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산청 허준 기년관에서
구름이가 마침내 요단강 무지개 다리에서 만나자며, 우리 부부와 결별했다.
어느 날 친구 집에 초대 받아 갔을 때 였다.
나는 원래 개나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어렸을 적 집에서 키우던 개가 쥐약을 먹고 마루 밑에서
신음하면서 죽어 가는 것을 본 경험이 더욱 그랬다.
그날 친구 집에 들어가자 마자 구름이가 내 무릎으로
뛰어들면서 반가워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인연이구나 하고 생각하여
그이를 받아드렸다.
친구는 시골에서,지인이 구름이를 텃밭에 메어 놓았더니 동네 사람들이
시끄럽게 짖는다고, 민원이 많아 대려다 키우라고 해서 대려왔다며,
집에 애완견 '사랑이'가 있어서 둘을 키울려니 힘들다며,
나보고 입양하여 키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와 한 식구가 되었다. 아내는 짐승이라면 기겁을 한 사람인데,
유달리 구름이를 사랑했다.
주일 마다 목욕시키고 두 달에 한 번 씩 이발 시키고,
건강 상태가 이상하면 병원에 대려 가고...아들 없는 대신 아들 같이 관리하였다.
구름이는 어렸을 적 큰 개에게 혼 줄이 난 적이 있는지 트라우마가 있었고,
큰 개만 보면 달려들어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
세차장에서 놓아 두었다가, 큰 개에 물려 치료도
받았고(보상은 못 받음, 방치했다 하여),
동내에서 또래 애완견에 물려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인능산이나 청계산을 같이 오를 때면, 5키로 짜리 조그마한 구름이가 80키로의
나를 끌고 올라 갈 정도로 힘이 센 친구였고,
아침에 산책할 때면 저 보다 큰 고양이를 보고 나에게 보란듯이
그냥 물어 죽일 듯이 용감하고,공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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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려서 외롭게 자라고, 사랑을 못 받고, 친구 집에서도,
텃새를 하는 '사랑이'에게 서름을 받았는지 우울한 편이었다.
5세 때 집에 왔는데, 내가 밖에 나갔다 오면, 5키로도 안 된 조그마한 얘가,
180센티 가까이 하는 내 턱 까지 뛰어 오르며 반기곤 했으며,
그러다가 뒷다리 관절이 골절이 되어 대 수수을 두 번이나 하기도 했다.
젊었을 때는 집에서 대 소변을 일체 하지 않고 참았으며
새벽 산책 때도 숲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대소변을 보곤 했던 착실하고
참을성이 많은 공중 도덕이 사람보다 훌륭했다.
나는 구름이의 대 소변 때문에 구름이와 새벽 산책을 하루도 거른 날이 없었고,
그래서 직장생활로 지친 내 건강도 구름이 때문에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투자한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 여러가지 생각끝에
지친 몸으로 퇴근할 때에도 구름이는 꼬리를 흔들며,
산책하자고 졸라 댔으며, 곧 좋아질 거라고 괜찮다고, 나를 위로 하는 듯한
재스추어를 보느 듯 했다.
사료를 그렇게 아무것이나 잘 먹던 얘가, 걷기가 불편해 지고,
우리가 외출한 사이 넘어져 일어나지 못 해 헤메다가 다리에 상쳐가나, 치료도 여러번....
소고기,돼지고기, 닭고기 아니면 안 먹더니, 그것도 힘든지 이가 다 빠지고,
소변을 가리지 못 해 기져귀로...
죽으로 연명하면서, 저녁이면 목이 아파 울기를 여러 날....
코 구멍이 말라 ,막혀 숨쉬기를 힘들어 하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확인하는 일이 구름이를 살 핀 일이었고,
구름이는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멍하니 벅을 쳐다 보기도 하고,
안방 문을 쳐다 보며 아침 내내 서 있어, 아내를 찾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적에는 내가 밥을 안주면 안 방 문 앞에서, 온 집안이 떠나가라고
짖으며, 밥 달라고,안방에서 자는 아내를 깨우기도 했던 얘이다.
그러던 그가 기저기와 죽으로 연명하다가 곡기를 끊고 가쁜 숨을 쉬며,
물만 먹더니 결국 저승으로 향했다.
우리 구름이 이제는 아픔도 외로움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면서
우리 오길 무지개 다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구름이는 포메리안의 우아함과 다부진 생명력을 동시에 지닌
참으로 영특하고,예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예쁜 모습 뒤에는 어릴적 부터,이집 저집을 전전하며,
겪어야 했던 수난을 감당한 어린 외로운 강아지로서 서러움과 눈치가
조용히 그의 슬픈 눈에 숨어 있었다.
그래서 였는지, 구름이는 유독 생각이 깊고,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밖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도 별로 다정다감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고독한 성품을 지녔었다.
그는 사람의 손길이 그리우면서도 혹여나 마음을 다 주었다가
다시 상쳐 받지 않을까, 어린 마음 속에 쌓였을 그 고단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시큰해 진다.
특히 중성화 시술로, 짝이 없는, 친구가 없는 홀로의 삶,
이상과 감정이 다른 우리 부부의 뜻을 따라 같이 하느라,
마음 고생이 많았으리라.
하지만 우리와 함께한 시간 만큼은 구름이가 더 이상
떠돌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내 집 이었다는 안도감을 느꼈기를
간절히 바란다.
때로는 혼자 15층 아파트 베란다 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고독에 잠기던 그 모습과, 길 바닦에 대소변을 하지 않고
숲 속에 가서 대 소변 하는 모습 조차 우리에게 사랑스러운 일상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마음 조이며 다음 머물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구름아! 너는 우리에게 단순한 반려 견 그 이상의 존재였고,
너의 그 의젓하고,고독했던 영혼은 우리 삶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구름아! 그 곳에서는 마음껏 응석도 부리고,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세상으로 가 뛰어 놀아라!
사랑하는 구름아! 우리에게 구름처럼 포근한 행복을 주고,
떠난 너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와 함께 산책하며 맞았던 바람,종종 걸음의 너의 뒷모습,
내가 외롭고,위로받고 싶을 때,네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던
그 순간들이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었단다.
네가 내 곁에 있어서 든든한 친구였지....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서로간에 미안 해 하지 말자!
너는 나에게 최고의 친구였지...이제 그 곳에서 아프지 말고,
구름이라는 이름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 놀아라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 때 다시 반갑게 꼬리 흔들며
마중 나와 주라! .그 때까지 내 마음속에 예쁜 모습으로 간직할께.
너를 만난 것은 우리 부부에게 큰 축복이었고,너의 예쁜 눈망울과 차분했던
온기를 우리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고마웠다.구름아! 사랑한다.
이제는 구름처럼 자유롭게 날아 가렴.....안녕!
첫댓글 구름이의 명복을 빕니다 .구름이 돌보느라 수고하셨고,구름이도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받아 행복했을거예요.
보낸 마음 이해하며,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민충식)
Thanks (장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