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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형악묘수숙악사제문누(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
형산의 사당에 참배하고 산속 절에 묵으며 문루에 적다
- 한유(韓愈)
五嶽祭秩皆三公(오악제질개삼공) : 오악의 산제사의 품수는 모두 삼공이라
四方環鎭嵩當中(사방환진숭당중) : 사방에 둘러 진을 이루었는데 숭산이 가운데 있다.
火維地荒足妖怪(화유지황족요괴) : 더운 지역 땅은 거칠어 족히 요사스럽고 괴상한데
天假神柄專其雄(천가신병전기웅) : 하늘은 신비한 권세를 빌려주어 웅장함을 오로지 했다.
噴雲泄霧藏半腹(분운설무장반복) : 구름을 뿜어내고 안개를 흘려 배를 절반만 감추었으니
雖有絶頂誰能窮(수유절정수능궁) : 비록 산꼭대기 있어도 누가 끝까지 오를 수 있으리오.
我來正逢秋雨節(아내정봉추우절) : 내가 오니 마침 가을비 내리는 계절이라
陰氣晦昧無淸風(음기회매무청풍) : 음산한 기운 어둑하여 맑은 바람은 전혀 없었다.
潛心黙禱若有應(잠심묵도야유응) : 차분한 마음으로 말없이 기도하니 감응이 있는 듯하니
豈非正直能感通(개비정직능감통) : 어찌 정직하면 바로 통하지 않겠는가.
須臾靜掃衆峯出(수유정소중봉출) : 잠깐 사이에 조용히 쓸어낸 듯이 여러 산봉우리 나타나
仰見突兀撑靑空(앙견돌올탱청공) : 쳐다보니 우뚝하게 푸른 하늘을 바치고 있다.
紫蓋連延接天柱(자개련연접천주) : 자색 봉우리는 달아 이어져 천주봉에 붙어있고
石廩騰擲堆祝融(석름등척퇴축융) : 석름봉은 우뚝 솟아 던져져 축융봉에 쌓여있다.
森然魄動下馬拜(삼연백동하마배) : 삼엄하게 나의 혼백이 움직여 말에서 내려 절하고
松柏一逕趨靈宮(송백일경추령궁) : 소나무와 잣나무 우거진 길로 영궁으로 달려갔다.
粉牆丹柱動光彩(분장단주동광채) : 분칠한 담장과 붉은 기둥은 광채가 돌고
鬼物圖畫塡靑紅(귀물도화전청홍) : 괴상한 물건들과 그림들을 푸르고 붉고 채워놓았다.
升堦傴僂薦脯酒(승계구루천포주) : 계단에 올라 몸을 굽히고 전어와 술을 바치고
欲以菲薄明其衷(욕이비박명기충) : 보잘것없는 것으로 나의 충정을 밝히려 하였다.
廟令老人識神意(묘령노인식신의) : 사당을 지키는 노인이 산신의 뜻을 알아차리고
睢盱偵伺能鞠躬(휴우정사능국궁) : 눈을 크게 뜨고 살펴서 몸을 굽힐 줄 아는구나.
手持盃珓導我擲(수지배교도아척) : 손에 자개 산통을 잡고서 나를 이끌어 던지게 하고
云此最吉餘難同(운차최길여난동) : 이것이 가장 길하고 다른 것은 이보다 못하다고 한다.
竄逐蠻荒幸不死(찬축만황행부사) : 오랑캐 땅에 쫓겨 왔으니 죽지 않은 것도 다행이요
衣食纔足甘長終(의식재족감장종) : 의복과 식량이 충분해도 길이 죽을 때가지 만족하리라.
侯王將相望久絶(후왕장상망구절) : 제후나 왕, 장군과 제상이 될 희망 오래 전에 끊어지니
神縱欲福難爲功(신종욕복난위공) : 산신령이 나를 복되게 하려해도 공을 이루기 어려우리라.
夜投佛寺上高閣(야투불사상고각) : 밤에 불사에 투숙하여 높은 누각에 올라보니
星月揜映雲膧朧(성월엄영운동롱) : 별과 달이 비침을 가려서 구름이 흐릿하다.
猿鳴鐘動不知曙(원명종동부지서) : 원숭이 울고 종소리 울리는데 날 새는 줄 모르고
杲杲寒日生於東(고고한일생어동) : 환하게 차가운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송구홍남귀(送區弘南歸)-한유(韓愈)
구홍의 남쪽 귀가를 전송하다-한유(韓愈)
穆昔南征軍不歸(목석남정군부귀) : 주나라 목왕이 그 옛날 남으로 원정가 돌아오지 못하고
蟲沙猿鶴伏以飛(충사원학복이비) : 벌레, 모래, 원숭이, 학이 되어 숨거나 날아가 버렸어라.
洶洶洞庭奔翠微(흉흉동정분취미) : 물결 흉흉한 동정호에는 푸른빛 넘실거리고
九疑鑱天荒是非(구의참천황시비) : 구의산은 하늘을 찌르고 목왕의 전설은 시비가 허황하여라.
野有象犀水貝璣(야유상서수패기) : 들판에는 꼬끼리와 물소 있고 물에는 조개와 구슬이 있고
分散百寶人士稀(분산백보인사희) : 백가지 보물이 흩어져 있어도 인재들은 드물었어라.
我遷于南日周圍(아천우남일주위) : 내가 남쪽으로 좌천되어 여러 해가 지났는데
來見者衆莫依稀(내견자중막의희) : 찾아준 사람은 많았으나 나와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
爰有區子熒熒暉(원유구자형형휘) : 여기에 구홍이라는 사람 있었는데 지혜가 빛났는데
觀以彝訓或從違(관이이훈혹종위) : 떳떳한 도리를 가르치면 따르기도 하고 어기기도 했어라.
我念前人譬葑菲(아념전인비봉비) : 생각건대, 앞 사람들은 인재를 순무우와 단무우에 비유하여
落以斧引以纆徽(낙이부인이묵휘) : 도끼로 떨어뜨려 노끈으로 묶어 당겼어라.
雖有不逮驅騑騑(수유부체구비비) : 비록 미치지 못해도 쉬지 않고 달려서
或採于薄漁于磯(혹채우박어우기) : 풀숲에서 캐기도 하고 돌무더기에서 낚시질하기도 하였어라.
服役不辱言不譏(복역부욕언부기) : 봉사함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 말은 나를 비방하지 않고
從我荊州來京畿(종아형주내경기) : 나를 따라 형주로 왔다가 서울로 올라왔어라.
離其母妻絶因依(리기모처절인의) : 그 어머니와 아내를 이별하고 의지할 곳 없었으니
嗟我道不能自肥(차아도부능자비) : 아, 나의 길이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었어라.
子雖勤苦終何希(자수근고종하희) : 그대 비록 부지런히 애써 배우려하나 무엇을 얻으며
王都觀闕雙巍巍(왕도관궐쌍외외) : 왕도의 대궐문은 짝지어 높고도 높아라.
騰蹋衆駿事鞍鞿(등답중준사안기) : 날뛰는 많은 말들 안장을 얹고 재갈을 물리고
佩服上色紫與緋(패복상색자여비) : 푸른 띠와 입은 옷의 색은 자색과 비색이어라.
獨子之節可嗟唏(독자지절가차희) : 오직 그대의 신세만 한탄스러운데
母附書至妻寄衣(모부서지처기의) : 어머니는 편지를 부쳐오고 아내는 옷을 부쳐왔어라.
開書拆衣淚痕晞(개서탁의누흔희) : 편지를 열고 옷을 펴니 눈물 자욱 말라있었고.
雖不敕還情庶幾(수부칙환정서기) : 돌아오라 독촉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바랐으리라.
朝暮盤羞惻庭闈(조모반수측정위) : 아침저녁 밥상에서 어머니는 나를 측은히 여기고
幽房無人感伊威(유방무인감이위) : 깊숙한 안 방에 사람 없어 며느리만 방에서 그리워하리라.
人生此難餘可祈(인생차난여가기) : 인생에서 이러한 어려움 견뎌내기 어려우니
子去矣時若發機(자거의시야발기) : 그대 돌아가라, 시간이란 기계처럼 지나가는 듯하여라.
蜃沈海底氣昇霏(신침해저기승비) : 조개는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으나 기운은 솟아 신기루 되고
彩雉野伏朝扇翬(채치야복조선휘) : 아름다운 꿩은 들에 숨어있으나 깃털은 조정의 부채로 쓰인다.
處子窈窕王所妃(처자요조왕소비) : 처녀가 아름답고 정숙하면 왕의 배필이 되고
苟有令德隱不腓(구유령덕은부비) : 진실로 아름다운 덕이 있다면 숨어 살아도 허물없도다.
況今天子鋪德威(황금천자포덕위) : 하물며 지금의 천자께서 덕과 위세를 보이고 계시니
蔽能者誅薦受禨(폐능자주천수기) : 능력 있는 자를 숨기면 목을 베고 추천한 자는 상을 받는다.
出送撫背我涕揮(출송무배아체휘) : 나아가 송별하며 등을 어루만지며 나는 눈물을 뿌리는데
行行正直愼脂韋(항항정직신지위) : 정직함을 꼭 행하고 기름진 가죽같이 됨을 조심하게나.
業成志樹來頎頎(업성지수내기기) : 학업이 이루어지고 굳세어져 다시 오면
我當爲子言天扉(아당위자언천비) : 나는 마땅히 그대 위해 천자의 대궐문에 들어 추천하리라.
유생(劉生)
-한유(韓愈)
生名師命其姓劉(생명사명기성류) : 이름은 사명이요 성은 유씨라
自少軒輊非常儔(자소헌지비상주) : 어려서부터 평범한 무리 아니었다.
棄家如遺來遠遊(기가여유내원유) : 물건 잃은 듯 집 떠나 멀리가 놀았고
東走梁宋曁揚州(동주량송기양주) : 동쪽으론 양송 지방에 갔다가 양주까지 갔었다
遂凌大江極東陬(수능대강극동추) : 마침내 큰 강을 건너 동쪽 구석까지 가고
洪濤舂天禹穴幽(홍도용천우혈유) : 큰 파도는 하늘까지 찧고 우임금 거처는 그윽했다.
越女一笑三年留(월녀일소삼년류) : 월나라 미녀 한번 미소에 삼 년을 머물었고
南逾橫嶺入炎州(남유횡령입염주) : 남으로는 고개를 가로질러 더운 지방에 들었다.
靑鯨高磨波山浮(청경고마파산부) : 푸른 고래는 높이 닿고 물결은 산에 떠있고
怪魅炫曜堆蛟虬(괴매현요퇴교규) : 괴상한 도깨비 어지러이 날고 교룡과 규롱이 우글거린다.
山㺑讙譟猩猩愁(산㺑환조성성수) : 산 짐승은 소란스레 떠들고 성성이는 구슬피 울어대고
毒氣爍體黃膏流(독기삭체황고류) : 독기는 몸을 녹이고 누른 고혈을 흘러내린다.
問胡不歸良有由(문호부귀량유유) : 어찌 돌아오지 않는가 물으니 진실로 이유가 있어
美酒傾水䏑肥牛(미주경수자비우) : 맛있는 술 물처럼 기울이고 살진 소고기를 구웠다.
妖歌慢舞爛不收(요가만무난부수) : 교성의 노래와 느릿한 춤 무르익어 그치지 않고
倒心廻腸爲靑眸(도심회장위청모) : 마음이 뒤집히고 창자가 뒤틀림은 푸른 눈동자 때문이어라.
千金邀顧不可酬(천금요고부가수) : 천금으로 주고 돌아보게 하려도 살 수가 없어
乃獨遇之盡綢繆(내독우지진주무) : 홀로 그들을 만나 단단히 묶어버렸어라.
瞥然一餉成十秋(별연일향성십추) : 눈 깜박할 사이에 밥 한번 먹을 사이 이미 십년이 지나고
昔鬚未生今白頭(석수미생금백두) : 옛날의 검은 수염 나지도 않고 이제는 백발이 되었구나.
五管徧歷無賢侯(오관편력무현후) : 영남의 다섯 고을 두루 돌아다녀도 어진 수령 하나 없어
廻望萬里濁悶羞(회망만리탁민수) : 만 리 길을 되돌아 보니 집에 돌아가기 부끄러워라.
陽山窮邑惟猿猴(양산궁읍유원후) : 양산의 궁벽한 고을에는 오직 원숭이 뿐
手持釣竿遠相投(수지조간원상투) : 손에 낚싯대 잡고 멀리 서로 던져보았다.
我爲羅列陳前修(아위나렬진전수) : 나는 나열하기 위해 앞 사람들에게 펼쳐놓고
芟蒿斬蓬利鋤耰(삼호참봉리서우) : 다북쑥을 베고 어지러운 쑥을 끊어내고 호미날을 세웠다.
天星廻環數纔周(천성회환삭재주) : 하늘의 별자리도 되돌아 헤아리건데 겨우 한 주기 되어
文學穰穰囷倉稠(문학양양균창조) : 문학은 풍성하게 되고 창고는 빽빽하게 들어차고
車輕御良馬力優(거경어량마력우) : 수레는 가볍고 말부는 바르고 말은 힘이 뛰어나다.
咄哉識路行勿休(돌재식노항물휴) : 어이, 길을 바로 알아 나아가고 쉬지 말고
往取將相酬恩讐(왕취장상수은수) : 돌아가 장군되고 재상도 되어 은혜도 갚고 원수도 갚아라.
차일족가석(此日足可惜)
이날은 정말 아깝구나
- 한유(韓愈)
此日足可惜(차일족가석) : 오늘은 정말 슬퍼라
此酒不足嘗(차주부족상) : 이 술은 맛 볼 수가 없었다.
捨酒去相語(사주거상어) : 술을 놔두고 떠나 얘기 하며
共分一日光(공분일일광) : 하루를 함께 했다.
念昔未知子(념석미지자) : 지난 날을 생각해보느라, 자네는 알지 못했고
孟君自南方(맹군자남방) : 맹군이 남방에서 찾아왔었단다.
自矜有所得(자긍유소득) : 자신이 얻은 것을 자랑하였으니
言子有文章(언자유문장) : 자네가 문장력이 있다고 말하였단다.
我名屬相府(아명속상부) : 나의 명단이 승상부에 속해있어
欲往不得行(욕왕부득항) : 찾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思之不可見(사지부가견) : 그리워도 보지 못해서
百端在中腸(백단재중장) : 온갖 생각 마음 속에 떠올랐다.
維時月魄死(유시월백사) : 때는 달이 지고
冬日朝在房(동일조재방) : 겨울 해가 아침에 방안에 머물었다.
維馳公事退(유치공사퇴) : 공사에 쫓기다가 퇴근하니
聞子適及城(문자적급성) : 자네가 마침 성안에 왔다는 소식 들었다.
命車載之至(명거재지지) : 수레를 보내어 태워오게 하여
引坐於中堂(인좌어중당) : 마루방 안으로 모시어 앉혔다
開懷聽其說(개회청기설) : 회포를 펴고 그 이야기 들어보니
往往副所望(왕왕부소망) : 그때마다 내 마음과 쏙 들었다.
孔丘歿已遠(공구몰이원) : 공자님 세상 떠난지 이미 멀어
仁義路久荒(인의노구황) : 인과 의의 길은 황폐한지 오래다.
紛紛百家起(분분백가기) : 제자백가가 일어나 분분하고
詭怪相披猖(궤괴상피창) : 기괴하여 서로가 어지러워라.
長老守所聞(장노수소문) : 늙은 이들은 견분을 지키기만 하고
後生習爲常(후생습위상) : 후생들은 관례대로 도리로 여는구나.
少知誠難得(소지성난득) : 적은 지식이라도 얻기는 정말 어렵고
純粹古已亡(순수고이망) : 순수함은 옛날에 이미 없어졌다.
譬彼植園木(비피식원목) : 자네는 정원에 심은 나무 같아
有根易爲長(유근이위장) : 뿌리가 나있어 자라기가 쉬우리라.
留之不遣去(류지부견거) : 자네를 잡아두고 떠나지 못하게 하리니
館置城西旁(관치성서방) : 관사는 성 서쪽 근처에 있단다.
歲時未云幾(세시미운기) : 세월 얼마 지나지 않았어도
浩浩觀湖江(호호관호강) : 그대의 학문 넓고넓어 강과 호수를 본 듯 하다.
衆夫指之笑(중부지지소) : 사내들은 그대를 지적하여 비웃고
謂我知不明(위아지부명) : 나의 앎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兒童畏雷電(아동외뇌전) : 아동들은 우뢰소리 두려워하고
魚鼈驚夜光(어별경야광) : 물고기와 자라는 밤 빛에 놀란다.
州家擧進士(주가거진사) : 고을에서 진사를 추천하는데
選試繆所當(선시무소당) : 시험관을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馳辭對我策(치사대아책) : 빠른 글로서 나의 대책에 답을 하니
章句何煒煌(장구하위황) : 문장을 지음은 어찌나 빨랐던가.
相公朝服立(상공조복립) : 동상공은 조복을 입고 서있는데
工席歌鹿鳴(공석가녹명) : 악공들의 자리에서는 녹명곡이 연주된다.
禮終樂亦闋(례종낙역결) : 조회의 예가 끝나고 음악도 그치자
相拜送於庭(상배송어정) : 서로 인사하고 마당에서 자네를 배웅하였다.
之子去須臾(지자거수유) : 자네 떠난 얼마 뒤에
赫赫流盛名(혁혁류성명) : 혁혁하게도 빛나는 명성 날렸었다.
竊喜復竊歎(절희복절탄) : 가만히 기뻐하고 가만히 탄식하니
諒知有所成(량지유소성) : 자네가 성취한 것을 알겠다.
人事安可恆(인사안가긍) : 사람의 일이 어찌 늘 같겠는가
奄忽令我傷(엄홀령아상) : 갑자기 나를 상심하게 하는구나.
聞子高第日(문자고제일) : 자네가 높은 자리에 급제한 날
正從相公喪(정종상공상) : 상공께서 돌아가신 바로 그날이었다.
哀情逢吉語(애정봉길어) : 슬픈 기분에 좋은 소식 만나니
惝怳難爲雙(창황난위쌍) : 놀라운 마음 가누기가 어려웠다.
暮宿偃師西(모숙언사서) : 저녁에 언사현의 서쪽에서 묵으니
徒展轉在牀(도전전재상) : 부질없이 잠자리서 전전반측하였다.
夜聞汴州亂(야문변주난) : 밤새 연주에 난리가 나니
遶壁行徬徨(요벽항방황) : 벽을 돌아다니며 방황하였다.
我時留妻子(아시류처자) : 당시 나는 처자를 남겨두고
倉卒不及將(창졸부급장) : 창졸간에 데려오지 못했단다.
相見不復期(상견부복기) : 서로 만나기를 다시 기약못하고
零落甘所丁(령낙감소정) : 영락하여 떠돌면서 괴로움 당했다.
驕兒本小乳(교아본소유) : 귀여운 딸아이 젖먹이라
念之不能忘(념지부능망) : 생각할수록 잊을 수가 없어라.
忽如在我所(홀여재아소) : 홀연 내 있는 곳에 같이 있는 듯 하고
耳若聞啼聲(이야문제성) : 우는 소리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것같다.
中途安得返(중도안득반) : 중도에서 어찌 되돌아 가겠는가
一日不可更(일일부가경) : 하루도 내 가는 길을 바꿀 수가 없구나.
俄有東來說(아유동내설) : 얼마 후 동쪽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我家免罹殃(아가면리앙) : 우리집은 재앙을 면하였단다.
乘船下汴水(승선하변수) : 식구들은 배를 타고 변수로 내려가
東去趨彭城(동거추팽성) : 동쪽으로 떠나 팽성으로 달려갔단다
從喪朝至洛(종상조지낙) : 상여를 따라 아침에 낙양에 이르러
還走不及停(환주부급정) : 다시 달려가기를 조금도 쉬지 않았다.
假道經盟津(가도경맹진) : 지름길 빌려 맹진을 지나
出入行澗岡(출입항간강) : 들었다 나왔다하며 강언덕을 걸었다.
日西入軍門(일서입군문) : 서산에 지는 해 군문에 드는데
羸馬顚且僵(리마전차강) : 피곤해 파리한 말은 넘어지고 쓰러진다.
主人願少留(주인원소류) : 주인이 조금 더 머물러 가라하며
延入陳壺觴(연입진호상) : 나를 맞아들여서 술병과 잔을 늘어놓았다.
卑賤不敢辭(비천부감사) : 비천한 나로서야 사양도 못하여
忽忽心如狂(홀홀심여광) : 급한 처지라 마음이 미칠 것 같았다.
飮食豈知味(음식개지미) : 먹고 마시는 것, 어찌 맛을 알까
絲竹徒轟轟(사죽도굉굉) : 노래소리는 다만 소음처럼 울린다.
平明脫身去(평명탈신거) : 날이 밝자 몸을 빼어 떠나니
決若驚鳧翔(결야경부상) : 결연함이 마치 놀란 오리 날아오르듯 하였다.
黃昏次汜水(황혼차사수) : 날 저물어 사수에 이르러
欲過無舟航(욕과무주항) : 물 건너 지나려니 떠날 배가 없구나.
號呼久乃至(호호구내지) : 고함쳐 부른지 오래 뒤에야 배가 나타나
夜濟十里黃(야제십리황) : 밤에 십리를 황구쪽으로 건너갔다.
中流上灘潬(중류상탄단) : 중류 쯤에서 여울과 모래섬 오르는데
沙水不可詳(사수부가상) : 모래와 물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驚波暗合沓(경파암합답) : 놀란 물결 어둠 속에서 모여 들끓듯 하고
星宿爭翻芒(성수쟁번망) : 하늘의 별들은 다추어 끄터머리를 번쩍인다.
轅馬蹢躅鳴(원마척촉명) : 수레 끄는 말은 머뭇거리며 울고
左右泣僕童(좌우읍복동) : 좌우에는 사내종들이 눈물을 흘린다.
甲午憩時門(갑오게시문) : 갑오에 시문에서 쉬고 있는데
臨泉窺鬪龍(림천규투룡) : 샘가에 서니 물속 용들이 싸우는 듯하다.
東南出陳許(동남출진허) : 동남쪽으로 진주와 허주를 나오니
陂澤平茫茫(피택평망망) : 보와 못이 평평하고 끝없이 넓었다.
道邊草木花(도변초목화) : 길가의 풀과 나무와 꽃들
紅紫相低昂(홍자상저앙) : 붉은빛 자주빛 서로 어울린다
百里不逢人(백리부봉인) : 백 리 먼 길에 사람은 못만나고
角角雄雉鳴(각각웅치명) : 각각각 암수 꿩들만 울어댄다.
行行二月暮(항항이월모) : 가고 또 가다 이월이 저물어서야
乃及徐南疆(내급서남강) : 겨우 서남 땅 경내에 이르렀다.
下馬步隄岸(하마보제안) : 말에서 내려 제방 언덕을 걸어 올라
上船拜吾兄(상선배오형) : 배에 올라 우리 형님을 뵙게 되었다.
誰云經艱難(수운경간난) : 누군가 말하기를,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百口無夭殤(백구무요상) : 많은 식구들 죽은 이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僕射南陽公(복야남양공) : 복야 남양공께서
宅我睢水陽(댁아휴수양) : 나를 휴수 북쪽에 자리잡게 하였다.
篋中有餘衣(협중유여의) : 상자 속에 옷이 넉넉하고
盎中有餘糧(앙중유여량) : 동이 안에는 식량이 넉넉하다.
閉門讀書史(폐문독서사) : 문 닫고 서책들과 역사를 읽으니
窓戶忽已涼(창호홀이량) : 창문에는 홀연히 바람이 서늘하다.
日念子來遊(일념자내유) : 날마다 자네가 와서 놀기를 바랬는데
子豈知我情(자개지아정) : 자네는 어찌 나의 마음을 알았는가.
別離未爲久(별리미위구) : 우리 이별한지 오래지 않았지만
辛苦多所經(신고다소경) : 겪은 고통이야 참으로 많았어라.
對食每不飽(대식매부포) : 음식을 두고는 항상 배부르지는 않으나
共言無卷聽(공언무권청) : 함께 이야기함에 듣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連延三十日(련연삼십일) : 30 일을 계속하여
晨坐達五更(신좌달오경) : 새벽에 앉으면 오경이 다 되었다.
我友二三子(아우이삼자) : 내 친구 두 세 사람은
宦遊在西京(환유재서경) : 벼슬 살러 서경에 산다.
東野窺禹穴(동야규우혈) : 동야는 우임금 사는 곳 보려 가고
李翶觀濤江(리고관도강) : 이고는 양자강 물살을 보러 갔어라.
蕭條千萬里(소조천만리) : 쓸쓸하게 천만리 떨어져 사니
會合安可逢(회합안가봉) : 함께 모일 날이 어느 때나 될라나.
淮之水舒舒(회지수서서) : 회수는 천천히 흘러가고
楚山直叢叢(초산직총총) : 초산은 곧고 총총하기만 하다.
子又捨我去(자우사아거) : 자네 또한 나를 버리고 떠났으니
我懷焉所窮(아회언소궁) : 나의 회포 끝날 곳은 어디일까.
男兒不再壯(남아부재장) : 사나이 다시 젊어지지 않으니
百歲如風狂(백세여풍광) : 인생 백년도 미친 듯 바람처럼 지나간다.
高爵尙可求(고작상가구) : 높은 벼슬자리라도 구해보게나
無爲守一鄕(무위수일향) : 한 고을만 지키지 말고 말일세.
좌천지람관시질손상(左遷至藍關示姪孫湘)
좌천되어 남관에 이르러 질손 상에게 시를 보이다
- 한유(韓愈)
一封朝奏九重天(일봉조주구중천) : 한 봉서를 아침에 조정에 상주하였다가
夕貶潮州路八千(석폄조주로팔천) : 저녁에는 조주로 좌천되니 길은 팔천 리라네.
欲爲聖明除弊事(욕위성명제폐사) : 성스럽고 황제 위해 나쁜 일 없애려했으니
肯將衰朽惜殘年(긍장쇠후석잔년) : 어찌 늘고 병든 몸으로 남은 목숨 아껴서이냐.
雲橫奏嶺家何在(운횡주령가하재) : 구름은 진령에 걸쳐있는데 우리 집은 어디에 있나
雪擁藍關馬不前(설옹람관마부전) : 눈이 남관을 덮어 말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知汝遠來應有意(지여원래응유의) : 내가 멀리서 왔으니 반드시 뜻이 있으리니
好收吾骨瘴江邊(호수오골장강변) : 내 뼈를 장강 가에 잘 거두어 주게나.
춘설(春雪)
- 한유(韓愈)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 새해 도읍에는 아직 꽃피지 않았는데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 2월초에 놀랍게도 새싹을 보는구나.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 백설은 오히려 봄빛 늦음을 싫어하여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 정원수를 뚫고 올라와 꽃잎을 날리는구나.
조춘(早春)
이른 봄날
- 한유(韓愈)
天街小雨潤如酥(천가소우윤여소) : 도읍의 큰 길에 내린 적은 비가 우유처럼 촉촉하고
草色遙看近却無(초색요간근각무) : 풀빛은 아득히 뵈는데 가까이 가니 도리어 없어진다.
最是一年春好處(최시일년춘호처) : 일년 봄의 좋은 곳은 지금 이곳이 제일이라
絶勝煙柳滿皇都(절승연류만황도) : 뛰어난 경치, 안개 낀 버드나무 장안에 가득하여라.
청용사에서 놀며
原題: 遊靑龍寺贈崔大補闕
- 한유(韓愈)
秋灰初吹季月管(추회초취계월관) : 가을 �G빛 바람 마지막 달려 피리를 부는데
日出卯南暉景短(일출묘남휘경단) : 해는 묘의 남쪽에서 떠고 해빛은 짧기만 하다.
友生招我佛寺行(우생초아불사항) : 친구가 나를 불러 절로 가고있는데
正値萬株紅葉滿(정치만주홍섭만) : 바로 만 그루 나무에 붉은 잎이 가득하구나.
光華閃壁見神鬼(광화섬벽견신귀) : 화려한 빛이 벽에 번쩍이니 귀신을 보는 듯
赫赫炎官張火傘(혁혁염관장화산) : 밝고 밝은 여름의 신이 불빛 양산을 펴는구나.
然雲燒樹火實騈(연운소수화실병) : 구름을 태우고 나무를 태우고 산호도 태우고
金烏下啄赬虬卵(금오하탁정규난) : 해에서 금 까마귀 내려와 붉은 교룡의 알을 쪼는구나.
魂翻眼倒忘處所(혼번안도망처소) : 혼이 뒤집히고 눈이 거꾸로 되어 있는 곳을 잊고있는데
赤氣沖融無間斷(적기충융무간단) : 붉은 기운 무르녹아 조금도 틈이 없구나.
有如流傳上古時(유여류전상고시) : 상고 시대부터 전하는 이야기 있듯이
九輪照燭乾坤旱(구륜조촉건곤한) : 아홉 개의 둥근 것이 비추니 천지가 말라버린다.
二三道士席其間(이삼도사석기간) : 두세 명 도사님이 그 사이에 자리잡으니
靈液屢進玻瓈盌(령액누진파려완) : 신령한 즙액이 여러 차례 유리 주발로 흘러든다.
忽驚顔色變韶稚(홀경안색변소치) : 갑자기 놀란 안색이 출렁이는 벼로 변하니
却信靈仙非怪誕(각신령선비괴탄) : 신령한 신선이 있다는 것이 괴탄한 일 아니구나.
桃源迷路竟茫茫(도원미노경망망) : 복숭아 언덕에서 길을 잃으니 끝내 망망한데
棗下悲歌徒纂纂(조하비가도찬찬) : 대추나무 아래 슬픈 노래에 무리들 모여들었구나.
前年嶺隅鄕思發(전년령우향사발) : 지난 해, 고개 모퉁이에서 고향생각 나더니
躑躅成山開不算(척촉성산개부산) : 진달래꽃 산을 이루어 피어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하겠다.
去歲羇帆湘水明(거세기범상수명) : 지난 해, 돛단배 타니 상수는 밝았는데
霜楓千里隨歸伴(상풍천리수귀반) : 서리 맞은 단풍나무 천리를 따라 벗하여 돌아왔구나.
猿呼鼯嘯鷓鴣啼(원호오소자고제) : 원숭이는 다람쥐 불러 휘파람 불어대고 자고새 우는데
惻耳酸腸難濯澣(측이산장난탁한) : 측은한 귀, 아픈 마음 씻어내기 어려운데
思君攜手安能得(사군휴수안능득) : 그대 생각하노니, 언제 만나서 손이라도 잡아 볼까.
제장십일려사삼영1(題張十一旅舍三詠1)
장씨네 여사에서 읊은 시 세 편
- 한유(韓愈)
榴花 : 석류꽃에 대하여
五月榴花照眼明(오월류화조안명) : 오월 석류꽃 밝게 눈을 비춘다
枝間時見子初成(지간시견자초성) : 가지 사이로 때로 익은 열매 비로소 보인다.
可憐此地無車馬(가련차지무거마) : 가련하다, 이곳에 지나는 수레 하나 없어
顚倒靑苔落絳英(전도청태낙강영) : 푸른 이끼에 거꾸러져니 붉은 꽃잎 떨어진다.
2
제장십일려사삼영2(題張十一旅舍三詠2)-한유(韓愈)
장씨네 여사에서 읊은 시 세 편-한유(韓愈)
井: 우물에 대하여
賈誼宅中今始見(가의댁중금시견) : 가의의 집 안에서 이제 처음 보았으나
葛洪山下昔曾窺(갈홍산하석증규) : 갈홍 노인의 산 아래에서는 예전에 이미 보았었다.
寒泉百尺空看影(한천백척공간영) : 찬 우물은 백 자나 깊은데 공연히 그림자만 보나니
正是行人渴死時(정시항인갈사시) : 이 때가 바로 길 가는 사람들 목 말라 죽을 때로구나.
천사(薦士)
선비를 천거하며
- 한유(韓愈)
周詩三百篇(주시삼백편) : 주나라의 시 삼백 편
雅麗理訓誥(아려리훈고) : 바르고 아름다워 서경의 교훈과 통합니다.
曾經聖人手(증경성인수) : 일찍이 성현의 손을 거쳐서
議論安敢到(의논안감도) : 의론이 감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五言出漢時(오언출한시) : 오언시는 한나라 시에서 나왔으니
蘇李首更號(소리수경호) : 소무와 이릉이 먼저 명칭을 바꾸어 불렀습니다.
東都漸瀰漫(동도점미만) : 동한 시대에 점차 더욱 만연하여
派別百川導(파별백천도) : 유파가 백 줄기 냇물처럼 갈라져 이끌렸습니다.
建安能者七(건안능자칠) : 건안 시기에는 오언시에 능숙한 사람이 일곱이었는데
卓犖變風操(탁락변풍조) : 우뚝하여 오언시의 풍격과 가락을 바꾸었습니다.
逶迤抵晉宋(위이저진송) :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
氣象日凋耗(기상일조모) : 기상이 날마다 시들고 적었습니다.
中間數鮑謝(중간삭포사) : 그 중간에 포조와 사운령을 헤아릴 수 있고
比近最淸奧(비근최청오) : 가까운 시대에 비교하면 가장 청신하고 깊었습니다.
齊梁及陳隋(제량급진수) : 제나라와 양나라 그리고 수나라 시대에는
衆作等蟬噪(중작등선조) : 여러 작품들이 매미 우는 소리 같았습니다.
搜春摘花卉(수춘적화훼) : 봄을 찾고 꽃들을 따는 것과 같아서
沿襲傷剽盜(연습상표도) : 그대로 급습하듯 빼앗고 훔쳐서 마음이 아픕니다.
國朝盛文章(국조성문장) : 국조인 당나라 시대에는 문장이 왕성하여
子昂始高蹈(자앙시고도) : 진자앙이 비로소 높은 수준을 밟았습니다.
勃興得李杜(발흥득리두) : 문장이 발흥하여 이백과 두보를 얻었는데
萬類困陵暴(만류곤능포) : 수많은 시인들이 그들에게 크게 무시당하였습다.
後來相繼生(후내상계생) : 뒤에 잇달아 일어난 시인들은
亦各臻閫奧(역각진곤오) : 또한 모두가 문지방이나 내실의 경지에 머물렀습다.
有窮者孟郊(유궁자맹교) : 궁벽한 사람으로 이맹교가 있었는데
受材實雄驁(수재실웅오) : 타고난 재주가 시로 웅비하는 천리마 같았습니다.
冥觀洞古今(명관동고금) : 고금을 깊이 관찰하고 꿰뚫어서
象外逐幽好(상외축유호) : 물상 밖에서 유현하고 고상한 것을 추구하였습니다.
橫空盤硬語(횡공반경어) : 허공을 가로질러 딱딱하고 낯선 말을 얽어
妥帖力排奡(타첩력배오) : 평온하고 거침이 없어 힘이 오를 밀어젖혔습니다.
敷柔肆紆餘(부유사우여) : 부드러운 정서를 표현함에는 완곡함을 다부리고
奮猛卷海潦(분맹권해료) : 맹렬한 정서를 표현함에는 바다의 물을 걷어 올립니다.
榮華肖天秀(영화초천수) : 만발한 꽃 같은 화려한 문채는 천연의 뛰어남을 닮고
捷疾逾響報(첩질유향보) : 민첩한 구성은 음향의 되울림을 뛰어넘었습니다.
行身踐規矩(항신천규구) : 몸가짐은 사람의 법도를 실천하고
甘辱恥媚竈(감욕치미조) : 욕됨 달갑게 받고 권귀에 아첨함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孟軻分邪正(맹가분사정) : 맹가는 사람의 사악하고 바름을 분간하여
眸子看瞭眊(모자간료모) : 눈동자에서 사람 마음의 맑음과 흐림을 보았습니다.
杳然粹而淸(묘연수이청) : 인품이 그윽하게 순수하고 맑아서
可以鎭浮躁(가이진부조) : 부박하고 조급한 것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酸寒溧陽尉(산한률양위) : 고생스럽고 가난한 율양현의 현위에 있을 때
五十幾何耄(오십기하모) : 이미 오십 몇 살의 늙은이었습니다.
孜孜營甘旨(자자영감지) : 부지런히 수고하여 좋은 음식 마련하여
辛苦久所冒(신고구소모) : 온갖 고생함을 오래도록 감내하였습니다.
俗流知者誰(속류지자수) : 속인들 중에서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누구였으며
指注競嘲慠(지주경조오) : 손가락질하고 눈 흘기며 다투어 조소하고 무시하였습니다.
聖皇索遺逸(성황색유일) : 성스러운 황제께서 버려진 인재 찾으니
髦士日登造(모사일등조) : 준걸스러운 선비들이 날마다 등용되어 나갔습니다.
廟堂有賢相(묘당유현상) : 묘당에는 어진 제상들이 있어
愛遇均覆燾(애우균복도) : 사랑하고 예우하여 균등하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況承歸與張(황승귀여장) : 하물며 귀숭경과 장건봉의 보살핌을 받아
二公迭嗟悼(이공질차도) : 두 대신이 연달아 애석하게 여기고 동정하였음에야.
靑冥送吹噓(청명송취허) : 푸른 하늘이 바람을 불어주듯 대신이 추어준다면
强箭射魯縞(강전사노호) : 굳센 화살이 노나라 땅을 쏘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胡爲久無成(호위구무성) : 어찌 오랫동안 아무런 성공도 없이
使以歸期告(사이귀기고) : 집으로 돌아갈 시기를 나에게 알리도록 했습니까.
霜風破佳菊(상풍파가국) : 서리와 바람이 가을 국화를 시들게 하고
嘉節迫吹帽(가절박취모) : 아름다운 절기에 바람이 모자를 불어 벗깁니다.
念將決焉去(념장결언거) : 그대가 결연히 떠나가려는 것을 생각하니
感物增戀嫪(감물증련로) : 외물에 느끼어 이별의 아쉬움을 더욱 더합니다.
彼微水中荇(피미수중행) : 저 미물인 물속의 어리연꽃도
尙煩左右芼(상번좌우모) : 오히려 번거롭게 좌우에서 가려서 땁니다.
魯侯國至小(노후국지소) : 노나라 제후는 나라가 지극히 적어도
廟鼎猶納郜(묘정유납고) : 묘당의 솥은 오히려 고나라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幸當擇珉玉(행당택민옥) : 마땅히 옥돌과 옥을 분간해야 하거늘
寧有棄珪瑁(녕유기규모) : 어찌 홀과 옥홀 같은 보옥을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까.
悠悠我之思(유유아지사) : 아득하여라, 나의 심사여
擾擾風中纛(요요풍중독) : 바람 속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上言愧無路(상언괴무노) : 황제께 진언하려해도 길이 없음이 부끄러워
日夜惟心禱(일야유심도) : 밤낮으로 오직 마음으로 기도만 하였습니다.
鶴翎不天生(학령부천생) : 학의 날개는 태어나면서 생긴 것이 아니고
變化在啄菢(변화재탁포) : 변화는 어미 학이 쪼아 부화시켜줌에 있는 것입니다.
通波非難圖(통파비난도) : 먼 바다로 통함은 도모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尺地易可漕(척지역가조) : 한 자 작은 땅만 옮길 수 있다면 쉬운 것입니다.
善善不汲汲(선선부급급) : 인재를 잘 대접함은 등용을 서두르지 않으면
後時徒悔懊(후시도회오) : 지나간 뒤에는 헛되이 후회하고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救死具八珍(구사구팔진) : 죽어가는 사람을 구함에 팔진미를 갖춤은
不如一簞犒(부여일단호) : 한 소쿠리의 음식물 보다 못합니다.
微詩公勿誚(미시공물초) : 하찮은 시이지만 공께서는 책망하지 마실지니
愷悌神所勞(개제신소노) : 화락하고 친근하심은 신이 수고한 바인 것입니다.
과홍구(過鴻溝)-한유(韓愈)
홍구를 지나며-한유(韓愈)
龍疲虎困割川原(용피호곤할천원) : 용 지치고 범은 피곤하여 강언덕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성명존) : 천하의 온 백성들이 목숨이 보존되었구나
誰勸君王回馬首(수권군왕회마수) : 누가 군왕에게 말머리 돌리도록 권하여
眞成一擲賭乾坤(진성일척도건곤) : 진실로 건곤일척의 성패를 겨루게 했던가
추회시(秋懷詩)-한유(韓愈)
가을에 쓰는 시-한유(韓愈)
秋夜不可晨(추야불가신) : 가을 밤은 날 새기가 어렵고
秋日苦易暗(추일고역암) : 가을 해는 쉽게 어두워지는 것이 괴롭구나
我無汲汲志(아무급급지) : 내게는 급한 마음 없거니
何以有此憾(하이유차감) :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 섭섭한 마음이 있으리오
취류동야(醉留東野)-한유(韓愈)
취하여 동야를 머물게 하다-한유(韓愈)
昔年因讀李白杜甫詩(석년인독이백두보시) : 지난 날 이백과 두보의 시를 읽고
長恨二人不相從(장한이인불상종) : 두 사람이 서로 사귀지 못한 것이 한서러웠다
吾與東野生竝世(오여동야생병세) : 나와 동야는 같은 세상 살면서
如何復囁二子蹤(여하부섭이자종) : 어찌하여 다시 이백과 두보 두 사람의 자취를 말해야 하나
東野不得官(동야부득관) : 동야는 벼슬도 하지 못하고
白首誇龍種(백수과용종) : 백수가 되어 늙었음을 자랑하는구나
韓子稍姦黠(한자초간힐) : 한유는 조금 약지만
自慙靑藁倚長松(자참청고의장송) : 푸른 쑥이 높은 소나무에 기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
低頭拜東野(저두배동야) : 머리 숙여 동야에게 절을 하며
願得終始如駏蛩(원득종시여거공) : 원컨대, 시종일관 거허와 공공 같이 서로 친하게 되었으면하노라
東野不廻頭(동야불회두) : 동야가 돌아보지 않으니
有如寸莛撞鉅鐘(유여촌정당거종) : 마치 한 치의 풀 줄기로 큰 종을 치는 것 같구나
吾願身爲雲(오원신위운) : 나는 원하노라, 내 몸이 구름이 되고
東野變爲龍(동야변위룡) : 동야가 변해서 용이 되기를
四方上下逐東野(사방상하축동야) : 사방천지로 동야를 쫓아다녀
雖有別離無由逢(수유별리무유봉) : 이별이 있었어도 우리는 만날 길이 없구나
청영사탄금(聽潁師彈琴)-한유(韓愈)
영사스님의 거문과 연주를 들으며-한유(韓愈)
昵昵兒女語(닐닐아녀어) : 재잘거리는 아이의 말소리인 듯
恩怨相爾汝(은원상이여) : 은혜와 원한이 당신을 보는 듯도 합니다
劃然戀軒昻(획연련헌앙) : 확연히 그리움이 치솟고
勇士赴敵場(용사부적장) : 용사처럼 적진으로 뛰쳐 나가는 듯도 합니다
浮雲柳絮無根蔕(부운유서무근체) : 구름처럼 버들솜처럼 뿌리가 없고
天地闊遠隨飛揚(천지활원수비양) : 천지는 넓고 아득하여 따라 날아오릅니다
喧啾百鳥群(훤추백조군) : 온갖 새들 어울러 지저귀는 듯
忽見孤鳳凰(홀현고봉황) : 외로운 봉황새가 갑자기 나타난 듯도 합니다
躋攀分寸不可上(제반분촌불가상) : 한 치 한 푼도 오르지 못하고
失勢一落千丈强(실세일락천장강) : 힘 잃고 한 번에 천 장이나 떨어지기도 합니다
嗟余有兩耳(차여유양이) : 탄식하노니, 나는 귀만 두 개 있을 뿐
未省聽絲篁(미성청사황) : 거문고 소리, 피리 소리 아직 듣지도 못했습니다
自聞潁師彈(자문영사탄) : 영사 스님의 거문고 타는 소리 듣고
起坐在一旁(기좌재일방) : 한 구석에 있으면서 저절로 일어서 기도 하고 앉기도 합니다
推手遽止之(추수거지지) : 손을 들어 연주를 그치게 하였지만
濕衣淚滂滂(습의루방방) : 옷을 적시며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潁乎爾誠能(영호이성능) : 영사 스님이여, 정말로 스님이 연주하셨습니까
無以氷炭置我腸(무이빙탄치아장) : 제발 내 간장에 얹어 놓은 얼음과 숯불을 없애주십시오
조춘정수부장십팔원외(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한유(韓愈)
이른 봄 수부 장 원외랑에게 드리다-한유(韓愈)
天街小雨潤如酥(천가소우윤여소) : 서울 거리에 내리는 비는 하얀 젖빛
春色遙看近却無(춘색요간근각무) : 멀리 파릇한 풀빛, 다가서면 사라진다
最是一年春好處(최시일년춘호처) : 이곳은 일 년 봄의 가장 좋은 곳
絶勝烟柳滿皇都(절승연류만황도) : 빼어난 안개 낀 버들풍광 서울 거리에 가득하다
차동관선기장십이각노사군(次潼關先寄張十二閣老使君)-한유(韓愈)
동관에서 먼저 노각 장자군에게 부친 것을 차운하다-한유(韓愈)
荊山已去華山來(형산이거화산래) : 형산을 떠나 화산으로 오니
日照潼關四扇開(일조동관사선개) : 태양은 동관을 비추고 사방이 열렸구나
刺史莫辭迎候遠(자사막사영후원) : 자사는 멀리서 맞는 일 사양치 말라
相公親破蔡州廻(상공친파채주회) : 상공이 친히 채주를 격파하고 돌아오신다
유항(柳巷)-한유(韓愈)
버드나무 골목길-한유(韓愈)
柳巷還飛絮(유항환비서) : 버들 골목에 다시 버들솜 나는데
春餘幾許時(춘여기허시) : 봄날의 남은 날이 얼마나 되겠느냐
吏人休報事(이인휴보사) : 관리들은 일을 올리지 말아라
公作送春詩(공작송춘시) : 어른은 지금 봄을 보내는 송춘시를 짓노라
단경가(短檠歌)-한유(韓愈)
짧은 등잔대를 노래하다-한유(韓愈)
長檠八尺空自長(장경팔척공자장) : 여덟 자 길이 긴 등잔대는 공연히 길기만 하지만
短檠二尺便且光(단경이척편차광) : 두 자 길이 짧은 등잔대는 편하고도 밝기만 하구나
黃簾綠幕朱戶閉(황렴녹막주호폐) : 노란 발과 붉은 장막 쳐진 붉은 문은 닫혀 있는데
風露氣入秋堂凉(풍로기입추당량) : 바람과 이슬 기운 들어 방 안은 차갑구나
裁衣寄遠淚眼暗(재의기원누안암) : 옷 마름질 하여 멀리 보내려니 눈물이 눈을 가리고
搔頭頻挑移近床(소두빈도이근상) : 머리 긁으며 자주 호롱불 심지 돋우며 가까운 상으로 옮아간다
太學儒生東魯客(태학유생동로객) : 태학의 유생들 동쪽 노나라 나그네
二十辭家來射策(이십사가래사책) : 스무 살에 집 떠나 과거보러 왔다네
夜書細字綴語言(야서세자철어언) : 밤이면 작은 글자 쓰면서 글을 짓다가
兩目眵昏頭雪白(양목치혼두설백) : 두 눈은 눈꼽 끼어 어둡고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네
此時提挈當案前(차시제설당안전) : 이 시간에도 책들고 책상 앞에 앉아
看書到曉那能眠(간서도효나능면) : 책보다가 새벽 되니 어찌 잠 잘 수 있으리오
一朝富貴還自恣(일조부귀환자자) : 하루 아침에 부귀 누리면 도리어 자만해져
長檠高張照珠翠(장경고장조주취) : 높은 등잔대 높이 올려 구슬 장식한 여자를 비춘다네
吁嗟世事無不然(우차세사무불연) : 아아, 세상일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墻角君看短檠棄(장각군간단경기) : 담장 모퉁이에서 그대는 짧은 등잔대가 버려진 것을 보고 있다
기노동(寄盧仝)-한유(韓愈)
노동 선생에게-한유(韓愈)
玉川先生洛城裏(옥천선생낙성리) : 낙양성 안 옥천 선생은
破屋數間而已矣(파옥수간이이의) : 부서진 집 몇 간이 있을 뿐이다
一奴長鬚不裹頭(일노장수불과두) : 하나 있는 종도 수염이 길고 머리도 싸지 못하고
一婢赤脚老無齒(일비적각노무치) : 하나 있는 하녀는 맨발에 늙어서 이가 하나도 없다
辛勤奉養十餘人(신근봉양십여인) : 어렵게 노력하여 십여 인을 봉양하여
上有慈親下妻子(상유자친하처자) : 위로 자애로운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 처자가 있다
先生結髮憎俗徒(선생결발증속도) : 선생은 머리를 묶어 어른이 되자 속된 자들을 미워하고
閉門不出動一紀(폐문불출동일기) : 문 닫고 나가지 않은 지가 어느덧 십이 년이 되었다
至今隣僧乞米送(지금인승걸미송) : 지금까지 이웃 스님이 쌀을 빌어 보내주었는데
僕忝縣尹能不恥(복첨현윤능불치) : 나는 욕되게도 현윤의 자리만 찾이하여 부끄럽기만 하다
俸錢供給公私餘(봉전공급공사여) : 봉급을 공사에 쓰고 남겨
時致薄少助祭祀(시치박소조제사) : 때때로 조금 보내어 제사를 돕고 있다
勸參留守謁大尹(권참유수알대윤) : 유수를 찾고 대윤을 만나보라고 권하니
言語纔及輒掩耳(언어재급첩엄이) : 말을 듣자 바로 귀를 막았다
水北山人得名聲(수북산인득명성) : 낙수 북쪽의 산사람이 명성을 얻고 있었는데
去年去作幕下士(거년거작막하사) : 지난 해에는 장군 막하의 벼슬아치가 되었고
水南山人又繼往(수남산인우계왕) : 낙수 남산인도 그를 따라갔다
鞍馬僕從塞閭里(안마복종색여리) : 타고 가는 말과 하인들이 마을길이 막히었다
少室山人索價高(소실산인색가고) : 소실산의 산사람은 높은 값을 요구해
兩以諫官徵不起(양이간관징불기) : 두 번을 간관으로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
彼皆刺口論世事(피개자구논세사) : 그들은 모두 풍자하여 세상 일을 논했지만
有力未免遭驅使(유력미면조구사) : 능력이 있어 부림을 당함을 면하지 못하였다
先生事業不可量(선생사업불가량) : 선생의 하시는 일들은 가히 헤아릴 수 없으니
惟用法律自繩己(유용법률자승기) : 오직 법도를 따라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신다
春秋三傳束高閣(춘추삼전속고각) : 춘추 삼전은 다 보아서 고각에 묶어두고
獨抱遺經究終始(독포유경구종시) : 홀로 경서를 품에 안고 처음부터 끝가지 연구하신다
往年弄筆嘲同異(왕년농필조동이) : 왕년에는 붓을 놀려 이름이 같음과 다름으로 조소하고
怪辭驚衆謗不已(괴사경중방불이) : 괴상한 말로 사람을 놀라게 하여 비방이 그치지 않았다
近來自說尋坦途(근래자설심탄도) : 근래에 평탄한 길 찾는다고 스스로 말하나
猶上虛空跨騄耳(유상허공과록이) : 하늘을 녹이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것과 같다네
去歲生兒名添丁(거세생아명첨정) : 지난 해 아들을 낳아 첨정이라 이름지었는데
意令與國充耘耔(의령여국충운자) : 그를 나라에 농사군으로 주려는 뜻이라네
國家丁口連四海(국가정구연사해) : 나라의 장정들이 사해에 가득하니
豈無農夫親耒耜(기무농부친뢰사) : 어찌 친히 농사지을 농부가 없을손가
先生抱才終大用(선생포재종대용) : 선생은 재능을 가졌으니 크게 쓰일 것이니
宰相未許終不仕(재상미허종불사) : 재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끝내 벼슬하지 않으리라
假如不在陳力列(가여부재진역렬) : 나라 위해 힘을 다하는 자리에 있지 않지만
立言垂範亦足恃(입언수범역족시) : 말을 함에 모범을 보이시어 믿을 수 있도다
苗裔當蒙十世宥(묘예당몽십세유) : 죄를 진 후손들도 그 용서를 십세 후예까지 받을 것이니
豈謂貽厥無基址(기위이궐무기지) : 어찌 그들에게 터전을 끼치지 않았다 말하리오
潔身亂倫安足擬(결신난륜안족의) : 자기 깨끗이 하기 위해 인륜 어지럽히는 무리와 어찌 견주리오
昨夜長鬚來下狀(작야장수래하장) : 선생께서 어젯밤 수염 긴 하인 시켜 편지 가져왔는데
隔墻惡少惡難似(격장악소악난사) : 담 건너 악동의 악행은 흉내낼 수도 없다고 한다
每騎屋山下窺瞰(매기옥산하규감) : 언제나 지붕마루 타고 앉아 아래로 내려다 보니
渾舍驚怕走折趾(혼사경파주절지) : 온 집안이 놀라고 두려워 급히 달리다 발목을 삐게한다
憑依婚媾欺官吏(빙의혼구기관리) : 인척관계를 빙자하여 관리들을 속여
不信令行能禁止(불신영행능금지) : 법을 집행해서 행동을 막을 수 있으리라 믿지도 않는다
先生受屈未曾語(선생수굴미증어) : 선생이 굴욕을 당하면서도 말하지 않다가
忽此來告良有以(홀차래고양유이) : 갑자기 이렇게 와서 고함은 진실로 까닭이 있으리라
嗟我身爲赤縣尹(차아신위적현윤) : 아, 내가 적현윤이 되어서
操權不用欲何俟(조권불용욕하사) : 관권을 가지고 집행하지 않는다니 무엇을 기다리는가
立召賊曹呼五百(입소적조호오백) : 바로 적조를 부르고 오백을 불러서
盡取鼠輩尸諸市(진취서배시제시) : 쥐새끼 같은 무리들 모두 잡아 저자에 효수했다
先生又遣長鬚來(선생우견장수래) : 선생께서 다시 긴 하인을 보내왔는데
如此處置非所喜(여차처치비소희) : 이러한 처분은 선생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하셨다
況又時當長養節(황우시당장양절) : 하물며 또 절후가 만물이 자라나는 봄철이니
都邑未可猛政理(도읍미가맹정리) : 고을을 사나운 행정으로 다스리면 안된다고 하신다
先生固是余所畏(선생고시여소외) : 선생이 진실로 이러하시나 내가 선생을 두려워하니
度量不敢窮涯涘(도량불감궁애사) : 선생의 도량은 감히 바다보다 넓도다
放縱是誰之過與(방종시수지과여) : 멋대로 처형한 것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效尤戮僕愧前史(효우륙복괴전사) : 잘못을 본받아 그들을 죽였으니 옛날의 사관에 부끄럽다
買羊沽酒謝不敏(매양고주사불민) : 양 사고 술 사서 불민함을 사과하려는데
偶逢明月耀桃李(우봉명월요도리) : 우연히 밝은 달을 만나니 복숭아와 오얏나무를 비춘다
先生有意許降臨(선생유의허강림) : 선생께서 왕림을 허락하실 뜻이 있으시면
更遣長鬚致雙鯉(갱견장수치쌍리) : 다시 긴 수염 하인을 시켜 편지를 보내어 주십시오
도원도(桃園圖)-한유(韓愈)
도원을 그린 그림-한유(韓愈)
神仙有無何渺渺(신선유무하묘묘) : 신선이 있는지 없는지 어찌나 막막한지
桃園之說誠荒唐(도원지설성황당) : 도원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구나
流水盤回山百轉(유수반회산백전) : 흐르는 물 굽어도니 산은 백굽이니
生綃數幅垂中堂(생초수폭수중당) : 마루에 걸어둔 비단에 그린 그림 몇 편이다
武陵太守好事者(무릉태수호사자) : 무릉태수는 호사가라
題封遠寄南宮下(제봉원기남궁하) : 제목을 써서 멀리 남궁 아래로 부쳐왔도다
南宮先生忻得之(남궁선생흔득지) : 남궁의 선생은 흔쾌히 받고
波濤入筆驅文辭(파도입필구문사) : 물결이 붓에 오른 듯 글을 쓴다
文工畵妙各臻極(문공화묘각진극) : 글도 좋고 그림도 묘하여 지극한 경지라
畢境恍惚移於斯(필경황홀이어사) : 딴 세상이 황홀하게 이곳으로 옮겨왔구나
架巖鑿谷開宮室(가암착곡개궁실) : 바위에 나무 걸치고 골짜기를 파서 궁실을 지어
接屋連墻千萬日(접옥연장천만일) : 지붕과 담을 잇대고 수만 날을 지내왔다
贏顚劉蹶了不聞(영전유궐요불문) : 진나라 영씨와 한나라 유씨가 망한 것 알지 못하고
地坼天分非所恤(지탁천분비소휼) : 땅과 하늘이 갈라지고 나뉘는 전쟁은 걱정거리 아니다
種桃處處惟開花(종도처처유개화) : 곳곳에 복숭아 심어 오직 꽃이 한창이니
川原遠近蒸紅霞(천원원근증홍하) : 멀고 가까운 내와 언덕이 붉은 노을에 찐듯하다
初來猶自念邑色(초래유자념읍색) : 처음와서는 저절로 고향 생각 했으나
歲久此地還成家(세구차지환성가) : 세월이 오래되니 이곳이 도리어 집이 되었다네
漁舟之子來何所(어주지자래하소) : 고깃배의 어부님들 어디서 왔소
物色相猜更問語(물색상시갱문어) : 물색이 의심스러워 다시 물어 말한다
大蛇中斷喪前王(대사중단상전왕) : 꿈에 큰 뱀이 끊어져 전 왕조가 망하고
群馬南渡開新主(군마남도개신주) : 여러 사마씨가 남쪽으로 건너 새 왕조를 열었다네
聽終辭絶共悽然(청종사절공처연) : 끝까지 듣고 말이 끝나자 모두가 슬퍼하며
自說經今六百年(자설경금육백년) : 지금까지 육백 년을 여기서 살았다고 말했다
當時萬事皆眼見(당시만사개안견) : 당시의 모든 일은 다 눈으로 보았으나
不知幾許猶流傳(부지기허유유전) : 몇 가지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지는 모르겠도다
爭持牛酒來相饋(쟁지우주래상궤) : 다투어 쇠고기와 술을 가져와 대접는데
禮數不同樽俎異(예수부동준조이) : 예법도 같지 않고 술상과 상차림이 같지 않았다
月明伴宿玉堂空(월명반숙옥당공) : 달은 밝고 그들과 함께 잠을 자니 옥당은 허전하여
骨冷魂淸無夢寐(골냉혼청무몽매) : 뼈는 시리고 정신은 맑아 꿈도 잠도 오지 않았다
夜半金鷄啁哳鳴(야반금계조찰명) : 밤 깊어 금빛 닭이 꼬끼요 우니
火輪飛出客心驚(화륜비출객심경) : 불 바퀴 같은 해가 솟아 나그네는 마음속으로 놀랐다
人間有累不可住(인간유루불가주) : 인간 세상에 인연이 있어 그곳에 머무를 수 없어
依然別離難爲情(의연별리난위정) : 의연히 떠나려하니 정 때문에 떠나기 어려워라
船開棹進一回顧(선개도진일회고) : 배를 뛰워 노 저으며 한 번 뒤돌아보니
萬里蒼茫煙水暮(만리창망연수모) : 창망히 만리 먼 곳은 안개 낀 물 속에 저물어간다
世俗寧知僞與眞(세속영지위여진) : 세상에서 사실인지 거짓인지 어찌 알리오
至今傳者武陵人(지금전자무릉인) : 지금까지 이 일을 전한 자는 무릉 사람 뿐이라네
치대전(雉帶箭)-한유(韓愈)
꿩이 화살 맞았다-한유(韓愈)
原頭火燒淨兀兀(원두화소정올올) : 들판 언덕에 불붙어 다 타고 언덕만 우뚝한데
野雉畏鷹出復沒(야치외응출부몰) : 들꿩은 매가 두려워 나왔다가 다시 숨는구나
將軍欲以巧伏人(장군욕이교복인) : 장군은 기묘한 솜씨로 사람들을 감복시키고
盤馬彎弓惜不發(반마만궁석불발) : 말을 돌리고 활을 당겼으니 쏘지 못해 아쉬워하네
地形漸窄觀子多(지형점착관자다) : 지형은 점점 좁아지고 사람은 많아져
雉驚弓滿勁箭加(치경궁만경전가) : 꿩이 놀라 날아오르니 활을 당기니 화살이 꽂힌다
衝人決起百餘尺(충인결기백여척) : 사람에 부딪혀 백여 척이나 솟더니
紅翎白鏃相傾斜(홍령백족상경사) : 붉은 깃에 흰 화살 촉과 동시에 기울어진다
將軍仰笑軍吏賀(장군앙소군리하) : 장군이 쳐다보며 웃고 부하들은 웃으니
五色離披馬前墜(오색리피마전추) : 오색 깃털이 흩어지며 말 앞에 떨어지는구나
문이화발증유사령(聞梨花發贈劉師令)-한유(韓愈)
빼꽃이 피었다는 말을 듣고 유사령에게-한유(韓愈)
桃溪惆愴不能過(도계추창불능과) : 도계가 애처로워 건널 수가 없다네
紅艶紛紛落地多(홍염분분낙지다) : 붉은 단풍 어지러이 땅에 떨어져 수북히도 쌓였지
聞道郭西千樹雪(문도곽서천수설) : 듣자니, 성 서편에는 천 그루 나무마다 눈꽃이 피었다지
欲將君去醉如何(욕장군거취여하) : 그대와 가서 취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 어떠한가
석고가(石鼓歌)-한유(韓愈)
석고가-한유(韓愈)
張生手持石鼓文(장생수지석고문) : 장생이 손수 석고문을 들고와
勸我識作石鼓歌(권아식작석고가) : 나에게 권하기를 한번 석고가를 지어보라고 알리네
少陵無人謫仙死(소릉무인적선사) : 소릉에는 사람 없고 적선마저 죽었으니
才薄將奈石鼓何(재박장내석고하) : 나의 엷은 재주로 석고문을 어찌 할까
周綱淩遲四海沸(주강릉지사해비) : 주나라 법 무너지고 사해가 들끓을 때
宣王憤起揮天戈(선왕분기휘천과) : 선왕이 분기하여 하늘 창을 휘둘렀네
大開明堂受朝賀(대개명당수조하) : 크게 명당을 열고 조회를 받으니
諸侯劍佩鳴相磨(제후검패명상마) : 제후들 모여들어 찬 칼과 구슬 부딪쳐 소리났네
蒐于岐陽騁雄俊(수우기양빙웅준) : 기양에 사냥나가 씩씩하고 웅장하게 달리니
萬里禽獸皆遮羅(만리금수개차라) : 만리의 새와 짐승들 모두 몰이에 들어 그물에 잡혔네
鐫功勒成告萬世(전공륵성고만세) : 공을 새기고 성과를 새겨 만세에 고하려고
鑿石作鼓隳嵯峨(착석작고휴차아) : 돌을 파내어 북을 만드니 우뚝한 산이 무너지네
從臣才藝咸第一(종신재예함제일) : 따르는 신하 재주와 기술 다 나라안에 제일이라
揀選撰刻留山阿(간선찬각류산아) : 가려뽑아 글짓고 돌에 새기니 산구석에 남아있구나
雨淋日炙野火燎(우림일자야화료) : 비 맞고 볕빛 받으며 들불에 타도
鬼物守護煩撝呵(귀물수호번휘가) : 귀신이 수호하고 자주 손가락짓하며 꾸짖었다네
公從何處得紙本(공종하처득지본) : 그대는 어지서 이 탁본을 얻어 왔는가
毫髮盡備無差訛(호발진비무차와) : 털끝만치 모두다 갖추고 조금도 어김없구나
辭嚴義密讀難曉(사엄의밀독난효) : 말은 엄중하고 뜻은 자세하여 읽어도 알기 어려워
字體不類隸與蝌(자체불류례여과) : 글자체로서도 예서와 과서도 아니도다
年深豈免有缺畫(년심기면유결화) : 연대가 오래되니 어이 결획이 없겠는가마는
快劍砍斷生蛟鼉(쾌검감단생교타) : 날랜 칼로 쪼개고 끊으니 교료와 악어가 살아있는 듯
鸞翔鳳翥眾仙下(란상봉저중선하) : 난새 같고 봉황 나니 여러 신선 내려오고
珊瑚碧樹交枝柯(산호벽수교지가) : 산호 짙푸른 나무에 가지 서로 엉킨 듯 하구나
金繩鐵索鎖鈕壯(금승철색쇄뉴장) : 금테와 쇠줄에 억세게 묶이고
古鼎躍水龍騰梭(고정약수룡등사) : 옛 솥은 물에 뛰어오르고 용은 북에서 나는 듯하구나
陋儒編詩不收入(루유편시불수입) : 비루한 선비들 시경을 엮을 때에 수록하지 않아
二雅褊迫無委蛇(이아편박무위사) : 대아와 소아 편협하여 여유가 없구나
孔子西行不到秦(공자서행불도진) : 공자 서쪽으로도 갔지만 진에 이르지 못하여
掎摭星宿遺羲娥(기척성숙유희아) : 별은 주웠으나 해와 달은 놓쳤네
嗟余好古生苦晚(차여호고생고만) : 슬프구나, 내 옛글 좋아하나 너무 늦게 태어나
對此涕淚雙滂沱(대차체루쌍방타) : 이것을 대하고 눈물 지으니 두 줄기 눈물 줄줄 흘러내린다
憶昔初蒙博士徵(억석초몽박사징) : 생각하노니, 내가 처음 박사로 불려왔을 때
其年始改稱元和(기년시개칭원화) : 그 해는 처음으로 원화라고 고쳐 불렀지
故人從軍在右輔(고인종군재우보) : 옛 그분 종군하여 우보에 있을 때에
為我度量掘臼科(위아도량굴구과) : 나를 위하여 계획하셨지, 구덩이를 파보기로
濯冠沐浴告祭酒(탁관목욕고제주) : 갓 씻고 목욕하고 제주에게 고하기를
如此至寶存豈多(여차지보존기다) : 이와 같이 값진 보물 어이 그리 많으리오
氈包席裹可立致(전포석과가립치) : 담요로 덮고 자리로 싸서 잘 가져오려면
十鼓祇載數駱駝(십고기재수락타) : 열 개의 석고를 다만 낙타 몇 마리에 실어야겠지요
薦諸太廟比郜鼎(천제태묘비고정) : 고지방의 솥처럼 태묘에 천신한다면
光價豈止百倍過(광가기지백배과) : 빛나는 값 어이 백배에 그치리오
聖恩若許留太學(성은약허류태학) : 만약 성은으로 허락하시어 태학에 남겨둔다면
諸生講解得切磋(제생강해득절차) : 제생들 일고 풀어서 절차탁마할 것이요
觀經鴻都尚填咽(관경홍도상전인) : 석경을 보려고 홍도를 오히려 매웠다는데
坐見舉國來奔波(좌견거국래분파) : 곧 온 나라 사람 몰려옴을 앉아서 볼 것이요
剜苔剔蘚露節角(완태척선로절각) : 이끼 깎고 이끼 후벼 마디와 모서리 드러내고
安置妥帖平不頗(안치타첩평불파) : 알맞게 놓아 편편하고 조금도 기울지 않게 하여
大廈深簷與蓋覆(대하심첨여개복) : 큰 집 깊은 처마로 감싸 놓는다면
經歷久遠期無佗(경력구원기무타) : 오래고 멀리가도 탈날 일 없을 것이다
中朝大官老於事(중조대관로어사) : 조정의 대관들은 모든 일에 익숙할 터인데
詎肯感激徒媕婀(거긍감격도암아) : 어찌 감격만 하고 오로지 머뭇거리기만 하는가
牧童敲火牛礪角(목동고화우려각) : 목동은 불을 치고 소는 뿔을 갈 것이니
誰復著手為摩挲(수부저수위마사) : 누가 다시 손을 얹고서 이 석고를 어루만질까
日銷月鑠就埋沒(일소월삭취매몰) : 날로 삭고 달로 부서져 허물어져 갈 뿐이로다
六年西顧空吟哦(륙년서고공음아) : 육년동안 서쪽을 바라보며 공연히 한숨지을 뿐
羲之俗書趁姿媚(희지속서진자미) : 황희지의 속된 글씨 모양이 예쁜 것만 추구하여
數紙尚可博白鵝(수지상가박백아) : 몇 장으로 오히려 흰 거위를 바꿀 수 있었는데
繼周八代爭戰罷(계주팔대쟁전파) : 주나라 뒤 팔대 동안의 전쟁이 끝났으나
無人收拾理則那(무인수습리칙나) : 거두어 들이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方今太平日無事(방금태평일무사) : 이제 나라는 태평하고 나날이 무사하니
柄任儒術崇丘軻(병임유술숭구가) : 정치는 유교에 맡겨 공자와 맹자를 높이는데
安能以此上論列(안능이차상론렬) : 어찌 이것을 조정에 올려 의논하게 할 수 없는가
願借辯口如懸河(원차변구여현하) : 원하노니, 웅변을 빌어 거꾸로 쏟아지는 강물되게 하라
石鼓之歌止於此(석고지가지어차) : 석고의 노래 여기서 마치려하니
嗚呼吾意其蹉跎(오호오의기차타) : 슬프도다, 나의 뜻이 그 얼마나 어긋났는가
팔월십오야증장공조(八月十五夜贈張功曹)-한유(韓愈)
팔월 오일 밤에 장공조에게 주다-한유(韓愈)
纖雲四捲天無河(섬운사권천무하) : 가는 구름 사방에 걷혀있으나 하늘에 은하수가 안 보여
清風吹空月舒波(청풍취공월서파) : 맑은 바람 빈 하늘에 불어오고 달은 빛을 펴는구나
沙平水息聲影絕(사평수식성영절) : 모래톱 평평하고 물은 잔잔하여 소리와 그림자도 끊어져
一杯相屬君當歌(일배상속군당가) :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그대는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君歌聲酸辭且苦(군가성산사차고) : 그대의 노래가락 쓰리고 노랫말 또한 괴로워
不能聽終淚如雨(불능청종루여우) : 끝까지 듣지 못하고 눈물 비같이 흘러내린다
洞庭連天九疑高(동정련천구의고) : 동정호 물은 하늘에 닿고 구의산은 높기도 하고
蛟龍出沒猩鼯號(교룡출몰성오호) : 교룡은 출몰하고 성성이와 박쥐는 울부짖는다
十生九死到官所(십생구사도관소) : 구사일생 침주 관소에 이르니
幽居默默如藏逃(유거묵묵여장도) : 그윽한 거처는 조용하여 깊숙이 도망쳐 숨은 듯 하구나
下床畏蛇食畏藥(하상외사식외약) : 침상에서 내려가려니 뱀이 겁나며 먹은 것에는 독이 있을까 두려웠고
海氣濕蟄熏腥臊(해기습칩훈성조) : 호수 기운 습하고 더운데 비린 냄새 후끈거리는구나
昨者州前槌大鼓(작자주전퇴대고) : 지난 번에 주청사 앞에서 큰 북 쳐서 알렸는데
嗣皇繼聖登夔皋(사황계성등기고) : 새 황제 자리 이으시고 기와 고요같은 신하 충신들 등용하셨다네
赦書一日行萬里(사서일일행만리) : 특사하는 글 하루에도 천리나 달려서
罪從大辟皆除死(죄종대벽개제사) : 죄로 사형을 받았던 자들 모두 죽음이 면제되었다네
遷者追迴流者還(천자추회류자환) : 좌천되었던 자들 다시 올라가고 유배되었던 자 돌아 왔다네
滌瑕蕩垢清朝班(척하탕구청조반) : 잘못은 벗겨지고 때는 씻겨져 맑은 관리로서 조회에 나갔다네
州家申名使家抑(주가신명사가억) : 고을에서는 나의 이름 올렸으나 관찰사가 억눌렀고
坎軻祇得移荊蠻(감가기득이형만) : 불행하게도 다만 얻은 것은 형주 땅 오랑캐 고을로 전근발령이었다네
判司卑官不堪說(판사비관불감설) : 우리들 맡은 일 모두다 낮은 관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다네
未免捶楚塵埃間(미면추초진애간) : 티끌 속에 매달려서 회초리로 얻어 맞는 신세 면하지 못하고
同時輩流多上道(동시배류다상도) : 동시에 유배되었던 친구들 많아 조정으로 급히 불리어 갔다네
天路幽險難追攀(천로유험난추반) : 길은 아득하고 험하여서 따라가 잡기가 힘들었네
君歌且休聽我歌(군가차휴청아가) : 그대 노래 잠시 그치고 내 노래를 들어 보게나
我歌今與君殊科(아가금여군수과) : 내 노래는 지금 그대의 노래와 종류가 다르니
一年明月今宵多(일년명월금소다) : 일년 동안에 밝은 달이 오늘 밤이 가장 밝다네
人生由命非由他(인생유명비유타) : 인생살이 운명에 달렸지 결코 다른 데 달려있지 않으니
有酒不飲奈明何(유주불음내명하) : 술이 있는데도 마시지 않는다면 저 밝은 달 무엇하리오
贈賈島(증가도)-韓兪(한유)
가도에게 드립니다-韓兪(한유)
孟郊死葬北邙山(맹교사장북망산) : 맹교가 죽어서 북망산에 장사지냈으니
從此風雲得暫閒(종차풍운득잠한) : 이에 따라 바람과 구름이 잠시 한가롭도다
天恐文章渾斷絶(천공문장혼단절) : 하늘은 문장이 어지러이 끊어질까 두려워
更生賈島作人間(갱생가도작인간) : 다시 가도를 태여나게 하여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다네.
봉화고부로사형조장원일조회(奉和庫部盧四兄曹長元日朝廻)-한유(韓愈)
고부의 노사형조장이 원일에 조회에 돌아온 것을 받들어 화답하다-한유(韓愈)
天仗宵嚴建羽旄(천장소엄건우모) : 천자의 의장대는 엄숙히 깃발을 세우고
春雲送色曉鷄號(춘운송색효계호) : 봄 구름 물러나는 기운에 새벽닭이 운다
金爐香動螭頭暗(금로향동리두암) : 화로에 향은 타는데 계단 장식 용머리는 어둑해지고
玉佩聲來雉尾高(옥패성래치미고) : 패옥 소리 들리자 꿩 깃 부채는 들어 올린다
戎服上趨承北極(융복상추승북극) : 무관은 당에 올라 북쪽에 서고
儒冠列侍映東曹(유관열시영동조) : 문신은 줄을 지어 동쪽에 선다
太平時節身難遇(태평시절신난우) : 태평시절은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것이라
郎署何須笑二毛(낭서하수소이모) : 관서의 관리들은 반백의 늙은이를 어찌 비웃는가.
贈鄭兵曹(증정병조)-韓愈(한유)
정병조에게 주다-韓愈(한유)
樽酒相逢十載前(준주상봉십재전) : 동이 술을 마시며 십년 전에 서로 만나
君爲壯夫我少年(군위장부아소년) : 그대는 장년이요 나는 청년이었소
樽酒相逢十載後(준주상봉십재후) : 동이 술 마시며 십년 후에 서로 만나
我爲壯夫君白首(아위장부군백수) : 나는 장년 그대는 백발이 되었다오
我才與世不相當(아재여세불상당) : 내 재능은 세상과 맞지 않아
戢鱗委翅無復望(집린위시무복망) : 비늘을 움츠리고 날개 늘어져 다시 희망이란 없다네
當今賢俊皆周行(당금현준개주행) : 지금은 어질고 뛰어난 사람들 모두 조정에 있거늘
君何爲乎亦遑遑(군하위호역황황) : 그대는 어찌하여 역시 어정대고 있는가
盃行到君莫停手(배행도군막정수) : 잔이 돌아 그대에게 가면 거절하지 말게
破除萬事無過酒(파제만사무과주) : 만사를 잊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古意(고의)-韓愈(한유)
고인의 뜻-韓愈(한유)
太華峰頭玉井蓮(태화봉두옥정연) : 태화산 봉우리 옥 우물에 나는 연꽃
開花十丈藕如船(개화십장우여선) : 꽃을 피우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
冷比雲霜甘比蜜(냉비운상감비밀) : 차기는 눈서리 같고, 달기는 꿀 같은데
一片入口沈痾痊(일편입구침아전) : 한 조각만 입에 넣어도 고질병도 고친다네
我欲求之不憚遠(아욕구지불탄원) : 나는 이것을 구하려고 먼 길도 꺼리지 않으니
靑壁無路難夤緣(청벽무로난인연) : 푸른 절벽엔 길도 하나 없어 기어오르기 어렵도다
安得長梯上摘實(안득장제상적실) : 어찌하면 긴 사다리로 열매를 따와
下種七澤根株連(하종칠택근주연) : 일곱 우물에 심어 뿌리와 포기가 무성하게 하리오
贈唐衢(증당구)-韓愈(한유)
당구에게 드립니다-韓愈(한유)
虎有瓜兮牛有角(호유과혜우유각) : 호랑이에게 발톱이 있음이여, 소에게는 뿔이 있네
虎可搏兮牛可觸(호가박혜우가촉) : 호랑이는 바로 칠 수 있음이여, 소는 뿔로 찌를 수 있다
奈何君獨抱奇才(내하군독포기재) : 어찌 그대는 홀로 기이한 재주를 품고서도
手把犁鋤餓空谷(수파리서아공곡) : 손으로 쟁기와 호미를 잡고 빈 골짜기에서 굶주리는가
當今天子急賢良(당금천자급현량) : 지금의 천자께서는 어진 선비 급히 구하시는데
匭函朝出開明光(궤함조출개명광) : 상자를 아침에 내어놓아 백성의 옳은 말을 열고 있다네
胡不上書自薦達(호불상서자천달) : 어찌하여 천자께 글을 올려 스스로 천거하여
坐令四海如虞唐(좌령사해여우당) : 세상을 호령하여 당우 같은 태평성대로 만들지 않는가
齷齪(악착)-韓愈(한유)
악착-韓愈(한유)
齷齪當世士(악착당세사) : 악착 같은 지금 세상 선비들
所憂在飢寒(소애재기한) : 배고프고 추운 것만 걱정한다
但見賤者悲(단견천자비) : 다만 비천한 사람들의 슬픔만을 보고
不聞貴子歎(불문귀자탄) : 부귀한 사람의 탄식은 알지 못한다
大賢事業異(대현사업이) : 크게 어진 사람은 하는 일이 달라
遠抱非俗觀(원포비속관) : 속된 생각을 비난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네
報國心皎潔(보국심교결) : 나라를 위하니 마음은 밝고 맑으며
念時涕汎瀾(염시체범란) : 시대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넘친다
妖姬在左右(요희재좌우) : 이름다운 여자들이 좌우에 있으면서
柔指發哀彈(유지발애탄) :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슬픈 노래를 부른다
酒肴雖日陳(주효수일진) : 술과 안주가 나날이 차려져도
感激寧爲歎(감격녕위탄) : 느끼어 격분만 한다면 어찌 즐거울까
秋陰欺白日(추음기백일) : 가을 구름 같은 이가 환한 햇빛 같은 이를 속이어
泥潦不少乾(니료불소건) : 진흙과 빗물이 조금도 마르지 않는구나
河堤決東郡(하제결동군) : 황하의 둑이 동쪽 고을로 터지니
老弱隨驚湍(노약수경단) : 노약자들은 작은 여울에도 따라 노란다네
天意固有屬(천의고유속) : 하늘의 뜻은 본 목적이 있어
雖能詰其端(수능힐기단) : 누가 그 단서를 꾸짖을 수 있는가
願欲太守薦(원욕태수천) : 원하건대, 태수님의 추천을 받아
得充諫諍官(득충간쟁관) : 황제의 간관이나 되었으면
排雲叫閶闔(배운규창합) : 구름을 헤치고 대궐문에 나아가 외치고
披腹呈琅玕(피복정랑간) : 배를 갈라 그 속의 옥돌 같은 내 재능을 바치고 싶다
致君豈無術(치군기무술) : 황제를 섬기는데 어찌 방법이 없으리
自進誠獨難(자진성독난) : 스스로 나아감이 정말 홀로 어렵다네
醉贈張秘書(취증장비서)-韓愈(한유)
취하여 장비서에게 주다-韓愈(한유)
人皆勸我醉(인개권아취) :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술을 권했지만
我若耳不聞(아약이불문) : 나는 듣지 못한 척하였다
今日到君家(금일도군가) : 오늘 그대 집에 와
呼酒持勸君(호주지권군) : 술을 청해 그대에게 권한다
爲此座上客(위차좌상객) : 이 자리의 손님
及余各能文(급여각능문) : 그리고 내가 글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네
君詩多態度(군시다태도) : 그대의 시는 표현에 법도가 있어
藹藹春空雲(애애춘공운) : 봄 날의 한가한 구름 같이 어울려 있소
東野動驚俗(동야동경속) : 동야 맹교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天葩吐奇芬(천파토기분) : 하늘의 꽃이 기이한 향기를 뿜는다
張籍學古淡(장적학고담) : 장적은 옛적의 고담한 기풍을 배워
軒鶴避鷄群(헌학피계군) : 높이 나는 학이 닭들을 피하려는 듯하네
阿買不識字(아매불식자) : 내 조카는 글도 읽지 못하지만
頗知書八分(파지서팔분) : 팔분체 글씨는 곧잘 쓸 줄 안다네
詩成使之寫(시성사지사) : 시가 완성되면 그에게 베끼도록 하여
亦足張吾軍(역족장오군) : 또한 우리의 군진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所以欲淂酒(소이욕득주) : 술을 얻으려는 이유는
爲文俟其醺(위문사기훈) : 얼큰하게 취하기를 기다려 문장을 지으려는 것이네
酒味旣冷冽(주미기냉렬) : 술맛은 차고도 시원하여
性情漸浩浩(성정점호호) : 심정이 점점 호탕해진다
諧笑方云云(해소방운운) : 어울려 이야기하고 웃음이 왁자지껄하다
此誠得酒意(차성득주의) : 이것이 술 마시는 뜻이니
餘外徒繽粉(여외도빈분) : 이외의 다른 것은 공연히 어지러울 뿐이네
長安衆富兒(장안중부아) : 서울 장안의 많은 부자들
盤饌羅羶葷(반찬나전훈) : 소반엔 고기와 나물로 가득 늘어놓았네
不解文字飮(불해문자음) : 글도 모르고 술만 마시고
惟能醉紅裙(유능취홍군) : 오직 붉은 치마 입은 여인들과 취하기만 하네
雖得一餉樂(수득일향락) : 비록 잠시의 즐거움은 얻을 수 있겠지만
有如聚飛蚊(유여취비문) : 모여서 날아다니는 모기와 같다네
今我及數子(금아급수자) : 지금 나와 여러 손님들은
故無蕕與薰(고무유여훈) : 본래 유풀과 훈풀 같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네
險語破飛膽(험어파비담) : 뛰어난 글은 귀신의 간담도 깨뜨리고
高詞媲皇墳(고사비황분) : 고상한 글은 삼황 시대의 글과 견줄 만하다
至寶不雕琢(지보불조탁) : 지극한 보석은 깎고 다듬을 필요가 없으니
神功謝鋤芸(신공사서운) : 신요한 공적은 호미질 하지 않고 김매지 않는다네
方今向泰平(방금향태평) : 지금은 태평세월이 되어가고
元凱承華勛(원개승화훈) : 어진이들이 성군의 화려한 공을 잇고 있네
吾徒幸無事(오도행무사) : 우리에겐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
庶以窮朝曛(서이궁조훈) : 이러한 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력하기를 바라네
送諸葛覺往隨州讀書(송제갈각왕수주독서)
제갈각이 수주로가 독서하는 것을 전송하다
- 韓愈(한유)
鄴侯家多書(업후가다서) : 업후의 집에는 책이 많아
架揷三萬軸(가삽삼만축) : 서가에는 삼만 권의 두루마리가 꼽혀있다
一一懸牙籤(일일현아첨) : 하나하나에 상아 패쪽지가 달려있고
新若手未觸(신약수미촉) : 손 하나 대지 않은 새 책 같았다
爲人强記覽(위인강기람) : 사람됨이 암기력이 좋고 널리 책을 읽는데
過眼不再讀(과안불재독) : 한 눈이 지나면 다시 읽지 않는다
偉哉群聖書(위재군성서) : 위대하다, 여러 성현들의 글이여
磊落載其腹(뇌락재기복) : 가득히 그의 뱃속에 들어 있다오
行年逾五十(행년유오십) : 나이 이제 오십이 넘었는데
出守數已六(출수수이육) : 고을 태수로 나간 지 벌써 육년이 되었다
京邑有舊廬(경읍유구려) : 서울에도 옛집이 있으나
不容久宿食(불용구숙식) : 오래 살지 못하게 되었다
臺閣多官員(대각다관원) : 중앙엔 관리도 많아
無地寄一足(무지기일족) : 한 발 붙일 여지도 없다
我雖官在朝(아수관재조) : 내가 비록 조정에서 벼슬하고 있지만
氣勢日局縮(기세일국축) : 기세가 나날이 위축되네
幽懷(유회)
깊은 속 마음
- 韓愈(한유)
幽懷不可瀉(유회불가사) : 가슴 속의 시름 씻지 못하고
行此春江潯(행차춘강심) : 이 곳 봄 강가를 걷노라
適與佳節會(적여가절회) : 마침 좋은 시절이라
男女競光陰(남녀경광음) : 남녀들 다투어 시간을 즐기네
凝妝耀洲渚(응장요주저) : 화장한 얼굴은 빛나는 물가에 어리고
繁吹蕩人心(번취탕인심) : 요란한 피리소리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間關林中鳥(간관임중조) : 숲 속엔 새소리
知時爲和音(지시위화음) : 때 맞춰 아름답게 노래한다
豈無一樽酒(기무일준주) : 어찌 한 통의 술 없으리오
自酌還自吟(자작환자음) : 스스로 술 마시며 시를 읊어본다
但悲時易失(단비시이실) : 다만 때를 잃기 쉬움을 슬퍼하노니
四序迭相侵(사서질상침) : 사철은 차례대로 번갈아 들고
我歌君子行(아가군자행) : 나는 군자행을 부르나니
視古猶視今(시고유시금) : 옛일이 오히려 지금 일 같아라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푸른 물 속의 창포
- 韓愈(한유)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 푸릇푸릇한 물 속의 창포여
下有一雙魚(하유일쌍어) : 창포 밑에는 한 쌍의 물고기가 논다
君今上隴去(군금상롱거) : 임은 이제 농상으로 올라가니
我在與誰居(아재여수거) : 나 홀로 누구와 같이 살까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 푸릇푸릇한 물 속의 창포여
長在水中去(장재수중거) : 언제나 물 속에 있구나
奇語浮萍草(기어부평초) : 부평초에게 말 전하노니
相隨我不如(상수아불여) : 서로 따라 사는 너희들 보다 내가 못하구나
靑靑水中蒲(청청수중포) : 푸릇푸릇한 물 속의 창포여
葉短不出水(엽단불출수) : 잎이 짧아 물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구나
婦人不下堂(부인불하당) : 여자는 집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行子在萬里(행자재만리) : 임은 만 리 먼 곳을 떠돌고 있다오
符讀書城南(부독서성남)
아들 부에게 성남에서의 독서를 권함
- 韓愈(한유)
木之就規矩(목지취규구) :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在梓匠輪輿(재재장륜여) : 목수에 달려있고
人之能爲人(인지능위인) :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由腹有詩書(유복유시서) : 뱃속에 들어있는 시와 글들에 달린 것이네
詩書勤乃有(시서근내유) : 시와 글은 부지런하면 곧 갖게 되고
不勤腹空虛(불근복공허) : 부지런하지 않으면 속이 비게 된다
欲知學之力(욕지학지력) : 배움의 힘을 알고 싶으면
賢愚同一初(현우동일초) :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가 처음은 같았음을 알면 되네
由其不能學(유기불능학) : 그가 배우지 못해
所入遂異閭(소입수이려) : 들어가는 문이 마침내는 달라지는 것이네
兩家各生子(양가각생자) : 두 집에서 각기 아들을 낳았어도
提孩巧相如(제해교상여) : 두세 살 어린 아이는 재주가 서로 비슷하고
少長取嬉戱(소장취희희) : 조금 성장하여 모여 놀 때도
不殊同隊魚(불수동대어) : 같은 무리의 고기와 다르지 않다네
年至十二三(연지십이삼) : 나이가 열두세 살이 되면
頭角秒相疎(두각초상소) : 머리골격이 약간 달라진다네
二十漸乖張(이십점괴장) : 스무 살이 되면 점점 더 벌어지니
淸溝映迂渠(청구영우거) : 맑은 냇물이 도량 물에 비치는 듯
三十骨觡成(삼십골격성) : 서른 살에 골격이 굵게 형성되면
乃一龍一豬(내일룡일저) :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처럼 된다네
飛黃騰踏去(비황등답거) : 학문을 이룬 비황은 뛰어 달리는데
不能顧蟾蜍(불능고섬서) : 학문을 못 이룬 두꺼비는 돌아 볼 수조차 없다네
一爲馬前卒(일위마전졸) : 한쪽은 말 앞의 졸개가 되어
鞭背生蟲蛆(편배생충저) : 채찍 맞은 등에는 구더기가 생기고
一爲公與相(일위공여상) : 한쪽은 삼공이나 재상이 되어서
潭潭府中居(담담부중거) : 고래 등 같은 집에 산다네
金壁雖重寶(금벽수중보) : 금이나 구슬이 비록 귀중한 보배이나
費用難貯儲(비용난저저) : 쓰이어 간직하기 어렵고
學問藏之身(학문장지신) : 학문은 몸에 간직하여
身在則有餘(신재즉유여) : 몸에만 있으면 사용하고 남음이 있다네
君子與小人(군자여소인) : 군자와 소인은
不繫父母且(불계부모차) : 부모에 매인 것이 아니 라네
不見公與相(불견공여상) : 보지 못했는가, 삼공과 재상이
起身自犁鋤(기신자리서) : 농민으로부터 나온 것을
不見三公後(불견삼공후) : 보지 못했는가, 삼공의 후손들이
寒饑出無驢(한기출무려) : 헐벗고 굶주리고 나귀도 없이 다니는 것을
文章豈不貴(문장기불귀) :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은가
經訓乃菑畬(경훈내치여) : 경서의 가르침은 곧 마음속의 땅 같은 것
潢潦無根源(황료무근원) : 고인 빗물은 근원이 없나니
朝滿夕已除(조만석이제) : 아침에 찼다가 저녁엔 이미 없어진다네
人不通古今(인불통고금) : 사람이 고금의 일에 통하지 않으면
牛馬而襟裾(우마이금거) : 소나 말에 옷을 입혀놓은 것
行身陷不義(행신함불의) : 자신의 행동이 불의함에 빠지고도
況望多名譽(황망다명예) : 하물며 많은 명예를 바라는가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 : 철은 가을이라 장마 그치고
新凉入郊墟(신량입교허) : 산뜻한 기운 들판 마을에 드니
燈火秒可親(등화초가친) : 등불 점점 가까이 할만 하고
簡編可卷舒(간편가권서) : 책 펼칠 만 하게 됐으니
豈不旦夕念(기불단석염) :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으리
爲爾惜居諸(위이석거제) : 그대들 위해 세월을 아껴야하리
恩義有相奪(은의유상탈) : 사랑과 의리는 서로 어긋남이 있는 것
作詩勸躊躇(작시권주저) : 시를 지어 망설이는 자들을 권면하노라
만춘(晩春)
늦은 봄날
- 한유(韓愈)
草樹知春不久歸(초수지춘불구귀) : 풀과 나무들 봄이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알아
百般紅紫鬪芳菲(백반홍자투방비) : 온갖 색깔 꽃으로 향기를 다툰다
楊花楡莢無才思(양화유협무재사) : 버드나무 꽃, 느릅나무 열매 생각할 재주 없어
惟解漫天作雪飛(유해만천작설비) : 오직 온 하늘 가득 흰 눈송이만 날린다
산석(山石)
산의 돌
- 한유(韓愈;768-824)
山石犖確行徑微(산석락확항경미), 산의 돌은 험하고 가는 길은 좁은데
黃昏到寺蝙蝠飛(황혼도사편복비).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만 날아다니네
升堂坐階新雨足(승당좌계신우족),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단비가 듬뿍 내려
芭蕉葉大梔子肥(파초섭대치자비). 파초 잎은 커지고 치자는 두터워졌네
僧言古壁佛畫好(승언고벽불화호), 오래된 벽의 불화가 좋다고 스님이 말하기에
以火來照所見稀(이화내조소견희). 등불 들고 와 비춰보니 드물게 보는 것이네
鋪床拂席置羹飯(포상불석치갱반), 방석 털고 식탁보 깔고 국과 밥을 차리니
疏糲亦足飽我飢(소려역족포아기). 거친 현미밥 넉넉하여 주린 배를 채웠네
夜深靜臥百虫絶(야심정와백충절), 밤 깊어 조용히 자리에 드니 벌레소리 안 들리고
淸月出嶺光入扉(청월출령광입비). 밝은 달 고개 위에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天明獨去無道路(천명독거무도노), 새벽 일찍 혼자 떠나니 길을 찾지 못하여
出入高下窮煙霏(출입고하궁연비).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다가 안개에 길이 막히네
山紅澗碧紛爛漫(산홍간벽분난만), 햇빛에 만물이 난만히 드러나니 산은 붉고 물은 푸른데
時見松櫪皆十圍(시견송력개십위).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當流赤足蹋澗石(당류적족답간석), 맨발을 흐르는 물에 담구고 개울돌을 밟으니
水聲激激風吹衣(수성격격풍취의). 물소리는 콸콸, 옷은 바람에 나부낀다
人生如此自可樂(인생여차자가낙),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니
豈必局束爲人鞿(개필국속위인기)! 어찌 반드시 속박되어 남의 굴레에 얽매일까
嗟哉吾黨二三子(차재오당이삼자), 애�㉠립�! 우리 친구들이여
安得至老不更歸(안득지노부갱귀)! 어찌 다 늙도록 물러나지 못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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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 [Han Yu, 韓愈]중국 시인·작가 ]
768 등주(鄧州 : 지금의 허난 성[河南省]에 속함)~ 824 장안(長安).
중국 산문의 대가이며 탁월한 시인.
자(字)는 퇴지(退之). 한문공(韓文公)이라고도 한다. 중국과 일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후대 성리학(性理學)의 원조이다. 어려서 고아였고, 처음 과거에 응시했을 때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문체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낙방했다. 그후 25세에 진사에 급제, 여러 관직을 거쳐 이부시랑(吏部侍郞)까지 지냈다. 사후에 예부상서(禮部尙書)로 추증되었고 문(文)이라는 시호를 받는 영예를 누렸다.
유학이 침체되어가던 시기에
유학을 옹호했던 그는 헌종(憲宗)이 불사리(佛舍利)에 참배한 데 대해 끝까지 간(諫)한 일로 인하여 1년 동안 차오저우[潮州]
자사(刺史)로 밀려나 있었고, 평생을 불우하게 지내야 했다. 유학을 옹호하기 위해 그때까지 유학자들이 다소 소홀히 하던
〈맹자〉·〈대학 大學〉·〈중용 中庸〉·〈주역 周易〉을 광범위하게 인용했다. 후대의 성리학자들은 기초개념을 이 책들에서 취했고
한유는 성리학의 기초를 놓은 셈이었다. 한유는 당시에 유행하던 규칙적인 운율과 고사성어로 가득 찬 변려문(騈儷文)을 배격했고,
위의 책들을 만든 옛 학자들처럼 자유롭고 간결한 문체의 사용을 주장했다. 그가 쓴 〈원도 原道〉·〈원성 原性〉 등은 중국문학의
백미이며 그가 주장한 고문체 문장의 대표작이 되었다. 시문학에서도 그는 기존의 문학적 형식을 뛰어넘으려고 했다. 그러나 문학에서
그가 기울인 노력의 많은 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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