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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17
1. # 복수의 집 - 마당 (밤)
복수의 흐느낌 속에서 쓰러지는 중섭의 이젤이 빛바랜 모노 화면으로 고속촬영된다.
중섭이 복수를 떠났다. 10살 복수를 떠난 처음처럼...
O.L. 거친 철물의 삐걱임이 들린다.
2. # 학교 운동장 (밤)
O.L. 검은 양복을 입은 복수가 힘차게 그네를 타고 있다. 양복가슴엔 흰색 리본이 달려있다.
하늘까지 닿도록 힘차게 그네를 탄다.
앞 뒤로 오가는 복수의 시선 속엔 운동장 가운데서 농구를 하는 일군의 꼬마들이 보인다.
복수 : (그네를 멈추어 선다. 미소짓는다.) 나두... 나두 낄래.
농구장으로 뛰어와 아이들이 던지는 패스를 가로채 골대에 넣는 복수의 미소.
아이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복수를 보며 제 편으로 패스를 한다.
그러면 다시 빼내 골대에 골을 넣는다.
꼬마 : 아, 이 아저씨 미쳤나 봐.
복수 : ...(실없이 건들대며) 니네두 아버지 죽어봐. 안 미치나... (그리곤 다시 아이의 농구공을 빼앗아 골대에 넣는다.)
우두커니 서서 인상을 긁고 있는 아이들.
복수 : (사정조로) 좀 같이 놀아줘. 형이랑... 니네, 세상을 모르지? ...세상은,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재미나게 놀라구 만든거다?.
...자. (드리블을 한다.) 뺏어 봐. (혼자 폼잡다가 아이들이 협조를 않자) 아, 진짜... 너무한다, 니네.
꼬마 : (입이 나와서는) 공 주세요. 우리 갈래요.
복수 : 못 준다면?
꼬마 : 아, 증말...
이 때, 빗줄기가 복수의 얼굴에 닿는다. 곧바로 소나기가 퍼붓는다.
꼬마들, 비를 피해 도망간다.
꼬마 : (비를 피해가며 소리친다.) 공 주세요오.
복수 : (미소지으며) 싫어.
아이들이 사라진 운동장에서 홀로 비를 맞으며 농구를 하는 복수.
퍼붓는 빗속에서 공을 던지고 드리블을 하는 복수의 양복이 진흙탕에 젖는다.
구두가 버거운지, 구두까지 벗어던지고 맨발로 농구를 하는 복수.
복수 : (골대에 공을 던지며 소리친다.) 아빠는... 죽어두 싸. (공을 주워오며 어금니를 문다.) 인간이냐? ...죽어두 싸.
진흙탕에 엎어지고 달리며 농구를 하는 복수의 눈이 발갛다.
한참동안 홀로 힘차게 농구만 하는 복수. 이윽고 털썩 바닥에 누워 눈을 감는다.
복수 : (실소) 아빠가 하늘에서 오줌싸네. ...(차갑게) 아, 드러. 드런 아빠야.
바닥에 누워 빗물을 맞는 복수의 지친 모습.
울리는 핸드폰소리가 빗소리에 가리워진다. F.O.
3.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평소처럼 아침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는 복수.
중섭의 자리엔 물고기 어항이 자리를 잡았다.
국을 뜨는 복수.
복수 : (힘없이) 아우, 닝닝해. ...오빤 결정적으루... 국을 못 끓여.
수저를 내려놓곤 멀쭝이 밥상을 본다.
복수 : 밥상 치우자. (물고기에게) 놀래지 마, 경아.
그리곤 무심한 표정으로 밥상을 엎어버린다.
아무 일도 없던 듯 다시 마당으로 돌아앉는 복수. 그렇게 물끄러미 앉아있다가 마당가에 꽂혀진 십자가를 본다.
4. # 복수의 집 - 마당 (아침)
힘없이 어슬렁대며 물고기 무덤 앞에 선 복수. 어금니를 문다.
꽂혀진 십자가를 뽑아든다. 손으로 발로 무덤을 뭉개는 복수.
화단의 물고기 무덤이 평평해지도록 흙을 다지고, 다진다.
5.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십자가를 들고 온 복수가 어항 속에 풍덩 십자가를 넣는다. 경이 물고기가 놀란 듯 빠른 헤엄을 친다.
물끄러미 어항을 보던 복수가 중섭의 방으로 들어간다. 클라리넷을 가지고 나온 복수가 클라리넷을 어항 안에 넣는다.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가 돌돌 말린 꽃무늬 손수건을 가지고 나온다.
꽃무늬 손수건을 펼치면, 투명한 비닐 속에 만원권 지폐가 들어있다.
중섭이 열살 복수에게 쥐어준, 테잎붙인 만원지폐다.
지폐를 꺼내는 복수. 붉게 젖어드는 그의 눈망울.
슬픈 눈으로 한참 동안 만원지폐를 바라보는 복수. 어항 안에 지폐를 떨구어 넣는다.
복수 : (눈물짓는다.) 됐다. ...다 죽었다, 우리. ...끝.
어수선한 폐허의 어항 안에서 힘겹게 헤엄치는 경이 물고기.
툇마루에 어항을 등진채 모로 눕는 복수. 새우등으로 몸을 옴추린 복수의 눈물이 서럽다.
6. # 복수집 앞 (낮)
대문 앞에 우두커니 선 경의 모습.
대문 위로 깡충깡충 뛰어본다. 그러다 대문 밑으로 고개를 붙이고 안을 본다.
툇마루에 앉아있는 복수의 다리가 언뜻 보인다. 더 바짝 바닥에 얼굴을 붙이는 경.
일어서는 경. 다시 처음처럼 아픈 눈으로 대문을 본다.
경 : ...오늘은... 복수씨 다리 봤다. ...다리가 참... 쓸쓸하다.
눈가가 젖어든다.
7. # 미래의 집 - 옥상 (밤)
한 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서럽게 울어대는 미래. 미래의 몸은 유난히 떨린다.
미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린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현지.
미래는 계속 자신의 팔등을 긁어댄다. 울어대면서 팔등만 긁는다. 팔등은 까져서 발간 핏자욱을 만든다.
현지는 말리지도 못하고 그 팔등을 바라볼 뿐이다.
미래 : 빙신같은 년. ...빙신같은 년. ...빙신같은 년. (목이 매인다.) 빙신같은 년.
(긁어대는 팔등) ...모기 좀 잡아라, 현지야. ...왜 이렇게 가렵냐? ...아, 가려워어...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슬픔이다. 복수와 경의 슬픔보다 더 검다.
미래의 손을 팔등에서 조심스레 떼어내는 현지. 가만히 미래의 머리결을 만지며 미래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현지의 품에 안긴 채 미래는 다시 제 팔등을 긁는다. F.O.
8. # 경의 집 - 식탁 (아침)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 경과 인옥, 미선.
경 : 언니. ...미역국 끓일 때, 미역 넣구 물 넣구 소금 넣구 조미료 넣구, 그러면 되나? 또 뭐 넣나?
미선 : 그게 미역국인가요? 미역물이지?
경 : 그럼 어뜩케 해요?
미선 : 미역을 물에 불려서 물기를 빼구요. 냄비를 불에 달궈서, 참기름을 둘러요. 그래서 미역하구, 마늘하구 달달 볶아요.
...소고기는 같이 볶던가, 아니면 나중에 넣어두 되구요. 그리구 물붓구 끓여요.
마지막에 소금이나 국간장 넣구 간 맞추면 되요.
경 : 아니, 한 가지만 가르쳐 주지? 헷갈리는데? ...언니가 하는데루 가르쳐 주지? 고기를 어쩌라구요?
미선 : 나는... 고기두 같이 볶아요, 미역볶을 때...
경 : 소금 넣어요? 국간장 넣어요?
미선 : ...국간장으로 간을 하면 맛은 깊어지는데... 너무 색깔이 짙어져서 맛없어 보이거든요? 난 소금이랑 반반해요.
경 : ...응. ...그리구, 이 가지나물엔 식초랑 설탕만 들어가면 되나?
미선 : 설탕 안 들어가요. ...가지를 먼저 쪄야지요.
인옥 : 왜 그러는데?
경 : (퉁명스레) 결혼할라구...
인옥 : ...
경 : (자상하게) 엄마두 같이 배워어. ...엄마 혼자 살려면, 먹구 사는 걸 배워야 돼.
(미소) 그러구 보니까... (반찬을 먹는다.) 우리 셋 중에서... 혼자서두 제일 잘 살 사람은 언니다.
...언니는 혼자서두 맛있는 거 잘 해 먹구 살겠다. ...젤 낫다, 언니가...
미선 : ...돈이 있어야, 맛있는 걸 해 먹죠.
인옥 : 무슨 결혼?
경 : 그냥 결혼.
인옥 : 누구랑.
경 : 애인이랑.
인옥 : 누군데?
경 : 고 복수.
인옥 : 그게 누군데?
경 : (웃으며) 고 복수가 고 복수지 누구야아?
9. # 성호집 앞 대문 (낮)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고 나오는 성호부.
성호부 : 누구세요?
복수 : 정유순씨 만나러 왔는데요.
성호부 : (아래 위로 훑는다.) 누구신가?
복수 : 정유순씨 만나러 왔어요.
성호부 : 정유순은 내 마누란데?
복수 : 네. 선생님 마누라 만나러 왔어요.
성호부 : (궁시렁) 뭐야, 이거?
성호 : (이때, 성호가 나온다.) 형. (복수의 손을 잡는다.)
성호부 : (성호를 보며) 무슨 형?
성호 : (큰소리로) 엄마. 형아 왔어요. (뛰어 들어 간다.)
성호부 : ...(한참을 바라보더니) 내 마누라 아들이야?
복수 : 네.
성호부 : ...근데... 남의 집엔 왜 왔어?
복수 : (미소) 아들이 엄마집 오는게 어때서요?
성호부 : ...여기 내 집이야.
복수 : 우리 엄마 사는 집이니까, 우리 엄마 집이기두 하지요. 하숙집 주인 아니시라면...
유순 : (부리나케 대문 밖으로 뛰어 나와 놀란 눈으로 복수의 손을 잡는다.) 복수야.
(성호부의 눈치를 보며 멀찍이로 데려간다.) 복수야. 너... 여길 왜...
성호 : (뛰어와 복수의 손을 잡는다.) 형.
복수 : ...(물끄러미 성호를 본다.) 성호야, 손 놔. (유순을 보며 미소) 엄마. 저 아저씨 없는데서, 나랑 ...토킹 어바우트 좀 할까?
성호부 : (대문을 들어가며 비아냥) 당신은 새끼 많아서 좋겠네.
복수 : (싸늘하게 성호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유순에게) 어쩔까? 뭉개 버릴까? ...안 그래야겠지?
유순 : 응...
10. # 패스트 푸드점 (낮)
부시시한 모습으로 초라하게 앉아있는 유순과 그 앞에 앉은 복수.
성호는 멀찍이서 혼자 콜라와 햄버거를 먹고 있다.
유순과 복수 앞엔 치킨이 놓여있다.
복수 : (실소) 참. ...닭 보니까, 감회가 새롭네.
유순 : 뭐하러 왔어, 너? ...너 자꾸 이러면... 나 또 도망가서...
복수 : (무심하게) ...아빠 죽었어.
유순 : (입이 벌어진다.)
복수 : (미소) 엄마 과거 하나 쫑났어. ...잘 됐지?
유순 : ...(말문이 막힌다.)
복수 : ...(낄낄 웃는다.) ...왜 말을 못하냐? 말 해.
유순 : (넋이 빠져서) 아빠가 왜 죽어?
복수 : (미소) 아빠 맘이지.
유순 : (역시나 실감 못하는 눈으로) 복수야. ...아빠가 왜 죽어?
복수 : 엄마 좋으라구...
유순 : 아빠가 왜 죽냐구...
복수 : 엄마 좋으라구...
유순 : (눈물맺힌 눈으로 닭다리를 복수에게 집어 던지며 까랑까랑하게) 말 똑바루 해. 아빠가 왜 죽어?
복수 : ...하여간 던지는게 취미야, 우리 엄마는...
유순 : (소리친다.) 대답해.
복수 : ...자살했어.
유순 : ...(입을 벌린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다.)
복수 : ...자살했어.
유순 : ...(눈물이 흐른다.) 자살을 왜 해? 니가 있는데... (숨을 헐떡인다.)
복수 : ...자살했어.
유순 : ...(눈을 감는다. 어지럽다. 다시 복수를 본다.) 왜? 나 땜에?
복수 : ...(눈물이 난다.) 아니... 나 땜에...
유순 : ...너 땜에 사는 사람이... 왜 너 땜에 죽니?
복수 : ...(입을 벌리고 멍하니 유순을 본다.)
유순 : 응?
복수 : ...그랬다. ...그래서 죽었네. ...나 땜에 살던 사람이라서... 엄마, 천재다. ...나 땜에 살았는데... 나 없으면 못 살지.
유순 : 니가... 왜 없는데?
복수 : ...엄마.
유순 : ...
복수 : 누구 땜에 살지 마. 성호 때문에 살지 마. 엄마 때문에 살어. ...응? 성호 때문에 살다간... 막판에... 성호, 환장해.
유순 : 니가 뭘 어쨌어, 아버지한테?
복수 : ...내가 너무 이뻐했어. 아빨...
유순 : ...
복수 : 엄마랑 나눠서 해야 되는 걸... 나 혼자 해서 그래. ...내가 아빠 버릇을 잘못 들였어.
유순 : ...아빠한테... 크게 실망시켰어, 니가?
복수 : 응.
유순 : (목이 매여 울어댄다.) 왜 그랬어어. ...잘 할거면 끝까지 잘하지, 이 놈아.
복수 : ...
유순 : 내 대신... 니가 잘 해야지.
복수 : ...끝까지, 잘 할 수두 없구, ...누구 대신, 잘 할 수두 없어. ...어뜩케 그래? 잘 들어, 엄마.
엄마 인생, 엄마가 찾어. ...남 인생에 빌붙어서 행복 찾지마. ...아빤... 그랬어. 바보같은 인생이야. 바보 아빠야.
...엄만 바보 되지마. ...(일어선다.) 우리 가족, 이렇게 결판났네. ...바보 가족의 최후야.
유순 : (복수의 팔에 매달리며) 복수야. ...가지 마. ...가지 마. ...다시... 도루 물르자. 처음으루 만들자, 복수야.
...우리 식구 처음으루 다시 만들어서... 이렇게 되게 하지 말자, 복수야. ...(눈을 감는다.) ...내가...
처음을 더 잘하기 시작하는 걸루 해서... 니 아버지한테, 사랑 받는 걸루 치구... 처음부터 시작해서... 다시, 돌리자.
복수 : ...싫어. 난 바보들하구 안 놀아. ...엄마가 똑똑해지면... 그 때, 보자, 엄마.
유순 : ...(목이 매인다.)
복수 : ...제발 ...똑똑해 져라, 엄마. (현관으로 향한다.)
성호 : (복수에게 달려온다.) 형.
복수 : 형이라구 부르지 마. ...(성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가가 아득해 온다.) ...니 눈에서... 형 지워.
...예전에 좋았던 거... 다 꽝이야. 앞으루... 형하구 좋을 일 없다, 성호야. ...엄마 믿지 말구... 엄마 말 듣지 말구...
너 혼자 잘해. ...알았지?
성호 : (눈물이 돈다.) 형.
복수 : (소리친다.) 형 아니야. (눈물지으며 현관을 나간다.)
바닥에 앉아 엉엉 울어대는 유순과 그 옆의 성호.
어린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서성인다.
11. # 복수의 집 - 대문 (낮)
경이 대문 앞에 서 있다. 어깨에 둘러 맨 쌕엔 한 가득 장 본 식료품이 삐죽 나와있고,
어깨에서 대각선으로 맨 가방엔 플라스틱 파이프(멜로디카다.)가 달랑대며 나와있다.
두 팔로 한아름 커다란 스탠드를 안은채 대문 앞에 선 경. 진짜 살림이라도 차리려나 보다. 무겁지도 않은가보다.
초인종을 누르는 경. 대답없다. 물건을 내리고 다시 바닥으로 안을 들여다 보지만 복수의 신발만 보인다.
경, 짐을 하나씩 바닥에 내린다. 그리곤 담을 넘는다.
12. # 복수집 - 툇마루 (낮)
엎어진 밥상과 폐허의 어항안. 힘겹게 물 속을 돌아 다니는 물고기.
툇마루 앞에서 서성이는 경. 툇마루로 올라선다.
13. # 중섭의 방 (낮)
중섭의 방문을 열어보는 경. 아무도 없다.
14. # 복수의 방 (낮)
복수의 방문을 열어보는 경. 웅크린 채 눈을 감은 복수의 모습.
복수의 방안엔 빈 스테로이드 캡슐과 일회용 주사기 껍질, 솜뭉치가 널려있다.
TV 수상기에선 주성치의 무술 영화가 나오고 있다.
경의 아픈 눈망울. 복수에게 다가와 앉으며 복수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경 : (눈물짓는다.) 세수두 안했구나, 드럽게?
복수 : (살포시 눈을 뜬다. 한참동안 경을 바라본다.)
경 : (얼굴을 매만지며 눈물이 흐른다.) 여드름 났다. 드러워서...
복수 : (힘없이) 반갑다, 경이씨.
경 : (복수의 얼굴을 가슴에 안으며 서글프게 운다.) 난 하나두 안 반가워요. ...너무 못생겨졌다. 엉엉엉.
힘없이 눈을 감는 복수와 울음이 터진 경.
복수 : (우는 경의 볼을 어루만진다.) 왜 울구 그래요? ...아우, 씨. 배고파.
경 : ...(엉엉 울며) 내가 밥 해주러 왔는데? 엉엉.
복수 : (미소) 별짓을 다 한다네?
경 : (얼굴을 어루만지며) 엉엉. 여드름두 짜줄까요? 엉엉.
15. # 액션스쿨 (낮)
조폭 액션중인 양찬석. 양찬석을 중심으로 스턴트맨들이 떼로 몰려든다.
한 두명 몽둥이를 들고 있다. 그 중 하나 꼬붕이 끼여있다.
몽둥이 동작을 하려던 꼬붕이 몽둥이를 휘두르다 제 몽둥이에 제 머리통을 맞아서 쓰러진다.
스턴트맨들이 동작을 멈춘다.
양찬석 : (꼬붕 앞에 선다.) 복수야.
꼬붕 : (인상을 쓰며) 아우.
양찬석 : 너, 진...짜, 못한다. ...(다른 스턴트맨들에게) 야. 얘만 집중훈련 할거니까, 니네끼리 맞추구 있어.
스턴트맨 : 쟤 빼구 가요, 그냥.
양찬석 : 안돼. ...복수 만들어야 돼, 조놈. ...갖구 놀 고복수가 없으니까, 심심해서 못살겠어.
스턴트맨 : 텄어요, 쟤 고 복수 되는 거... ...고 복수 죽기 전엔 안 돼요.
양찬석 : (물끄러미 스턴트맨을 본다. 별일 아니라는 듯) 복수 금방 죽으니까, 쟤두 곧 되겠네, 뭐. 니네끼리 연습 해.
(꼬붕을 내려다 보며 고개를 갸웃) 얼른 일어나지, 고 복수?
꼬붕 : 네. (부시시 일어난다.)
양찬석 : (꼬붕의 뒷통수를 어루만진다.) 니가 복수라구 불러 달래서, 내가 그러긴 하는데...
솔직히 복수 이름이 쪽팔려 하겠다. 그지?
꼬붕 : (굳은 의지를 가지고) 감독님. 나... 고 복수 될겁니다. 꼭.
양찬석 : ...복수야.
꼬붕 : 네.
양찬석 : ...너, 머리 잘 썼다. 이름 고 복수루 바꾼거... 복수 이름 하나루, 너 미운게 완전 카바가 되네?
꼬붕 : 히. 그럴 줄 알았지이.
양찬석 : (꿀밤을 준다.) 그랬다가 얼굴 보면 소스라쳐, 내가...
16.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복수가 눈을 부비며 방문을 열고 나온다.
깔끔하게 정리된 툇마루. 툇마루 한 켠에 유리 스탠드가 켜져 있고, 그 옆엔 다시금 말끔해진 어항 속 물고기가 헤엄친다.
그리고 그 옆엔 클라리넷이 수건 위에 올려져 말리워졌다. 그리고 그 옆엔 만원권 지폐.
한 쪽 구석에 차려진 밥상엔 식탁보가 덮여있다. ...아늑해진 툇마루.
마당 중앙에 서 있는 경. 멜로디카를 들고 서 있다.
복수의 시선으로 보이는 경의 모습이 희뿌옇다.
복수가 밥상앞으로 가 선다.
복수 : 아니. 밥을 차렸으면 밥 먹으란 말을 해야지.
경 : ...먹을 밥이 아니라서...
복수 : (식탁보를 걷어낸다. 눈구경만 한다.) 괜찮구만.
경 :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복수씨, 먹는 동안 나는 연주를 할께요.
복수 : ...(웃는다.) 완전 우리 아빠네.
경 : (연주를 시작한다.)
복수 : (밥을 뜨다가 입이 벌어진다.) 무슨 밥맛이 이렇게 황당해?
경 : (못 들은척 연주만 한다.)
복수 : 이 맛이... 음악으루 해결이 되나?
경 : (팩 소리친다.) 아, 먹기 싫으면 먹지 마요.
복수 : 차라리... 라면이나 끓이지.
경 : (삐졌다. 화단에 앉아서 고개 숙인채 멜로디카 파이프를 빼서 파이프 속의 침을 뺀답시고 파이프를 흔들어 댄다.)
복수 : (손으로 얼굴을 막으며) 아, 침텨요.
경 : ...(복수를 노려보며 계속 파이프를 휘두른다.)
복수 : ...(옆의 스탠드를 보며) 이 촌스런 건 뭐예요?
경 : ... 촌스런 거 아니예요. 베네치아에서 비행기 타고 온거예요.
복수 : 근데, 뭐 이렇게 촌스러?
경 : (인상을 쓴다.)
복수 : 이건 모하러 갔구 왔어요?
경 : (부끄럽게) 복수씨, ...차가운 마음에... 등불을 밝히라구...
복수 : 헤헤헤. ...아주 촌티루 도배를 하네, 경이씨.
경 : (인상을 긁는다.)
복수 : (그리곤 옆에 말린 클라리넷과 만원지폐를 다시 어항에 넣는다.)
경 : (화를 낸다.) 아, 왜 자꾸 물고길 괴롭히냐? ...못생겨지드니, 승질두 드러 워졌네.
(클라리넷과 만원지폐를 재빨리 다시 꺼낸다.)
복수 : (무심하게) 냅두지? ...나한텐 그게, ...어떤... 상징적인 의미야, 경이씨.
경 : 상징은 무슨 개떡같은 상징이야? 물고기 입장에선 공핸데...
17. # 편의점 (밤)
허겁지겁 컵라면을 먹는 복수. 옆에서 복수를 바라보는 경.
경 : 먹은 것두 없는 사람이... 이런 라면이나 먹구...
복수 : 어차피 죽을 거, 아무거나 먹으면 어때요? ...나쁜 거만 골라서 먹어야 돼. 빨랑 골로 가려면...
경 : ...뒷통수 한 대 빡 쳤으면 좋겠다.
복수 : 치지? 골 터져 죽게? ...꼬마김치나 좀 사오지?
18. # 분주한 서울 시내 (밤)
한 켠에 나란히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경과 복수.
경 : 경찰서에서 얼핏 뵈서... 가물가물 한데...
복수 : 나 닮은 사람 찾으면 돼요.
경 : ...(한 켠에서 담배를 피는 한 중년남자를 찍는다.) 저 사람...
복수 : (유심히 본다.) 닮았나?
경 : (고개를 끄덕)
복수 : (남자에게 다가간다.) 아저씨.
남자 : (복수를 본다.)
복수 : 아저씨가 우리 아빨 닮아서 그러는데...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그래서 이거 드릴려구요. 우리 아빠가 모은 돈이거든요.
남자 : ...미친놈. ...가, 임마. 얻어터지기 전에...
복수 : 싫음 말구... (돌아서서 경에게로 간다.) 싫대요.
경 : ...참, 사람들은 이상해. 밑져야 본전인데... 준다면 받지.
복수 : 그러게요. (지나가는 중년여자를 본다.) 저 여자, 우리 아빠 닮았다.
경 : ...모르겠는데?
복수 : 입술이 똑같네. 입술이 뒤집어졌잖아요. (달려간다.) 아주머니.
여자 : (본다.)
복수 : 아주머니 입술이 우리 아빠랑 닮아서 그러는데... (통장과 도장을 내밀며) 돈 드리구 싶어요.
여자 : (겁에 질린 표정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며 뛰어간다.)
경 : (낄낄대며 웃는다.)
복수 : (경에게로 와서) ...돈들 싫어하네. ...아무한테나 막 줘 볼까요?
경 : 네.
복수가 아무에게나 다가가 통장과 도장을 내밀고, 사람들은 피하고...
경은 한켠에 앉아 낄낄댄다.
둘의 엽기적인 모습이 분주한 시내에서 부감으로 보인다.
19. # 복수집 앞 (밤)
손을 잡고 걸어오는 둘. 문 앞에 서 있다.
경 : 잘자요, 복수씨.
복수 : ...아, 자구 가랬으면 좋겠다.
경 : 자구 가요?
복수 : 아니요.
경 : ...혼자 있으면... 아빠 생각 날 거 같죠?
복수 : ...네.
경 : ...그거... 혼자서,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복수씨.
복수 : ...
경 : 혼자 고독한 거... ...아버진 못해내셨지만, ...복수씬 했으면 좋겠어요.
복수 : ...네.
경 : (눈물이 어린다.) 내가, 조금만 안아줄까요?
복수 : 네.
경 : (복수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복수 : (경의 품에 안겨 쓸쓸한 눈빛이 된다.)
경 : ...아버지, 미워할 만큼 미워해요. ...그리구 나서, 복수씨 마음에 뭐가 남는지 알려 줄래요?
복수 : ...네. ...기다려요.
애틋한 둘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20. # 헬로우 호텔 - 객실 (밤)
호텔방에서 서류를 정리하는 낙관. 침대로 몸을 옮긴다.
초인종소리. 낙관이 문을 연다. 강이다.
낙관 : 응? 왜? 웬일루 왔어, 호텔엔...
강 : 오늘두 여기서 주무시게요?
낙관 : (소파로 가서 앉는다.) 응. 여기 편해. ...호텔하기 참 잘했다. 먹구 자는게 문제가 안되네.
강 : 아버지.
낙관 : 응.
강 : 들어가세요, 집에.
낙관 : 편하다니까...
강 : 제가 나갈께요.
낙관 : ...니가 왜 나가?
강 : 아버지, 이혼하시면... 저두 나가요.
낙관 : ...(피식 웃는다.) 다 늦게 가출 하냐? 부모 이혼 못 참아서?
강 : 아버지.
낙관 : ...이혼 말리려구 별짓을 다 하네. (웃는다.) 사춘기 아들놈 같네.
강 : 저, 아버지 아들 아니예요.
낙관 : ...(의아한 표정)
강 : 제 아버지 ...따루 있습니다.
낙관 : ...(얼굴이 굳는다.)
강 : 눈치... 못 채셨죠?
낙관 : ...응. (굳은 얼굴로 강의 얼굴을 바라본다.)
강 : 아버지랑 결혼 전에, 어머니 뱃속에... 저 있었어요.
낙관 : ...
강 : 어머니가 잔머리 썼어요. ...그 남자가 결혼 안해줘서, 잔머리 썼어요. 아버지한테 빌붙었어요, 어머니가...
낙관 : ... (어금니를 문다.)
강 : 나까지 덤으루요. ...어쩌다 그렇게 이상한 여잘 만나서, 아부지 이렇게 되셨어요?
낙관 : (붉어지는 얼굴로 강의 얼굴에 한 방 주먹을 날린다.)
강 : (얼굴을 감싸 쥔다.)
낙관 : 니 엄마 욕하지 마. 이상한 여자 아니야.
강 : ...이제... 됐습니다. ...제가 집을 나가겠습니다.
낙관 : 너두 나가지 마.
강 : ...
낙관 : ...너 없이 못 살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강 : ...
낙관 : 나, ...너 없이 못 살어.
강 : ...
낙관 : 니 엄마 욕만 하지마. ...(강의 시선을 외면하며 회한에 젖듯) 니 엄마... 착하구, 이뻤어. 내가 겁탈해서 뺏어왔어.
...너무 탐나서, 내가 뺏었어.
강 : ...
낙관 : 그 때, 너두 뺏어 온게 됐나부네... ...참, 별 일이 다 있다. ...근데... 제대루 훔쳤네.
...(다시 강을 본다.) 잔말 마라. ...너, 내 아들이야, 딴 놈한테 너 주기 싫어. ...알았냐?
강 : (눈물짓는다.) 아버지.
낙관 : (눈가가 촉촉해 온다.) 니 이름두 내가 지어준 거구... ...이름 짓느라, 한 달이나 골 싸맸다.
강 : ...
낙관 : ...경이 이름은 이틀만에 지었는데...
강 : ...
낙관 : (침대로 가서 눕는다.) 들어가. 난 졸려.
강 : ...
낙관 : (침대에 누운 낙관이 눈을 뜬채 멍하니 벽만 본다.)
강 : (눈물을 닦으며 문가로 간다.)
낙관 : 강아.
강 : (돌아본다.)
낙관 : ...힘들었겠다. ...견디느라... 잘 참아줘서, ...고맙다, 강아.
강 : 아버지.
문 앞에서 슬프게 울어대는 강의 모습.
눈을 감는 낙관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21. # 복수집 - 마당 (밤)
툇마루에 놓인 클라리넷을 어루만지는 복수.
복수 : (한참을 바라본다.) 아빠. ...또 미워질라 그러네.
이때, 초인종이 울린다. 마당가로 가서 대문을 여는 복수.
미래가 씩씩하게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바리바리 음식보따리를 들고 왔다.
미래 : 아, 팔 빠지겠다. (툇마루로 향하며) 밥은 제대루 해 먹구 살았냐?
복수 : (물끄러미 미래를 본다.)
미래 : (복수하곤 눈도 안 맞추고 툇마루로 올라선다.)
22. # 복수집 - 툇마루 (밤)
미래 :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연다.) 음식 다 썩었네.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네. 그냥. 뚜껑이라두 덮어놓지, 새끼야.
복수 : ...
미래 : (냉장고 음식을 꺼내며 새로 만든 음식을 냉장고에 넣는다.) 야. ...경이 기집애는 밥두 안 해주냐? 너 힘든 거 알면서?
아우, 그 년 밥두 못할거야, 띨띨해서...
복수 :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나, 너 보기 싫어.
미래 : ...(퉁명스레) 알어어. 내가 너 보러 왔냐? 반찬 나르러 왔지.
복수 : ...니가 우리 아빠 죽였다.
미래 : (들고 있던 반찬통을 떨어뜨린다.)
복수 : 니가 우리 아빠한테, 나 죽는다구 말해 줬다 그랬지?
미래 : ...응.
복수 : 그게, 이렇게 됐다.
미래 : ...
복수 : ...니가 우리 아빠 죽였다.
미래 : (눈물이 맺힌다. 실소) 아우, 나쁜 새끼. ...말하는 것 좀 봐.
복수 : 우리 아빠 그렇게 된 거, 사실은 나 때문인데... ...니가 그런 걸루 치자.
미래 : ...(눈물이 흐른다.)
복수 : 가라. ...재수없다, 너.
미래 : (눈물이 흐른다.)
복수 : (안타까이) 울지마. 우니까 더 재수없다.
미래 : (꿀떡 꿀떡 울음을 삼킨다.)
복수 : (미래의 울음소리를 슬픈 듯 바라본다.)
미래 : ...(아픈 눈물을 흘린다.) ...알았다, 개새끼야. ...안 운다, 개새끼야. ...미안하다, 개새끼야. ...어쨋든 밥이나 쳐 먹어.
(마당으로 내려선다.)
복수 : ...미래, 안됐다.
미래 : (목이 막힌다. 그리곤 복수를 본다.) 그래두, 착한 새끼야.
복수 : ...
미래 : 난... 따귀 맞을 줄 알았거든? ...근데... 내가 그런 걸루 치자 그러네? ...원래가 나 땜에 이렇게 됐는데.
....그냥, 내가 그런 걸루 치자 그러네? 그렇게 말을 하네.? (견딜 수 없는 목소리다.) 진짜 착하다, 너.
복수 : 그런 말 하지마. ...무조건 재수 없어. 너.
미래 : (복수의 볼을 톡 친다.) 잘 쳐먹기나 해. ...(나가며)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새끼야. (대문 밖으로 나간다.)
복수 : ...(나직하게) 잘가, 미래야.
23. # 경의 집 - 강의 방 (밤)
침대맡에 앉아있는 강. 침대에 눕는다.
이때, 울리는 강의 핸드폰.
미선이 물주전자를 가지고 들어온다.
강 : 웬일이냐? 야밤에?
24. # 지하철 안 (밤)
미래 : ...(눈물을 훔치며) 그냥. 잘 사나? ...놀아주까, 오늘?
25. # 경의 집 - 강의 방 (밤)
핸드폰을 끊는 강.
미선이 물끄러미 강을 바라본다.
강 : 먼저 자라. ...나 좀 놀다 올게.
미선 : ...누구랑 노는데요?
강 : 친구랑.
미선 : ...내가 놀아주면 되잖아요.
강 : (의아한 표정으로) 너랑 뭘 하구 노냐? 갔다 올게. (나간다.)
미선 : ...(침대맡에 외롭게 앉아있다.) ...당신이랑, 나랑, ...같이 놀만한 게 없네요. ...그러구 보니까...
26. # 달리는 강의 승용차 안 (밤)
둘, 서로 말이 없다.
강 : ...야, 좀 웃겨 봐라?
미래 : 아저씨가 좀 웃겨봐라?
강 : 니가 나, 웃겨 줄려구 부른 거 아니냐?
미래 : 무슨 개그맨 공채 준비하냐, 내가? 너 웃길려구 한밤 중에 불러내게?
강 : 그럼 집에 가라.
미래 : 그러든가...
강 : 집에 가서 뭐 할건데?
미래 : 자지 뭐하냐?
강 : 그럼 나랑 같이 자자. 돈 줄게.
미래 : (핸드백으로 강의 얼굴을 냅다 갈긴다.)
27. # 도로 (밤)
급브레이크를 밟는 강의 승용차가 도로 난간에 부딪친다.
28. # 승용차 안 (밤)
뒷 목을 만지는 강.
강 : 괜찮냐?
미래 : ...아 씨. ...난 증말 재수없는 년이다.
29. # 도로 (밤)
미래의 얼굴부분 포스터 쪽 승용차 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도로에서 물끄러미 자신의 찌그러진 포스터를 보는 미래.
미래 : 볼만하다. 송 미래, 완전히 찌그러졌네.
강 : (픽 웃는다.) 내가 일부러 글루 박았다, 야.
미래 : (씩 웃는다.) 그래서 좋으냐?
강 : 좋다.
미래 : 니 차 찌그러졌는데두 좋으냐?
강 : 나한테 넘치구 남는게 차다. ...너 찌그러진 거 보니까 기분 째진다, 야.
미래 : (어이없이 웃는다.) 한심하다. 얘랑 말장난이나 하구...
강 : ...그럼, 나랑 잠이나 자자? 돈 안줄께.
미래, 강을 향해 핸드백을 날리고, 강은 막는다.
미래, 다시 손으로 강을 때리지만 강은 무심한 표정으로 잘 막고 잘 피한다.
미래, 재미가 붙은 듯 강을 향해 계속 주먹질을 하고, 강은 막아내며 비실 비실 웃는다.
도로에서 미소지으며 치고 받는 둘. F.O.
30. # 경의 집 - 주방 (아침)
밥상을 차리는 인옥.
경이 현관으로 나가려다가 인옥을 본다.
경 : (놀라서) 엄마, 무슨 짓이야?
인옥 : 니 언니, 없어졌다.
경 : 응?
인옥 : ...없어졌어. 옷싸가지구 없어졌다.
경 : 응? ...집 나갔어?
인옥 : 응.
경 : (머리를 긁적인다.) 아, 이거 뭐. 완전... ...(문득) 그럼, 여잔 나만 남네? 엄마두 나가구, 언니두 나가구... 난 밥 못하는데...
인옥 : ...난 아니야.
경 : ...이혼안해?
인옥 : 응.
경 : 왜?
인옥 : 난... 혼자 살 자신없다.
경 : ...그 교수 아저씨랑...
인옥 : 그 사람이랑 살 자신 없어.
경 : ...좋아한다며?
인옥 : 좋아해두... 같이 살 자신은 없어. ...니 아빠하곤, 미워두 같이 살만해. ... 그래서, 이혼 못 해.
경 : ...
인옥 : ...
경 :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결정이 난 거면... 한 번, 제대루, 재미나게 노력해 봐, 엄마.
...엄마가 재미났으면 좋겠어. ...나처럼...
인옥 : (미소짓는 눈가가 젖어온다.) ...
경 : 난... 첫사랑 어쩌구 하는 거... 참 웃긴다구 보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을 뜨겁게 한다면...
...그 마음, 검게 칠하지 말구, 밝게 칠했으면 해.
인옥 : ...난... 참 못났는데, 넌 참... 멋있다.
경의 볼을 어루만지는 인옥과 미소짓는 경.
31. # 복수의 방 (아침)
잠든 복수. 밖이 소란스럽다.
스턴트맨들 : (E 합창으로) 복수야. ...복수야.
눈을 찌푸리며 인상을 쓰는 복수.
32. # 복수집 대문 앞 (아침)
검은 양복을 입은 스턴트맨들이 대문 앞에 까마귀 떼들처럼 몰려 서서 복수의 대문을 바라보고 섰다.
양찬석 : 다시. 하나, 둘, 셋.
스턴트맨들 : 복수야. ...복수야... 복수야.
양찬석 : (덜컥 겁 먹은 표정으로) 얘, 죽었나?
우찬석 : 내가 넘어가 볼게. (대문을 타고 오른다.)
대문이 벌컥 열린다. 열리는 대문에 대롱대롱 매달린 우찬석.
복수가 눈을 부비며 대문에 매달린 우찬석을 본다. 미소짓는 우찬석.
꼬붕 : (활짝 웃으며) 형.
양찬석 대문을 박차며 복수를 얼싸 안는다. 우찬석, 바닥으로 나가 떨어진다.
양찬석 : (복수를 안으며 또 운다.) 복수야. 보구 싶었어. ...나 안 보고 싶었니? 응?
스턴트맨들이 복수의 이름을 부르며 우르르 복수를 향해 팔을 뻗는다.
33. # 복수의 집 - 마당 (아침)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스턴트맨들.
어안이 벙벙해서 스턴트맨들을 바라보는 복수.
양찬석 : (구석구석 집을 둘러본다.) 야, 집 좋다. 얼마 짜리냐? ...전세야?
복수 : 그건 알아서 뭐 할 건데요?
양찬석 : 너 죽으면, 내가 들어올라구...
복수 : ...아, 진짜... 아니, 왜 그렇게 죽는 단 말을 쉽게 해? 난, 심각한데?
우찬석 : 심각해서 뭐하냐? 심각해 봐야, 골치만 아퍼. 가볍게 살어. (양찬석에게) 형. 나두 같이 들어오까? 방 두 갠데?
양찬석 : ...가만 있어 봐. 너한테 방값을 얼마 받아야 되는 지 모르잖아, 내가. (복수에게) 야, 이 집 얼마야?
복수 : (짜증) 아, 진짜, 삐질라 그래, 나. ...이 집 갖구 죽을거야, 왜?
양찬석 : 곧 죽을 놈이, 아직두 물욕이 남아있네?
우찬석 : 주접스럽게 죽는거지, 뭐.
복수 : 아, 진짜...
꼬붕 : (소리친다.) 아, 장난을 칠 거 갖구 쳐야지. ...죽을 사람한테 자꾸 죽는다 그러면 어뜩해요?
복수 : (물끄러미 꼬붕을 본다.) 꼬붕아.
꼬붕 : (슬픈 눈으로) 응, 형. 마음 아프지? 저 아저씨들 땜에...
복수 : ...오버하는 걸 배웠냐, 어서?
양찬석 : 쟤, 요즘 연기 연습 하잖아.
우찬석 : 그리구, 꼬붕이 아니라, 고 복수야.
복수 : 응?
양찬석 : 고 복수라구 불러달래.
복수 : 왜?
꼬붕 : ...(수줍지만 진지하게) 나. ...형처럼... 훌륭해지구 싶어서...
복수 : ...
꼬붕 : 형은... (눈물이 돈다.) 내 영웅이거든.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흐른다.)
복수 : ...꼬붕아.
꼬붕 : 응.
복수 : ...(퉁명스레) 그럼... 이름값 내 놔. ...저작권 이런 거 아냐? ...이름값 내야 돼.
꼬붕 : (눈물을 흘리며) 아, 왜 죽을 때가 되서 돈독이 올랐냐? (그리곤 울면서 문밖으로 뛰어나간다.)
복수 : 어이구. 갖은 쇼를 다 하네.
양찬석 : (소리친다.) 쇼는 무슨 쇼야. (그리곤 자신도 눈물 머금은 눈을 한 번 치켜 뜨곤 자리를 박차고 문밖으로 나간다.)
복수 : (말문이 막힌채, 애정어린 눈으로 문밖에 서서 꼬붕을 감싸 안는 양찬석을 본다.) 찬석아.
우찬석 : 응.
복수 : 다신 오지마.
우찬석 : ...
복수 : 내가 이렇게 기분이 좋잖아? ...그러면 그 다음을 버티기가 힘들어.
...기분 좋은 시간 다음에 오는... 그 참. ...이상한 시간... 다신 오지마.
우찬석 : ...
스턴트맨 : (헬스기구에 앉아서 양손으로 줄을 당기며) 복수야.
복수 : 왜?
스턴트맨 : 이거 봐. 근육 빡 생기지?
복수 : 그래. 섹시하다. ...그 얘기 들을라구?
스턴트맨 : 응.
34. # 집 앞 골목길 (낮)
스턴트맨들의 뒤를 따라 슬리퍼를 신고 쭐래쭐래 따라가는 복수.
양찬석 : ...복수야.
복수 : 네.
양찬석 : 아버진...
복수 : (손을 가로젓는다.) 아, 아아. ...아버진...
양찬석 : 아버진... 너보다 약한 사람이다.
복수 : ...
양찬석 : ...아들보다, 먼저 저 세상 가는게... 그게 순서야. ...왜냐하면... 세상은 강한 사람이 지켜야 되는 곳이니까...
그래서... 너 혼자 남았어.
복수 : ...
양찬석 : ...난, 니가 강한 사람이라구 본다.
35. # 시장 (낮)
수족관 앞에 선 경. 한참동안 물고기만 바라본다.
36. # 복수의 집 - 마당 (낮)
물끄러미 마당가의 운동기구만 바라보는 복수. 북적대던 마당가가 너무나 한적하다.
스탠드를 본다.
복수 : 베네치아가 어디냐?
한참동안 물끄러미 스탠드를 보던 복수. 벌떡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간다.
37. # 복수집 골목길 (낮)
물고기 세 마리가 든 비닐봉지를 달랑대며 걸어오는 경. 미소가 어린다.
복수의 대문 앞에 이르러 담을 넘어가려는 경. 문득 대문 앞에 글씨가 씌여져 있다. <담 넘지 말아요. 옷에 먼지 묻어요.>
쪽지를 떼어내는 경. 그 뒤쪽에 메시지가 있다. <화분 옆에 봐요>
화단쪽 화분을 손으로 더듬는다. 열쇠가 있다. 미소짓는 경.
경 : 아, 나 집 생겼다.
38. # 복수집 - 툇마루 (낮)
어항에 물고기를 풀어넣는 경.
경 : (물고기들에게) 어항 안이 좁아두... 이렇게 같이 살자. (그리곤 툇마루에 걸터 앉는다.) 니네 집주인 어디갔냐?
(마당가에 놓인 운동기구를 물끄러미 본다.)
운동기구에 앉아보는 경. 양손으로 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잡아당기긴 했는데, 놓기가 겁난다.
경 : 아고. 어뜩하냐? 팔 꺾이겠다.
39. # 김포공항 (밤)
어슬렁대며 안내 데스크로 가는 복수.
복수 : 저기... 비행기 표는... 어디서 사면 될까요?
데스크 : (발권창구를 가리키며) 저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복수 : ...(길게 늘어서 발권창구를 보다가) 저 쪽 어디?
데스크 : 발권이라구 쓰여진 곳이면 다 판매됩니다.
복수 : (미소) 비행길 안 타 봐서... (가려다 말고) 저, 혹시 여권 만들어야 되나, 모르겠네.
데스크 : 가지고 계신 신분증만 있으면 됩니다.
복수 : (미소)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참. 친절하시네요. ...되게 귀찮을텐데... 나 같은 사람 많아서...
데스크 : (미소) 별루 없는데... 그런거 물어보는 분...
복수 : (궁시렁대며 발권창구로 간다.) 나 빼고 다 잘났네.
40. # 발권창구 (밤)
안내 : 제주도행 티켓은 없습니다.
복수 : ...그럼 어디 가는 거 있어요?
41. # 복수의 집 (밤)
경이 우두커니 앉아서 툇마루를 지킨다. 옆 쪽에 차려놓은 밥상을 당겨 밥을 먹기 시작한다.
경 : 이 집 와서 내가 한 일이라곤... 밥 먹는게 전부네.
42. # 비행기 탑승장 (밤)
탑승장에 선 복수가 입을 벌리고 비행기를 둘러본다.
복수 : 에? 비행기가 되게 쪼끄맣다.
43. # 비행기 안 (밤)
핸드폰을 꺼달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복수가 핸드폰을 부랴부랴 꺼낸다. 그리곤 급히 통화를 누른다.
복수 : ...(핸드폰) 경이씨. 나... 비행기 탔어요.
44.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밥을 우물대며 핸드폰을 받는 경.
경 : (인상을 쓰며) 그럼... 나는요? 비행기 같이 타기루 했잖아요.
45. # 비행기 안 (밤)
복수 : (핸드폰) 나는, 그냥... 갑자기 뭔가 하구 싶어서... 얼떨결에...
스튜어디스 : 손님. 핸드폰 꺼 주시겠습니까?
복수 : 네. (핸드폰) 저기 핸드폰 꺼야 된대요. 나중에 전화할께요. (폴더를 닫는다.)
46.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경 : (인상을 쓰며) 그런게 어딨어? 씨. (밥을 우물댄다. 그러더니) 나두 갈래.
밥을 씹으며 부리나케 집을 나서는 경.
47. # 비행기 안 (밤)
스튜어디스의 산소마스크 착용법과 구명조끼 사용법을 열심히 듣는 복수. 한 켠에 받아적기까지 한다.
옆자리 남자가 헤롱대며 복수 앞의 안내서를 빼 준다. 코와 볼이 빨갛다. 취객이다.
옆남자 : 여기 다 나오는데...
복수 : (안내서를 받아들며) 에? (스튜어디스가 안내서를 사람들 앞에 내 보인다.)
아, 진작 말을 하지, 이런게 있으면 ...아, 꼭 나중에 그러드라? (안내서를 보며) 곧 죽을 놈이, ...살려구 기를 쓰네.
옆남자 : (물끄러미 복수를 본다.)
복수 : (취객을 보며) 왜 그래요?
옆남자 : (큰소리로 웃는다.) 우헤헤. ...비행기 첨 타는구나?
복수 : ...
옆남자 : 우헤헤. 난 비행기 자주 타잖아? ...그럼 나같이 술 쳐먹구 비행기 탄다?
...왜냐하면... 비행기를 대하는 내 맘이 자연스럽거던... 우헤헤.
이 때, 스튜어디스가 취객을 가리키면 스튜어드가 와서 취객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스튜어드 : 저, 손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지금.
옆남자 : ...어떤 새끼가 신고를 해?
복수 : ...비행기 몇 번 탔다간 ...인간 폐인되겠다.
48. # 김포공항 대합실 (밤)
인적없는 텅빈 공항 대합실에 입이 나온채 힘없이 서 있는 경.
경 : (궁시렁) 치사 뽕이다.
49. # 포항공항 청사 앞 (밤)
불켜진 포항공항. 그 앞에 선 복수의 미소.
크레인이 뒤로 빠지며 보여지는 청사의 모습과 그 속에서 조그맣게 서 있는 복수의 모습이 아늑하다.
멀리서 보이는 청사의 모습이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50. # 달리는 택시안 (밤)
다리를 건너는 택시 안에서 보이는 포철 공단. 굴뚝 연기와 네온들이 신기한 듯 펼쳐진다.
복수 : 아저씨. 저 여기서 좀 내려 주세요.
택시기사 : 와예?
복수 : 공장 구경 좀 하게요. 멋있다, 저거...
택시기사 : 저기 순 매연이라예. 매연구경은 해서 모하게예?
복수 : ...그냥 구경할래요.
택시기사 : (궁시렁) 거... 몸에도 안 좋은 걸, 와 구경은 할라카나 모리겠네.
복수 : 아.. 내 맘대루 할래요, 그냥.
택시기사 : 그래예. 누가 뭐래예?
복수 : 아저씨가 뭐라 그랬잖아요.
택시기사 : 내가 운제예?
51. # 포철 다리앞 (밤)
다리 앞에 서서 공장 굴뚝을 바라본다.
복수 : ...밤에는 공장연기두 이쁘다. ...꼭 베네치아 같다.
난간에 기대서서 행복하게 미소짓는 복수. F.O.
52.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미래.
미래 : 웃기는 년이야. 내가 지 파출분가? 집을 봐 달래게? (핸드폰이 울린다.)
경 : (E) 언니. 물고기 밥 줬죠?
미래 : (핸드폰) 그래, 이년아.
경 : (E) 물고기 죽이면 알아서 해요, 언니.
미래 : (핸드폰) 뭐, 이런 년이 다 있냐?
경 : (E) 히. 나, 언니 좋아해요.
미래 : 닥쳐, 이년아. (팩 소리치며 핸드폰을 끊는다.)
53. # 해안가 빈박집 (아침)
민박집 문패엔 “김 중섭” 이란 이름이 쓰여져 있다.
툇마루에 앉아 아침을 먹는 복수.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노파.
복수 : 할머니 이름이 김 중섭이예요?
노파 : 예.
복수 : 우리 아버지 이름두 중섭인데...
노파 : 그라예? 인연이네. ...찬 좀 더 내와야겠다. 인연인데...
복수 : 아니예요, 할머니. ...괜히 수고스럽게...
노파 : ...먹는 만큼 계산 드가예. ...마이 먹고 돈 마이 내고 가이소. ...늙은이 돕는 셈치고... 인연 인데, 돈 좀 쓰이소.
(부엌으로 간다.) 매운탕 해오께.
복수 : ...(물끄러미 노파를 본다.) ...인연이라서 좋은거냐, 나쁜거냐?
이 때, 울리는 핸드폰.
복수 : (반갑게) 아, 경이씨.
경 : (E 상냥한 목소리로) 나, 어디게요?
복수 : 어딘데요?
경 : (E) 복수씨, 근처에 있어요.
복수 : (벌떡 일어서서 문밖으로 나간다. 헤죽 웃는다.) 어디요? 어디 숨었어요?
경 : (E) 서귀포 공항이예요.
복수 : ...
경 : (E) 빨랑 데리러 와요, 복수씨.
복수 : ...경이씨. ...난 포항인데?
경 : (E) ...
복수 : ...경이씨.
경 : (E 소리친다.) 난, 제주도 간 줄 알았잖아요? 포항가는데, 왜 비행길 타요?
복수 : ...경이씨.
경 : (E) 아, 몰라아.
복수 : 어어... 밧데리... (핸드폰이 끊어진다.)
54. # 도로 (낮)
복수의 택시와 경의 버스가 마주 스친다.
55. # 택시안 (낮)
복수가 탄 택시안. 복수가 스치는 경의 버스를 뒤돌아 본다. 그러나 경의 뒷모습만 어렴풋이 보인다.
56. # 버스안 (낮)
경이 탄 버스안. 경이 문득 고개돌려 택시를 본다. 그러나 선명치 않다.
57. # 포항 공항 (낮)
발권대에서 제주행 티켓을 사는 복수.
58. # 공항내 편의점 (낮)
핸드폰 밧데리를 돌려받는 복수. 밧데리를 핸드폰에 끼우며 공항대합실로 들어선다.
59. # 공항 탑승구 (낮)
핸드폰을 받는다.
복수 : 아, 경이씨. ...나 지금 갈라구요.
60. # 해맞이 공원 (낮)
해변의 커다란 손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경.
경 : 나, 포항 왔어요. 해맞이 공원인데?
61. # 탑승구 (낮)
복수 : (다시 나온다.) 네? ...(버럭) 제주도 갈뻔 했잖아요.
62. # 해맞이 공원 (낮)
경 : (핸드폰) 짜증을 내구 그래. ...몰라요. ... 얼른 와요.
(손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저걸 물속에 어뜩케 넣었냐?
63. # 해맞이 공원2 (낮)
공원을 헤매는 복수.
복수 : (핸드폰. 짜증) 난 손 못 찾겠어요. 입구에 바람개비 있는데루 와요.
64. # 해맞이 공원 (낮)
경이 커다란 바람개비 모형 앞에 서 있다.
65. # 해맞이 공원2 (낮)
복수가 낮은 바람개비가 늘어진 입구에 기대 서 있다.
66. # 해맞이 공원 (해질녘)
힘빠진 경이 해변가에 앉아서 손만 바라본다.
경 : 해맞이 공원이 두 개구나. (주변을 두리번 댄다.)
화장실을 찾아 가는 뛰어가는 경.
큰 손 해변으로 두리번대며 오는 복수.
복수 : 완전 똥개 훈련시킨다. 힘들어 죽겠네.
(해변가에 앉는다.) ...근데, 또 어딜 간거야? ...아, 이 여자, 싫어질라 그래.
물끄러미 앉아서 청동손을 바라보는 복수.
67. # 복수의 판타지 (낮)
청동손 위에 나란히 앉은 경과 복수의 모습. 서로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음짓는 둘의 모습.
(유치한 합성으로 그림을 만들어도 좋다.)
68. # 해맞이 공원 (밤)
고속촬영. 미소짓는 복수의 얼굴. 가물가물 흐려지는 시야.
복수가 눈을 감으며 해변으로 기우뚱 쓰러져 내리고, 허공으로 복수의 팔이 흐느적 날린다.
복수의 몸이 해안으로 떨어져 내리려는 순간, 복수의 손을 잡는 경의 손. 놀라는 경의 눈빛.
움켜잡는 복수의 손과 함께 해변으로 빠져드는 복수와 경.
해변엔 두 사람의 파고가 퐁당 동그랗게 흔적을 남기며 잦아든다. 잔잔한 해변.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