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오동나무는 연필 깎는 칼로도 깎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그렇다고 잘 부러지지는 않구요... 단 깎을 때 너무 바투 깎거나 칼집을 내놓으면 거기서부터 떨어져나갈 가능성은 있습니다. 작업이 끝난 후에 니스를 칠해놓으면 좀도 쓸지 않고, 나무가 워낙 결이 없고 휘어지지를 않아 악기를 만들거나 장농을 만들 때에도 씁니다.
그 다음은 미류나무입니다. 이 쑤시개로 쓸 만큼 부드럽습니다. 은행나무는 어느 정도 강도는 있지만 결이 없어서 깎기 좋습니다.
그외 단단한 나무로는 벚나무 호두나무... 박달나무 정도면 끌이나 톱으로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마는 만약 좋은 작품, 내구성있는 목질을 바란다면 공구를 쓰시는 것도 나무 깎기 쉬운 방법입니다.
최근 조각가에게서 에어 콤프레샤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특수제작된 끌을 장착하면 연필 깎기보다 더 쉽게 깎을 수 있습니다.
에어 콤프레샤는 종로 삼가와 을지로 사이, 특수공구는 동대문 목공기구 파는 곳 혹은 신당동 대장간... 발품 좀 파셔야 겠습니다.
그냥 나무만 구하시려면 한양대 건너편에 있는 목재소를 가보시죠. 입구에 목공예 연구소라고 쓰여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양대 정문에서 보면 오른쪽 왕십리쪽 건너편입니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으니까 상의를 해보시죠. 다른 목재소도 물론 있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곳이며 목조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케치를 가져가면 지도도 해주고, 깎아주기도 합니다.
보여드리는 도판은 松究朋琳의 續 彫刻에 나오는 목공구 및 불상 목조각입니다.
2017년 補遺
사진도판으로 보면 일본의 목공예 기술은 괄목할만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의 목공예나 다름없지만 더 다듬어졌다는 느낌이랄까요? 공예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겠지만 글쎄, 예술이라는 관점에서는...막도끼로 찍은 한국의 장승같은 게 더 평가를 받을 것 같지 않나요?
건축업자 중에서 쇠보다 단단한, 풍화에도 영구적이라는 건축재로 쓰는 나무를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금 많이...그보다 좀 더 많이 비싸겠지만 인생은 짧더라도 영원...에 가까운 예술을 원하시면 참고하시죠. 자유로 근처에 있던데...그만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라면 어렵게, 어렵게 찾는 것도 보람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