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한국계 작가, 격동의 한반도 이야기"
1917년 겨울, 함박눈이 내리는 평안도의 깊은 산속에서 벌어진 조우. 호랑이의 공격에서 조선인 사냥꾼이 우연히 일본인 장교를 구한다. 엄밀히는 호랑이를 죽이려는 일본인 장교로부터 호랑이를 구했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는 책 속 문장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이를 시작으로 운명처럼 이어진다. 이를 중심으로 가혹한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얽혀 하나의 시대를 직조한다.
<파친코>에 이어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한반도의 이야기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백범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을 한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것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게 만든 원동력"이라 말하는 김주혜 작가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다양한 이들의 삶을 그린다.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소설 속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는 야수. 호랑이에게서 작가는 한국의 영적인 힘을 보았다. "빌어먹을 전쟁 따위도, 외로움 같은 것도, 다 엿이나 먹으라고 해. 계속 살아남아."라고 되뇌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이들의 이야기.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잊어선 안 될 우리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린 소설
“한국 독립의 상징인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지금 위대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_파벨 바신스키(톨스토이 문학상 심사위원)
“한국 독립의 상징인 호랑이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위대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낸 『작은 땅의 야수들』은 2021년 영미권에서 처음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에게 한국의 역사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영미 40여 개 매체에서 극찬을 받고, 14개국에 판권이 팔려 나간 이 작품은 2022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어판이 출간된 직후에는 영상화 판권이 팔려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한국어판은 국내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국내 독자들은 번역 소설이라고는 믿지 못할 만큼 한국의 고유한 정서를 제대로 표현했다고 평하며 다른 언어로는 적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모국어 판본만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리고 2024년 마침내 러시아 3대 문학상인 ‘야스나야 폴랴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일명 톨스토이 문학상으로 불리는 야스나야 폴랴나상(Yasnaya Polyana Prize)은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휴머니즘과 문학성을 기리고 러시아 문학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상이다. 2003년부터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후보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도 포함되었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한강, 김애란, 정이현 작가가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수상은 불발되었는데, 드디어 올해 김주혜 작가가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역대 수상자로는 위화, 줄리언 반스, 오르한 파묵 등이 있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두 산맥 사이에서 자란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 문학 외에는 진정한 문학이 없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뛰어난 문학 작품은 어디나 존재한다. 야스나야 폴랴나상은 러시아 문학과 번역된 문학을 매년 뽑으며 전 세계 문학의 흐름을 보여준다. 또한, 젊은 한국 작가의 작품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몇 마디 하겠다. 여기에는 짐승들이 있다. 그중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다. 나는 이 작품을 알렉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 길』에 비교하겠다. 정말 잘 쓰였고, 투명하고 성숙한, 젊은 작가로는 놀라운 작품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작품은 위대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_파벨 바신스키(톨스토이문학상 심사위원)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톨스토이문학상의 심사위원이자 작가인 파벨 바신스키는 『작은 땅의 야수들』을 특별히 언급했다. 이에 저자 김주혜는 “우리의 유산인 호랑이를 한국 독립의 상징이라고 세계적으로 알린 기회가 된 것 같고, 더 넓게는 우리 문화와 역사의 긍지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약과 동시에 세계적인 쾌거를 이룩한 김주혜의 문학이 도달할 지점은 어디일지, 그 힘찬 여정은 곧 한국 문학의 미래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그러나 더 널리 알려져야 할 이야기다.”
전 세계인의 피를 뜨겁게 달군 우리 이야기!
빼앗긴 땅의 설움을 딛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쟁과 사랑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가 자기 정체성의 ‘씨앗’을 찾아 거슬러 내려간, 필연적으로 그의 첫 소설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저자에게 한국의 독립운동과 근대사는 고리타분한 역사가 아니라 현실의 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가족 내력이 있기에 저자는 한국의 역사를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했다. 그의 조부 시절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한반도는 왜적을 피로 물리쳤으며, 야수들은 아직 분단되지 않은 남과 북의 영토를 넘나들었다. 저자는 이렇게 가까운 한국의 역사를 전 세계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고, 나아가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는 온갖 인간 군상이 보인다. 모두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갔던 사람들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어줄 사랑과 공감, 연민 등의 가치를 일깨우기 위함이다. 저자는 “단지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전, 여기서 멀리 떨어진 작은 땅에서 살았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류 전체의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썼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는 작은 땅의 야수들이다.”
설원 위 사냥꾼과 호랑이가 대치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
정의롭고 용감했던 선조들의 이야기
“호랑이만큼은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아. 일본에는 그처럼 사나운 맹수가 없거든. 영토로 따지면 우리가 훨씬 더 큰 나라인데도 말이야.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_본문에서
프롤로그에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그 존재 자체로 긴장감을 준다. 두려움의 대상이자 은혜를 갚는 호랑이의 에피소드로 소설은 시작되는데, 이 강렬한 첫 장면이 소설 전체를 감싸는 듯하다.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소설의 제목에서 의도한 바와 같이 소설 속에서 호랑이는 중요한 상징성을 띈다.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 때문에 당시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일환으로 호랑이 사냥을 했다. 작은 땅덩이인 한반도에서 오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호랑이 같은 맹수가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의 자연에 대한 경의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참혹했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은 한국인의 기개를 호랑이라는 짐승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우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옥희 “당신이 진흙탕에서 빠져나갈 수단, 내가 바로 그 수단이 되고 싶어요.”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열 살에 기방에 팔렸다. 기생이 되기에는 좀 애매한 관상이라는 기방 주인의 첫인상과는 달리 관찰력이 좋고, 총명하고, 지적이며, 성실하다. 정식 기생이 되고부터는 구애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옥희의 사랑이 향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정호 “그래서 이 공산주의자라는 게 되려면, 뭐부터 해야 합니까?”
아버지를 잃고 빈털터리 신세로 경성에 왔다. 소매치기 무리를 거느리며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기생들의 가두 행렬을 보다가 옥희에게 반한다. 옥희에게 인정받는 남자가 되기 위해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인다.
한철 “나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야간 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인력거를 끄는 가난한 고학생이다.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자손인지라 집에서는 언젠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킬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인력거 손님으로 만난 옥희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
야마다 “왜 피를 볼 때까지 그들을 다그치는 거지?”
경성에서 복무하고 있는 일본군 소령. 뼈대 있는 사무라이 가문 출신으로 이른 나이에 젊은 대위가 되었고, 군대 내에서 계급이 높은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토 “약한 민족이 더 강한 민족에 흡수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야.”
야마다와 함께 경성에서 복무 중인일본군 소령.
연화 “나는 시작을 좋아해. 옥희야, 우리의 삶이 함께 시작되던 때 기억나니?”
옥희의 단짝 친구. 어린 시절부터 옥희와 함께 기생 교육을 받으며 동고동락했다.
월향 “특별한 행복은 바라지 않아요.”
연화의 언니. 아름답기로 소문난 기생이지만 연애사에 일절 휘말리지 않고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한다.
예단 “모든 여자가 원하는 거지,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것 말이야.”
경성에서 기방을 운영하는 한편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있다.
성수 “나는 예술가야. 정치는 자네 같은 정치인들의 몫인 거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출판사 사장.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고 동경에서 유학했다.
명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건 배고픔이지, 사람 자체는 악하지 않습니다.”
성수의 유학 시절 친구. 상해와 만주를 오가며 독립군을 결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