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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 선우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 후 가족이 보낸 위문 편지
지난 2013년 4월 18일(목) 맏아들 선우가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였다. 며칠 후 선우가 쓴 편지가 집으로 배달되었으며, 그 이후 서울과 마산의 가족들이 훈련소 홈페이지를 통해 거의 매일 위문편지를 쓰고 있다.
* 4월 20일(토) 선우가 써 집으로 우송한 손 편지
아버지, 어머니께
아버지, 어머니! 그간 걱정 많으셨지요? 저 큰 아들 선우입니다.
3일차 밤에 이 편지를 쓰고 있는데, 언제 읽어 보실 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직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건강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벌써 생활관 동기들과는 많이 친해져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입니다. 모두 같은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나름 괜찮습니다.
첫날 들어간 바로 다음에 지역별, 나이별로 인원을 분류해 소대를 나눠 생활관에 들어왔습니다. 군복은 기존에 쓰던 거라 좀 헐렁했고, 평소에 입는 츄리닝도 낡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 훈련소 느낌이 확확 나서 군대 온 느낌이 확 나더라고요. 그래서 첫날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새벽에 또 불침번이라고 인원과 온도를 체크하는 일을 맡아 거의 못 잤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군대는 군대인가 봅니다.
두 번째 날은 총을 받고 베레모, 양말 등도 보급 받았습니다. 총기 친숙화 교육이라고 해서 총을 들고 자고, 씻고, 먹고 다 했습니다. 잠이 전보단 잘 오던데 적응이 조금 돼서 그런가요.
세 번째 날 아침엔 비가 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조금 있으니 얼어서 눈이 되더군요. 우의를 입고 걸어가는데 얼음이 우의에 달라붙어서 깜짝 놀랐죠. 이걸 맞으면서 연대 강당까지 걸어가자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군화에 베레모 쓰고 우의 입고 걸어가는데 집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강당에서 교육받고 마음을 다잡는데, 1초 정도 육군을 갈까 생각도 했었지만..... ㅋㅋ
(* 참고: 우리 선우는 의경에 지원하였다. 훈련은 육군훈련소에서 먼저 받고 후에 경찰훈련소에서 또 받는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후반 들어 글씨가 나빠지는 걸 이해해 주세요.
솔직히 말해 아직까진 정말 괜찮습니다. 군기가 별로 안 들어서 좀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음 주면 이런 생각도 안 들겠지요.
잘 시간이 되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오실 때 맛있는 거, 그리고 우표 좀 답장할 때 편지지랑 부쳐주세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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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2일(월) 할아버지께서 훈련소 홈페이지를 통해 큰 손자 선우에게 보낸 편지
씩씩한 우리 선우야!
우리 선우가 입대한 지가 벌써 5일이 지났구나. 할아버지는 우리 선우의 군복 입은 모습이 많이 보고 싶구나.
이제는 훈련소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됐겠지? 오늘부터 훈련이 시작된다고 들었는데 첫날 훈련이 얼마나 신기했을까?
옛날 할아버지가 1950년 6월 1일 군에 입대 했을 때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구나. 재미있었어. 그때는 젊었으니까. 벌써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가 됐네.
우리 선우도 즐거운 인생의 새로운 한 장을 시작하였으니 늘 선우답게 몸 건강히 열심히 하루하루의 생활을 즐기며 좋은 전우들 많이 만드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할머니 그리고 고모도 잘 지내고 있으며 돌돌이는 오늘도 2층에 확인 차 올라갔다 왔다. 고모가 돌돌이에게 선우가 답사를 간 것이 아니고 군에 갔기 때문에 조금 오래 있어야 선우 형이 온다고 일러 주었는데 알아들었을까? 똑똑한 돌돌이니까 알아들었겠지.
자주 편지하마. Fighting!!!
사랑한다.
* 4월 23일(화) 할머니께서 보낸 편지
사랑하는 선우야!
또 하루가 지나갔구나. 빨리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멋쟁이 자랑스러운 내 손자를 빨리 만나보게.
서울은 오늘 비가 왔는데 남쪽인 논산은 더 많이 왔다지? 훈련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할머니는 선우 입대하는 날 우리 선우만큼 잘 생긴 놈을 발견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이 할머니가 우쭐했었지. 선우의 군복 입은 모습은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해 본다.
우리 선우의 그곳 훈련 수료일이 4주 후인 5월 16일인 것으로 보이는데 확실한 지 나중에 알 수 있겠지. 그날 씩씩한 모습으로 만나자.
건강해라. 밥 잘 먹구. "안머..안머" 하지 말고...
사랑한다
할머니가
* 4월 23일(화) 선형이가 보낸 편지
안녕, 선우 오빠!
나 선형이야. ㅎ
아직 오빠가 군대 갔다는 게 정말 실감이 안 나고, 군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편지 쓰는데 되게 신기해.
뭐 하는지 잘 몰라서 상상은 잘 안되지만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쫌 걱정이 되는데 오빠는 잘 적응할거라고 생각해.
오빠 힘내고 잘 지내 ∼ ♥
* 4월 23일(화) 선빈이가 보낸 편지
형!
난 막 오글토글 막 보고 싶지 않으니까 걍 쓸게.
일단 형 가기 전에 전화 한 통 해 주려고 했는데 그때 내가 너무 바쁜 관계로 꿀잠을 자고 있었어. 미안하다. 그리고 형 페이스북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들었던 것 같은데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서 수민이 누나한테 바통 터치 했다.
뭐 4주? 5주? 그것만 하면 볼 일 많을 것잉께, 편지 이거 하나로 끝을 내겠다.
5주 동안 잘 버티고, 탈영하지 말 것! 자살하지 말 것! 폭탄 까지 말 것! 총기 난사하지 말 것!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막 돼 먹은 편지는 아마 내 것이 유일할 것이여.
이런 것도 하나 있어야지, 그지?
내용 좀 늘여 주고 싶은 데 쓸 게 없다.
후딱 5주 끝내고 와라. 쪼코파이 하나 사줄게
* 4월 24일(수) 엄마가 보낸 편지
오늘도 고된 훈련을 마치고 이 글을 읽고 있겠지?
수고 많았다.
오늘도 잘 해냈구나.
4주 훈련 중 3일이나 지났구나.
네가 훈련소에 들어갈 때는 훈련 잘 받고 더 멋진 모습으로 나올 걸 믿어서 그런지 마음이 가벼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 연병장에서 네가 한 바퀴 돌 때 아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고 놀렸지만 엄마 마음도 뭉클했단다.
서울 가족들은 네 빈 자리가 너무 큰 듯하다. 할머니께서는 너무 우셔서 눈 주위가 짓물렀고 할아버지는 예상 외로 더 허전해하셔서 우리들이 걱정이 될 정도다. 물론 고모도 힘들 텐데 두 분 돌보느라 그럴 겨를이 없을 정도란다. 돌돌이의 기다림도 알 만하지. 수원 증조할머니께서는 아들 잘 길러서 나라에 봉사하러 보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장하냐고 하시면서 목이 메시더라.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아들 군대 보냈으니 이제 아빠 장관 해도 된다고 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휴대폰은 정지 잘 했고, 에그는 전화국까지 가야 된다고 해서 아직 못했지만 곧 할 거다.
궁금해도 연락이 안 되니까 기분이 묘했는데, 이렇게 네게 소식 전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너를 입대시키고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같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낼 걸, 맛있는 걸 더 많이 해 줄 걸...
4주 후에 만나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더 재미있게 보내자.
지금 선빈이는 시험기간인데 나름 열심히 하고 있고, 선형이는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험 시작하고, 선린이는 5월 2일 중간고사 본다.
참, 너 입대한 날, 한솔이와 민한이는 우리 차 타고 마산 내려왔다. 네가 좋은 친구 둔 것이 얼마나 마음이 기쁘던지! 네가 좋은 애라서 그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 것 같다. 아마 한솔이는 그날 수업을 몽땅 빼먹은 것 같던데. 참 고맙지.
선우야!
그 동안 힘든 일도 많았는데 이렇게 잘 커 주고 잘 이겨내 줘서 고맙다.
지금 훈련도 정말 힘들 테지만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 힘내라!
엄마가 독수리 타법으로 이 글 쓰느라고 40분 경과하고 있다. 엄마가 다 쓴 후에 아빠가 교정 봐서 보낼 예정이다.
자주 못 써도 이해 바란다. ㅋㅋㅋ.
* 4월 24일(수) 고모가 보낸 편지
사랑하는 선우에게
선우야!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완연한 봄이다. 논산도 덥니?
네가 입대하고 나니까 우린 심심해졌어. 날짜도 왜 이렇게 더디 가는지......
선우의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지더구나.
그래도 차차 적응해가는 중이야. 너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오늘 네가 입고 갔던 옷과 편지가 도착했어.
편지를 보니 우리 선우가 의젓하게 씩씩한 군인이 된 모습이 보이더구나.
우리 모두 뿌듯했다.
선우는 잘 해 나가리라 믿는다. 고모가 매일 기도한다.
밥 잘 먹고 건강해라. 휴가 나오면 초코파이 많이 사줄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선우를 그리워하며 여전히 게임에 열중하고 계신다.
고모는 수영 다니고 도서관에도 갔었어.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돌돌이도 잘 있다.
선우가 연병장을 돌면서 웃으면서 갈 때 씩씩해 보여 마음이 놓였어.
할머니는 한 바퀴 더 돌면 좋겠는데 하면서 아쉽다고 하셨어.
돌돌이는 점점 호랑이 소리를 내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선우가 나오면 돌돌이 군대훈련 좀 시켜야겠다.(할머니 말씀)
그럼 잘 있어. 다음에 또 쓸게. 건강해.
* 4월 25일(목) 내가 보낸 편지
선우야, 아빠다.
오늘도 훈련 잘 받았겠지. 수고 많았다.
아빠는 군대를 못 가 봐서 네가 무슨 훈련을 받는지, 얼마나 힘든지 사실 잘 모른다. 내가 받은 군사훈련이라고는 대학교 1학년 때 그 당시 모든 대학생들이 받도록 되어 있는 10박 11일 문무대 경험이 다 거든. 그래도 그 때 사격, 각개전투, 유격, 총검술, 화생방 교육 등 제법 다양한 훈련을 받았었지.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빠가 편지는 처음 쓰지만 매일 논산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너에게 누가 편지를 썼는지, 훈련소 생활이 어떤지 살펴보고 있다. 다른 훈련병에게 보낸 다른 부모들의 편지도 읽어보면서 같은 부모로서 공감하며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단다. 너뿐만이 아니라 같이 훈련받고 있는 모든 훈련병들은 그 부모님들의 귀한 아들들이다. 서로 귀하게 여기면서 사이좋게 지내고, 늘 건강에 유의하기 바란다. 부모들이 가장 염려하고 바라는 것이 몸 건강이니까.
선우는 잘 지내고 있을 것으로 믿는데, 정작 문제는 남은 가족인 듯하다.
아빠도 마음이 허전하고 엄마도 그런 것 같다. 더 큰 걱정은 서울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쓸쓸해 하셔서 아빠 엄마가 걱정이다. 매일 마산으로 전화하셔서 너에 관해 한참 동안 통화를 한다. 그렇게라도 하셔야 조금 마음에 위안이 되시는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의경을 간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다. 훈련만 마치면 서울에 배치돼서 주말에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니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얼마나 다행한 일이니. 육군을 지원하여 몇 달 동안 볼 수 없다면 아마 조부모님들은 마음이 새까맣게 타버리실 것이다. 이래저래 선우가 정말 효자다.
선린이 소식을 좀 전하마. 마산 가족 중에서 네 소식을 가장 궁금해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선린이라는 것은 잘 알겠지? 요즘 선린이는 오른 발에 반기브스를 하고 다닌다. 한달 전 쯤인가 발을 삐었다는데 사실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막내답게 엄살을 부려서 정형외과에 가서 결국 반기브스를 했다. 그랬더니 친구나 선생님의 관심을 받아서 좋은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신나서 돌아다니고 있단다. 속으로 웃겨 죽는다.
또 쓰마.
* 4월 27일(토) 할머니께서 보낸 편지
사랑하는 나의 손자 선우야!
오늘도 힘든 훈련 받느라 수고 많이 했다.
선우야, 내일이면 네가 입영한 지가 10일이 되는데 긴 시간이 지난 것 같구나.
네가 말하기를 할머니가 교회에 네 번만 갔다 오시면 훈련이 끝난다고 했지. 이제 내일이면 두 번째가 지나니 두 번만 더 지나면 되겠구나.
날씨가 무척이나 변덕스러워 더 힘들었지?
연대장님이 알려주시기를 이번 주에는 구급법, 총검술, 경계, 사격술 예비훈련을 받았다고 했는데 우리 선우는 잘 해냈을 것이라 믿는다.
다음 주에는 힘든 화생방과 15km 주간 행군이 있다고? 수고가 많겠구나. 그러나 화생방 훈련은 제일 인상에 남는 과목이라고 들었는데 재미도 있을까? 행군 중에 발이 부르틀까 염려가 되는구나. 신발 깔창을 준비들 하던데 우리도 준비할 걸 후회가 되네.
며칠 후에는 선우 사진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많이 기대가 된다. 연대장 말씀에 벌써 군인틀이 배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구나.
좋은 전우 많이 만들고 즐기는 병영생활 되기를 이 할머니는 기도하마.
선우야 사랑한다. 할머니가.
* 4월 27일(토) 엄마와 막내 동생 선린이가 보낸 편지
지금은 토요일 오후 5시47분이다.
비가 오려고 날은 잔뜩 흐려있다.
이 시간쯤이면 저녁식사 시간이라고 되어 있던데 잘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제 네가 쓴 편지를 받았다.
네 마음과 상태를 잘 알 수 있도록 잘 썼더구나.
그때는 훈련 전이라서 덜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마도 훨씬 힘들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렇지?
훈련소 공지사항에 훈련소 성적이 좋으면 원하는 곳에 배치되기가 쉽다고 되어 있더라. 너도 잘 알겠지만 혹시나 해서 적는다.
서울 식구들은 날마다 훈련소 홈페이지 보는 낙으로 사시는 듯하다. 특히 할아버지께서는 훈련소 소식을 제일 빨리 그리고 많이 아신다. 그렇게라도 마음 쓰실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까지 편지 쓰는 집은 너밖에 없을 듯하다.
할머니께서 네 옷 받고 많이 우실까 걱정했는데 괜찮으신 것 같다.
아마도 네 편지를 보시고 안심이 되셨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가족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아빠는 지금 욕지도에 과교수님들이랑 MT를 가셔서 내일 오실 거고 엄마는 백발이 성성해서 염색약을 바르고 이글을 쓴다. 선빈이가 도와줬는데 내 머리를 뿔머리로(키세스 초콜릿 모양) 만들어놨다.
선빈이는 시험이 끝났는데 수영은 과에서 일등 했다고 하더라. 어렸을 때 수영 배운 것이 무척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선린이 발에 했던 반깁스는 우리 예상대로 이틀만에 풀어버리고 다닌다.
할머니와 엄마는 훈련소 면회 날을 고대하고 있다. 무슨 맛있는 걸 해 갈까 의논하고 벌써 메뉴도 적어놨다. 또 네가 좋아하는 선린이도 중간고사 잘 보면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해 놨다. 기대해라.
다음 월요일에 편지 쓰면서 부탁한 편지지랑 우표도 같이 보내마.
면회갈 때 네가 부탁한 것도 가져갈게.
훈련 2주째에 접어들 텐데 1주도 잘 마친 것처럼 잘 해내길 바란다.
선우! 사랑한다
To. 큰오빠
큰오빠 나 선린이야. 큰오빠의 군대 생활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5월 2일에 중간고사를 치는데 평균 90점이 되면 학교를 빠지고 오빠한테 면회를 갈 수 있어. 그러니까 난 완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곧 제일 힘든 훈련한다는 데 잘 견뎌내기 바래. 화이팅! 열심히 해. 사랑해!
* 4월 28일(일) 여동생 선형이가 보낸 편지
안녕? 선우 오빠, 나 선형이야.
난 시험기간이라서 공부를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잘 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일 모레 시험인데 걱정되고.. 슬프다. 오빠는 시험 안 쳐도 되니까 그런 점은 좋겠네. 근데 부럽지는 않아. ㅋㅋㅋ
사실 벌써 훈련하고 고생을 빡시게 하고 있는 줄 알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지 받아서 보니까 아직 편하게 지낸다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야기 들어보니까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훈련을 받고 왔을 때라고 하더라. 어땠을지 궁금해.
선린이는 시험 잘 치면 면회 같이 간다고 하던데 나도 선린이처럼 학교 째고 엄마랑 아빠랑 같이 오빠 면회 가고 싶지만 고등학교를 쨀 수는 없잖아?
우리 가족들 모두 오빠가 뭐할까 얘기하고 육군훈련소 홈페이지 들어가서 편지 확인하고 편지 쓰는 데 재미가 들렸는데 이 유행이 지나가서 편지가 별로 안 들어온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마. ㅋㅋㅋㅋㅋ
잘 지내고 힘내! ㅎㅎ
* 4월 29일(월) 할아버지께서 보낸 편지
선우야 오늘이 또 월요일이다. 새로운 훈련이 시작됐겠구나. 무슨 훈련을 받았을까? 화생방 아니면 15km 행군을 했을까? 궁금한 것이 많구나.
마산에 전화 했다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는 5월 16일 퇴소식에서 우리 선우를 만날 것만 기다리고 있단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가 타고 갈 우리 차 번호는 [48 어 512X]이다.
이번 토요일은 우리 선우의 생일날이네. 훈련병에게도 생일 파티가 있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고모와 돌돌이까지 우리 선우의 생일을 미리부터 축하한다. 많이 많이. 우리 선우의 생일날을 기해 소실됐던 남대문도 완공식을 가지며 시민에게 공개한단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는 매일 선우에게 가는 편지의 수를 확인하면서 그 숫자가 많은 것을 보고 우리 선우가 좋은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쁘고 즐거워한단다,
왜 요새 날씨가 그렇게 변덕을 부리는지 비가 자주 와서 우리 선우와 전우들의 훈련을 힘들게는 안 하는지 걱정이 좀 된다.
엄마 말에 의하면 조금은 힘이 들어도 재미있게 해 내고 있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구나. 물론 그럴 줄은 알고 있으면서도 여하튼 우리 선우가 자랑스럽고 대견하기만 하구나.
화이팅, 우리 선우 사랑한다.
할아버지가.
* 4월 30일(화) 내가 보낸 편지
선우야, 아빠다.
오늘은 훈련 2주차 둘째 날이구나.
힘들지 않았니?
요 며칠 사이에 네 친구와 선후배들이 편지를 많이 썼더구나. 네가 전화로 저녁에 편지 읽는 낙으로 지낸다고 했는데 참 다행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구나. 아빠는 이런 걸 통해서 네가 입대 전에 친구들과 잘 지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기특하구나, 우리 아들!
아빠는 지난 금,토요일에 동료들과 욕지도에 다녀왔다. 참 아름다운 섬이더구나. 특히 저녁 낙조가 기가 막히고, 싱싱한 고등어회가 일품이었다. 배를 타고 욕지도에 들어가는 중에 한산도와 비진도를 스쳐 지났다. 네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그 두 섬을 우리 가족 다 함께 갔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다. 한산도에서는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제승당을 보았고, 비진도에서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달을 보며 하룻밤을 지냈었지. 비진도는 정말 예쁜 섬이었다. 그래서 그 섬들을 다시 보니 네 생각이 많이 나더구나. 아빠는 이렇게 편하게 놀러 다니는데 우리 아들은 지금쯤 고생을 많이 하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부모 형제 너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는 논산 연병장의 큰 글씨가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더구나. 장하고 고맙다, 아들!
또 그저께 일요일(28일)에는 선빈이와 선린이만 데리고 저도 둘레길 산보를 하고 왔다. 선형이는 시험 준비 때문에, 엄마는 집안 청소 때문에 같이 가지 못했다. 콰이강의 다리 건너가 저도이고, 너도 수없이 많이 갔던 곳이지. 둘레길은 최근에 새로 생겼는데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이 아름다워 이번에 두 번째로 갔었다. 산보 내내 선빈이가 선린이를 놀리고 괴롭혀 선린이가 계속 징징대며 아빠에게 고해 바치기 바빴다. 늘 벌어지는 일이니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너도 눈앞에 훤히 보이겠지. 네가 같이 갔다면 선린이를 잘 보호해 주었을 텐데, 그러니 선린이가 큰 오빠를 더 그리워하는 것이겠지. 산보를 마치고 막 집에 들어오니 1분 전에 네 전화가 왔었다고 하더구나. 얼마나 안타깝던지.....
오늘 새벽에 선빈이 놈이 집 인터넷을 고장냈다. 시험 끝났다고 밤새 게임을 하더니 그 지경을 만들어 놓았구나. 고쳐놓으라고 윽박지르긴 했는데 잘 될까 걱정이다.
또 쓰마.
(경남대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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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족들의 사랑이 그대로 녹아 흐르는 위문 편지 잘 읽었습니다..^^
온 가족이 쓰는 위문 편지를 보니 가족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담긴 편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힘이 되고싶어지네요... 사랑이 전염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