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멸치회무침
흔히 멸치라고 하면 마른반찬을 떠올리거나 국물을 우려내는 조연격 재료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기장 대변항에선 멸치가 주연으로 활약한다. 석쇠에 올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멸치구이가 되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져 바삭한 튀김요리가 되기도 한다.
멸치회무침도 멸치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다. 멸치에서 살만 발라낸 뒤 오이·당근·쑥갓 등 갖은 채소에 초고추장을 넣어 매콤하게 무친 음식이다. 겨우 손톱만 한 멸치에 발라낼 살이 어디 있느냐고? 이맘때쯤 기장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는 산란기를 맞은 녀석들이라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검지만 한 길이의 하얗고 탱글탱글한 속살이 혀에 착착 감겨 사르르 녹는다. 멸치회 식당은 대변항 입구에 가면 길게 늘어서 있다. 용암할매횟집 ☎051-721-2493, 방파제횟집 ☎051-721-6155, 파도횟집 ☎051-721-3762.
경북 포항 모리국수
포항 구룡포항을 지나는 중이라면 모리국수를 맛보시라. 아귀·홍합을 비롯한 해산물과 콩나물·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인 해물 칼국수는 새빨간 국물부터 군침이 돌게 한다. 뱃사람들이 팔다 남은 해산물을 한데 ‘모아’ 먹기 시작했다는 국수는, ‘모디(모이다의 경상도 방언)’에서 음이 바뀌어 모리국수가 됐다고 전해진다. 국수에 들어가는 해산물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49년 전통을 자랑하는 ‘까꾸네 모리국수’에선 세숫대야만한 양은냄비에 아귀·건새우·콩나물·파 등을 푸짐하게 넣은 칼국수가 나온다. 해물 매운탕처럼 얼큰한 국물이 개운하다. 오동통한 면발은 국물이 잘 스며들어 의식할 새도 없이 입안으로 호로록 빨려 들어간다. 까꾸네 모리국수 ☎054-276-2298, 초원 모리국수 ☎054-276-5579.
강원 강릉 우럭미역국
우럭을 횟감이나 매운탕 재료로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우럭의 절반밖에 모른다. 강릉의 별미 우럭미역국을 맛보면 우럭의 또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다. 값비싼 쇠고기를 대신해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우럭을 미역국에 넣게 되면서 먹기 시작했다는 이 미역국은 맛이 담백하고 기름기가 적어 쇠고기 미역국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우럭의 머리와 단단한 뼈에서 우러나온 뽀얀 국물은 사골국처럼 진하다. 국물맛이 배어 있는 미역은 씹을 때마다 깊은 향을 내고 단단한 우럭살은 씹히는 맛이 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옛태광식당 ☎033-653-9612, 장안횟집 ☎033-644-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