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 명장면] 30. 티베트불교와 종파의 발전
철저한 ‘원전’ 고증…인도불교 ‘원형’ 보존
10세기 ‘폐불’ 계기로 전전기-후전기로 구분
티베트는 티송데첸(Khri srong De’u btsan, 790∼858)왕 시대에 인도불교를 국가적으로 공인한 이후 많은 인도의 학자와 역경가들이 왕래하며 인도불교를 고스란히 티베트에 전했다. 10세기 초 토속종교인 뵌(Bn)교와 불교세력의 갈등으로 야기된 랑달마(Rang Darma)의 폐불(廢佛)사건은 티베트의 정치세력을 약화시키고, 불교는 분산되어 1세기 가량 침체기를 걷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티베트불교는 전전기(前轉期)와 후전기(後轉期)로 나뉘어지는데, 전전기의 불교전파는 왕실의 지원 아래 일관된 사원의 건립과 역경사업이 이루어졌지만, 후전기의 불교는 뚜렷한 종파를 형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티베트불교의 종파는 현재 달라이라마 14세가 소속된 겔룩파와 더불어 까규파, 닝마파, 사꺄파의 4대종파가 유수한 세력으로 각기 그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설명 : 티베트불교의 종파는 현재 달라이라마 14세가 소속된 겔룩파와 더불어 까규파, 닝마파, 사꺄파의 4대종파가 유수한 세력으로 각기 그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은 겔룩파 스님들의 모습. 사진제공=<티베트 역사산책〉 저자 김규현
티베트불교는 인도불교를 계승.발전시켰기 때문에 한국불교와 달리 인도의 후기 대승불교 시대를 장식했던 후기중관파(後期中觀派)와 논리학, 그리고 탄트라불교의 교학과 수행체계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탄트라 체계 갖춘 후기밀교 원형
# 닝마파
4대 종파 가운데 전전기 티베트불교의 원형을 간직한 유일한 종파는 닝마파(rNying ma pa)이다. 닝마의 전통에는 8세기경 인도의 탄트라불교가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던 후기밀교 형성의 원형을 다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인도밀교의 성립사 연구에 있어 중요하다. 닝마파의 종조로 모셔지는 빠드마삼바바(Padmasambhava)는 우디야나(Oddiyana)국의 호수에 있는 연꽃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연화생(蓮華生)’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그는 인드라보디(Indrabodhi)왕의 아들로 입양되어 왕궁에서 길러졌으나 후에 왕위계승을 거부하고, 수행의 길을 걸어 성취(成就, Siddhi)를 이루었다. 빠드마삼바바의 전기는 신비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가 활동한 우디야나, 사호르(Sahor)는 모두 밀교가 성행한 지역이다.
닝마파는 현밀겸수(顯密兼修)의 입장을 지지하고 밀교를 최고의 가르침에 두고 있다. 현교의 경우 성문승.독각승.보살승으로 나누어 반야, 중관, 계율, 아비달마 등을 수학하고, 밀교는 외(外)탄트라의 경우, 소작(所作)탄트라.행(行)탄트라.유가(瑜伽)탄트라로, 내(內)탄트라는 마하요가(Maha-yoga).아누요가(Anuyoga).아띠요가(Atiyoga)로 나누어 모두 9부의 교학을 형성한다. 닝마파의 족첸(Dzog chen, 大成就)수행은 아띠요가 가운데 최고의 수행에 해당된다. 닝마파의 이른바 매장보전(埋葬寶典)은 종조(宗祖)들이 남긴 문헌을 예언에 의해 후대에 발굴되도록 하는 신이(神異)를 보임으로써 종교적 권위를 부여한 것인데, 유명한 <사자(死者)의 서)>도 이 가운데 하나이다.
계율 중심의 승가전통 회복 기여
# 까담파
랑달마왕의 폐불 이후 티베트불교는 동부 캄(Kham)지방에서 중앙티베트의 승려 10인이 출가함으로써 승단을 다시 세우고, 린첸 상뽀(Rin chen bzang po, 958∼1051)의 역경사업과 아띠샤(Atisa Dipamkarasrijnana, 982∼1055)를 비룻한 인도스승들의 활약에 의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까담(bKa’ gDams)파는 인도 위끄라마실라(Vikramasila)사의 학장인 아띠샤를 종조로 삼고 있으며, 아티샤의 제자인 돔된빠(1005∼1064)가 라싸(Lha sa) 북쪽에 라뎅(Ra bsGreng)승원을 건립한 것이 종파성립의 계기가 되었다. 아티샤는 1042년 티베트왕인 예셰 외(Ye shes ‘od)와 장춥 외(Byang chub ‘od)에 의해 티베트에 초빙되어 많은 가르침을 폈고, 그의 저술인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은 현밀겸수(顯密兼修)의 교풍과 더불어 티베트가 계율 중심의 승가전통을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까담파의 전통에는 현교에 능한 뽀또와(Potoba)를 비롯해 밀교에 뛰어난 젠앙와(sPyansngaba)와 푸충와(Phuchungba) 등의 훌륭한 제자들이 있었지만, 외적인 세력확장에 실패해 사라지게 되었다.
師資相承 엄격한 믿음-헌신 특징
# 꺄규파
까규(bKa’ brgyud)파는 인도의 띨로빠(Tilopa, 988∼1069), 나로빠(Naropa, 1016∼1100)를 거쳐 티베트인인 마르빠(Marpa)와 밀라레빠(Milarepa), 감뽀빠(Gampopa)를 잇는 법맥이 오늘 날까지 계승된 것이다. 까규는 ‘구전(口傳)’을 의미하며, 말 그대로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엄격한 믿음과 헌신이 까규파의 특징이다. 실제 까규파의 전통을 세우는데 기여한 마르빠는 인도와 네팔을 오가며 수많은 탄트라의 비의를 수학하였고, 나란다사 대학의 위대한 학장인 나로빠와 마이뜨리빠(Maitripa)에 의해 성취(成就)를 얻었다. 마르빠는 까담빠의 전통과 신(新)탄트라를 요약하여 가장 효과적이며 간결한 수행체계를 확립하였는데, 크게 마이뜨리빠로부터 전해진 마하무드라(Mahamudra, 大印)와 나로빠로부터 전해진 나로최둑(Naro chos drug, 나로6법)이 유명하다.
마하무드라는 현교의 지관(止觀)과 탄트라불교의 구경차제(究竟次第)의 수행을 활용한 것이며, 나로6법은 구경차제의 전형으로 각 차제는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나로6법의 기초수행인 뚬모(gTum mo)의 불은 인체의 단전에 생리적인 불을 일으켜, 생명의 기운인 풍(風)을 좌우 맥관(rTsa, 脈管)으로부터 중앙 맥관에 흐르도록 도와 해탈을 신속히 성취하는 요가기법이다.
이외 환신(sGyu lus), 미람(rMi lam), 바르도(Bardo)는 중음(中陰)의 의식과 수용신(受用身)성취를 위한 것이며, 광명(‘Od gsal)은 법신성취를 위한 수행이며, 포와(‘Pho ba)는 수행자가 임종 시에 악취에 떨어지지 않고, 정토(淨土)나 안락한 곳에 태어나도록 유도하는 수행이다.
까규파는 제자들의 계통에 따라 여러 학파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개의 주요 학파는 뽀 낼졸빠(Khyungpo rNal ‘byor pa, 978∼1079)를 위시한 샹빠 까규(Shangs pa bKa’brgyud)와 , 감뽀빠 계통의 닥뽀 까규(Dvags po bKa’brgyud)이며, 이로부터 전해진 까르마까규, 둑빠까규, 디꿍까규가 오늘날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道果 수행…母탄트라 경향 짙어
# 사꺄파
사꺄(Sa skya)파는 꼰촉 걀뽀(dKon mchog rgyal po, 1034∼1102)가 사꺄지방에 절을 세워 수행과 포교에 힘쓴 데서 비롯되었으며, 종조는 인도의 벵갈(Bengal)출신인 달마빨라(Dharmapala)이다.
사꺄파는 현교의 경우 반야, 논리, 율장, 구사, 중관을 비롯해 18가지의 텍스트를 섭렵해야 하며, 이후 <헤바즈라탄트라>에 기초한 람대(Lam ‘bras), 즉 도과(道果)의 가르침을 수행해야 한다. 사꺄파는 탄트라수행에 있어 모(母)탄트라의 경향이 강하며, 이외 <비밀집회탄트라>, <짜그라상와라탄트라>를 비롯해 인도의 중요한 무상유가탄트라를 계승하여 전승하고 있다.
사꺄파의 위대한 학자로 꼰촉 걀뽀의 아들인 꿍가 닝뽀(Kun dga’ snying Po, 1092∼1158)와 손자뻘인 뀐가 걀챈(Kun dga’ rgyal mtshan, 1181∼1251)이 유명한데, 뀐가걀첸은 조카인 로되곈첸과 함께 몽골의 쿠빌라이의 신임을 얻어, 1264년에 원나라의 영향 하에 있던 티베트를 지배해 위세를 크게 떨쳤다.
티베트 불교 일신한 ‘新까담파’
# 겔룩파
겔룩파(dGe Lugs)는 ‘신까담파’라고도 불리우는데, 그 이유는 까담파의 후예를 자칭하기 때문이다. 겔룩파의 종조이자 종파의 토대를 세운 쫑카빠(Tsongkhapa, 1357∼1419)는 티베트 동북부 암도(Amdo)지방 출신으로 1410년에 간덴(dGa’ ldan)사를 세워 종파의 근거지로 삼았기 때문에 처음에 간덴빠(Gandenpa)로 불리우다가 후에 겔룩빠로 고쳤다. 쫑카빠는 출가 후 많은 스승들 아래서 현밀의 교학을 섭렵하였으며 아띠샤(Atisa, 982∼1054)의 영향을 받아 현교의 도차제인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과 밀교의 도차제인 <비밀도차제론(密道次第論)>을 저술하였다. 쫑카빠는 방대하고 세밀한 교학의 뒷받침 하에 계율중심의 엄격한 승가전통으로 회복하여, 현교와 밀교의 유입으로 혼란한 티베트불교를 일신하였다.
쫑카빠는 무려 210여 편의 저술을 남겼으며, 걸출한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였으나, 특히 찹제(rGyal tshab rje)와 캐둡제(mKhas grub rje)가 유명하고, 겐뒨둡(dGe ‘dun grub, 1391∼1474)은 초대 달라이라마에 해당한다. 티베트불교는 몽골의 구시칸(Gusri Khan)이 지방세력을 제압하고, 제5대 달라이라마(Dalai Lama, 1617∼1682)에 귀의하여 정교일치(政敎一致)제도를 보장케 함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겔룩파의 승가교육은 본토의 대사원인 간덴, 데붕, 세라사원을 남인도에 복원하여 현교의 계율, 구사, 반야, 중관, 인명을 수학하고, 과정이 끝나면 최고학위인 ‘게쉐(dGe shes)학위’에 도전하는데, 수많은 지원자를 제치고 극소수만이 학위를 받게 된다.
이상 4대 종파 외에 근대까지 번성한 조낭파(Jo Nang)와 시제(Zhi Byed)파가 있으며 고대 토착종교인 뵌교도 일단의 교파를 형성하여 불교와 습합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래 각 종파를 대표하는 사원과 망명정부의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도 및 해외 각지에서 활발한 종교활동을 보이고 있는 위대한 스승들이 있으나, 지면상 다 소개하지 못한다.
한국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티베트의 종파불교는 생소한 면이 많지만, 티베트불교는 교리연구와 실수(實修)에 있어 인도불교의 원전을 철저히 고증(考證)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석가모니부처님에 의해 시작된 인도불교의 원형을 간직한 면에서 중요하다.
정 성 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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