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을 앞두고,
트라이 투 리멤버를(Try to Remember)듣다
칠순이 멀지 않았다. 아니 며칠 남지않았다
이 나이가 되니 앞으로의 날보다
지나온 날을 세는 일이 자연스러워진다.
달력보다 기억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모카 포트로 에스프레스를 내리는새벽
유튜브에서 트라이 투 리멤버가 흘러나왔다.
젊은 시절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다.
그때는 그저 부드러운 멜로디였는데,
이제는 말처럼 들린다.
기억하라는 말. 잊지 말라는 당부.
아내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함께 늙을 거라 믿었는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혼자 남은 집에서 맞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하루하루는 짧은데, 세월은 길다.
요즘 기억은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큰일들은 흐릿해지고, 별것 아니던 장면들이 또렷해진다.
장을 보러 가기 전 장바구니를 챙기던 아내의 뒷모습,
금방 올게 하던 말.
그때는 왜 그 장면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까 싶다.
젊은 날에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쓰며 살았다.
조금만 더 벌고, 조금만 더 참자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제 와 보니, 그 조금만 더라는 말들이 모여 인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 아내가 있었다.
노래를 들으며 깨닫는다.
기억하라는 건,
화려한 순간을 붙잡으라는 뜻이 아니라는 걸.
별일 없던 날들,
무사히 지나간 하루들,
말없이 나란히 앉아 있던 시간들을 잊지 말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칠순은 끝이 아니라 정리의 나이인 것 같다.
더 많이 채우기보다, 무엇을 남길지를 생각하는 때.
나는 이제 아내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조심히 꺼내어 정리한다.
슬픔으로가 아니라, 감사로.
노래가 끝나갈 무렵, 이런 가사가 마음에 남는다.
Deep in December it’s nice to remember.
Without a heart the heart will hollow.
깊어가는 12월은 추억하기에 좋은계절이죠.
더는 슬픔도 없이 허전한 마음이지만
한 해의 끝, 삶의 끝자락에 서 있을수록
기억은 차가운 계절을 견디게 해주는 온기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사라지면,
남은 마음마저 텅 비어버린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나는 기억을 놓지 않는다.
아내를 기억하는 일이 곧,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다시 조용해지고,
집 안도 변함없이 고요하다.
하지만 이 겨울,
기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아직 비어 있지 않다.
에스프레스 향기속에 조용한 아침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