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三月仁川途中 3월에 인천 가는 도중에
庚申 是月轉職 仁川敎會 搬移前 姑先往來, 勤務於汽車中 偶拈.
1920년 이 달에 직장을 옮기게 되어 인천교회로 이사하기 전
먼저 기차로 오고 가면서 근무하는 중에 우연히 짓다. 1)
朝遊京國暮遊仁
아침에는 서울에서 저녁엔 인천에서 다니니
汽笛殸中來往頻
기적소리 울리는 가운데에 자주 오고가가네.
鶴在深籠懷病子
학이 둥지 깊이 있음은 병든 새끼 품음이요
羊亡荒野歎流民
황야에 방황하는 양들은 유민의 탄식이라네.
遙岑雪白如殘臘
먼 산고개의 눈 아직 희어 섣달과도 같은데 2)
晩浦潮紅認早春
개펄의 저녁 홍조는 이른 봄을 알리고 하네. 3)
木覓山前三尺屋
남산의 앞쪽으로 조그만 석자짜리 집에서는
應移鮫女賣魚隣
정녕 인어가 와서 이웃에 생선을 파나 보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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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도중(仁川途中): 이 시는 1920년 7월 24일자 동아일보 사조(詞藻)에 실렸다.
2) 잔랍(殘臘): 잔동납월(残冬臘月)로 한 해가 마감하려는[一年將盡] 섣달의 남은 날들.
3) 조홍(潮紅): 홍조(紅潮)로 아침햇살에 붉게 보이는 바다의 조수[海潮], 또는 얼굴의 홍조(紅潮).
4) 교녀(鮫女): 교인(鮫人)이라고도 하며 한국과 중국 전설의 아름답고 비단을 잘 짰다는 인어(人魚)로 남해에 살았다는 신화. 중국 진(晉) 나라 때 기괴한 고사들을 모은 책인 수신기(授神記)와 송(宋)나라 때에 편집한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