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날 태양열 보일러 해체해서 이동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설날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기분으로는 150키로그램 정도 되는 본체를 3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혼자서 내립니다.
체인블록을 이용해서 경사진 판넬지지대로 굴려 내려오는 겁니다.
역시나 비싼 승용차는 귀신보다 무섭습니다.
만일에 굴러 떨어질 것을 예상해서 벤츠는 멀리 치웠습니다.
생각대로 체인블록이 풀어지는 대로 본체가 밑으로 내려와 안전하게 차에 실었습니다.
역시나 잔머리는 제가 수준급입니다. 자만자만~~
태양열 보일러 본체를 차에 싣고 내려오려는데
캐리어 히트펌프 보일러가 2개월 동안 누전이 지속되어
대체연료로 등유를 2개월동안 불질러서 난방을 했다면서
자연스럽게 보일러실로 인도합니다........
A/S 맨을 부르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A/S 맨은 불러도 오지 않는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A/S 맨이 못고쳤던 고장을 두 가지나 제가 슬그머니 고친 적이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자존심 상해서 안오나??
저도 수리해내는 성과에 대해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실은 고수의 은밀한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다음카페 보일러나라의 카페지기님!!
제가 아는 한 보일러 시스템의 우주 최강자 입니다.
사전에 보일러의 누전은 대체로 순환펌프가 원인이라는 귀띔을 받았습니다.
보일러에 다달으자마자 순환펌프를 떼어 냈습니다.
그리고 누전차단기 스위치를 올려 전원을 넣는데!!!
차단기가 떨어집니다.
지속적으로......
펌프가 누전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추가로 어디에선가 또 전기가 누설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어딜까?
문득 현직 소설가로 어깨에 힘주고 있는 친구의 어릴 적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 기가 막힌 타이밍.....문제해결이 필요하자마자 힌트를 찾을 수 있는 친구의 어릴 적 이야기....머리도 좋아~
그 이야기는 '우리가 사회에서 필요한 지식은 모두 중학교에서 다 배웠다'라는 이야깁니다.
제 친구보다 더 유명한 작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고 했지요.
유명할 수록 어릴 때 교육이 새삼스러운가 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누전이란 무엇인가?'를 저에게 묻습니다.
누전은 뿌라스는 뿌라스, 마이나스는 마이나스로 전기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붙어 먹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빤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원 들어오고 나가는 접점에 테스터기를 이용하여 뿌라스 마이나스 둘이서 붙어먹는 부분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유선리모컨으로 들어가는 연결접점이 내부에서 뿌라스마이나스가 접촉이 되는 듯 합니다.
사용하시는 분께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
기분좋은 김에 1차 누전의 원인이 된 순환펌프를 제가 보유하고 있는 펌프로 교체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신이 나서 보일러실을 나서는데
우리 사장님....
출수 쪽 대형 순환펌프가 고장나서 업자가 견적가 50만원을 달라고 한다면서
대형 순환펌프를 봐달랍니다.
그거야 못봐줄 이유가 없지요.
사장님이 늙었어도 옛날에는 아가씨였을 터이니까....
아가씨에게는 사죽을 못쓰는 이 영감탱이가 모르는 척 갈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 눈에 봐도 대형 순환펌프가 물이 누수되어 지저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서 체크해 보니
잘~~ 돕니다. 굳이 50만원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거요.. 그냥 사용하세요. 최소한 1년은 제가 보증합니다.'
'그래요? 업자가 설날 이후로 50만원에 고쳐주기로 했는데...'
말을 흐리는데....문득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저를 무지무지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팍팍 옵니다.
광주에 도착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제 도착했습니다.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한계는
사용법 설명과 고장부위진단 까지가 합리적일 듯 합니다.
펌프교체 수준까지 이르르면 불필요한 기대감이 생기고
그로인한 오해발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서로에게 서운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 진단대로 하면 보일러 누전은 해결될 겁니다.
누전확인한 펌프교체는 지역업체에 의뢰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만만하게 보이는 것 딱!!! 질색입니다.
이 옛날 아가씨는 얼렁뚱땅 일을 시켜 먹습니다.
원래 제가 일할 때는 밥먹는 것을 잘 잊어먹습니다.
직전에 밤 늦게까지 옛날 아가씨 일을 해주고 옛날 아가씨에게 인사하고 내려오다가 생각해 보니
점심, 저녁을 굶은 겁니다.
서운한 것은 못참는 이 영감탱이 바로 전화해서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더니
저를 위해서 아구탕을 준비해 놨는데 제가 그냥 갔답니다.
그리고 제가 떠날 때 자신은 현장에 없었답니다.
그러면 제가 인사했던 사람은 도플갱어였나??
환장허요~~ 거짓말하는 아구를 확 돌려놓으려다 말았습니다.
아가씨가 순하면 동네 숫강아지까지 덤벼든다고...
제가 맹하게 생겼으니 아예 노비로 부리려듭니다. 나 만만한 놈 아니거든~~
첫댓글 만만하다니요...거물중의 거물같은데요? 왠만한건 스스로 해결하시는 능력이 상당하시네요. 행간에 만만치않은 재력도 얼핏얼핏 감지되고요....^^ 재미있고 즐겁게 사시네요.ㅎㅎㅎ
무지 만만하게 봅니다.
위의 아줌마는 제껴두고 내 친구만해도 저를 만만하게 봅니다.
일이 이게저게 있으니 여기서 저기까지 해달라하면 저도 나름 생각해 볼 여유를 갖는데
무작정 점심 한 끼 먹자고 불러 놓고서는
슬그머니 저에게 일을 미룹니다.
아...제가 재력이 있긴 합니다.
그 친구 점심산다고 저를 불러서는 계산대 앞에서 쿨하지 않아요
결국 일시키러 저를 부르고 성질급한 제가 점심 사게 만드니
저는 친구에게 점심 한 끼 살 재력은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