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종일 비가 들락거리던 날,
예정된 일을 하지 못하고 반나절을 허비하니 기운이 쑤욱 빠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 세시경에 들른 우체부가 건네준 택배 하나.
얼마 전에 한국에 들어온 신선의 친구가 보내온 것이다.
그 친구는 신선과 중학교 때 부터 친구라 만만하고 흉허물 없기가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람이다.
그런 그는 타고난 역마살 덕분에 오래 전 부터 한국이 아닌 남의 나라를 떠돌다 결국은 인도네시아에 정착을 하였고
그곳에서 예쁜 색시와 아들까지 두고 알콩달콩 잘 살아내고 있는가 했더니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위암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삶에 대한, 이제 막 재미나게 살고자 하였던 그의 본능이 강한 작동을 하여서 인지
그는 한국을 들락거리며 위암 치료에 전념을 하였고 어느덧 8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제는 거의 나아가는 듯 해도
늘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여야 하는 탓에 함부로 음식을 섭취하거나 눈만 돌리면 보이는
마구잡이 식탐을 조절하면서 살아야 하는 어려움을 잘 극복해내고 늘 명랑 쾌활하게 살아내 완치 판정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 친구, 꼭 한국에 올 때 마다 루왁 커피를 선물로 들고 온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루왁 커피를 알지 못하거나 지금처럼 유행이 되지 않았을 때도 언제나 루왁 커피를 들고와
무설재 쥔장을 즐겁게 해주었다.
헌데 며칠 전에 그를 만나 1박 2일을 지내고 온 신선의 손이 빈 손이어서
" 어? 광택씨가 커피 안 가져 왔남? 왜 빈 손이지...."
" 당연히 가져왔지. 그런데 만나는 날짜가 급히 바뀌는 바람에 병원 들려서 그냥 오게 되었데. 택배로 보낸다더라구..."
" 그럼 그렇지...광택씨가 그냥 올리 없지. 그나 저나 이젠 건강은 괜찮은 거여?"
" 이제 위암 완치 확정 진단 소견서만 나오면 되는가 봐. 참 자기 관리를 잘했어. 그것도 남의 나라에 살면서 음식 조절하기 힘들었을 텐데."
" 누가 아니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싶은 것이 안심이요
늦게 얻은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되었다고 하니 더욱 더 책임감 때문에라도 기어이 완치를 하여야 했을 터라 진짜 대단하다 싶고
속으로는 전전긍긍하며 애태우고 이를 악물며 힘들었을 그 세월을 실감하겠다.
그런 저런 사정으로 들려진 루왁 커피,
덕분에 무설재를 찾아드는 발길 중에서 누군가는 횡재를 하게 될 것이다.
** 엊그제, 늘 찾아드는 지인이 늦은 밤에
" 지금 가도 되나요?" 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물론 콜.
이런 저런 일상사가 주요 다담 내용이고 아이 문제, 직장 문제,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기본이고 좀 더 나아가다 보면
삶의 정체성까지 거론하게 된다.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한 발 더 먼저 가는 사유를 갖고자 하는 탓에 가끔은 외딴 섬에 홀로 인 듯 하다는,
그리하여 고독하고 왕따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지인과 다담을 나누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가
혹은 남과 다른 마인드 같기가 얼마나 단단한 자기 주관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가를 실감하게 된다.
남의 시선과 잣대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단지 자신이 가려고 하는 길이 보인다면 그 길을 끝까지 그냥 가보는 것,
가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되돌아올 경지까지 이르러야 자신의 주관과 정체성 확립에 이르게 되는 것 일 터.
그 친구가 요즘 유행한다는 렌틸콩을 건네 주었다.
소문도 들었고 열심히 먹는 사람도 만났다....이효리 덕분에 너도 나도 렌틸콩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바
역시 실험을 해보기로 하고 흔쾌히 접수 하였지만 쥔장에게는 맞질 않는지 명현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온 몸에 두드러기,...긁적긁적 가렵지만 어쩌겠는가 견뎌야지.
그래도 끝까지 먹고 명현현상을 극복해 볼 요량이다.
*** 그제, 이미 한참 전에 약속 된 차인들이 찾아들었다.
그냥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만 나눠도 절로 엔돌핀이 팍팍 도는 그런 차인들이다.
나이가 무색한 복장이며 사고 방식이 깨도 한참 깨어있는 그런 유쾌하고도 명랑 소설에서 뛰쳐 나올 듯한 그런.
터미널에서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무설재로 입성하여 간만에 만나는 무설재 공기를 흡입하며 역시 신선해...
밀린 이야기를 하며 뜨락이 들썩 거릴 정도로 웃다 보니 간만에 누리는 뒷담화의 즐거움.
누군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들은 항상 있는 법이니 이번에는 그들과 쥔장이 합세하여
옳고 그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렸다....결론은 역시 순리대로 하여야 된다 가 정답.
어쨋거나 세상사 이치와 茶계의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구 즐거웠지만
늘 그렇듯이 먼 길을 가야 할 사람은 일어나야 하는 법.
이른 저녁을 건너가고 있어 다시 터미널로 배웅을 하고 돌아와 천안에서 사온 명물이라 소문이 난
찹쌀떡 하나를 맛 보았더니만 정말 맛 있다....쥔장이 맛 있다고 하는 것은 인공 조미료에 의해 입에 착착 감긴 감칠 맛과
달달한 맛이 아니라 늘 담백하고 재료의 맛을 풍부하고도 충분히 살릴 때 쓰는 말이다.
그 '뚜쥬루' 찹쌀떡이 그러했는데 특히 그 안에 들어있는 팥이 그러하다.
왜 천안을 넘어 전국에서 명물인지 알만 하겠다,
일반적인 찹쌀떡과 근본이 다르다는 생각이요 일본의 찹쌀떡과도 차원이 다르다.
덕분에 입의 호사요 아침 끼니에 신선이 행복해 했다는 후문을 남기며 오늘도 총총총...서울로 가야 한다는.
바야흐로 결혼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남의 나라에 있는 딸내미는 아직 깜깜 무소식이라...에효.
그러나 강요할 일도 아니고 제 인생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니 닦달 할 일은 아니겠고
오늘은 또 베트남으로 날아간 아들이 닷새 만에 돌아오는 날도 되겠다.
이래저래 며칠간이 흡족했고 오늘 또한 그런 기대감으로 휘리릭...
첫댓글 루왁커피 거 맛좀 보여주소~! 어떤건지 궁금~?
게다가 렌틸콩은 또 무엔지~? 에고 모르는것 투성이네~!
끙~! 바쁘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들여다 보지 않은 덕인지... ㅜㅜ
ㅎㅎㅎㅎ 루왁커피, 이미 옆집에도 나눠주고 해서 많지 않아요.
남겨 놓을테니 휘리릭 날아오소서.
렌탈콩은 단백질이 유난히 많은 콩인데 미국 수입품이라 그런지 쥔장에겐 맞질 않더이다.
온 몸에 두두러기가 지금까지...매일 긁느라고 난리굿이고 이젠 염증까지 생겼어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