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인적이
끊긴 산 속
하늘마저
흐린데
된서리 성성
그 한 가운데 서서
외투마저 벗으셨네
벌거숭이 되셨네
바람은 쉬지 않으니
애달프다
어이하리
저 나무 풀들,
스쳐간 새들
해, 달, 별
그리고 구름,
그러나
지금 저이는
청맹과니일 뿐이라
구름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돌고 돌아 여기다
바람이 손짓 발짓
어딜 가냐 물어도
맘 둘 곳 하나 없다며
돌고 돌며 떠돈다
오름산에 앙가조촘
숨 돌리던 때도 있었지만
어욱 휘이익 휘둘리던 날
몸 사리다
예 와 앉아졌다
해는 오늘도 가니
이제 또
일어나
흐르고 또 흐를 거다
낙엽
세월이 다하여서 이제는 가야겠어요
쌓아 논 짐도 팔아
허방친 값 비워 주고
친구는
영문도 모른 채
그냥 훌쩍 떠났네요
아버지 등을 보며
지난 날을 생각해요
어쩌면 나의 길을 열어 놨을지도요
아무려나 영숙이와 태보는
알아서들 살겠죠
바람에 실은 몸을
굴리고 굴립니다
묻어나온 흙먼지를 한 웅큼 쥐었드니
그윽한 어머니 내음
나를 감싸안네요
낚시터에서
머물고 간 자리마다
조각조각 뿌려진 잔돈푼
이것이 힐링이라는 말
하도 기가 막혀서
바람도 그냥 가 버리고
잰 며느리 이지러지네
어기찬 입질에는
엄지 척, 하하 호호
거두어 돌아설 때는
하늘은 높고 갈 길만 멀다하네
걸음아 나 살려라나
게걸음이니 꼬시다
다랑쉬오름에서
서울은 멀어
바람에 몸을 싣고
이어도엘 가자는 데
가슴 뚫린 등짝 위로
스멀스멀 기어 오른다
거미 한 마리
사람들 절절한 마음
구절구절 새겨 놓는다
허공에
구름 달 듯
바다에
금을 긋듯
뚝!
떨어져 나간 자리에 남긴 글자
평화!
바당 보기
받을 만큼 받았다는 듯
바다가 잠들다
한 줌씩 뱉어 내던
게거품도 잦아들고
태양은 일그러진 몸을
수평선에 뉘였다
동서남북은
이제 어둡고
갯 내음 차지고
갈메기 소리 마저
바람 따라 가고 나니
신작로 경적은
시끌벅적 재겹다
가슴 속 벗들도
하나 둘
노을빛에 가멸다
어디서든 모두들
꼭 저토록만 고왔으면
내 안에
촛불을 켠다
배가 닻을 내린다
바람
철없는 벗이란
차라리 보내불곡
찾아든 살가운 이와
이제
새로 꾸며보자
팔 벌려
안고 보니
빠져나가
홰치다
님 뜻이 아니어든
못 본 채
그냥 갑서
나 뉘 덕에
오늘이 있었으랴
섭한대로
한 세상을 살을 것이
정녕코
나 오늘을
내 역사에
쓸거우다
햇님도 오름산을
건넜수다!
불턱
물갈기 무성하게
하늬 발 서든 날
짠물로 씻겨진
큰 방석을 보았다
주야장천 달리는
밥게의 살림터 같은
어멍들 여기 앉아
허리 펴고
태왁 패고
망사리 다듬으며
용왕전에 빌고 빈다
큰 애기 달래 재우던 친정어멍
그 때 처럼
무자년(戊子年 )모진 광풍
설룬 눈물 훔치면서
무근터 큰 이랑에
낭군님 뉘어 놓고
해 박은 날이면 건너는
바당밭 지방턱
사람이 지치고 나면
그 넋 또한 곯으련만
어멍들 여기에
모다 앉아 도긴개긴
화톳불
왁왁 돋우며
바당을
저울질 하는
어멍, 소풍그릅서!
새벽닭이 울면
아침은 언제나 울 어멍을 먼저 일으켰지
파파 머리 뒤엉켜
이방인(異邦人)이 다되어도
바쁠 손 울 어멍 웃으셨지
바람 걸머지고 바당 열어
때 맞춰 용궁(龍宮) 드는 날
울 어멍,
돈다발 한 짐 지고 드셨지
삼백예순날을 한결같이
물 벤 거북 몸뚱이
잠 못 이뤄 뒤척일 적,
누운 자리 뎁히면
저린 몸 풀어나 지셨을까
밧줄로 꽁꽁
가는 달님 묶어두면
동동 잠 무게나 나갔을까
된 불 맞고 간 서방님
잊어나 지셨을까
이제 구름 가고 샛바람 부니
돔박꽃 또옥 똑 떨어지는 날
어멍아,
소풍가게!
시나브로 진달래꽃
오름산에 ᄀᆞ득 피걸랑
어멍아
소풍가게마씀!
평화를 보러 가다
춘사월 초사흩날
봉아리오름 평화공원에
평화를 보러 갔다
오름산을 돌아
늘어선 떼어욱 고개 숙이고
속으로 울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순간,
빠바방!
스피커가 나의 말을 삼켰다. 따라서
나의 몸도 움츠러졌다
곁눈으로 보았다
삼촌은 그냥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이름 석자, 그 옆에
또 다른 모를 이들도 늘어 서 있었다
사열 받고 있었다
세상에!
평화란
죽어 가서
이름 석자에 하얀 옷 입고 사열 받는 것
그리고 구경하는 것이더라
폭낭
선대조(先代祖)가 심어 놓은
고향집 폭낭 하나
팔뚝은 메마르고
몸통은 고리삭아
새들도 오다가 가며
마른 침을 삼킨다
어머님은 저 그늘에 앉아
ᄀᆞ레를 돌리셨지
언제 보았었나 쌍심지 선 대문 하나
꽁지 선 노랑강아지
글컹글컹 짖는다
고향이라는 건,
언제나 낯 씻으며 피는
연꽃 같은
새벽이면 찾아드는
햇살 같은
어머니 미소 같은
내 마음 정신 줄 메어 논 저
폭낭 가지이련만
카페 게시글
금일의 자유시
우수응모작품상 제주 김선진시인 응모작.
믿음
추천 1
조회 50
16.08.11 01:1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