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미디언 필즈(W C. Fields)는 자신의 묘비에 "필라델피아에서 살리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에게 죽음이 나쁜 것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삶이 그에게 선사했던 모든 좋은 것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비존재라고 하는 개념으로부터 죽음이 나쁜 핵심적인 이유를 끄집어낼 수 있다. 왜 죽음이 나쁜가? 죽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존재는 왜 나쁜 것인가? 삶이 선사하는 모든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살아있으면 누릴 수 있었던 모든 좋은 것들을 죽고 나면 하나도 누릴 수 없다. 삶의 모든 좋은 것들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에 죽음은 내게 나쁜 것이다.
살아있다면 얻을 수 있는 삶의 좋은 모든 것들을 '박탈'해버리기 때문에 죽음은 나쁜 것이라고 하는 설명은 오늘날 '박탈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으로 나는 박탈 이론을 타당한 설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박탈 이론이 설명하는 범위를 넘어서,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론들을 더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를 박탈 이론을 토대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삶이 내게 가져다주는 좋은 것들을 모조리 빼앗아간다. 이것이야말로 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 셀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죽음이란 무엇인가 / Death】 - P. 304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