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금속음들이 들려왔다. 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들어가 베르나를 바라보았다. 베르나는 웃통까지 벗고 검만을 들고 그 기사와 싸우고 있었다. 그 기사역시 갑옷을 벗어두고, 맨 몸으로 싸우고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저기 갑옷에 하나 세워져 있는데 베르나는 갑옷이 없으니 당연히 저 사람거겠지...)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사가 얼굴은 두건으로 가리고 있었기에 얼굴은 볼 수 없었다. 호각지세였다. 하지만 공격은 주로 베르나가 하고 방어는 그 기사가 하고있었다. 게다가 베르나는 전신에 땀이 흘려내렸지만 그 기사는 거의 그렇지 않았고, 발놀림마저 사슴같이 가벼웠다. 이런이런.. 베르나. 정신차리라구! 지금 그건 적의 간계?에 넘어간 꼴이라구! 체력을 아껴 체력을!
난 내 마음속에 담긴 말들을 하고 싶었지만 기사대 기사의 대결이었기에 난 말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녀석(그 이름모를 사람은 누군지 모르니까)은 기사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당한 대결이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저 녀석의 자존심을 구겨 놓을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루시오 역시 입을 쫙 벌리고 그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아는 주먹을 꽉 지고 큰 키로 사람들 머리위에서 그 대결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쳇.. 키 큰 사람은 좋겠군. 저건?!
내가 루시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다시 그 대결을 보려했을 때, 방어만 하던 그 기사(편의를 위해서)의 검이 한 줄기 빛을 남기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베르나의 검은 그의 손에서 튕겨져 나가 파공음을 내며 일단 검집에서 나오면 무라도 베라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땅을 찔렀다. 푹!
베르나는 자신의 손을 보고 땅에 박힌 자신의 검을 한 번 보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가 졌습니다."
"그럼. 그대의 검은 내 것인가?"
"......예."
뭐.. 뭐야? 베르나.. 설마 네녀석의 검을 가지고 내기를 했던거야? 이런.. 망할.. 그렇다면 왜... 제길.. 저 기사가 검을 소제로 베르나를 도발했군... 흠.. 근데 베르나를 저렇게 가지고 놀다니... 상당한 실력자인데? 행색으로 보아하니.. 그냥 떠돌이 기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용병도 아니고 말야.. 실력으로 보면... 기사수행하러 다니는 사람같지는 않고..
난 구경꾼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그 기사를 향해 걸어갔다. 주위에 모여있던 마을 사람들은 놀라운 눈빛으로 시선을 그 기사에게서 나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그 기사는 그런 나를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니요. 그렇진 않습니다. 전.. 룬..케이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대답은 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는군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말할 권리가 있는가? 부탁이라고는 말하지 말게"
"그렇다면... 당신과 정당한 대결을 한 베르나의 권리로 물어보죠. 베르
나 괜찮지?"
베르나는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그 기사는 피식 웃더니 다시 날 바라보았다.
"간교하군."
"이왕이면 타인의 능력을 잘 이용한다고 해주십쇼. 그리고... 그 복면
을 벗어주실순 없습니까?"
".... 이건.. 좋네. 벗어주지"
그 기사는 손을 머리뒤로 돌려 그 복면을 풀었다. 그리고 복면뒤로 숨겨졌던 얼굴이 들어났다. 그 사람의 얼굴에는 턱수염이 왼쪽 귓가부터 오른쪽 귓가까지 이어져 나 있었다.
"흠... 나와 대결을 한 기사의 권리라... 말하지 않을 수 없을군. 물론 내가 기사라면 말이야..."
"기사가 아니십니까?"
"기사라.. 기사긴 기사지만 그 칭호는 자주듣지 않네. 영주라는 칭호를 더 많이듣지."
이런... 영주였나?..
"영주...님.. 이십니까?"
"그렇다네. 이제 자네대답에 대한 질문이 됬는가?"
"충분히.. 됬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만..."
"뭔가?"
"어째서.. 베르나와 그런 대결을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영주는 잠시였지만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곧 대답했다.
"기사로서의 호승심이었지. 젊은나이에 이 마을에서 명성이 자자하더
군. 하지만 저 청년이 나와 대결을 피하길래 어쩔 수 없었다네. 하지만 이 검은 돌려줄 생각이었다네. 사실 저 청년이 검에 대한 내 말을 듣고 그렇게까지 화낼줄은 몰랐다네. 그래서 이 검이 저 청년에게 소중한 것이라는걸 알 수 있어지. 별다른 뜻은 없었다네."
"그렇습니까?... 그럼.. 실례했습니다."
"아니었다네. 나 역시 자네와의 말장난은... 즐거웠다네."
"그럼.. 영지답사를 오신겁니까?"
"말하자면... 하지만 공식적으로 온 건아니라네... 이 곳 촌장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면 하는군. 조용히 떠나갈 테니까."
"예. 그럼. 좋은만남이었습니다."
"그렇군. 나 역시. 그럼 잘 있게. 거기 자네. 실력이 좋구먼.. 경험만 좀 더 있었다면 날 이길 수 있었을텐데. 아쉽군. 그럼 인연이 있다면 나중에 보세."
영주는 그렇게 말하며 결투지를 떠났다. 마을사람들은 멀진 않지만 말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기에 그가 영주란건 알지 못했다. 난 베르나 곁으로 가서 베르나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이런.. 2번째 패배군."
베르나는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분함이나 좌절감 같은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감이 감미된 목소리랄까? 평소보다 더욱 더 밝은 목소리였다.
"훗.. 날 이길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니.. 이 영지에서만 2명이야... 그럼 앞으로는 몇 명이나 더 있을까?"
그는 점점 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의 흥분을 갈아앉히기 위해 일부로 그의 혼잣말같은 질문을 무시하고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한계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공격만 무지막지하게 하니까지지..."
"난 경험이 부족하다구. 영주님이 말씀..."
"핑계는 필요없어. 난 이만 간다. 그리고 검 손질 잘해라... 땅에 쳐박
혀 버렸으니까"
"응. 잘 가. 그리고 고맙다"
"뭘. 한 것도 없는데."
난 천천히 사람들곁으로 돌아갔다. 루시오는 궁금함이 잔뜩 담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그의 곁으로 가자 그는 빠르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얘기한거야? 우와.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누구래? 그리고 왜 대결한거래? 아! 그리고 베르나가 진거 맞데? 거참 놀랍네. 어디서 왔데? 외형을 보니까 수도같은데... 그리고 이름이 뭐래? 참 멋있다. 수염이 났지만.. 나보다 키는 크디?"
베르나는 그렇게 자꾸 나에게 물어댔고. 난 듣다못해 귀를 막고는 우리집을 향해 냅다 뛰었다. 으아아아악! 누가 좀 사일런스 마법 좀 써줘요!
========================================================================================
오늘도 허접한 글을 올립니다... 1편을 20분이나 읽어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중의 99%가 호기심에 눌렀다가 짜증을 내고 그냥 가신 분이라 생각합니다만은... 어쨋든 눌러주셔서 감사하고요...
제 글의 발전에 보탬이 될 비평이나 조언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