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밤중에 절망에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엄마 마음을 미어지게 했던 아들이
엊저녁에는 세상에서 군대는 혼자만 간 것같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22일에 첫면회가 있는데 누구누구 올 것인지 주민등록번호를 말하라고 하면서
올 때 네살먹은 외사촌동생과 할머니는 면회 가능한 4명의 제한 인원에서 제한되니
다들 데리고 오라고 합니다.
김밥, 식혜, 딸기, 버터링쿠키를 가지고 오라고 마치 세상에서
혼자 군대간 녀석 같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을 합니다.
지난 여름 집에 와서 엄마 목에 걸린 목걸이를 호시탐탐 노리던
그 뻔뻔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라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스물한살 순수한 나이처럼 나름대로 진실된 연애를 하는 모양인지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여자친구 자랑을 하기에 정신이 없다가
엄마 목에 걸린 엘리자베스여왕의 초상이 그려진 코인 목걸이가
맘에 들었는지 여자친구 갖다주게 풀어 내라고 연 이틀을 조르더군요.
나중에는 주지 않겠다고 했더니 치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다른거라도 내놓으라 어거지를 써서 친구가 세미나 갖다 오면서
사다준 작은 액자를 마지 못해 건네주었지요...ㅎㅎ
모든 것 다 주고 싶도록 사랑을 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기도 하고
사랑에 눈이 멀어 에미 목에 걸린 목걸이 마저 벗겨가고 싶어하는
그 순수한 열정을 숨기지 못하는 아들이 우스워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설겆지를 하다가도 웃음이 슬슬 나옵니다.
녀석이 집에 있는 동안은 목걸이를 움켜쥐고 잠을 잤습니다...ㅎㅎ
몰래 목걸이를 풀어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편한 잠을 자지못했습니다....ㅎㅎ
사랑을 하면 모든 걸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지만 연애를 할 때 마다
목걸이를 주게 되면 그걸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사람의 기억중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게 체취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적 해가 저물도록 밖에서 놀다가 볼이 빨갛게 물든채
엄마!하고 들어오면 빰을 대고 비비다 맡아지던 그 바람냄새가 그립습니다.
22일 만나게 되는 아들에게선 어떤 바람냄새가 느껴질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