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빅 픽처』의 작가이며 항상 수다스런 아줌마를 떠올리게 하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19년 신작 장편소설이다. 우리의 생에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위기와 불행을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낼 것인지 미국의 중산층 가정인 번스 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전까지 읽어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과는 왠지 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단지 미스터리물을 기대했다가 이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럽다. 미국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사회적 문제들을 섬세하게 다루는 동시에 현실성 넘치고 감정에 충실한 개인들의 이야기로 독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이 책 『고 온』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불화하는 부모 아래에서 성장하는 동안 애정에 목말라 있는 앨리스, 주로 외국에서 지내느라 연중 절반 이상 집을 떠나 있는 한편 큰아들 피터 번스와 이념적 정치적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충돌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이지만 전업가정주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남편과 자식 탓으로 돌리는 엄마, 우수한 성적으로 예일대학교에 합격한 수재이지만 지나치게 이념과 신념에 집착해 현실을 외면하는 큰오빠 피터, 교통사고로 아이스하키 선수의 꿈이 좌절된 이후 자기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꼭두각시처럼 순종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작은오빠 아담과 주인공인 앨리스를 만날 수 있다.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동안 언제나 따스한 보살핌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할 상대가 필요했던 앨리스는 대학 진학과 더불어 집을 떠나면서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생은 그다지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이기에 아무리 미국 사회이기는 해도 동성애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없기에 몇몇의 칼리와 같은 동성애자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옹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아픔을 간직한채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들을 응원하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구매를 꺼리고 제법 긴 시간을 기회만 엿보며 기다리게 된 것 같다. 기욤 뮈소나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그래도 빼놓치 않고 읽어보려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어쩌면 구매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 된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