아버지는 만병초라고도 부른다. 기침, 가래, 천식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온갖 부인병, 불임증, 냉증, 생리불순, 자궁염, 자궁근종, 고혈압, 당뇨병, 간염, 두통, 감기 등에도 두루 신통한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천식과 해소, 기침환자 여섯 사람한테 곰보배추로 막걸리를 담그거나 푹 달여서 먹게 해 보았는데 모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나았다. 곰보배추는 겨울철에도 잎이 시들지 않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꽃은 5~6월에 보라빛으로 피고 생김새가 배암차조기라는 풀을 닮았다. 추위에 약하여 중부지방에는 자라지 않고 남부지방의 묵은 밭이나 논둑, 마당가 같은 곳에 흩어져 자란다. 몇 해 전에 경상남도 하동에 사는 어느 집을 방문했더니 한 가족 중에 세 사람이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집 마당에 곰보배추가 수북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마침 가족들이 기침을 콜록콜록 해대며 그것을 뽑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내버리려고 쌓아 놓은 곰보배추를 푹 달여서 마시게 했다. 그것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천식을 고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약을 마당에 가득 쌓아 놓고 약을 찾아 온세상을 헤매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귀한 약초라도 그 약효를 모르면 하찮은 잡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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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 좋은 남정목과 노화를 막는 여정목 변산에는 남정목과 여정목이 많다. 특히 남정목은 쥐눈처럼 새까만 열매를 달고 있다. 남정목이란 쥐똥나무이고 여정목은 광나무이다. 둘 다 마당 옆이나 길옆에 울타리로 흔히 심는 나무다. 그런데 이 쥐똥나무와 광나무가 당뇨병을 비롯하여 고혈압, 양기부족, 갖가지 암, 이명증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초인 줄 누가 알랴. 남정목은 남자의 정력을 좋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고, 여정목은 여성을 정숙하게 하는 나무라는 뜻이다. 남정목과 여정목은 생김새가 거의 같으나 남정목은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여정목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점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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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목을 충청도 지방에서는 물쪼가리나무 또는 조갈나무라고도 부른다. 이는 물쪼갈병 또는 조갈병을 고치는 나무라는 뜻이다. 물쪼갈병이나 조갈병은 당뇨병이다. 당뇨병을 옛날에는 소갈병이라고 불렀다. 조갈병은 소갈병의 사투리다. 남정목은 소갈병 곧,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지는 병에 좋은 효과가 있다. 충청남도 태안에 사는 이창우 할아버지는 30년 넘게 약초를 연구하여 암과 당뇨병, 기관지염 등에 특효가 있는 ‘감탕’이라는 약을 발명하여 암과 당뇨병 환자 수백 명을 완치한 명의다. 감탕은 일곱 가지 약재를 12시간 넘게 달여서 만드는데 남정목은 감탕에 들어가는 일곱 가지 약재 중에 하나다. 태권도 사범을 지낸 전 모씨는 고혈압과 심장병으로 30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산을 좋아하여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산에 갔다. 한 번 동행할 기회가 있어 같이 산에 갔다가 팔뚝만큼 굵은 남정목이 한 그루 보이기에 이것을 뿌리채 캐어서 푹 달여 먹으면 고혈압이 나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과연 그는 남정목 한 그루를 뿌리채 캐어 푹 달여서 먹고 30년 된 고혈압과 심장병이 완전하게 나았다. 남정목은 열매가 약성이 가장 좋다. 겨울철에 새까맣게 익은 것을 따서 말려서 가루 내어 먹거나 달여서 먹으면 위와 간, 신장이 튼튼해지고 고혈압, 요통, 신경통, 어지럼증, 이명증 등이 없어진다. 여정목은 남정목과 마찬가지로 초여름에 향기가 좋은 흰 꽃이 피고 겨울철에 지름 3mm, 길이 5mm쯤 되는 달걀꼴의 열매가 까맣게 익는다. 남정목은 중부 이북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나 여정목은 따뜻한 남쪽지방에서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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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목은 남정목과 비슷한 효력이 있다. 노화를 방지하고 정력을 좋게 하며, 흰머리를 검게 하고 이명증과 어지럼증을 치료하며, 무릎과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여정목 열매를 여정실이라고 하여 한의학에서는 정력증강제나 최음약으로 쓴다. 실제로 여정실에는 남성의 정력을 좋게 하는 ‘만니톤’, 여성의 성감을 높이는 ‘시링긴’등의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정목은 열매를 달여서 먹거나 잎을 말려서 가루 내어 복용한다. 햇볕에 말리면 약효성분이 날아가 버리므로 반드시 그늘에서 말려야 한다. 여정목 잎가루를 찻숟갈로 하나씩 하루 3~4번 따뜻한 물에 타서 차 마시듯 복용한다. 약간 쓰면서도 달고 독특한 향기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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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목 잎가루를 조금씩 밥에 섞어 비벼 먹어도 좋고 여정목 잎을 달인 물로 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많은 사람들한테 여정목을 복용하도록 권해 보았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일산에 사는 73세 된 할머니는 여정목 차를 1년 동안 마셨더니 눈처럼 새하얗던 머리가 까마귀처럼 까맣게 바뀌었고, 어느 지방 신문사의 간부는 20년 된 이명증이 나았으며, 그밖에 많은 분들이 관절염, 요통, 양기부족, 오십견, 식욕부진, 위장병, 지방간, 불면증 등을 고쳤다. 고질적인 변비가 나은 사람도 있고, 살결이 고와지고 주근깨나 기미가 없어지거나 희미해진 사람도 많다. 여정목과 남정목은 산에서 야생으로 자란 것이어야 약효가 좋고 울타리로 심거나 정원에 심은 것은 약효가 별로 없다. 가능하면 깊은 산 속에서 자란 것을 채취하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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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결을 곱게 하는 천문동 |
변산의 명물로 내세울 만한 약초는 천문동(天門冬)이다. 천문동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문을 열어주는 겨울약초라는 뜻이다. 잎과 줄기는 아스파라거스를 닮았고 뿌리에는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괴경이 여러 개 달린다. 이 천문동의 뿌리가 옛날부터 늙지 않고 병들지 않게 하는 약 곧, 신선이 되게 하는 것으로 이름난 약초이다. 조선 세종 임금 때 펴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신선방(神仙方)’이라고 하여 사람을 신선이 되게 하는 약, 곧 질병 없이 오래 살게 하는 약이라고 많이 나온다. 옛사람들한테 신선이란 이상적인 사람이란 뜻이고 요즈음 말로 하면 ‘슈퍼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천문동을 먹고 살과 골수를 튼튼하게 하고 늙지 않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문동 12kg을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린 다음 가루 내어 한 번에 12g씩 하루 5~6번 술에 타서 먹는다. 2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오그라지던 것이 펴지고 여윈 것이 튼튼해지며 30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2년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잡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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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동 1,200g과 숙지황 600g을 가루 내어 졸인 꿀로 반죽하여 달걀 노른자 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이것을 한 번에 3개씩 하루 3번 더운 술에 풀어서 먹는다. 산길이나 먼 길을 갈 때 곡식을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10일 동안 먹으면 몸이 거뜬해지고 눈이 밝아지며, 20일 동안 먹으면 모든 병이 낫고 얼굴빛이 꽃처럼 된다. 30일 동안 먹으면 흰머리가 검어지고 빠졌던 이빨이 다시 나오며, 40일 동안 먹으면 달리는 말을 따라 잡을 수 있고 100일 동안 먹으면 무병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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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정읍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는 박 선생은 음양오행과 풍수지리, 도가사상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박 선생은 스무 살 무렵에 신선이 되겠다고 몇 달 동안 산에 들어가 수련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한 노인이 신선이 되려면 천문동을 열심히 먹으라고 하였다. 박 선생은 40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한약방을 아들한테 맡기고 산을 다니던 중에 천문동을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천문동을 캐어 말려서 가루 내어 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맛도 좋고 먹으면 먹을수록 힘이 솟구치고 얼굴빛이 고와졌으며 희끗희끗하던 머리가 까맣게 되었고 험한 산을 온종일 뛰어다녀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되었다. 박 선생의 아내는 천문동을 복용하고 나서부터 주변에서 2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27살 된 딸은 얼굴에 여드름과 주근깨 같은 것이 없어지고 살결이 어린아이처럼 되어 마치 10대 소녀처럼 되었다. 천문동 뿌리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많아 잘 마르지 않고 가루로 만들기가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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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로 만들려면 쪄서 말리기를 3~4번 반복한 다음에 가루를 내야 한다. 이렇게 만든 가루를 한 번에 4~5g씩 하루 3번 복용하면 온갖 질병이 물러가고, 기운이 나며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천문동은 우리 나라 남부지방과 섬 지방에 더러 자란다. 중국에서 수입한 것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약효가 거의 없다. 변산의 천문동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신선 곧, 슈퍼맨으로 만들 수 있는 선약이 아닐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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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이야기 12
신경통에 좋은 고로쇠나무 수액과 구안와사 고치는 구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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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얼음이 풀리고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따스한 봄기운에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驚蟄) 무렵이면 나무들도 물이 올라 파릇파릇한 잎들을 틔울 준비를 한다. 곧 뿌리에서 물을 한껏 빨아올려 가지 끝으로 올려 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무렵에는 나무 전체가 땅 속의 수분과 영양분들을 밀어 올리는 펌프처럼 되는데, 이때 줄기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거의 모든 나무가 수액을 지니고 있지만 그 수액이 고혈압, 당뇨병 같은 난치병은 말할 것도 없고 위장병, 허약체질, 신경통, 피부병 등에 좋은 효과가 있는 나무가 있다. 곧 경칩(3월 6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와 곡우(4월 20일) 무렵에 수액을 채취하는 거제수나무가 신기한 수액을 품고 있는 나무들이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로 널리 알려진 화개장터에서 냇물 따라 거슬러 오르기를 삼십 리. 도중 쌍계사까지의 십 리 길은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벚꽃 터널로도 이름났다. 처녀 총각이 함박눈같이 쏟아지는 벚꽃 잎을 맞으며 걷다가 백년가약을 맺는 일이 많아 혼례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길이다. 그러나 아직 철이 일러서인지 앙상한 나목들만 차창을 지나칠 뿐이다. 쌍계사를 지나 십 리쯤 더 올라간 곳이 신흥마을. 천 년 전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에서 싹이 나서 자랐다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길손을 반긴다. 최치원 선생이 신선들이 살 곳이라 하여 삼신동이라 이름 지은 곳. 냇가 바위에 새겨진 희미한 글자들만이 천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고운 선생의 유운(遺韻)을 전하고 있다. 일찍이 서산대사가 하늘이 일부러 산문(山門)을 험하게 하여 그 신령함을 숨긴 곳이라 했건마는 지금은 자동차 몇 대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큰 길이 되어 속인들이 예사롭게 드나든다. 다만 화개천의 무심한 냇물만이 예나 다름없이 바위를 뚫어 제 이름을 새기면서 흘러내리고 있을 뿐. 의신마을은 잔설로 모자를 쓴 지리산 봉우리들 아래 벽소령으로 오르는 길 옆에 있다. 양지바르고 비스듬히 경사가 진 넓은 산기슭에 자리잡은 마을이다. 아래쪽에 있는 목통, 단천 마을과 함께 나라 안에서 고로쇠 수액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다. 어느 민박집에 방을 정하고 함께 모여서 밤 늦게까지 고로쇠나무 수액을 실컷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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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생명수 고로쇠나무 수액 고로쇠나무 수액은 맛이 약간 달고 시원하며 약한 향기가 있다. 빛깔은 거의 없으나 물보다는 약간 탁하다. 수액에는 당분, 철, 마그네슘, 망간, 비타민 A, B, C 등 갖가지 무기물이 많고 산도 7쯤 되는 알칼리성 음료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에 딸린 넓은잎큰키나무다. 잎모양은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다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가을에 단풍이 노랗게 든다. 키 20m, 직경 2m까지 자라며 우리 나라 곳곳의 산 속 물기 많은 땅에 잘 자란다. 수액은 직경이 30cm가 넘는 나무 밑동에 Y자 모양으로 칼로 홈을 내고 조릿대 잎을 끼워 그 끝으로 떨어지는 물을 막걸리통을 매달아서 받는다. 요즘은 나무들을 플라스틱 관으로 모두 연결하여 한 곳에 모으기도 한다. 낙숫물 지듯 방울방울 떨어지며 한 나무에서 두 되에서 다섯 되쯤 나온다. 경칩 전후 일주일 동안에 수액이 제일 많이 나온다고 했으나 요즘에는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채취한다. 수액은 날이 흐리거나 눈이나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으면 나오지 않는다. 수액 채취에 이상적인 날씨는 기온이 밤에는 영하 2~3。C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 5~8。C쯤 되는 청명하고 바람이 없는 날이다. 낮기온이 12。C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영하로 떨어지면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수액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이유는 줄기 안의 압력 변화 때문이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의 몸통이 수축되어 뿌리로 물을 빨아올려 줄기 안을 가득 채웠다가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나무 몸통 안의 물과 공기가 풍선처럼 팽창하는데 이때 나무껍질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밀려나오게 되는 것이다. 본디 고로쇠나무 수액을 받아 음료로 마시기 시작한 곳은 전남 광양의 백운산이다. 백운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풍수지리학의 시조인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수도할 때의 일이다. 오랫동안 용맹정진한 끝에 마침내 득도하여 일어나려고 했으나 오랫동안 앉아서 지낸 탓에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마침 앞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고 애를 쓰다가 그만 나뭇가지가 뚝 부러졌다. 부러진 나무에서 수액이 줄줄 흘러나오자 도선국사는 그것을 정신없이 받아 마셨다. 그랬더니 거짓말같이 무릎이 펴졌다. 그 뒤로 고로쇠나무 수액의 약효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또다른 한 전설에는 천 몇 백 년 전에 신라와 백제가 지리산에서 전쟁을 벌이던 중에 한 병사가 화살이 박힌 나무에서 수액이 줄줄 흘러내리기에 손으로 받아서 마셔 보았더니 맛이 달고 시원했다. 다쳐서 신음하는 병사들한테 먹여 보았더니 갈증이 멎고 회복이 빨라졌다. 그 뒤로 활이나 칼에 다친 상처를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는 전설이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으며 많이 마실수록 맛이 당기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한 사람이 하루 저녁에 한 말(18ℓ)을 마시며,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하루 한 말씩 일주일 동안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수액은 굵고 오래 묵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일수록 약효가 좋은데, 오래 묵은 나무에서 얻은 것은 수액의 빛깔이 짙고 향기가 더 진하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위장병, 신경통, 허약체질, 당뇨병, 치질, 수술후유증, 피부병, 비뇨기과 질병, 임산부의 여러 잔병 등에 좋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나는 신경통이나 위장병으로 고생하던 사람이 고로쇠나무 수액을 몇 말 마시고 깨끗하게 낫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특히 신경통이나 관절염 같은 뼈질환에 좋은 효험이 있다 하여 고로쇠나무를 한자로 골이수(骨利樹), 곧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로쇠나무 수액에 다른 약재를 넣어 달여 먹거나 술을 담그거나 식혜 같은 것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민간에서 모아 본 것은 다음과 같다. ○ 신경통에는 고로쇠나무 수액에 마늘과 명태를 넣고 푹 끓여서 먹는다. 또는 오미자 덩굴을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으면 맛도 좋거니와 신경통이 빨리 낫는다. ○ 속병이나 위장병에는 마가목, 구룡목, 오갈피나무, 엄나무, 황철나무를 각각 같은 양으로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이 방법은 신경통, 관절염, 요통, 중풍 등 온갖 질병에 효험이 크다. ○ 관절염, 각기, 신경통에는 쇠무릎지기, 골담초, 으름덩굴, 하늘수박뿌리를 잘게 썰어서 고로쇠나무 수액에 넣고 달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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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좋은 머루 수액, 암치료제 다래덩굴 수액 |
나무의 생체 속에 들어 있는 물인 수액은 생명체에 가장 이로운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사탕단풍나무의 수액을 받아서 천천히 끓여 단풍 꿀을 만든다. 흔히 메이플 시럽이라고 하는 단풍 꿀은 맛과 향기가 좋아서 여러 가지 음식에 넣어서 먹는다. 고로쇠나무와 거제수나무 말고도 수액을 받아서 마실 수 있는 나무가 많다. 박달나무, 층층나무, 호깨나무, 노각나무, 머루덩굴, 다래덩굴, 으름덩굴, 자작나무, 단풍나무, 서나무, 피나무, 삼나무, 대나무 등에서 맛좋고 영양이 풍부하며 약효가 뛰어난 수액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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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나무 수액은 맛이 담담하고 시원하며, 층층나무는 수액의 양이 많고 특이한 향이 있고, 호깨나무 수액은 맛과 향이 일품일 뿐더러 간기능을 회복하고 술독을 푸는 데 최고의 음료가 될 만하다. 대나무 수액은 중풍이나 고혈압, 심장병에 좋은 효과가 있고, 머루덩굴 수액은 간장 질병이나 신장병으로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데 좋다. 다래덩굴 수액은 항암작용이 뛰어나고 부종이나 신장병 환자들한테 효력이 크다. 서나무와 박달나무 수액은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좋고, 으름덩굴 수액은 독을 풀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효력이 있다. 일본에서는 삼나무 수액을 발효시켜 거의 만병통치 음료로 쓰고 있는데 신장이나 간장 기능을 좋게 하고 항암작용도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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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따라 수액을 채취하는 시기도 다르다.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류는 경칩 무렵이고, 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층층나무류는 곡우 무렵에 채취하며, 머루나 다래덩굴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채취하고, 대나무는 죽순이 다 자라서 성장이 멈출 무렵에 밑동을 잘라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으며, 삼나무는 4월 중순 무렵에 수액을 얻는다. 수액은 포도당, 과당, 자당 같은 당분이 주성분이지만 비타민 C, 비타민 A, 불소, 구리, 아연, 망간, 철 같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들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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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박달나무에는 불소와 망간이 많고, 층층나무와 대나무에는 유황 성분이 많다. 자작나무에는 철분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수액에는 무엇보다 나무의 생명력, 곧 나무의 기운이 몽땅 들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음날, 나라 안에서 사람 살기가 가장 좋은 곳이라는 악양에서 약초를 관찰하고 채취했다. 악양의 매계는 청화산인 이중환이 좬택리지좭에서 우리 겨레의 전설적인 이상향인 청학동이라고 여겼던 곳이다. 지리산 자락의 한 봉우리인 형제봉, 신선봉, 옥녀봉 같은 봉우리들이 제법 넓은 분지를 사방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정답다. 누구라도 이곳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보리밭이 짙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양지쪽에서는 냉이, 쑥 꽃다지, 달래 같은 봄나물들이 연한 싹을 내밀고 있었다.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약초를 찾아보았다. 인동덩굴, 마삭줄, 소루장이, 구룡초, 곰보배추 같은 것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 바위에는 석창포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길 옆이나 논두렁에는 마른 띠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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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과 구안와사 고치는 구룡초 구룡초는 물가에 더러 자라는 미나리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이다. 개구리자리 또는 놋동우라고 하며 그 즙액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 물집이 생길 정도로 센 독성이 있다. 그러나 이 독성을 잘 이용하면 류마티스 관절염, 안면신경마비 등에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구룡초로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하는 민간의사들이 예전에는 꽤 여럿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없어졌고 자세한 치료법도 전해지지 않는다. 경남 사천에 계시던 김씨 할아버지, 그리고 경북 달성군 현풍면에 계시던 제갈씨 할아버지 등이 모두 구룡초로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했는데 그 치료효과가 10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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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나 40년 동안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얼굴이 일그러지고 한쪽 눈을 감을 수도 크게 뜰 수도 없으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도 구룡초로 치료하면 7일에서 20일 안에 틀림없이 나았다. 여기에 그 자세한 치료법을 적는다. 구룡초 뿌리와 잎을 짓찧어 작은 병뚜껑이나 작은 조개껍질, 도토리깍지 같은 데 넣어 마비된 쪽의 반대쪽 얼굴 뺨 한가운데 붙이고 떨어지지 않도록 반창고로 고정한다. 조금 지나면 붙인 부위가 열이 나고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다. 12시간이 지난 뒤에 떼어내면 붙인 자리에 물집이 생긴다. 물집을 바늘로 찔러 터뜨린 다음 하루에 6~15번 물집이 생긴 부위에 침을 바른다. 그러면 진물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7~10일이 지나면 진물이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는다. 진물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마비가 차츰 풀리기 시작하여 상처가 아물면서 완전히 회복된다. 뺨에 남은 흉터는 3~4개월 지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는다. 백발백중의 치료효과가 있는 완전무결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달성의 제갈씨 할아버지는 50년 동안 이 방법으로 구안와사 환자를 수백 명을 치료하여 단 한 사람도 못 고친 예가 없었다고 한다. 마비된 쪽의 반대편 뺨에 붙이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지만 몇 달 동안 흉터가 남기 때문에 흉터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마비된 쪽의 반대쪽 손목이나 허벅지 한가운데 또는 어깨의 견정혈(肩井穴)에 붙이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뺨에 붙이는 것보다 치료율이 약간 낮아서 8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구룡초는 관절염에도 치료효과가 크다. 구룡초를 아무 철에나 뿌리, 잎, 줄기를 채취하여 깨끗하게 씻은 다음 날것으로 즙이 나올 때까지 부드럽게 짓찧어 무릎을 130。로 구부렸을 때 무릎뼈 왼쪽 아래 오목한 곳과 오른쪽 아래 오목한 곳, 무릎뼈 안쪽 모서리 위와 바깥쪽 모서리 위 이렇게 네 군데에 한 곳에 4g을 두께 2~3mm 폭 2~3cm 되게 붙이고 테이프를 붙여 둔다. 24시간 뒤에 떼어내면 1~2일 뒤에 물집이 생기는데, 물집이 생긴 부위를 소독하고 침이나 바늘로 약하게 찔러 물을 빼낸 다음 솜을 대고 반창고를 붙인다. 이렇게 한 번 붙이고 낫기까지 12~14일이 걸린다. 한 번 해서 효과가 신통치 않으면 한 번 더 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한 번 더 하도록 한다. 한 번만 해도 대부분 증상이 없어진다. 이 방법은 만성관절염 치료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작용도 없고 나은 뒤에는 재발하지 않는다. 3번까지 하면 90% 이상 치유가 가능하다. 구룡초에는 배당체와 나눈쿨린, 프로토아네모닌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프로토아네모닌은 독성이 있어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며 세포를 괴사시키는 작용이 있다. 다른 한 방법으로는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구룡초 전초를 짓찧어서 반으로 쪼갠 도토리깍지 속에 넣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한테는 독비혈(犢鼻穴)이나 중봉혈(中封穴)에, 신경근염 환자는 중봉혈과 곤륜혈(崑崙穴)에 날마다 20~22시간씩 붙여 둔다. 붙이는 기간과 떼어내고 나서도 2~3일 동안은 통증이 심하고 열이 나고 저리다. 구룡초를 붙였다가 뗀 자리에는 밤톨만한 물집이 생긴다. 물집을 침으로 찔러 터뜨려 물이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한다. 좌골신경통, 요통, 다리가 당기고 아픈 것 등의 여러 증상이 없어진다. 15~30일 동안 계속한다. 이 방법은 75~80% 치료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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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 부스럼 명약 소루장이 |
소루장이는 물기가 있는 땅이면 아무데서나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생김새가 수영을 닮았으나 그보다 더 크고 신맛이 나지 않는다. 노랗고 굵은 뿌리가 달린다. 한의원이나 한약방에서 흔히 쓰는 설사약인 대황을 닮았으므로 한자로 토대황, 또는 조선대황으로 쓴다. 소루장이는 종기나 부스럼을 치료하는 데 특효약이라 할 만하다. 흔히 종기나 부스럼 치료에 느릅나무 껍질을 많이 쓰고 있으나 소루장이가 효과가 더 좋다. 소루장이 잎이나 뿌리를 짓찧어서 상처가 덧나서 곪은 데나 부스럼에 붙이면 신통하다고 할 만큼 잘 낫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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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몸에 부스럼이 나거나 상처가 덧나서 곪거나 종기가 나면 아버지께서 소루장이를 짓찧어 붙여 주곤 하셨는데 신기하게 잘 나았다. 소루장이를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 데쳐서 참기름으로 무쳐 먹어도 괜찮고 국을 끊여 먹으면 미역국 같은 맛이 난다. 국을 끊여 먹으면 고질적이고 심한 변비를 치료할 수 있다. 소루장이는 대황처럼 센 사하작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완만하고 지속적인 완하작용이 있으므로 아무런 부작용 없이 변비를 낫게 한다. 염증을 없애고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도 탁월하여 위염이나, 위궤양, 위암, 만성 장염 등 염증이나 암 치료에도 쓸 수 있다. 잎과 뿌리를 그늘에서 말려 달여 먹거나 국을 끓여서 먹으면 된다. 병원에서 4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위암 환자가 소루장이 뿌리를 캐서 달여 먹고 완치되는 것을 보았다. 소루장이에 상당히 센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루장이는 도시 주변이나 길 옆, 더러운 물이 흐르는 수채 주변 같은 곳에도 흔히 자라는 식물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 풀이 앞으로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명약으로 각광을 받게 될는지도 모른다.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