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차산업 스케일이 다르다 … “매주 신입사원 채용”
[중앙선데이] 입력 2018.08.04 01:00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스타트업 바이트댄스는 신입직원을 매주 월요일마다 채용한다. 덩사오핑(鄧小平·1904~1997)의 주도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은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했다. 중국은 1978년 12월 18일 덩샤오핑이 공산당 제 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하면서 시장경제를 시작됐다. 그동안 중국은 어떤 경제 성과를 달성했을까. 우선 지표만 보면 그 위상의 변화는 경이적이다. 중국은 2009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78년에 비해 200배 가량 늘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중앙일보를 비롯한 국내 언론과 학자들에게 상전벽해의 현장을 둘러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베이징(北京)에서 항저우(杭州)·상하이(上海)를 거쳐 선전(深圳) 까지 개혁개방의 현장 3000㎞를 돌아봤다. 개혁개방 40년 현장을 가다 모방단계 벗어나 독자 ‘기술 굴기’ “AI·핀테크 미국 뛰어넘고 있다”
창업 6년 바이트댄스 직원 2만 명 딥러닝 기술 활용 ‘틱톡’ 유튜브 추격
알리바바, 무인 AI 시스템 도입 중국 전역에 24시간 내 상품 배달
텐센트 ‘위챗’ 이용자 10억 명 돌파 전국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결제
지난달 23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中關村)으로 향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아 어수선할 것이란 선입견은 금세 깨졌다. 신생기업 바이트댄스(ByteDance·字節跳動)에 도착하자 창업 6년차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회사는 반듯했고 직원들의 영어도 유창했다. 보안도 엄격해 “영업비밀이 많아 양해를 바란다”면서 손목에 전자 태그를 채워줬다. 1층 로비 한 켠에는 캐쥬얼 차림의 청년 1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그 이유에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것이었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젊고 역동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벌써 종업원 수가 2만 명으로 늘어났는데 평균 나이는 29세에 불과했다. 지난해 GDP 78년보다 200배나 늘어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AI·블록체인을 활용한 핀테크와 첨단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회사에 들어서자 온 사방 벽면에는 기술 개발과 기업 전략 문구가 붙어있었다. 직원들이 수시로 볼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직원들 책상 위에는 복잡한 수학 계산이 적힌 메모가 수없이 놓여 있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경제의 현실을 한 마디로 보여준다. 개혁개방 40년만에 중국의 핵심 산업이 노동집약형에서 지식정보 산업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이다. 80년대 선진국 제품을 베끼던 단계에서 2000년대 들어 창조적 모방 단계를 지나 이제는 독자적 연구개발이 일상화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 단면도인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틱톡’만 봐도 알 수 있다. 틱톡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해 동영상에 다양한 영상효과를 제공한다. 핵심은 컴퓨터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딥러닝 기술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부인했지만 잠재적 경쟁자가 세계 1위 동영상 업체 유튜브라는 사실을 숨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틱톡은 15초짜리 동영상 화면이 세로로 구현된다. 가로 화면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유튜브와 차별화해 모바일에 최적화한 것이다. 이런 전략이 젊은층에 먹히면서 틱톡은 100개 국에서 5억 여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한국에도 이용자가 늘자 직원을 뽑고 사무실을 개설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로 가기 위해 도착한 저장(浙江)성 항저우 공항은 개혁개방이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수준도 높여놓았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줬다. 크고 현대식인 공항은 물론, 항저우를 떠날 때 이용한 철도 역시 대단했다. 철도왕국 일본의 자존심인 도쿄역과 비교해도 규모가 크고 현대화돼 있었다. 알리바바 본사로 들어서자 다시 한 번 중국의 기술 굴기(崛起)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자상거래에서 출발했지만 AI·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핀테크를 결합한 첨단 물류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 4차산업혁명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나아가 알리바바는 중국의 농촌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4시간이면 중국 전역으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제품은 무인 AI시스템으로 분류돼 배송되고 있다. “하늘 아래 불가능한 사업이 없게 한다는 게 우리의 목표”라는 왕칭펑 소비자 및 소통 담당 매니저의 말 그대로다. 텐센트·알리바바 시총 삼성전자 제쳐
모바일 메신저 위챗(웨이신) 이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한 텐센트는 시가총액 세계 3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김동호 기자] 개혁개방 40년 성과를 거두게 된 최대 변곡점은 90년대 후반 중국에 보급된 인터넷이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4차산업혁명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앞지르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 변화 속도는 개혁개방의 상징인 광둥(廣東)성 선전시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선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웨이신) 개발업체인 텐센트(騰迅·텅쉰)를 방문한 날이었다. 쇼핑몰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고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제시했다. 카드를 받은 종업원이 책임자를 불러 상의하더니 나에게 “웨이신이 없느냐”고 물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무척 당혹스러웠다. 한국은 신용카드에 머물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전국 어딜 가도 스마트폰을 꺼내 웨이신 QR코드로 물건값을 결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중국의 AI, 로봇,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지식 집약적 4차 산업은 이미 미국도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이미 국내 1위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5210억 달러로 아마존(7450억 달러), 알파벳(724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삼성전자는 세계 10위에도 들지 못한다.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華爲) 역시 창조적 모방 단계를 뛰어넘어 독자적 기술력 확보 단계에 진입하고 있었다. 모바일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휴대전화에서도 올 2분기 애플을 제치면서 이제는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나아가 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시장 주도에 나서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열쇠가 될 5세대(5G) 이동통신은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경영 방식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의 경영자문을 꾸준히 받아온 결과다. 화웨이는 실적이 저조한 직원은 상시 구조조정을 한다. 해외사업에는 직원의 70%를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조이 탄 화웨이 글로벌 미디어 총괄사장은 “다양한 국내외 인재 수혈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 사회주의가 끼어들 틈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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