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당신의 풀밭은 여전히 푸르십니까?
언젠가 전에 사목했던 성당에서 한 부부가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합니다.
“신부님, 올해 결혼 20년 되었는데, 요즘 신혼부부처럼 살아요. 사는 것이 재미가 있어요.
그러면서 저는 문득 ‘술 중독자인 형제님 때문에 힘들게 사는 줄 알았는데, 무엇이 저 자매님을 저렇게 행복하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매님은 결혼하고 나서야 형제님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평소에는 성실한 형제님이 술만 들어가면, 감히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자기를 대하는 형제님을 보면서 ‘좀 나아지겠지, 좀 더 좋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참고 버텨온 세월이 20년이었답니다.
당시엔 자매님은 사는 것이 무서운 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고, 형제님은 결국 정신병원에 3번이나 입원을 했고, 자매님은 20년 동안 가정 살림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도를 했습니다.
내가 그만두면 우리 가정이 무너지고 말잖아요. 어차피 내 자리인데 내가 지켜야지요. 누가 내 가정을 안 지켜 주잖아요. 이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남편의 술을 끊게 되는 회개를 주고, 은총을 주시대요. 그래서 요즘 사는 것이 즐겁답니다.”
자매님은 지난날에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원망과 불평 대신에 기도로써 ‘좋아지겠지.’라는 믿음으로 자기의 자리를 잘 지켰습니다.
그러니 지난날의 상처받은 아팠던 삶을 보상받고 축복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감사할 줄 아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좋은 날을 주시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오늘 한국 교회 주교회의에서 순교자 현양을 위하여 과거에 대축일이었던 7월 5일에 한국 최초의 사제로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를 기념하는 신심미사로 성대하게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김 신부님은 열다섯(15) 어린 나이에 중국 마카오로 가기 위해 6개월 동안 배를 타면서 풍랑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리고 낯선 땅에서 병에 걸리고, 또한 영양실조로 사제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고비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습니다.
그리고 9년 후에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님이 되어서 그립던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아버지는 목이 잘리는 참수를 당하셨고, 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이곳저곳 떠도는 거지 신세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힘들고 아파하셨습니다.
하지만 김 신부님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신자들을 보시고, 슬픔과 고통을 참으셨습니다. 그리고 미사성제를 봉헌하고, 성사 거행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불과 8개월 만에 붙잡히시고, 3개월 후에 목이 잘리는 참수형으로 돌아가십니다. 그때 나이가 스물여섯 살(26)이었습니다.
김 신부님께서 감옥에서 쓰신 편지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어떤 고난과 슬픔이 오더라도 자기의 자리를 굳게 지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를 기념하면서“참아내십시오. 견디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그 옛날 박해 시대에 우리 교우들끼리 암호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풀밭은 여전히 푸르십니까?”
이 말뜻은 “교우들이 박해 때문에 몰래 숲속에서 하는 기도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까?”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저희도 아무리 바쁘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서로에게 소리쳐 줍시다. 고운님들의 풀밭은 여전히 푸르십니까?
그러므로 고운님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오늘도 견디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웃으십시오. 그리고 기도하면서 참고 견디어 내십시오. 반드시 좋아질 것’입니다.
“주 예수님이시여! 저희의 손을 꼭 붙잡아 주소서.”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고운님들의 풀밭은 여전히 푸르십니까?’라고 외치면서, 고운님들은 삶의 자리에서 ‘웃자, 참자, 그리고 기도하면서 견디자. 그러면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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