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0일, 경희대학교 맥도널드점이 폐점했다. 어찌 이날을 울지 않고 지나가랴? 온통 맥도널드가 널려 있는 세상에 맥도널드가 없는 동네라니 우리는 노스트라다무스가 되었다.
성소가 없는 동네에서는 손가락이나 귀가 하나씩 모자란 아이들이 성기가 없는 아이들이 항문이 없는 아이들이 태어날 거야 개와 고양이가 쥐를 낳게 될 거야.
여기가 체르노빌이야 여기가 후쿠시마야 여기가 평양이야 여기가 락까야
한 컵에 두 개의 빨대를 꽂고 이마를 맞댄 채 얼음 재운 콜라를 마시던 곳.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찾아온 우리의 보리수 거기서 우리는 새처럼 지즐댔지.
온통 맥도널드인 세상에서 우리는 장소를 잃어버렸다.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맥도널드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롯데리아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음미해 오던 그 세트 메뉴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빅맥을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두꺼운 패티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매장 밖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감자튀김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식을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남은 콜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버거를 먹고 먹을 것을 믿는다.
채상우 (시인)
* 시일야 방성대곡(是日也 放聲大哭)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皇城新聞)』에 게재된 장지연(張志淵)의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이 날에 목놓아 우노라"라는 의미이다. 장지연은 이 글에서 황제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토 히로부미와 을사오적을 규탄했다.
*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