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불가 / 이남옥
자주 비교하는 일에 빠지곤 한다. 키 큰 사람을 보면 키를, 성공한 사람을 보면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자녀와 관계되는 일은 예외 없이 그랬다. 가장 많이 비교한 것은 공부였을 것이다. 특히 둘째 아이는 공부 면에서 뒤처졌다. 제 아빠 닮아선지 만화 볼 때만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받아쓰기나 구구단을 시키려고 하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서 한번도 팔에 끼고 가르쳐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여태까지 스스로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질 줄 알았더니 느닷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몇 해 동안 미끄러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공부에 취미가 없으니 전문대학을 보내서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자고 남편이 말했을 때 그렇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아까운 청춘을 부질없이 보내게 하는 것 같아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
아이가 태어나서 눈맞춤을 하고 옹알이하는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닐까 착각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이다가 점차 자라나면서 보통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욕심을 내려놓고 평범한 우유를 먹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갓난아기였을 적에 내 아이도 아주 공부를 잘할 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또랑또랑 야무지고 앞날이 창창하니 누군들 그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구박이 시작되었다. 더구나 교사인 엄마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과 비교하며 닦달을 했다. 그러나 더 좋아진 것은 단 일도 없었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아이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엄마, 미안해요.’ 공부가 잘 안되는가 보다. 가끔 이런 말을 던진다. 몇 달 전에는 어떤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오더니 일하러 가겠단다. 몇 달 후면 시험을 볼 텐데 그 이후에 다시 알아봐도 되지 않겠냐고 말렸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는 또 미안해진다. 여태 제대로 엄마 노릇도 못 하고 진로를 도와주지 못했으면서 방해를 한 건 아닐까? 형태는 바뀌었지만 지금도 비교하고 있는가 싶어 돌아보게 된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예요.’라고 말했던 중국인 학부모가 생각난다. 외국인이면서도 세 아이를 하도 예쁘게 잘 키워 냈길래 칭찬하며 부러워했더니 내게 한 말이다.
요즘에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새끼’를 자주 본다. 첫 시작은 새 학기를 준비하면서 다루기 힘든 아이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려되어 찾아보았다. 한 번 보고 난 콘텐츠는 알고리즘이 형성되어 유튜브만 틀었다 하면 주르륵 떠오르니 연이어서 보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부모와 아이는 대단해 보였다. 가정생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와 실천력이 그랬다. 결국은 부모의 양육 태도로 아이가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아이의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과 적절하게 반응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것을 뉘우치게 되었다. 내 아이에게도 그랬겠지만, 학생들에게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무지해서 일으킨 오해와 실수가 기억에서 줄줄이 엮여 딸려 나올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공부하는 아이를 빼놓고 가족이 구례 서시천으로 벚꽃놀이를 갔다. 2년 전, 제방이 무너져 물난리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처참한 모습은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로워 보였다. 구례 곳곳마다 하얀 횃불을 켜 둔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꽃 터널을 이루고 있는 벚나무 사이로 목련과 복숭아꽃도 피어있고 자세를 낮추니 민들레와 작디작은 봄까치꽃도 한껏 봄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떤 꽃이 더 예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할 것이다. 중년이 되면 카톡 프로필 사진이 꽃이나 손자들의 사진으로 바뀌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모든 것이 생명의 몸부림이며 하나하나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잠시 자연에 기대어 지난 날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고 감사 기도를 올렸다.
첫댓글 공부하는 아드님에게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들려 올 것입니다.
공부도 에너지 소비가 일 못지 않을 것 같은데, 맛있는 거 해먹이며 체력 관리 해주세요.
모는것에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실수를 반복한가 봅니다. 나도 그 프로 보며 내가 실수했던 때가 떠올라 반성한답니다.
윤희의 성장통 이야기군요.
좋은 날 있을 겁니다.
언니가 이렇게 반성문 쓸 정도면 자유로울 사람 아무도 없어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이번 주에 글을 두 편이나 올리셨군요.
박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엄마가 이리도 힘든데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좋은 날이 꼭 올 겁니다. 선생님은 분명 좋은 엄마였을 것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