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
지하에 매설된 고압 선로가 있어서
허가를 받아야만 땅파기 가능하다는
공사장
팬스 경고문
눈에 훅, 들어온다
허락 없이 마음을 뒤흔드는 풀꽃들아
너희에겐 언제든 무단 굴착을 허용한다
이 가슴
터널을 뚫고
들어와도 좋단다
협재 해변
노을은 자꾸만 바다로 가라앉고
비양도는 그 노을
안타까이 바라만 보고
난 그저
할 말을 잊고
망연히 서 있을 뿐
시간이 밀어 올린 조개 사구沙丘 살가워
퍽퍽한 가슴 안아주는
모래 모래 은모래
순간이
손가락 사이에서
그냥 멈춰버렸네
니 지금 뭐 하고 있노
만난 일 없어도 그리운 사람처럼
마음 먼저 머무는 그런 절 한 채 있어
시시로 구름 드나들어
서늘한 운문사
만세루 옆자리 처진소나무 가지가
동서남북 고르게 푸른 그늘 드리우며
니 지금 뭐 하고 있노
나에게 묻고 있어
소나기
곧장
내리꽂는다
추호도
망설임 없이
시퍼런 칼날이 선죽교를 벨지라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그 사내의
단심가
- 시집 『자작나무 옹이』 책만드는집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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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 시인 시집 『자작나무 옹이』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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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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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만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