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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9. 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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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아침부터 흐려서인지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하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 동안 계속 가을비 내리는 소리가 마치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빗물 파이프에서 전하는 소리가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듣는 사람에 따라서 생각은 다를 것이지만 적어도 내가듣는 느낌은 매우 경쾌한 리듬이다.
만남이란 항상 마음 설레게 한다. 오늘은 초등학교 친구들과 만남이 약속되어있는 날이다. 코 흘리게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기억도 가마득하다. 60년인지 59년만인지 알쏭달쏭 한 세월이 나를 부른다. 6. 25 전란 중에 입학하여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에 세월을 익혔던 친구들이다. 어찌 반갑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잘 닦여진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심정으로 페달을 밟으면서 차창 밖 풍경은 어쩐지 나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내 육신이 죽어 없어졌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앞으로 몇 해나 더 이들과 만남이 허락될 런지는 하나님의 소관사라 생각하면서 문경읍으로 진입하여 온천지구로 향하였다. 아침이라 관광지는 한산하였다. 뒤편에 있다는 금강산 가든 앞에서 정차를 하고 전면을 사진 촬영하였다. 이곳은 자식을 나눈 “조병천” 장노이면서 사돈께서 경영하고자 계약을 하였다는 곳이다. 가는 길목이라 어딘지 궁금하여 들려 보았다. 인근에는 한창 개발바람이 불어 대단위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고 있고 각종 숙박시설들이 즐비하게 군집되었다. 무슨 사업이든지 입지적인 조건이 성패의 주요 원인이라 생각하였는데 좋은 곳이라 생각되었다. 날로달로 번창되기를 기도하면서 자라를 떠났다.
비는 오다 그쳤다 하는데 진남휴게소에서 잠간 쉬어가기로 하고 들렸다.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이전에는 이곳 휴게소는 주차가 어려울 정도로 번창하였는데 주변 환경의 변화로 사양길에 거의 폐쇄수준에 가까웠다. 그런대 누구 말처럼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다.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내가 오늘까지 보아온 휴게소 중에 이렇게 잘 만들어진 휴게소는 국내외를 통하여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이곳을 빠져나와 이전된 육군체육부대 앞 확장된 도로를 경유하여 점촌을 지나 용궁을 거처 예천외곽 도로를 따라 안동에 진입하였다. 대구 부산 포항 친구들도 출발하였단다. 연초(年初)에 보았는데 또 얼마나 변하였을까 생각하면서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 농번기는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하였다.
가랫재 밑에는 양편에 휴게소가 있었는데 서쪽 편 휴게소는 패쇠되어 잡초만 무성하였다. 물론 영업이 안 되니 포기를 한 모양이다. 그래도 동쪽 휴게소는 문을 열어놔서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진보를 거쳐서 신촌 약수터에 이를 무렵에 모두 도착하였다고 연락이 왔다. 황장령을 넘어서 지품면소재지를 지나 영덕외곽 도로를 따라 강구면 오포3리 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반가운 친구들과 인사하였다. 세월은 날마다 변하는데 친구들 얼굴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어 마음 편하였다. 올 계획 이였든 남호씨와 노미씨가 유감스럽게 참석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시장이 반찬이라 마침 중식 중이어서 합석하였다. 금년은 거제에서 발생한 콜레라 때문에 소고기로 준비하였단다. 아무렴 어떠냐. 친구 만나고 맛있는 식사면 족하지 않는가?
인생의 연륜처럼 그간 쌓아온 경륜과 삶의 흔적을 찾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호호 깔깔 웃음소리가 창문을 넘는구나. 유난이도 더웠던 혹서(酷暑)기를 넘기면서 건강하게 돌아온 노신(老身)들의 지혜와 덕담을 가감 없이 주고받았다.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며 각자의 가정사에 이르기 까지 해변을 거닐면서 이어갔다. 태양은 구름에 가리어 바다와 하늘은 온통 잿빛이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들은 날개 불어진 갈매기처럼 보였다 왜냐고 물어보니 콜레라 발생으로 모두가 문을 닫은 상태라 하였다. 콜레라는 거제에서 발생했는데 왜 이곳에도 영향을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거제 앞바다에서 콜레라균이 발생되었고, 타 지역에서는 발생되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어찌 이곳 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를 않았다. 우리가 너무 감성에 치우친 면은 있지만 그것이 원인이었을까?
이야기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계속되었고 반주를 하면서 더욱 진지해 졌다. 시절이 가뭄으로 전작은 흉년인 반면 벼농사는 풍년이라 한다. 이야기 초점은 자연 정치이야기로 이어졌다. 정말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정치는 백성을 편안하게 잘 살도록 하는 것인데 백성은 안중에도 없다. 어찌 우리나나는 날마다 싸움질만 하는지, 북쪽은 핵 개발하여 적화통일에 목숨 걸고 있는 절체절명의 마지막까지 왔는데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주 겸 술잔이 몇 순배 돌아가고 8시가 지났다. 모두들 장소를 옮기자고 하여 인근 노래주점으로 이동하여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었다. 숙소로 돌아와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나는 졸음이 와서 취침에 들었다. 깨어보니 아침 6시다 얼른 신발신고 밖으로 나와 아침운동 워킹을 50분가량 하였다. 항구에는 아침 뱃사람들의 밤새 수확한 어획물을 정리하는 모양 전조등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
총무님과 박 사장이 아침찬거리 시장을 본다고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커다란 삼치 한 미리를 들고 들어왔다. 얻었다고 한다. 삼치찌개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나는 가는 길이 바빠서 먼저 일어났다. 박 사장이 가지고 온 쌀은 먹고도 남아 총무께서 각자 조금씩 비닐에 담아 주었다.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안동 자형님 댁을 들려 안부를 확인하였다. 두 분 모두 80세가 가까워지니 아픈 곳이 자주 발생하는 모양이다. 일 년에 한두 번 내려오는데 그냥 갈 수 없어 방문하였다. 누구나 예외 없이 가는 길이지만 건강하게 살다가 자리보전하지 말고 자는 듯, 가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약속한 사람들과 만나 소식전하고 귀가하였다. 박 사장, 정 사장, 이 여사님, 임 여사님, 지병으로 고생하시는 김 회장님 사랑하는 총무 김 여사님 정말로 감사 합니다. 끝
2016년 8월 29일
夢室에서 김광수
#일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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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갖고싶은 사람입니다. 평소의 생각들을 기고하여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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