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테레즈 라캥.
LG U+무료영화 패키지에 두 영화가 같이 묶여 나왔다. 테레즈 라캥은 어떤 까닭에서인지 이번이 세 번째, 박쥐는 처음이다. 박찬욱 감독이 에밀 졸라의 원작을 오마주 했다는 건 몰랐고, 찰리 스트레튼 감독이 그 작품을 원작으로 한 건 처음 볼 때 확인했었다. 그래서 먼저 테레즈 라캥을 보고 박쥐를 보면서 궁금했다. 그 유사성이. 박쥐가 먼저 제작되었다는 것도 다 본 뒤에야 알았다. 에밀 졸라의 원작을 읽는 일이 남았다.
동일한 모티브(과도한 욕망, 욕망 성취의 불가능성, 그리고 파멸), 비슷한 중심인물 구도(남녀, 그 사이의 남자, 그 남자의 엄마), 비슷한 과정(욕망 충족을 위한 남편 살해, 살해 후 죄책감과 더불어 신기루 같이 사라진 욕망 혹은 광기/ 레이디 맥베스처럼 변하는 여성, 남편 엄마의 불구, 그녀에 의한 범죄의 폭로), 그리고 동일한 결말(남편 엄마 앞에서 두 연인의 자살), 더불어 동일하게 주된 오브제로 기능하는 물강/저수지).
다시 확인하는 자명한 욕망의 서사 -- 욕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다. 완벽한 충족을 욕망하는 순간 사라지는 그 욕망의 근원. 부재 혹은 결핍의 순간 현존하는 욕망, 현존의 순간 부재하는 욕망. 결핍의 현재, 결핍의 지금 여기가 최선의 욕망의 순간. 결핍의 충족, 부재의 현존, 그 아득한 아이러니. 하여 "Carpe di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