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나라 레코드가 발표한 상반기 가요 음반 시장 동향을 보면 여성가수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30위권 중에여성그룹 또는 솔로가수 음반이 10장. 4∼5장에 그쳤던 예전과 비교하자면 상당한 수준이다.
가요계에서는 솔로 여자가수들이 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품성 있는 여자가수들의 몸값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여성가수들의 득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음반을 사는 소비자들은 10대 소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보이밴드나 어린 남자가수들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98년 엄정화가 40만장에육박하는 음반을 팔고 김현정, 이정현이 그에 못지 않은 성공을 거둔후 여성솔로가수의 돌풍이 불고있다.
지난해 말에는 여성가수들이 음반시장을 살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현재 여성솔로가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가수들은 이정현,백지영, 김현정,채정안,제이 등으로 축약된다. 이정현,백지영, 채정안, 제이가 공교롭게도 모두 2집으로 활동하고 있고 3집을 발표한 김현정도 가요계에서는 새내기축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의 가능성은 짧은 경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배우와 가수를겸업하고 있는 이정현과 탤런트 출신 채정안은 화려한 무대매너와 확실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스타급 가수로 정착했다. 지난해 라틴열풍을 몰고왔던 백지영은 섹시 디바로 자리를 굳혔고 김현정과 제이는 믿을 만한가창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오빠부대’ 대신 ‘누나부대’를 몰고 다니는 이들은 대부분 댄스가수라는 것이 특징. 발라드 ‘어제처럼’을 불렀던 제이를 제외하고는하우스댄스, 살사댄스, 테크노댄스 등 다양한 댄스곡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가수들의 여름전쟁은 후속곡들을 내놓으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백지영은 ‘대시’보다 더 격렬한 리듬의 ‘살사 댄스’를 내놓았고 김현정도 ‘너 정말’을 선보였다. 한여름 발라드 열풍을 불고 왔던 제이는 여름용 댄스곡 ‘Time out’을 내놓고 숨겨두었던 춤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댄스곡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여성 가수들의 춤 대결도 뜨겁다. 백지영은 여성가수들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마치 림보를 하듯 상체를 뒤로 젖히며 가슴을 흔들어 팬들을 설레게 했고, 남성 백댄서와 짝을 이룬 살사 댄스는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골반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엉덩이춤’은 이미 백지영을 대변하는 춤이 돼 버렸다.
백지영의 안무가 부비고 흔드는 것이 특징이라면 이정현은 이집트 여신의 환상적인 이미지와 테크노적인 감각을 혼합시켰다. 도리도리춤을응용한 듯한 도발적인 춤을 추는 작은 체구의 이정현은 근육질의 남성백댄서들 사이에서 결코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채정안의 춤은 백지영과 이정현에 비해 귀엽다거나 앙증맞다는 표현이어울린다. 공중을 향해 손가락을 퍼트리는 ‘물방울춤‘은 변형된 테크노. 깨끗한 이미지에 맞게 춤 역시 깔끔하다.
김현정은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바람 춤‘을 선보였다. 양손을 하늘 높이 올려 크게 돌리는 이 춤은 ‘돌려놔∼’라는 후렴 부분에서흥을 돋우는데 큰 몫을 한다. 물결치는 짧은 치마 사이로 롱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이 씩씩하기만 했던 예전과 달리 낯설지만 시원한 노래와는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올해 초부터 ‘철이와 미애’의 미애로부터재즈댄스를 배운 것이 춤을 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여성가수들이 유난히 강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도한 노출의상을 입고 나온 여성가수들이 눈요깃거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수를 노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치장이나 몸매, 외모로 판단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여성가수들이 가벼운 음악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지적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문탁, 박기영, 박혜경 등이 여성의 활동이 적었던 록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분야에 상관없이 여성가수들이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여성가수들의 활약을 보는데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만 가요계의 아마조네스 현상은 한동안은 이어질 것 같다. 엄정화, 박미경 등 거물급댄스가수들이 신보를 낼 때쯤에는 여성 밀리언셀러 가수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
<>김 현 정 - 시원한 창법에 섹시미까지
14개월만에 3집 ‘멍’을 내고 파격적으로 변신한 김현정. 웃을 때마다 살짝 드러나던 덧니를 없애고 짧은 미니스커트와 어깨가 드러나게디자인된 타이트한 상의를 입고 나와 여성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다.
외모는 혁신적이지만 노래만은 예전 모습 그대로다. 시원하고 쏘는 듯한 느낌의 창법, 아찔하게 질러대는 고음처리는 한층 더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김현정의 매력은 털털한 성격. 역대 미스코리아들의 모임인녹원회에서 최고의 여가수로 선정했고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내숭을 전혀 떨지 않아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이 정 현 -작은 체구에서 넘쳐나는 카리스마
아담한 체구로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정현. 선 주문 75만장을 기록하면서 화제 속에 발표된 2집에서 클레오파트라로 분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한 뮤직비디오와 화려한 의상이 가요계에서그녀의 위치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이정현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까? 소녀처럼 여린 목소리로 인터뷰를 하다가도 마이크를 잡으면 앙칼지고 교태스런 목소리로 변하는 이중적인 보이스의 매력, 마치 신들린 듯 규칙 없이 흔들어대는 몸 동작, 160cm, 38kg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카리스마. 이정현이 가지고 있는 이런 ‘끼’들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신세대적 감각이 만나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백 지 영 - 살사에서 나오는 원초적 매력
남성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백지영의 주요 무기는 육감적안무와 끈적이는 리듬이다. ‘대시’ ‘새드 살사’가 가지고 있는 살사 리듬의 원시성과 허스키하면서도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는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아슬아슬하게골반에 걸쳐진 의상은 원초적 매력을 과시한다.
그렇다고 섹스어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무대 밖에서 보여주는 인상은 오히려 소박하다. 어느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화장을 지우고수영을 배우던 모습, 토크쇼에 나와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는 미소년 같은 이미지가 얄밉지 않은 섹시 디바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채 정 안 - 귀여운 테크노 가수
채정안은 탤런트 출신답게 예쁘장한 얼굴로 남성 팬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고 있다. 국군장병이 뽑은 가장 섹시한 여가수에 선정됐고, 얼마전 TV코너 ‘서바이벌 미팅’에서는 백지영 김현정 클레오의 한현정을 물리치고 당당한 미팅 왕이 됐다.
채정안은 물방울 춤에서 보여주듯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로 다른 여가수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탱크톱이나 가는 끈 하나만으로유지되는 쫄티를 입고 나오지만 워낙 마른 체형이라 관능적이기보다는귀엽다는 인상이다. 노래도 힘있는 보컬보다는 분위기를 살리는 데 치중하는 편. 후속곡 ‘테스’에서는 의상과 안무를 더 자극적이고 감각적으로 바꿀 예정이어서 성숙한 여인으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김윤정 기자>
첫댓글 현정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