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삭풍은 나모 끝에
김종서
삭풍(朔風)은 나모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萬里) 변성(邊城)에 일장검(一長劍)을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애라
♣어구풀이
-삭풍(朔風) : 북풍(北風), ’삭(朔)‘은 1)북쪽 2)초하루 3)처음 등의 뜻이 있음.
여기서는 추운 바람.
-나모 : 나무(木)
-만리변성(萬里邊城) : 멀리 떨어진 국경 부근의 성. 곧 김종서가 있었던
함경도 북방의 육진(六鎭)을 가리킴.
-일장검(一長劍) : 한 자루 긴 검.
-긴 파람 : 긴 휘파람.
-한 소래 : 크게 한 번 외친 소리. ’한‘은 ’큰(大)‘의 뜻.
-없애라 : 없어라. 없구나
♣해설
초장 : 몰아치는 북풍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스치고, 중천에 뜬 밝은 달은 눈으로
덮인 산과 들을 비쳐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데.
중장 : 이 때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국경) 성(城)에서 긴 칼을 힘있게 짚고 서서
종장 : 휘파람을 불어치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니, 천지가 진돌하는 듯한 소리에
감히 대적하는 것이 없구나.
♣감상
이 시조는 지은이 김종서가 함경도 종성(鍾城), 회령(會寧), 경원(慶源), 경흥(慶興),
은성(隱城), 부령(富寧) 등 오랑캐를 막으려고 육진(六鎭)을 개척할 때에 군인의 호방
한 기개를 읊은 것으로, 호기가(豪氣歌)라 한다.
초장에서는 ’삭풍‘과 ’명월‘을 댓구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겨울 밤 변방의 분위기를
묘사했고, 중장에서는 장부의 호기(豪氣)를 ’일장검‘으로 나타냈으며, 종장에서는 대
장부의 호방한 기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변방을 수호하는 무
장(武將)의 씩씩한 기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시조이다.
♣작가소개
김종서(金宗瑞, 1390~1453) : 자는 국경(國卿), 호는 절재(節齋), 순천(順天)사람으로
이조 세종에게 총애를 받던 명장이다. 16세에 식년시(式年試)에 급제하였고, 44세에 함
길도 관찰사(咸吉道觀察使)가 되어 야인(野人)을 격퇴하고 육진(六鎭)을 설치하여 두만
강을 경계로 국경선을 확정시켰다. 51세에 형조(刑曹), 예조(禮曹) 판서가 되었고, 62세
에 지춘추관사(知春秋館事)가 되어 「고려사(高麗史)」를 개찬 간행하고, 이어 우의정
(右議政)에 올랐으며, 63세에 세종실록의 총재관(摠裁官)을 거쳐 「고려사절요(高麗史節
要)」의 편찬을 감수하였고, 이 해에 단종이 12세로 즉위하자 좌의정이 됨. 64세에 두
아들과 함께 수양대군에 의해 피살되었다.
첫댓글 장부의 호기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가을정취 만끽하면서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