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돌의 추억
개암 김동출
생가 앞마당가 쌀나무 아래
닳고 닳은 숫돌은
할아버지 청년시절에
산에서 캐오신 수성암 짜투리었다
참나무에 홈을 파서
고정시킨 우리 집 숫돌은
마모감이 적당히 좋아
낫이나 부엌칼은 막론하고
무거운 도끼 갈기에도 딱이었다
하도 많이 갈아서
바닥이 초승달 처럼 움푹패인우리 집 숯돌에다 물을 끼 얹어가며
쓱쓱 낫을 갈면 시꺼먼 숫돌즙과 쇳가루가 눈물처럼 흘렀다
시퍼렇게 날잡아가며
엄지손가락 촉으로 이젠 됐구나 싶을 때
시험삼아 나뭇가지를 짜르면
단숨에 떨어져 나가는 그 기분에
어릴적부터 칼갈기 도사가 되었지
요사이 가끔 무디어 진
부엌 칼을 찾아 갈면서
할아버지 사랑받고 자라던
그 시절이 그립고 그리워 진다.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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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 김동출 작품실
숫돌의 추억
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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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
23.02.04 11:5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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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전에는 시골집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으나
요즘은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지 않나요?
누가 칼이나 낫을 잘 가느냐에 따라서 찐 농부인가를 판가름 하기도 했지요.
또 누가 가정적인 남정네인가도 판별의 기준이 되었지요.
귀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