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오름이 자연문화유산이 된 이후로는 주변으로 소소한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7권, 제주편에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거문오름은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만장굴을 포함한 몇개의 용암동굴이 시작되는 곳이다보니 지질학적으로 인정받는 명소가 되었죠. 진입로가 생기고, 주차장이 생기고 길이 넓어지고 가 볼만한 곳들도 몇몇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가 거문오름의 가치와 대비하여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쉽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관의 무모한 치장공사만 아니라면 소소한 변화는 나름 긍정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먹거리 즐길거리로 생각하자면 이 부근엔 그닥 가볼 만한 곳이 없었다는 점에서 괜찮은 맛집 멋집이 소소하게 생긴 것은 반가운 일일 것입니다. 그 중 나름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하나 알게 되어 찾아가 보았습니다.
번영로에서 거문오름 방향으로 들어가 거문오름 입구를 조금 지나쳐오면 바로 보이는 목조건물의 식당이 있습니다. 오름나그네라는, 처음 들었을 때에는 까페이름인줄만 알았는데 보말칼국수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야 식당인 줄 알게 되었죠.
보말칼국수와 검정콩국수를 주문했습니다. 대체로 가격도 무난하고 좋은 느낌입니다.
여름에 들른 곳이라 팥빙수 메뉴가 있었는데 직접 팥을 삶아 만드신다네요.
반찬은 일단 셀프입니다. 주문을 하면 주방 앞으로 배치된 반찬통에서 직접 반찬을 가져다 먹습니다. 우무에 손이 많이 가더군요.
보말칼국수가 나왔습니다. 미역도 들어가 있고 색깔이 진하고 걸쭉해보이는 것이 나름 기대감을 느끼게 합니다.
보말과 표고와 미역과 당근등등의 알찬 재료들이 보이시나요? 국물도 진하고 구수합니다. 맛도 모습도 한그릇속의 모습이 마치 그릇이 넘치도록 든든한 느낌입니다.
콩국수도 나왔습니다. 적당히 달달하면서 구수하고 진한 콩물이 감칠맛을 더합니다. 제대로 만들었다는 느낌.
음식들이 대체로 재료가 좋은 느낌입니다. 좋은 재료만이 낼 수 있는 어떤 든든함과 만족감이 있달까요? 푸짐함까지는 아니지만, 한그릇이 무척 탄탄하다는 느낌. 아주 맛있다까지는 아니지만 적절하게 맛을 살리는 솜씨가 느껴집니다.
반찬은 셀프라는 점에서 알 수 있 듯, 이 집은 두 분이서 운영을 하는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테이블 순환이 조금 더디고, 운영에 약간의 차질이 생기면 음식이 좀 더디나오기도 합니다. 분주해지기라도 하면 음식 맛도 조금 달라지는 듯 하기도 하구요. 맛이 여일하기를 바라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까운 부분이긴 한데, 팥빙수를 직접 삶은 팥으로 만드는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음식에서 느껴지는 재료의 정성, 그리고 맛에서 느껴지는 어떤 든든함이나 탄탄함은 음식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집이라 생각합니다. 거문오름을 지날 일이 있다면, 이 집에서 칼국수 한그릇 맛보고 가는 일도 참 좋은 일일 듯 합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