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SR 사례②: 이케아(IKEA)의 기업 비전과 CSR
김병철 중국인민대학교 사회보장학과 교수
‘세계 최고의 가구기업’으로 손꼽히는 이케아는 전 세계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다. 유럽은 물론이거니와 아시아 지역 도처에서 이제는 이케아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10여 년 이전만 해도 아시아 사람 가운데 이케아가 어느 나라 회사인지를 정확히 답하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무려 10년 사이에 이케아 재단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 국가의 사람에게 신속하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케아는 스웨덴의 작은 지방도시 엘름홀트에서 시작됐다. 사실 ‘IKEA’라는 이름은 이케아의 설립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자란 도시(엘름타리드: Elmtaryd)와 고향(아군나리드: Agunnaryd)의 약자를 모아 만든 것이다. 잉바르 캄프라드는 1943년 엘름홀트에서 카탈로그를 통해 제품을 주문받아 배달해주는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캄프라드는 가구를 부분포장하는 조립식 가구 시스템을 도입해서 고객이 직접 플랫 패키지(판판한 형태의 포장)를 차에 싣고 가도록 만들어 제품의 가격을 대폭 낮추었다. 또한 가구나 생활용품 등 단일품목이 아닌 ‘홈 퍼니싱(Home Furnishing)’ 개념을 도입해서 공간별로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의 조합을 제안했다. 이렇게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스타일 세팅 등으로 큰 인기를 모은 이케아는 1965년 스톡홀름 매장을 시작으로 1973년 스위스에 해외 첫 매장을 오픈했고, 이어 유럽 각지에 대형 이케아 매장이 생겨났으며 1998년에는 중국 상하이 매장이 오픈했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 349개의 매장이 생겼으며 지금도 그 매장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등 이케아의 성공 시나리오는 계속되고 있다.
이케아의 화려한 성공에도 어두운 시간이 있었다.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판매 대금의 3%를 로얄티로 인수받는 ‘인터로고재단’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에 있어서 ‘탈세왕국’으로 오명을 받았고 이케아의 조립가구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라는 유해물질이 검출돼서 비판이 제기됐으며 제3세계 국가의 공장에서 어린이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등 보도가 나가면서 맹비난을 받았다. 고급 디자인 가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던 이케아의 이미지가 땅에 추락한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케아가 택한 전략은 해명광고가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었다. 생산공장 주변지역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지역사회를 돌보고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IKEA raill이라고 해 지속 가능한 수송을 위해 수송전략도 실행해서 전 세계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 및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나 재활용된 환경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이케아 재단의 CSR 사례는 아래와 같다.
ㅇ 1982년 설립된 이케아 재단은 “People & Planet Positive”라는 모토를 내걸고 ‘주거보장 → 건강보장 → 교육보장 → 소득보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활발한 사회공헌 진행
ㅇ 이케아 재단은 난민 아이와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동노동착취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아동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프로그램,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 긴급구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음.
ㅇ 이케아 면 제품의 2/3 이상은 더 환경친화적인 환경에서 재배된 목화로 만들고, 축구장 130개 크기의 55만여 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전 세계 이케아 매장에 설치해 전기를 공급
ㅇ 제품에 사용되는 면은 90% 이상을 경작 면적이 2㏊ 이하 농민에게서도 조달하고 있으며 2017년까지 전체 사용한 목재의 50%를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조달
ㅇ UNHCR(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350만 명 난민이 텐트와 임시 보호소에서 살고 있으며, 평균 12년을 난민 캠프에서 보냄.
ㅇ 이케아 재단은 UNHCR과 함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에디오피아 난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을 제작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480만 달러를 투자
사실 이케아의 본고장인 스웨덴은 오랫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국가이다. 스웨덴 정부에서는 아예 CSR 대사까지 임명하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CSR 대사를 임명한 곳은 스웨덴을 포함해 단 3개국뿐이라고 한다. 외교부 관리가 맡는 CSR 대사직은 유엔 글로벌콤팩트 등과 협력해서 지속 가능한 경영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벵트 요한손 CSR 대사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스웨덴식 CSR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이익을 사회공헌에 사용할 것인지에 집중하는 미국식과 달리 이윤 창출과정까지도 고려하는 것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의 CSR라는 것이다. 이케아 재단이 CSR에 열중하는 것도 바로 스웨덴의 독특한 기업 문화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CSR를 선도하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기업 중인 하나인 이케아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일 이외에도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사회공헌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고민은 이케아의 기업 비전에서 속속들이 묻어있다. 이케아의 기업 비전은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To create a better everyday life for the many people)’이다. 보다 많은 사람을 위해 멋진 디자인과 기능의 다양한 홈 퍼니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런 경영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케아는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는다. 전 세계의 많은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다양한 조사를 통해 현대인의 수요를 찾아 만족시킨다. 이렇게 발로 직접 뛰어 만들어낸 데이타를 바탕으로 제품군 전략 담당자(Range strategists)가 그 시즌에 필요한 스타일북을 만들면 프로젝트 개발자를 비롯해 디자이너와 기술자, 제조업체 및 배송 전문가 등이 모여 제품 개발 회의를 시작한다. 재료에 대한 고민은 물론 유통 과정과 마지막 엔드 마켓으로 가는 거리를 줄이기 위한 공장 위치 선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은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다. 목표는 바로 기능 충실, 단순함, 좋은 품질, 환경친화성, 낮은 가격 등 5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장식이나 아름다움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만나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조건인 것이다.
특히 이케아는 엄격한 공정으로 유명하다. 모든 재료 및 제품은 제품 개발단계부터 시험을 거친다. 유럽 기준 이외에도 세계에서 제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케아만의 규정을 만들었고, 이케아 테스트 랩은 물론 전 세계 53개국 1000여 곳의 공급 업체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케아 제품이 견고하고 신뢰가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케아 재단의 성공 시나리오는 단순히 저렴한 고급 가구의 제공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이케아 재단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고 나누는 지속가능한 기업문화에 있다. 현재 우리는 많은 사회변화를 경험하면서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게 됐다. 그래서 돈만 벌면 된다고 여기는 기업도 더 이상 단순히 성공만을 바라보는 건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기업이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전략적 CSR과 투명성을 실천할 시기가 왔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지속가능한 기업문화의 혁신이 절실하고 그 해법이 바로 CSR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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