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선교사열전 ⑰ 프레데릭 밀러 선교사(1866-1937, 한국명 민로아)

[섬김과 나눔]

선교사열전 ⑰ 프레데릭 밀러 선교사(1866-1937, 한국명 민로아)

청주 선교의 아버지, 청주제일교회 설립자

한국교회 처음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전국 방방곡곡 복음이 전해지고 교회가 세워지기까지 하나님의 세심하고 특별한 섭리가 역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선교사열전에서 살펴보듯 부산·경남, 대구·경북, 호남전라 지역의 복음의 첫 걸음은 ‘건너와서 우릴 도우라’라는 소명을 붙잡고 멀리 호주와 미국, 영국 등지에서 파송 받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발자취를 따라 시작되었다면 충청도 특별히 청주지역의 처음 교회이야기 신대교회 설립은 조금 특별하다.

신대리에 사는 오천보, 문성심, 오삼근 등이 서울에 자주 왕래하며 행상을 하던 중 우연히 경기도 죽산에서 열린 사경회에 참석했다가 은혜를 받고 돌아와 미호천 나루터 근처 동네 주막에서 하얀 광목에 십자가와 태극기를 그려놓고 예배한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1901년 세워진 신대교회 처음이야기는 주막에서 막걸리를 나누며 당시 신학문 성경을 돌아가며 읽다가 은혜를 받아 세워진 것이다. 이후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잡은 신대교회는 교회부설로 창서학교를 개교하여 신학문을 가르쳤으며 그로 인해 이 지역 부녀자들도 모두 한글을 깨우쳤다고 한다. 이 지역 본격적인 선교는 1900년 말 미국 북장로교회가 파송한 밀러 선교사(1866-1937, 한국명 민로아)와 김홍경 등이 전도하여 모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1904년 11월 남문 앞 초가집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청주읍교회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다.

청주 선교의 토대 마련

1892년 11월 15일 부인과 함께 미국북장로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와 선교활동을 펼쳐온 밀러 선교사는 1900년 경기도 남부지역에서 활발히 순회 전도하던 중 김홍경과 함께 청주 장터를 방문했다. 앞서 살펴보듯 청주에는 오천보 등의 행상인을 중심으로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전도여행을 마친 밀러는 이 소식을 접하고 신대리에 조사 이찬규를 파견해 교인을 지도하게 했는데 그 결과 16명의 학습교인이 등록했고 오천보의 집에 예배처소가 세워졌다. 이후 충청도 지역에서 선교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을 전망한 밀러는 1904년부터 선교부지를 매입하고 본격적인 충청지역 선교에 나섰다.

1904년 북장로회 청주 선교지부 설립을 위한 거점교회로서 밀러와 김흥경은 김원배, 방흥근, 이영균, 김재호, 이범준 등의 청년들을 중심으로 청주읍교회, 지금의 청주제일교회를 세웠다. 당시 청주읍교회는 설립 1년 만에 교인이 50명이 넘을 정도로 부흥하였으며 청주지역의 복음 운동만이 아니라 근대화운동, 민족운동, 교육계몽운동, 사회문화 그리고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교육을 통한 복음전도

밀러 선교사는 복음선교와 교육선교를 시작하였다. 그는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충청도 지역에 식자층이 유달리 많은 것을 파악했는데, 이런 지역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교육열은 밀러의 선교사역을 풍성하게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우선 밀러는 청주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교회를 세우고, 교회 안에 기독교 학교를 설립했다. 청천교회에 청동학교, 신대리교회에 청서학교, 청주교회에 청남학교와 청신여학교, 묵방교회에 청북학교, 괴산읍교회에 곽신여학교를 세워 남학교 4개, 여학교 2개 총 6개의 근대적 교육기관을 세웠다. 특히 1907년 밀러의 부인 도티가 사택 근처의 한옥에서 13명의 아이를 모아 성경을 가르치며 청신여학교를 시작하였다. 도티는 정동여학당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지역의 여성교육을 26년간 이끌었다. 후에 청신여학교가 청남학교와 병합해 청주청남초등학교가 현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어 자작 찬송·도서·전도지 남겨

밀러 선교사는 한국에서 사역하는 동안 40여 종의 저서를 남겼는데, 본인이 만든 소책자와 전도지를 권서인을 통해 배포하는데 일조하였다. 밀러는 전도지를 제작하고 나누어 주면서 “최소한 한 영혼이라도 이 전도지를 통해 구원을 받게 해주십시오.”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장날에는 사역자들이 만장이 넘는 전도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밀러는 매년 네 가지 종류의 새로운 전도지를 개발했는데,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려는 것이었다. 전도지를 나누어 줄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은 읽어본 것이오.”하면서 거절을 했지만, “이것은 막 새로 나온 것입니다.”라고 하면 전도지를 받았다고 한다. 밀러를 도운 대표적인 권서인은 김성호와 김화복인데, 기록에 의하면 권서인들은 하루 평균 10에서 12km를 걷고, 평균 13-15명을 접촉했으며, 평균 2~3권 이상의 성서를 팔았다. 선교사의 열정과 한국 토착 권서인들의 헌신이 한국교회의 토대를 만든 것이다.

우리말 감각이 탁월했던 밀러는 찬송가편찬에 관심이 많아 틈틈이 찬송가를 직접 작사하였고, 1902년에는 ‘통합공의회 찬송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1905년에 발간된 장로교 공인 찬송가인 ’찬성시‘에는 밀러의 찬송가가 26편이나 수록되었다. 찬송가 96장 ‘예수님은 누구신가’를 작사했다. 우는 자의 위로, 없는 자의 풍성, 천한 자의 높음, 잡힌 자의 놓임을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기쁨 생명 평화 영광으로 표현했다. 찬송가 204장 ‘주의 말씀 듣고서’는 주의 말씀 듣고서 준행하는 자는 반석 위에 터 닦고 집을 지음 같다고 비가오고 물 나며 바람 부딪쳐도 반석 위에 세운 집 무너지지 않는다며 만세 반석 위에 살아갈 것을 노래했다.

이밖에도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등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한국어 창작 찬송이 여럿 전해져 사랑을 받고 있다.

청주 양관 ‘민로아기념관’

청주 일신여중고와 그 주변에는 밀러 선교사가 거주하던 집을 포함해 선교사들이 지은 건물 6채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이곳은 밀러와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탑동 야산을 매입해 1906년부터 건물을 지으면서 자리를 잡은 것이다. 1932년까지 25년간 무려 5만여 평의 땅에 붉은 벽돌을 쌓고 기와를 얹어 서양식과 검식을 복합한 서양식 건물, 일명 ‘양관건물’을 세웠다. 여기에 선교사 사택선교본부, 병원, 성경학교 등을 건축해 선교뿐만이 아니라 의료 봉사의 본거지로 사용했다. 양관은 충북지역의 역사적 애환과도 연결되어 있다. 청주 선교지부는 1906년 충북지역 대홍수에 탑동언덕으로 피신한 이재민 200여 명에게 관사와 부속건물을 내주고 먹을 것을 주어 위로했다.

한국전쟁 때 이곳은 인민군 야전병원으로, 청주제일교회는 인민군 사무실로 이용되었는데, 현재에도 청주제일교회 외벽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양관 건축물을 통해 우리는 밀러의 탁월한 문화적 절충을 볼 수 있는데, 그는 건물마다 외관은 한국식으로 보이게 했고, 내부는 미국인 생활에 익숙하게 지었다. 또한, 자신의 선교 의지를 보여주듯, 건축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상징미를 곳곳에 삽입했다. 선교부 주택의 초석들은 천주교인들이 고문을 받고 순교했던 청주 감옥의 석재를 가져다 사용했는데, 밀러는 그 기반 위에 선교지부를 세운다는 확신을 했던 것이다. 늘 출입하는 현관문의 디딤돌은 감옥의 인방돌을 옮겨 만들고, 기와와 벽돌은 선교부 구내에 있는 질 높은 점토를 사용했다. ‘민로아기념관’은 1911년 지하 1층, 지상 2층의 붉은 벽돌 건물로 지어져 밀러가 사용하다가 현재는 일신여학교의 독서실로 사용하고 있다.

진정한 청주사람 민로아

밀러 선교사는 1866년 12월 10일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나 피츠버그대학(1889)과 뉴욕 유니언신학교(1892)에서 공부했다. 그는 1892년 11월 15일 부인과 함께 미국북장로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에 발을 딛자마자 1893년 서울 예수교학당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쳤고 동시에 서울을 시작으로 황해도와 충청도 지역의 순회전도에 힘썼다.

서울 연못골 일대에서 조사 김흥경과 전도를 하면서 연동교회를 설립하는데 초석을 놓았고, 1894년 전도자 서상직, 이원서 등과 함께 경기도 용인군의 최초의 교회인 갓골교회, 지금의 백봉리교회를 설립했다.

이후 1904년 청주 선교지부로 옮겨와 충청지역에서 32년간 섬기며 복음을 전했다. 1936년 은퇴 후에 필리핀과 중국을 여행하고 다시 청주로 와서, 1937년 10월 6일 별세했다. 머나먼 미국 동부 끝에서 온 밀러는 선교지 이곳에 묻어달라는 유언에 따라 진정한 청주사람이 되었다. 

청주 신대교회

청주제일교회

청주양관

청주 탑동 양관

초기 찬송가 찬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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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 열전 이야기를 연재하며 한국고등신학연구원 김재현 박사의 ‘한반도에 심겨진 복음의 씨앗’(KIATS)을 참고문헌으로 편집하였다. 이밖에 일신여학교, 민로아기념관 등의 사료를 참고하였다.

출처 : 고신 뉴스 K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