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38 --- 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얼마나 겨울이 진저리쳐지고 기다림의 봄이 그리웠으며 저리 피를 토하듯 꽃을 피워냈을까. 그동안 쌓이고 쌓인 한을 삭이듯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보는 사람들이 다 후련할 만큼 황홀하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워 넋 놓고 보며 또 보아도 싫지 않다. 봄꽃은 겨울이 물러가고 그 질곡에서 벗어나 봄이 왔음을 알리며 온몸의 피를 찍어 사르는 횃불이다. 여기저기서 꽃불을 들고 봄은 절정을 이룬다. 나무마다 풀마다 축제 한마당으로 마음껏 뽐내고 드러내는 의식이다. 어쩌면 저리도 곱고 고운 빛깔일까. 저 많은 꽃잎을 조그마한 봉오리 속에 어떻게 고이 담아두었을까. 꽃을 보고 있으면 그저 신비스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꽃에는 마음을 보들보들 녹이는 향기와 달콤한 꿀까지 지니고 있다. 멀리서 벌 나비가 찾아오면 기꺼이 나누어 주며 아까워 않는다. 봄꽃이 더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은 겨울이라는 단절된 공간을 탁탁 털어내고 지난날을 복원하는 것 같아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 숨쉬기조차 어려웠지 싶은 고난의 계절에 투쟁하듯 꿋꿋이 이겨내고 얻어낸 것이기에 더 값지다. 어둠 속에 비추는 조명처럼 찬란함이 가득 들어찬다. 새벽녘 창밖에 벚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둠을 가르는 새하얀 모습이 얼핏 밤사이에 수북하게 내린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겨우내 아니 지난여름 염천에서부터 준비하였던 꽃눈에서 저리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꽃마다 개성이 있어 색깔부터 노랗고 하얗고 빨갛고 어질어질 현란하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꽃이지만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반기는 모습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성스럽게 피어나는 꽃이다. 소리 없이 생글생글 웃음이 절반이다. 밀려드는 꽃소식에 봄맞이하자고 한다. 꽃구경 가자고 한다. 너무 여유 부리며 멈칫거리다 늦는다. 조금은 서둘러야지 화무십일홍이라잖아. 꽃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봄꽃은 바빠서 오래 가지를 못한다. 꽃이 훌쩍 떠나간 다음에 서운하다고 하지 마라. 다시 365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