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가지 정도는 완벽하고 싶은 것이 있잖아요 우리는 변명만 가득한 레시피를 보며 까르르 웃어요
토끼는 내일의 당근을 키우고 더 잘 달아나는 채소를 데려오니까요
볼과 입술에 말린 무화과와 자두 과즙을 바른 우리들은 조명 꺼진 무대 밖으로
발사되었어요
심사평] 올해부터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이 당선 시인을 더 확실하게 지원하기 위해 연간 1회 공 모로 바뀐 만큼, 지난번보다 훨씬 더 늘어난 350여 명의 응모자가 본지에 문을 두드렸습니 다. 이번 응모에는 시적 형상화, 문장력 등 시 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 을 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응모자 들의 역량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 울 수 없었다. 그러나 신인에게 기대하는 개성 적인 측면은 아쉬웠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들 이 많았고, 다소 투박할지라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토스를 지닌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그럼 에도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은 자신만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예심에 거쳐 본심에 올라온 응모자는 아래와 같다.
방성인, 봉주연, 소후에, 신윤하, 이리, 정미주, 정지민, 조민주, 한승현, 한혜리
이 중에서 본심 심사위원들로부터 복수의 추 천표를 받은 분은 정지민, 정미주, 조민주 세 분이다. 세 분 다 일장일단이 분명하게 보이고 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의이 갈려서 딱 한 분 을 선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부기해둔다. 먼저 정지민 씨의 시는 만만찮은 시력을 느끼 게 할 만큼 탄탄한 구성력과 문장력을 보여준 다. 환상적인 장면으로 치밀한 서사를 만들어내 는 솜씨가 돋보이고 그만큼 한 편의 시를 직조 하는 능력 확인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 직조된 서사가 다소 작위적으로 읽 힐 수 있다는 점, 다 읽고 나서 '한 방'을 느끼게 해줄 무언가가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이 뒤따랐 다. 조민주 씨의 시의 무엇보다 읽는 재미를 주는 매력이 있었다. 역동적인 상상력과 그를 뒷받침 하는 거침없는 발화가 우선 눈에 띄고, 문장 단 위에서 언어를 다루는 솜씨도 한 편의 시를 완성도 있게 처리하는 솜씨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 다. 다만 매적으로 읽히는 지점들이 한편으로 그동안 눈에 익어온 시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 다는 점이 마지막까지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의 견이 있었다. 정지민, 조민주 씨 두분모두 아깝 게 최종 1인으로 남지 못했지만, 자신의 시적 천분을 믿고 고집스럽게 시를 계속 써나간다면 언제 어느 지면으로든 꼭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응원의 마음을 보탠다.
정미주씨를 추천한다. 정미주 씨의 시는 환상 적인 장면으로 도배가 된 시가 아님에도 다 읽 고 나면 이상하게 환상으로 물든 현실을 환기한 다. 당연시되는 현실의 구석구석에서 당연시될 수 없는 측면을 포착하는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 이자 비현실일 게다. 환상이 현실의 역상을 이 루는 무엇이라면, 현실에서 억압되고 결핍된 지 점을 역으로 비집고 솟는 욕망의 발화라면, 잔 잔히 빛나는 정미주 시의 환상적인 세목들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눈에 띄지 않게 웅크린 구석 이다. 격랑을 보여주지 않기에 얼른 눈에 띄지 는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흔들리고 있고 요동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잔잔한 물결의 서사 를 느끼게 해주는 것 또한 정미주 시의 은근하 면서도 끈끈한 매력일 것이다. 다만 간혹 눈에 익은 비유에 기대어 시상을 전개하고, 시가 되 기 쉬운 시어를 손쉽게 빌려와서 쓰는 몇몇 대 목이 그 매력을 반감시킬 때도 있다는 점을 짚 어둔다. 정미주 씨는 현대시 신인추천작품상 심 사에서 이미 여러 차례 본심에 오른 분으로 기 억한다. 그만큼 긴 시간을 견디면서 자신의 작 품을 단련해가고 갱신해가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고, 이 점이 심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신뢰를 주었다는 점도 덧붙인다. 오래 지치지 않고 자 신을 갱신해나가는 시를 써주기를 바라며, 정미 주 시인께 심심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김 언)
첫댓글 개인적 해석) 우리는 프로도 아닌 동물견습생에게 쓰레기 취급 받으며 훈련을 당하면서 고통을 당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통스러운 시를 유머스럽게 처리한 것이 특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