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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공주대학교 교수
한국 평생교육은 그 내용이나 이념에서 복잡성을 띄고 있다. 그것은 사회교육시대의 운동과 평생교육 체제화 과정에서 과제들이 혼재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여러 분들께서 이전의 사회교육 운동에 대해서 고찰해주셨기에 여기서는 한국 평생교육의 제도화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1999년 평생교육법 제정을 전후하여 체제 구축과 그것의 지역화 과정인 학습도시 전략의 의미와 진화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평생교육체제 성립 전후의 맥락
가. 제도화 이전 사회교육의 대립적 성격
전통적으로 한국의 사회교육은 기본적 인권인 식자(識字)의 문제나 학교 교육의 보완 등에 관계하면서 교육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교육운동적 성격이 강했다. 특히 오랫동안 평생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이 취약했던 한국은 민간 차원에서 야학과 같은 문해교육이나 농민 및 노동자교육, 지역 주민조직에 대한 사회교육이 이어져오면서 약자를 위한 임파워먼트(정지웅 편, 2000)라는 또 다른 성격을 형성해왔다. 따라서 사회교육 운동은 기본적으로 피억업자들의 교육소외에 관여하여 왔다. 프레이리의 ‘의식화교육’이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임파워먼트교육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쳤다(홍은광, 2013). 교육 기회의 차별에 대한 인식이 높았고 교육으로부터 배제된 학습약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해방 이후 한국은 관주도로 몇 차례의 국가 차원의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였다. 5.16 군사 쿠테타(1961년) 직후 재건국민운동과 경제개발계획 시기의 새마을운동(1972년부터)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는 정권 교체기나 경제 구조 전환기의 정치적 의도에서 시작되었고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의 접근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때 정부 주도의 지역개발과 세트로 강조되었던 것이 사회교육이었다. 새마을운동에는 새마을교육이 함께 따라 다녔다. 1982년 제정된 사회교육법에서도 사회교육 영역 분류에서 ‘지역사회교육 및 새마을교육’을 동일 범주에 포함하여 지역개발을 위한 사회교육의 의미로 새마을교육을 사용하였다. 정부 주도의 사회교육은 지역개발 계획을 전달하는 역할과 정치적으로 선전하는데 도구적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평생교육이 체제화되기 전에는 사회교육이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교화(敎化)와 임파워먼트라는 전혀 상반되는 두 방향의 실천이 전개되고 있었다.
나. 사회교육법 제정을 위한 노력
1999년 평생교육법 제정 이후 공적 체계를 갖추어 왔지만 그 이전 공적 사회교육의 공백기가 장기에 걸쳐왔다. 해방 직후 교육법제의 정비기에 1949년 사회교육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지만 입법화되지 않고 그 후 20차례 입법 요청도 모두 실패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전광수, 2013). 1980년 전후에야 한국사회교육협회(1976년 설립)가 황종건 교수(1929-2006)를 중심으로 사회교육의 법제화를 위한 노력을 활발하게 추진하였다. 우선 1980년 헌법 개정 과정에서 평생교육 진흥 조항(31조, 당시는 29조)이 탄생하였는데 이는 당시 헌법 개정 과정에 김승한 교수(당시 동아일보 주필, 나중에 한국방송통신대학 교수)가 참여하면서 가능하였다. 헌법에 “국가는 모든 국민의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고 하는 평생교육 조항 명문화는 당시나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것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한국사회교육협회는 사회교육법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협의회(1980년, 충남 부여 유스호스텔)나 공청회 등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하여 마침내 1982년 사회교육법의 제정을 해냈다. 그러나 사회교육법은 초안(입법 예고 당시까지)에서 핵심 부분이었던 "사회교육관"의 설치에 관한 규정이 제정 시에는 재원 확보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삭제됨에 따라 기본적인 체계가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발하였다. 이 부분은 한국 사회교육체제를 20년을 늦춘 뼈 아픈 순간이었다.
당시에는 한국 사회의 전환점이 될 시기였다. 경제적 발전과 함께 민주화 열망이 커지고 시민 사회도 성숙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평생교육 측면에서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교양 교육의 요구가 급속히 확산되던 시기에서 기존의 지방 문화원(그 이전부터 지역별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던 기관으로서 1994년 제정된 지방문화원진흥법에 근거한 각지에 설립된 법인)을 비롯한 새로운 사적 평평교육 시설인 문화센터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화여대나 명지대학 등) 등이 이들 요구에 대응하면서 확대했습니다. 또한 시민운동과 주민 운동가들의 다양한 풀뿌리 사회교육 운동이 전개되고 예를 들면 기존의 야학이나 주민을 위한 대안적 시민교육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이 사항은 다음번 게재될 “밑으로부터의 풀뿌리 평생교육 운동” 부분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 변화에 따라 증대되는 국민의 학습 요구에 공적 사회교육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던 반면 민간 영역에서 그 역할을 대신 맡아 사적 평생교육의 경향이 확산되었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2. 평생교육법 제정과 평생교육 체제의 재구축
가. ‘약한 고리’를 가진 1999년 평생교육법의 성립
사회교육법은 1999년에 평생교육법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이 법은 그 때까지 취약했던 공적 체계를 통합적 평생교육의 추진 체제(국가 평생교육센터-광역 지자체 평생교육정보센터-기초 지자체가 평생학습관)로 구축함으로써 공적 평생교육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는 1995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위원장 김종서교수)의 5.31 교육개혁안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비전으로 설정하여 지금까지의 학교중심교육 전망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받고 1999년 평생교육법 제정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초안이었던 평생학습법(안)은 주로 연구자들(대표 제안은 김신일교수, 당시 교육개혁위원회 위원)에 의해서 만들어졌으며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안되었습니다. 평생학습관의 설치와 평생교육사의 공무원화 등 구체적인 전략도 있었다. 그러나 성안되는 과정에서 당시의 재정 상황이나 새로운 제도 신설의 부담과 함께 공무원들의 이해 수준 등이 반영되어 그 성격이나 내용이 크게 약화되었다. 당시 IMF금융 위기(1997년) 직후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었던 신자유주의적 이념으로부터 인적자원개발(HRD)와 같이 도구적 접근의 경향도 강하게 부각되었다. 평생교육법도 이에 영향을 받고 인적자원개발에 경도되어 그러한 속성을 갖는 기관을 의식적으로 포함시켰다.
물론 평생학습관의 설치․운영 및 평생교육사(전문 인력) 양성․배치 조항을 통해서 공적 평생교육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법제의 확립에도 불구하고 평생학습관 설치는 기존의 도서관 등의 기관에 평생교육의 기능을 추가하고 간판을 거는 식의 "지정" 방식으로 추진하는 한계를 가졌던 것이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의 원칙하에 평생교육행정의 주무 부서로서 교육부-교육청-지역교육청(현재는 교육지원청)으로 그 역할과 책임을 맡겼지만 실제 교육청(교육감)의 경우는 학교교육 중심적 사고가 고착되어 학생을 포함한 전 주민의 평생교육을 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평생교육법의 정신에 충실하지 못하였다. 이것이 1999년 평생교육법이 실효적으로 주민의 학습요구에 대응하지 못한 약한 고리에 해당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하여 새로운 평생교육체제의 재구축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었던 것이다.
나. 지자체의 참여가 강조된 2007년 평생교육법의 개정
1999년 평생교육법이 평생교육에 대한 중앙 정부의 관여를 요구했다면 2007년 전문 개정은 지자체의 책무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교육청에 물렸던 지역 평생교육의 책임을 광역자치단체로 옮기며 광역 차원의 평생교육진흥원을 설치·지정하도록 정하였다. 물론 교육자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순이 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당시 평생교육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최대의 과제는 교육청이 학교교육밖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교육=학교라는 좁은 교육관으로 학교 이외에는 관심도 전문성도 없고 평생교육은 예산 배정이나 전문가의 배치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고육지책’으로 일반 행정 측에 책임을 요구하도록 한 것이다. 법률도 헌법에서 교육기본법법, 평생교육법으로 완결하지 않고 지방교육자치법과도 모순되는 상황이지만 이것은 교육감 대신 광역 자치 단체장에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평생교육의 공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평소 교육계에는 있었던 것이다.
또한 2007년 개정에서는 국가 평생교육진흥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지정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평생교육센터만으로는 국가적인 계획 및 시스템을 충분히 지원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평생교육센터와 학점은행제 운영본부, 그리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부설의 독학사운영본부 등 흩어져 있던 유사 업무들을 통합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광역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되고 있다. 경기도을 비롯하여 서울시, 충남도, 대전시 등은 평생교육진흥원을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되어 활발히 지역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노동과 학습, 문화를 연결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평생학습관에 대해서 논의하면, 2007년 법 개정 이후 신설이나 기존 시설의 기능 전환 등으로 점차 평생학습관이 설치되기도 하면서 설치 및 지정을 합하여 2013년 현재 514개가 설치되어 있다. 평생학습관이나 평생학습센터 등의 전담 시설은 모든 주민의 학습 기회 제공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개인의 학습요구에 대응하면서 대체로 교양과 취미 중심의 평생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평생학습관이 지역 거점으로 설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과제를 학습과제로 설정하는 지역에 뿌리내리는 평생학습에 이르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교육법과는 다르게 평생교육법에 평생교육 영역으로 지역사회교육을 특정하지는 않았다.1 평생교육법에서의 6영역은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이다.
평생교육체제화와 관련해서도 개인 학습기회의 확장이라는 측면만 강조되었지 그것의 사회 변혁 기능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사회교육 실천의 임파워먼트적 전통이 평생교육법 시대에 강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오혁진(2006)은 보다 더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에서 ‘지역공동체평생교육’을 제안하기도 한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와 관련하여 지역의 과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공동 학습을 통해 주체적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지역과제학습의 전통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할 수 있다.
1평생교육법에서의 6영역은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이다.
다. 평생교육 체제 성립기의 다양한 구상의 폭발
2000년대 이후 평생교육 체제화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구상(아이디어)들이 폭발하는 시기였다.
물론 국제적 동향과도 연결되어서 수입된 것도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습도시 사업(이는 뒤에서 논의)을 비롯하여 평생학습축제, 평생학습주간(Adult Learners’ Week), 학습동아리 사업 등이 대표적이 사업이다. 평생학습축제는 2001년 천안에서 처음으로 기획 추진되어 전국에 확산되어 2003년 2회 대전에 이어, 제주, 광명, 부산, 순천, 창원, 대구, 제천 등 10회를 어어갔다, 모든 평생교육자와 학습기관단체들의 축제의 장으로서 “우리들 만드는 축제”라는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갔다. 그 후 교육부가 평생교육박람회로 명칭을 개칭하여 다시 1회로 시작되어 이어가고 있지만 교육부의 정책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서 이전에 비하여 관료화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하여 지방자치단체, 특히 학습도시에서는 평생학습축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평생교육법에 의거하여 평생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함으로써 국가 및 지역의 평생학습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것도 새롭게 정립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평생교육기관·단체의 협력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는 공적 평생교육 추진 체제에 의해서 만들어진 구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2000년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에 처음으로 지정되었던 평생학습센터의 최초 연수 주제 역시 ‘지역평생교육 네트워크 전략’이었던 것을 보아도 지역 자원의 종합적인 네트워크로서의 새로운 평생교육 체제의 재구축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3. 학습도시를 통한 평생교육제도의 지역화 전략
가. ‘평생학습도시’ 개념 도입을 통한 지자체의 참여
교육부는 2001년 평생학습종합계획 수립과 함께 평생교육 지원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단위 사업으로 평생학습도시 지정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는 학계에서 일본의 생애학습선언도시 사업이나 유럽의 학습지역(learning region) 프로젝트를 참고하여 교육부에 제안한 것으로 이후 한국 평생교육 정책에서 전달체계의 전환, 평생교육사 배치 등 중요한 변화 촉진 정책으로 자리 잡는다. 당시 한국의 상황은 교육청이 평생교육 지원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고 있었으나 학교교육 중심적 관행으로 인하여 시설 설치 및 전문 인력 배치에 극히 소극적이었다. 이에 비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여성교육, 문화교육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생교육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실제 법적인 책임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법적 맥락에서 학습도시사업은 기초자치단체를 평생학습 행정 지원 체제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편하는데 단초가 되어 지자체 내의 평생교육 전달 체계 연계와 전문화, 학습문화 확산 등을 도모하였다. 교육부가 학습도시 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1999년에 광명시는 최초로 평생학습도시를 선포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어 광명시는 학습도시 종합센터로서 ‘광명시평생학습원’을 설치하고 학습도시사업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 조례 제정, 평생교육센터의 설치, 추진위원회의 조직, 학습도시 선언, 평생학습축제 개최, 시민대학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평생학습도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자체가 행정 권역내에서의 평생교육 지원의 체계성을 강조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01년 3개 지자체(광명, 유성, 진안)로 출발한 이 사업은 현재 138개가 지정되어 있어, 거의 과반 이상의 기초지자체들이 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2008년 평생교육법 개정시 평생학습도시 조항(제15조)을 신설하여 제도적 조건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나. 생활권 평생학습센터의 모색
대개 학습도시는 1개의 평생학습관(혹은 평생학습센터)을 설치하여 도시 전체의 시민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련 기관의 연계 기능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근거리 생활권에서 평생학습에 참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습도시들은 이러한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주민자치센터의 평생학습관화를 전제로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자치센터는 생활권의 자치공간으로 문화, 교육, 복지에 관련된 복합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학습도시들은 근린 생활권에서의 학습기회 제공 기관으로서 주민자치센터의 평생교육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적인 평생학습도시의 경우에는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을 개칭하여 생활권 평생학습센터로 개편하였다. 주민자치학습센터(이천시), 문화교육센터(과천시), 주민학습문화센터(대덕구) 등이 그것들이다. 이 경우에는 계약직 전문 인력 배치 노력도 함께 하고 있어 평생교육행정이라는 관점에서는 보다 양․질적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면서 읍․면․동 평생학습센터의 운영을 전제로 지역 평생교육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4년 1월 28일 개정된 평생교육법 제21조의2(읍ㆍ면ㆍ동 평생학습센터의 운영)에 따르면,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은 읍·면·동별로 주민을 대상으로 하여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평생학습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번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행복학습센터’를 읍․면․동 마을단위 평생학습 인프라로 만드는 사업으로 그 법적 근거가 되게 되었다. 행복학습센터는 읍‧면‧동 단위에 설치되어 있는 주민센터, 복지회관, 지역의 학교 등을 활용하여 국민 누구나 집 근처에서 원하는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전국에 공모·운영하고 있다.
다. 평생교육활동가를 통한 지역화 : 평생학습매니저 양성 및 배치
평생교육법에 의거하여 시설․단체에 평생교육 전담인력인 평생교육사를 양성․배치하게 되었다. 평생교육진흥원이나 평생학습관의 설치가 늘어나면서 평생교육사의 배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직원의 고용의 일천함(10여년)과 고립화(1학습도시 1명의 평생교육사)로 인해 아직 전문성이 축적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 약한 부분은 지역임파워먼트학습 관점과 영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과제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평생교육 활동가를 양성 배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평생학습도시에서 평생학습 활동가 과정으로 양성된 이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평생학습매니저라 불리는 이들은 평생교육법에서 제시하는 평생교육전문가(평생교육사)의 자격을 갖추지 않았으나, 지역 주민의 평생학습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평생교육활동가를 말한다. 한국의 평생교육정책에서 평생학습매니저는 청주시에서 지역 평생교육 활동가 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 평생학습상담사과정을 운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용인시, 대덕구, 남양주시 등 많은 학습도시들이 유사한 과정을 운영하였는데,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2013)의 한국의 평생학습매니저 양성 과정 조사에 따르면,2 50여개가 넘는 평생학습도시에서 평생학습매니저를 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생학습매니저의 공통된 역할은 지역의 평생학습정보 및 자원 조사, 평생학습정보 제공, 평생학습상담, 교육프로그램 홍보 및 모니터링, 교육 보조 활동 등의 범위에서 활동이 이루어지며, 일부 지역에서 평생학습매니저가 주체적으로 주민 평생학습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많은 평생학습도시에서 평생학습매니저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들을 매개로 평생학습기회에서 소외된 새로운 학습자를 발굴하고, 지역의 자발적인 평생학습문화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평생학습매니저의 활동을 통해 마을 단위의 평생학습 분위기가 살아나고 지역의 과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실천’ 지향의 학습모임이 운영되는 등 상당한 변화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 경기도의 용인시와 대전시 대덕구, 남양주시 등의 사례를 보면, 평생학습매니저 ‘양성 → 배치 → 자발적 실천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배치란 주민자치센터나 마을학교 등에 교육활동가(유급)로 일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민들의 학습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덕구 같은 경우는 주민자치학습 활동이 전환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경우는 2009년부터 남양주시민대학을 통해 평생학습매니저 5기까지 진행해서 현재 204명이 양성되었고 60명의 평생학습매니저로 85개의 마을 단위 ‘학습등대’(남양주의 생활권 학습센터의 명칭)에 배치되어 평생학습정보 및 자원 조사, 평생학습정보 제공, 평생학습상담, 교육프로그램 홍보 및 모니터링, 교육 보조 활동을 하고 있다. 대덕구의 경우는 2009년부터 평생학습리더 과정이 운영되어 2011년 12명의 평생학습마을매니저를 마을 주민학습문화센터에 배치,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역할은 주민 교육요구 조사 및 평생학습정보제공, 학습상담, 평생학습프로그램기획 및 운영, 평가, 지역자원연계, 마을 평생학습축제 운영 등이다. 최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평생학습마을 사업과 연계해서 평생학습매니저 배치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평생학습매니저 양성과 배치에 지속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경기도 17개 도시에 평생학습마을 사업을 지정하여 평생학습매니저가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2014).
2이 때 평생학습매니저는 '평생학습마을매니저', '평생학습코디네이터', '마을평생교육지도자', '평생학습활동가', '평생학습정원사', '평생학습플래너'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한다.
평생교육법 제정과 평생교육 전담조직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평생교육의 공적 기반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평생교육의 지역화 전략은 학습도시 사업을 통해서 진화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 평생교육 공적 지출은 많아지고 있고 시민들의 학습 요구나 참여율도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평생교육 실천은 마을 단위의 주체 역량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변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회는 평생교육 영역에 대하여 지역과제를 학습 과정으로 전환하여 지역에 뿌리내리는 주민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과제를 부가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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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 편(2000). 약한자에게 활력을 주는 두 학문-지역사회개발과 사회교육. 서울:교육과학사
행복학습매니저 양성과정(2014).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황종건(1974). 産業化에 따르는 地域社會의 變化와 敎育에 關한 硏究. 대구:계명대학교출판부
글 · 그림_양병찬 | 공주대학교 교수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사무총장(역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자문위원, 한국평생교육학회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평생교육협의회 위원. 저서 : 농촌의 교육공동체론, 지역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학교와 지역의 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