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아일랜드 인근이 진앙... 900km 단층선의 숨겨진 비밀
태평양 연안 덮칠 슈퍼 지진... 과학계 최초 정밀 분석
태평양 연안을 강타할 것으로 예측되는 대지진 '빅 원'의 발생 가능 지점이 최초로 규명됐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밴쿠버 아일랜드와 워싱턴주 인근 단층대 북부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밴쿠버 아일랜드까지 이어지는 900km 길이의 단층대를 세계 최초로 정밀 분석했다.
이 지역은 카스카디아 섭입대로 알려진 곳으로, 후안 데 푸카 판이 북미 판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지점이다.
섭입대는 두 개의 지각판이 충돌하는 지역으로,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지구 맨틀로 향하게 된다. 대부분의 섭입대에서는 소규모 지진이 자주 발생해 단층과 파쇄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카스카디아 지역에서는 그러한 지진이 흔하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50여 명의 연구원과 승무원이 참여한 대규모 해상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석유·가스 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첨단 영상 기술을 활용해 저주파 음파를 발사하고, 15km 길이의 수신기로 반사파를 포착했다. 이를 통해 단층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최초로 확보했다.
조사 결과 두 지각판이 맞물리는 표면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울퉁불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판들은 제자리에 고정된 채 서로를 밀어내며 응력을 축적하다가 수백 년에 한 번씩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를 일으킨다.
이번 연구는 1700년 북미를 강타하고 일본까지 쓰나미를 일으킨 역사적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당시 지진의 흔적이 일본의 역사 기록에도 남아있어 연구의 중요성을 더했다.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해양지구물리학 연구팀은 앞으로 수년 내에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진 모델링을 실시해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록 정확한 지진 발생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지진과 쓰나미 발생 확률을 계산하고 건축법규와 대피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빅토리아 대학교 지구해양과학 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순수 과학적 목적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대규모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향후 100년 안에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진 대비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확보한 상세 데이터가 연안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재 계획 수립에 즉각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물 내진 설계 기준 강화와 쓰나미 대피 계획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