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루터기의 산행기 >
설악 : 오색 - 대청봉 - 서북능선 - 한계령
◎ 날짜/날씨 : 2015년 10월 13일(화)·맑고 바람 많고 차가운 날씨 ◎ 경 로 : 남설악탐방지원센터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서북능선 - 갈림길 - 한계령휴게소 ◎ 참가인원 : ○○○산악회를 따라 나홀로 ◎ 소요시간 : 약 9시간 10분(휴식 포함) ◎ 세부사항 - 03시 50분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 출발 - 07시 02분 대청봉 도착 - 07시 20분 중청대피소 도착 - 07시 20분 ~ 50분 대피소에서 30분간 휴식 후 출발 - 07시 53분 갈림길에서 서북능선 쪽으로. - 11시 02분 한계령 갈림길 도착 한계령으로. - 13시 02분 한계령휴게소 도착. 산행 종료.
한글날 연휴가 끝나고 이틀을 더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 화창한 평일에 어딜 가나 궁리하다가 문득 설악산에 가보자는 생각이 떠 올랐다. 설악은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큰 애가 4살 때 한 번, 딱 두 번 가본게 전부였고, 산에 든 이후에도 먼거리에 따른 부담과 엄청난 인파 등으로 아예 가볼 엄두를 안내던 곳인데 최근 산우님들의 후기들을 보면서 나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평일이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 것이다.
평일에 설악에 가는 곳들을 몇 군데 알아본 결과 10/12 월요일 저녁에 ○○○산악회가 무박 2일 동안 오색 - 대청봉 - 한계령을 걷는 9시간짜리 코스를 간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전화로 신청을 한 후 10/11 월요일 밤 10시에 동래지하철역에서 31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설악으로 출발을 하였다.
< Google Earth 지도 >
처음으로 올라 가보는 설악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 버스 소음 등으로 거의 잠을 설치다가 새벽 2시 30분 경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시락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새벽 3시 30분 오색 남설악탐방지센터에 도착. 산행 준비를 하였다.
누군가가 새벽 4시부터 등반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이 남아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다른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어영부영하고 있는데 안내판을 보니 새벽 3시부터 입장가능이라고 되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 뒤섞인 사람들 속에서 ○○○산악회 표식을 배낭에 매단 사람들이 아무도 안보여 이미 다 출발 한 줄 알고 나도 급하게 산행을 시작하였다.
20분을 허비하고 3시 5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래된 헤드랜턴이 시원찮아서 스틱은 꺼내지 않고 손전등을 손에 들고 산행을 시작했다. 캄캄한 밤이라 앞만 보고 묵묵히 걸었다.
지겹고 캄캄한 돌계단 등로를 1시간을 더 걸어 6시가 넘어가니 새벽 미명이 밝아지고 곧이어 일출이 시작되는 듯 했다. 입구에서 미적거리지 않고 3시 반에 출발해서 빠른 걸음으로 갔으면 대청봉에서 일출 관람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밝아오고 고도가 높아지자 등 뒤로 환상적인 장면들이 펼쳐졌고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 잡으려고 거의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등로를 올랐다.
날이 밝고 대청봉이 가까워졌다.
산에 든지 11년 만에 산에서 일출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설악산에 든지도 처음이니 이날은 정말 뜻깊은 날이었다.
설악에 왔음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고도가 높아지자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세차기 불기 시작..
대청봉 정상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어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었다.
마침내 1708m 대청봉 도착. 들입인 남설악지원센터의 고도가 430m이니 3시간 10분만에 1200m가 넘는 고도를 올라온 셈. 온몸이 땀범적인데 차가운 날씨에 강풍마저 불어서 옷을 꽤 두껍게 입었지만 견딜수 없는 추위가 밀려왔다.
덜덜 떨면서 정상 주위를 돌아본다.
난생처음이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덜덜덜 떨면서 중청대피소로 몸을 피한다.
외설악과 울산바위라고 짐작되는 곳을 한 번 바라보고
많은 분들이 설악 설악 하더니..과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중청대피소에 들어가니 인파로 북새통..구석에 서서 몸을 녹이고 휴식을 취했다.
중청대피소에서 30분간을 쉰 후 뒷편 갈림길에서 왼편 한계령 방향 서북능선으로 길을 잡는다. 출발전에 산악회 회장님은 희망하는 사람들은 소청봉까지 갔다 와도 시간 충분하다고 했는데 일행들이 아무도 안보여 불안한 마음에 바로 한계령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야할 서북능선을 가늠해본다. 멀리 구름에 쌓인 곳이 가리봉이고
여긴 귀떼기청봉인듯.
어디가 용아장성이고 공룡능선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앞으로 차차 알게될것이다.
끝청에 도착해서 바라본 남쪽. 옆에 선 누군가가 구름에 쌓인 젤 높은 봉우리가 점봉산이라고 했다. 출발할 때 일행들 중에 몇몇은 회장님과 함께 점봉산으로 갔었는데..저기인가?
뒤를 돌아보니 중청봉과 지나온 길이 보였다.
높은 지대라 고사목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 길이 숲길에서 너덜길로 바뀌면서 진행속도가 느려지고 피곤함이 가중되기 시작.
너덜을 내려와서 뒤를 돌아 본 모습.
가뭄이 심했는데도 단풍이 꽤 아름다웠다.
중청대피소 출발 약 3시간 만에 한계령 갈림길에 도착해서 왼편으로 길을 잡는다. 이제 2.3km가 남았으니 한시간 뒤 12시면 한계령에 도착해서 일행들에게 뒤쳐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하산길과 달리 돌계단과 너덜길이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점점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었다. 일행을 따라잡으려고 중청대피소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해서 무리가 온 것 같았다.
내려갔다가 또 올라가기를 몇 번을 반복
기진맥진 상태로 한 시간 동안 1.3km를 걸은 후 한계령을 1km남기고 긴 휴식을 취한다.
기운을 차려 한계령 대피소로 진행
출발 9시간 10분만이 오후 1시에 한계령대피소에 도착 산행을 종료하고.
일행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는데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한 30분을 기다리니 마침내 한 분이 보이길래 다른분들은 어디갔냐고 물어보니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늦을까봐 소청봉도 들리지 않고 쉬지도 않고 강행군을 했는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다니 조금 허탈하기도 했다.
결국 출발 11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에 모든 일행이 한계령에 도착을 했고 점봉산으로 간 일행과 다시 만나 오후 4시 가까이 되어서 부산으로 출발, 중간에 삼척에 들러 저녁식사를 하고 동래역에 밤 9시 30분에 도착. 생에 첫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장거리 동행이 싫어서 그 동안 가지 않았던 설악을 큰 마음 먹고 다녀왔는데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앞으로 설악을 비롯해 멀리있는 좋은 산들은 이런 식으로 다녀오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흐뭇하고 기분이 좋았다.
< 감사합니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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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초행이시라 시간배분에 애를 먹으신 것 같지만 그래도 1등으로 랩타임을 끊으셨네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 좋은 풍광도 내버리고 냅다 걷기만 했었죠.
하지만 여러번 가보니 개념이 잡히더라구요. 3번이상은 가셔야 조금 호젓한 산행을 하실 것 같습니다.
무박 먼거리 너무 고생하셨구요. 조금더 욕심을 내서 한번 더 댕기오시기 바랍니다. ㅎㅎ
드디어 그루터기님께서도 설악산에 다녀오셨네요.
날씨도 좋고 단풍이 절정일 때 설악산을 갔으니 처음인데도 설악산 절경을 마음껏 즐긴 것 같습니다.
설악산, 지리산 산행을 가고 싶을 때 아무 생각없이 갔다와야합니다.
그렇게 다녀와도 절대 후회가 없는 산행이 되니까요. ㅎㅎㅎ
다음에는 설악산 공룡능선을 꼭 한 번 가보세요.
설악 축하드림니다....
대청의 새벽 조망 잊어지지 않지요...용아,.공룡, 1275봉, 범봉, 천불동, 화채.......
저는 한계령으로 올라 어두워 단풍을 보지못핸는데 끝청에서 한계령까지 님의 그림으로 즐겁게 감상합니다.
설악의 사계는 언제나 우리를 부르게합니다.....이번에는 남설악,다음에는 내,외설악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