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⑫ 기이한 경험들
악령이나 마귀가 지배하는 듯한 느낌
셔터스톡
다음 날 조찬 강연 스케줄이 있어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너무 머리가 어수선해 과연 서울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장기간의 불면으로 머리는 판단능력을 잃었고 마음은 사막처럼 굳었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10분이면 될 짐 꾸리기에 1시간 넘게 들이고 차를 몰고 나왔다.
저 멀리 톨게이트가 보였다. 그런데 도대체 톨게이트 진입로를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왼편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그리로 가면 안 됩니다. 이리로 오세요!”
어리둥절해 쳐다보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요금정산소가 있지 않은가. 그곳의 직원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거긴 길이 아닙니다. 안내판 못 보셨어요?”
가까스로 차를 후진해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 왕복 4차선 도로에 진입했다. 지리산 자락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를 조심스럽게 운전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저 앞에서 웬 승용차가 정면으로 다가오면서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 급히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차를 피하니 상대편 운전사가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었다.
“야, 이 ×××야, 죽으려고 환장했냐!”
내 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서 달린 것이었다. 나는 온 신경을 운전에 집중하며 차를 몰았다. 그러나 의지와 달리,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듯 내 차는 어느새 중앙선을 넘어가 또 반대편에서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등골이 오싹했다.
얼마쯤 달렸을까. 서울행 고속도로로 진입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분명히 그쪽으로 갔는데 엉뚱한 길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이러기를 수차례.
계속 길을 잘못 들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뱅뱅 도는 바람에 1시간가량을 허비했다. 이건 거의 금치산자 수준이었다.
간신히 서울행 도로에 진입해 달리기 시작했다.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왔다. 과연 이런 상태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저 멀리 갓길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운전석 등받이를 뒤로 젖혀 쉬려 했다. 그러나 다시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할 수 없이 다시 차를 몰았다.
갑자기 악령이나 마귀가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이 정도로 나를 통제하지 못한 것도 처음이었다. <계속>
남산 작가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