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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찍어쑤욱 10] 서태지와 이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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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8. 7
안그래도 격변이 많은 대중가요판... 요즘들어 여러가지 문제들의 돌출로 인해 더욱 시끄러워 지고 있다는 건 다들 느끼고 계실거다. 연제협과 엠비씨 문제도 그렇고, 가요순위프로폐지 건 등 구조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던 사안들이 표면화되는 과정에서 각종 트러블이 발생하고 있는거 말이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의 새로운 소동이 저작권 문제를 중심으로 발생했으니, 바로 서태지와 이재수의 공방이 그것이다. 본지에서도 소개한 바 있던 '음치 가수' 이재수가 내놓은 패러디 앨범 '이란' 에 수록된 '컴배콤' 과 관련되어 원곡의 저작권자인 서태지가 법적인 대응을 해 온 사건 말이다. 서태지나 이재수나 본지가 인터뷰, 기사 등으로 어떻게든 연관을 맺고 있던 사람들... 서태지의 경우 귀국 직후 그의 행보에 대한 본지만의 논평과 다른 매체와는 차별화되는 직격 인터뷰로 큰 호응을 받은 바 있고, 이재수의 경우는 본지에서의 소개가 지금의 유명세를 얻게 된데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본지가 '쿡찍어쑤욱' 코너를 할애해 가면서까지 이 문제를 다루려는 것은 그런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국내 최초의 패러디 관련 분쟁인 이번 일이 가진 상징성, 즉 이번 사건이 어떻게 풀려나가느냐가 이후 유사한 상황의 선례로 굳어질 - 특히 법정에서라면 판례로 -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큰 데다가, 문제의 본질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이번 사건을 떠들어대고 있지만 상황의 본질을 전혀 캐치하지 못한 채 일반 독자의 수준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 이런 현실이 결국 본지로 하여금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또 본지가 나선다. 법적인 문제, 실제적인 원인 등등... 관련된 모든 사항을 까발려주기 위해. 준비되셨으면, 이제부터 이번 사건의 중심을 향해 같이 떠나보자꾸나. 얘기가 길다. 심호흡 함 하시고... 패러디와 저작권법 일단 법적인 문제부터 풀어나가 보도록 하자. 패러디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한번씩 관련된 법적 문제들에 궁금증을 가졌을거다. 과연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부터가 패러디이며, 원 작품과 패러디 작품들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것 말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봉된 '무서븐 영화' 라는 패러디 영화의 경우 수많은 다른 영화를 본따서 뒤섞어 만든 넘이다. '나는 니가 지난 여름에 한 짓을 알고 있다' 에서 '매트리스' 에 이르기까지 온갖 소재와 이름, 장면을 그대로 차용해서 만든 이 영화. 과연 원작들의 허락을 받고 저작권료를 지불하면서 만든 것일까. 그럼 옛날에 인기 있었던, 탑건을 패러디한 '못말리는 비행사'나 람보 2를 흉내낸 '못말리는 람보' 같은 패러디 영화들은 어땠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 각국에서 패러디와 관련된 법령이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건 열라 간단하다. 왜? 프랑스 외에, 패러디와 직접 관련된 법조문은 전세계 어느나라의 법전에도 없기 때문이다. 좀 이상해 보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영국,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의 선진국들 어느나라에도 패러디를 다루는 법령은 없다. ... 왜 이럴까? 그 이유는 이 문제가 예술, 법, 산업 등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열라 섬세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률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법령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어렵거나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각 케이스마다 상황이 다르고, 따라서 적용할 수 있는 제도나 법령도 달라질 뿐더러 무엇보다도 패러디라는 개념 자체의 정의조차도 모호한만큼 법으로 정리를 해놓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법정 공방이 될 경우 그때그때 문제를 따져봐야 하고, 가능한 판례를 활용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패러디가 공정상용(fair use, fair dealing) - 공정한 이유와 방법으로 사용했는가의 여부 - 에 해당하는지 판례의 일치조차 보지 못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패러디를 자유이용(freie Benutzung)으로 인정할 것인가, 개작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진작품의 패러디에 대한 사건에서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아니라 '저작인격권' 의 침해라는 판례가 있다. 서태지가 건 소송에서도 이 부분이 중요하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사정이 이런 만큼 울나라의 저작권법에는 패러디에 관한 규정도 없고, 아직은 관련된 판례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게 뭘 뜻하느냐고? 적어도 법적인 측면에서, 현재로서는 서태지나 이재수, 어느쪽의 손이던 간에 번쩍 들어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패러디는 일반적인 표절이나 모방, 도용과는 약간 다른 성격... 즉 패러디 특유의 유모나 비꼼을 통한 '재창조'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고유한 특성을 각각의 작품에 따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에 따라서 저작권 침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되니 말이다. 이 판정에는 패러디 작품의 내용이나 수준도 관련이 지어지고, 해당 국가의 사회문화적 배경도 연관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원저자의 저작권 행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도 개입된다. 그럼 유일하게 법조문을 갖고 있는 프랑스를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프랑스의 경우, 이미 공표된 저작물의 저작자는 저작권법상 자유이용(저작재산권의 제한)의 한 형태로서 그 저작물의 패러디, 파스티슈, 캐리커처를 금지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단서 조항으로서 '해당 쟝르의 관례를 준수한다' 로 정리하고 있다. (프랑스 저작권법 제122조의 5 제4호). 이 말을 좀 풀어보면, 아무리 원작의 저작권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작가가 자기 작품을 활용해서 패러디를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작자가 지적 제산권의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런 법을 굳이 제정한 이유는 패러디가 나름대로의 생명력을 가진 예술 형식이며,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위해서는 원작자의 저작권법상 권한을 제한하면서까지 보호해 출 가치가 있다는 사상적 기조를 명시하려 한 것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법 규정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클리어한 건 아니다. 왜냐구. 국어 사전에서 패러디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특정한 작품의 매우 진지한 소재나 특정 작가의 고유한 문체를 흉내내어 저급한 주제에 적용하거나 희화화 하는 수법. 또는, 그런 수법으로 만든 작품. 한편 백과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정의되어 있다. 어떤 저명 작가의 시의 문체나 운율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 시문. 어떤 인기 작품의 자구를 변경시키거나 과장하여 익살 또는 풍자의 효과를 노린 경우가 많다. 창조성이 없으며 때로는 악의가 개입되지만 여기서의 웃음의 정신은 문학의 본질적인 것이다. 보다시피 두 정의가 내용이 좀 다르다. 앞의 것은 '흉내' 에 주완점을 두었을 뿐 풍자나 비판 등의 요인은 패러디의 본질로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나 뒤의 것에는 풍자, 조롱 등의 동기가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즉, 풍자나 조롱 등의 기조하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만 패러디로 볼 것인지, 혹은 그냥 순전히 웃기기 위한 것도 패러디의 범주에 넣어 줄 것인지 등 미묘한 문제들이 논쟁의 촛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호함에 근거하여 원작자와 패러디 작가측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반대되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의 이야기구조를 그대로 흉내내서 웃기게 만든 장편 대하소설 '거미' 를 내놓았을때, 나는 이 작품이 패러디이므로 베르베르가 원작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베르베르는 내 작품이 패러디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질낮은 모작에 불과하므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프랑스법 상의 단서 규정인 '해당 쟝르의 관례' 라는 부분도, 이것이 성문화된 규정이 아니므로 그 해석이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따라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역시나 그때그때의 판단에 의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되 버린다. 결국 프랑스에 존재하는 패러디 관련 법조문도 그렇게 실용적인건 아니란 소리다. 미국의 판례를 봐도 이런 어중간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먼저 <Put It Where the Moon Don't Shine> 이라는 코믹한 음반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음반에 수록된 곡 중 <When Sunny Sniffs Glue>는 <When Sunny Gets Blue>라는 제목의 곡 38소절 중 처음의 6소절을 복제한 것이었다. 들으면 노래 테마를 바로 알 수 있고, 가사도 바꾼 것으로 음반은 전체 길이는 약 40분, 그 중 패러디한 부분은 29초였다. 이에 대해 원작자 측은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 및 명예훼손으로 피고를 제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피고가 원고에게 사용허락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거절한 후 사용하였다. 패러디를 행하는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서인 경우 특정 저작물의 사용은 허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는 '듣는 사람이 원저작물을 상기하기 위하여 필요한 분량' 을 초과한 것이 아니다. 결국 이 재판이 보여준 결론은, '패러디'라는 소기의 예술적 목적을 위해 특정 작품의 일부를 모방하는 것은 패러디라는 쟝르의 특성상 막을 수 없으며, 원작자가 비록 자기 곡의 패러디화를 거절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 셈이다. 그럼 미국에서는 이런 관점으로 가닥이 잡혔나? 그렇지도 않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코미디극인 <스칼렛 피브> 에 대해, 저작권자인 MGM 영화사가 저작권침해 및 부당경쟁으로 법원에 제소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연극제작사쪽은 이 뮤지컬 코미디는 패러디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건에 대해 조지아 북부지방법원은 이 코미디에는 패러디의 의도를 반영하는 비평적인 언급이 없으므로 단순한 오락을 넘은 사회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으로 영화의 패러디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원작의 요소를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사용에 의한 보호의 가치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 두 판례들을 통해, 각각의 상황들이 가진 미묘한 차이들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알 수 있을거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한눈에 판정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0분당 29초는 괜찮은거라면 70분당 3분은 어떤지 - CD 한장 70분 분량에 한곡 전체를 패러디해서 넣으면 이정도 비율이 될거다 - '사회적 가치'라는 기준은 과연 뭔지, 심지어는 원작자에게 허락을 구하고 '거절당했다'는 것이 오히려 적법함의 근거가 되는 등... 각각의 상황과 작품의 성향에 의해 아주 예민하게 적용된 부분들이 많단 말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패러디와 저작권 부분은 법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패러디의 황제이자 이재수가 닮고 싶어하는 인물인 '위어드 얼 얀코빅' 역시 그의 모든 패러디 작품에 원작자의 동의를 미리 구하고 있다.
얀코빅 자신은 '그냥 만들어도 위법은 아니지만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위해 일일히 허락을 받고 있다' 고 말하지만, 자칫 복잡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기 위한 예방조치인 것도 분명하다. 물론 얀코빅은 거절당한 곡은 패러디화 하지 않는다. 프린스의 경우가 그 예다. 그럼 이쯤에서 맨 첨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무서븐 영화> 나 <못말리는 람보>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을까? 그리고 저작권료를 지불할까...?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모른다. 왜... 이것 역시 결국은 미국 영화판의 '관례' 와 '상식' 에 기초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게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판의 경우는 고전적인 씬을 재해석해서 화면에 담는 '오마쥬'라는 방식이 심심찮게 사용되므로 패러디에 대해 보다 관용적인 입장을 갖고 있을걸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것은 단지 이거다. 미국 음악판에서조차 패러디 관련된 법이나 관례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한번도 이런 패러디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울나라에서는 특히나 '관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이 첫 케이스인 거고, 이 재판의 결과가 이후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때 기준이 되는 판례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법적인 판단은 서태지와 이재수, 두 진영간의 합의가 없는 한 전적으로 판사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위에 설명드린 복잡한 문제들이 전부 고려되는 가운데서 말이다. 좀 더 자세히 말자하면, 패러디와 관련된 직접적인 법률이나 판례가 없는 만큼 이번 사건이 헌법 21조에 명시한 '언론/출판의 자유'및 21조 4항의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어야 할지, 그리고 저작권법 제 12조 성명표시권과 13조 1항의 동일성유지권 및 동조 2항의 동일성 유지권 예외 조항속에서 어떤 입지로 설정되는지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는 사항들이다. 그리고 이재수의 소속사 우퍼 엔터테인먼트가 주장하는 바, 즉 '판매가 시작된지 3년이 지난 음반은 원작자가 허락하지 않아도 갖다 쓰고 돈만 주면 된다'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저작권법 50조의 성립여부 또한 재판부 판단의 관건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원작자와 사전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 이재수측은 '울트라맨이야'를 서태지에게서 거절당한 후 발매 3년이 넘은 '컴백홈'을 서태지와 협의없이 가져다 썼다 - 문화관광부의 공식적인 승인절차를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이런 과정을 적법하게 밟아오지 않은 이재수/우퍼 측이 이를 법적인 근거로 내세운다는건 무리가 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관련 지식이 없는 분들로서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니, 법적인 문제는 일단 이정도로 하겠다. 하지만, 그저 '우리는 판단할 수 없으니 법정으로 보내자' 고만 말하고 이 논의를 끝내기에는 좀 석연찮은 면이 있다. 글타... 이번 사건은 패러디냐 아니냐, 저작권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느냐의 문제 이전에 대가수 서태지와 초짜 신인 이재수라는 주역배우들의 역할이 더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태지의 소송건이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이재수에 대한 동정론을 불러 일으키는 듯이 보인다. 그럼 이제부터 그것과 관련된 진실을 함 찾아나가 보자. 이번 상황의 배후에 숨은 본질이 무엇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