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올레 야메코스를 가다
초록물결 사이로 뚜벅뚜벅…그 느림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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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올레 야메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야메중앙대다원. 65㏊ 크기의 광활한 녹색 평원이 펼쳐진다. 코스를 잠시 벗어나 전망대로 올라가면 전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
- 제주올레 본 따 만든 규슈올레
- 17개 코스 중 13번째 초보코스
- 도난잔고분·이노우에 성터 지나
- 올레 상징 '간세'따라 걷다보면
- 65㏊의 녹차대평원 장관 펼쳐져
- 4시간 도보 마무리는 온천으로
- 지역 특산 맥주 한잔 피로가 '싹'
길을 걷는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배낭에 간식과 물을 담고 풍광 좋은 곳을 혼자 걷다 보면 그간 쌓인 고민과 스트레스가 모두 풀린다.
길을 걸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만국 공통인가 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부터 국내 갈맷길과 올레까지 전 세계적으로 걷기 열풍이다.
올레는 '집 대문에서 마을 길까지 이어주는 아주 좁은 길'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도에서 탄생한 올레 길은 아시아 지역에서 '걷는 길'의 대명사가 됐다.
그런 올레를 일본에서 그대로 이름과 표지를 가져가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었다.
제주 올레와는 자매지간이라고 볼 수 있는 규슈 올레다.
봄이 노크하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던 이달 초 규슈 올레 야메 코스를 다녀왔다.
■ 그린코스에 푹 빠지다
야메? 흔히 '가짜'라는 뜻으로 '야메'라는 비속어를 쓴다.
이 때문에 처음 야메라는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야메(八女)라는 지명은 일본서기에 '규슈 지방에 야메쓰히메라는 이름의 여신이 있다'고
기록된 데서 기원했다.
통속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의 느낌과 달리 야메는 매우 아름다운 지역이다.
야메 코스는 규슈 올레 17개 코스 중 13번째로 개장한 코스다.
길이 11㎞에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초급 수준의 길이다.
완주에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출발지는 후쿠오카 현 야메시 야마노이 공원이다.
본격적으로 길을 걷기 전 팁.
공원 옆에 있는 편의점 외에 길을 걷는 동안 다른 상점은 찾기 힘들다.
이곳에서 간식이나 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체조를 마치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눈앞에 낮은 언덕 높이의 고분이 보였다.
야메 코스 첫 번째 포인트인 도난잔고분이다.
야메 지역에는 300여 개의 고분이 있는데 모두 6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
야메 코스를 걷다 보면 유사한 고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도난잔고분은 무덤 안쪽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불빛 한 점 비치지 않는 곳이라 일행 몇은 들어가기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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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인'자를 형상화한 화살표. 빨강은 역방향, 파랑은 정방향. |
이곳부터는 평범한 등산코스가 이어진다.
언덕이 낮은 데다 우거진 숲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 걷기에 딱 좋다.
길을 걷다 보면 올레의 상징인 간세(조랑말)를 계속해서 마주친다.
제주 올레에서 사용하는 표지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말 머리 방향으로 향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간세 아래쪽에는 도착지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적혀 있다.
빨강과 파란색 사람 인(人)자를 형상화한 목제 화살표도 보인다.
빨강은 역방향 파랑은 정방향이다.
표지가 없는 곳에는 같은 색의 띠 표지가 있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간중간 꼼꼼하게 설치돼 있다.
일본인 특유의 배려가 느껴진다.
옷을 두껍게 입고 간 터라 금방 땀이 흘렀다.
외투를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간간이 보이는 방문객들과는 가볍게 인사말을 나눴다.
2번째 포인트는 이노우에 성터다.
성터에 오르면 조그마한 녹차밭도 보인다.
언덕 아래에서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다시 코스로 들어섰다.
길 옆으로 대나무 숲이 이어졌다.
언덕을 넘어서자 차밭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녹차밭이 비단처럼 펼쳐졌다.
'야메중앙대다원'이다.
65㏊ 규모로, 말 그대로 압도적인 넓이다.
코스를 잠시 벗어나 녹차밭 전망대로 올라갔다.
녹차밭과 야메 시내가 동시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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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올레 야메코스 방문객이 녹차밭 사이를 걷고 있다. |
야메는 녹차 산지로 유명하다.
녹차 생산량은 일본 전체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야메에서 나온 녹차는 최고급으로 분류된다.
걷다 보니 보성 녹차밭이 떠올랐다.
보성처럼 녹차밭 중간중간 녹차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없다.
중앙대다원 초입에도 간세가 있다.
목적지까지 7.6㎞ 남았다고 알려준다.
녹차밭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증샷'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코스 중간중간 여행자를 위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에 일본어 외에 한글로도 안내돼 있어 반갑다.
차밭을 지나면 그나마 있던 언덕도 사라진다.
계속 완만한 코스가 이어진다.
농가 사이를 걷다 보면 시내가 나오고, 이와토야마역사문화교류관까지 이동하면 코스가 끝이 난다.
제주 올레와 규슈 올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규슈에는 코스가 끝나는 곳 인근에 대부분 온천이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야메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는 온천이 없다.
대신 6㎞쯤 떨어진 곳에 유명한 벤가라무라 온천이 있다.
알칼리성 온천으로 수질이 부드러워 미인천이라고도 불린다.
근육통에 도움이 된다.
지역 특산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있다.
4시간 동안 걸으며 쌓인 피로를 맥주 한 잔, 따뜻한 온천과 함께 풀어 보자.
■ 규슈 올레 모두 점령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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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의 상징인 간세. |
야메뿐만 아니라 나머지 16개 코스도 도전해 볼 만하다.
초급은 야메 외에 3개 코스가 더 있다.
중하급은 다카치호 코스 하나뿐이다.
중급은 오쿠분고 코스를 포함해 8개다.
중상급은 우레시노 코스 등 4곳이 있다.
JR 최남단 역 니시오야마에서 시작하는 이브스키 코스가 20.4㎞로
가장 길며, 구루메·고라산 코스가 8.6㎞로 최단거리다.
규슈지역 7개 현 곳곳에 코스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지만,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규슈 지역은 여름철 기온이 높아 봄이나 가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올레를 찾는 것이 부담된다면 여행사를 이용해도 된다.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는 대부분 올레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17개 코스를 모두 돌면 제주 올레와 마찬가지로 인증해 준다.
현재 63명이 규슈 올레를 완주했다.
올레를 찾은 방문객은 지금까지 한국인이 10만 명, 일본인이 6만 명 정도로 한국인 방문객 수가 배가량 많다.
하지만 완주자 대부분은 일본인이다.
현지 방문객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레는 트레킹에 큰 관심이 없던 일본에도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걷다 지친 그대, 규슈를 즐기세요
- 기츠키 성하마을·기쿠치 계곡
- 전통가옥·원시림 오롯이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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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츠키 성하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모노를 입고 전통 가옥을 둘러보고 있다. |
걷다가 지치면 올레 코스를 벗어나 규슈 지역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오이타 현으로 이동하면 에도시대 모습을 간직한 '작은 교토' 기츠키 성하마을이 있다.
200~300년 전 성과 전통 가옥 등이 잘 보존돼 있다.
280년 전 생긴 찻집이 아직도 운영 중이다.
마을 내 기모노 가게에서는 기모노 체험도 할 수 있다.
2400엔에 최대 6시간까지, 속옷도 빌려준다.
우산과 가방 장신구도 있다.
커플은 할인도 된다.
기모노를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전통 가옥 안에서는 만담 공연도 열린다.
구마모토 현으로 가면 자연휴양림 기쿠치 계곡이 있다.
기쿠치 강 원류 4㎞에 걸쳐 있는 천혜의 자연이다.
원시림과 자연 폭포가 어우러져 무릉도원과 같은 경치를 자랑한다.
2㎞ 코스를 한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이곳 계곡 물은 일본명수백선(日本名水百選)에도 포함돼 있을 정도로 맑다.
계곡 입구에는 계곡에서 잡은 신선한 산천어구이를 팔고 있다.
굉장한 별미다.
봄에 찾아도 원시림 같은 녹음을 감상할 수 있지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 등 색색의 풍광을 볼 수 있다.
◆ 교통편 및 관광정보
배를 타면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하카타 항에 내린 뒤 하카타 역으로 이동, JR 가고시마 본선을 타야 한다. 하이누쓰즈역에서 호리가와 버스를 타고 우에야마우치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하면 출발점인 야마노이 공원이다.
쾌속선 비틀을 타면 3시간 만에 하카타 항에 도착한다.
주중, 주말 모두 매일 2회 운항한다.
요금은 편도 11만5000원.
문의 JR규슈고속선 (051)469-0778, www.jrbeetle.co.kr.
고려훼리에서 운영하는 뉴카멜리아 호를 타면 부산에서 밤 10시30분에 출발해
다음 날 오전 6시 하카타 항에 도착한다.
2등실부터 특별실까지 편도 9만~20만 원. 문의 www.koreaferry.kr
규슈 올레 홈페이지(http://www.kyushuolle.com)에 들어가면 규슈 올레 17개 코스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교통, 숙소, 날씨, 환율정보까지 제공한다.
각종 여행 후기와 영상도 볼 수 있다.
올레뿐만 아니라 규슈지역 다른 관광지 정보도 제공한다.
규슈관광추진기구 홈페이지(http://www.welcomekyushu.or.kr)를 방문해도 올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관광 팸플릿도 내려 받을 수 있다.
야메 관광물산관 토키메키를 방문하면 야메차를 비롯한 특산품을 살 수 있다.
야메 고급 말차로 만든 아이스크림도 300엔에 맛볼 수 있다.
단,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일본 야메=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