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가진 본질적인 위험성을 두고 한 지인과 격렬한 의견 충돌을 빚었고, 결국 그와 영영 연락을 끊었다. 돌아서는 그를 향해 내가 던졌던 서늘한 예언이 하나 있다.
이재명 시대가 지나고 나면, 대한민국에서 좌파라는 세력은 아예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때 내가 한 예언은 소름 돋을 만큼 정확하게 실현되고 있다. '진보'라는 허울만 남은 이름의 거대한 생태계가 이재명이라는 선장의 무능과 사이비 팬덤의 광기에 완벽하게 포획되어 서서히 질식해 가는 광경. 지난 17일 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6주년 전야제 무대가 그 끔찍한 도덕적 파산의 완벽한 증명서다.
이날 전야제 무대 위로는 귀를 의심케 하는 기괴한 노래 한 곡이 울려 퍼졌다.
야당 정치인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매불쇼 같은 편향된 좌파 유튜브 방송을 구세주처럼 찬양하는 주술적 타령이 축가로 불려진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가장 거룩하고 아픈 상처를 추모하는 국가적 제단이, 일개 삼류 유튜버 찬양제이자 정치 팬미팅 무대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데 이 천박한 굿판의 진짜 절정은 따로 있었다. 이 숭고해야 할 전야제 무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탄핵하라며 조롱의 노래를 불렀다.
조희대가 누구인가. 5.18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마침내 인정하며 국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가 정당하다는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낸 사법부의 수장이다. 수십 년 묵은 유가족의 피눈물을 법적으로 닦아주고 국가 배상의 길을 열어준 5.18의 은인이다.
그런데 정작 그 5.18을 기린다는 전야제에서, 자신들의 한을 풀어준 대법원장의 목을 치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그가 이끄는 사법부가 자신들의 수령님인 이재명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해 준 은인조차, 주군의 심기를 거스르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꺼이 단두대에 올리는 이 소름 돋는 자가당착.
이 기괴한 풍경을 목도하며 나는 하나의 명확한 사망 진단서를 끊는다. 5.18은 죽었다. 군부 독재가 죽인 것이 아니라, 5.18을 낡은 진영의 장난감으로 탕진해 온 정치꾼들과 이 저급한 집단 광기를 환호로 용인한 광주 스스로가 그 보편적 가치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다.
이 참담한 촌극을 지켜보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던 광주를 향한 일말의 역사적 부채감마저 완벽하게, 1도 남김없이 증발해 버렸다. 과거 누군가가 호남을 향해 지역 차별적인 언사를 쏟아낼 때마다 진심으로 분노하며 방어했던 내 알량한 허영이 뼈저리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스스로 고립된 이념의 갈라파고스가 되어 사이비 스피커들이나 찬양하고, 은인마저 물어뜯는 집단을 대체 무슨 명분으로 변호하고 대우해 준단 말인가.
이제 앞으로 이 나라에서 자칭 좌파가 입에 올리는 화합이니 평화니 하는 수사학은 완벽한 개소리로 치부하는 것이 맞다.
지금의 좌파 세력은 대한민국의 모든 굵직한 사건과 사고, 역사의 비극마저 완벽하게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사유화했다. 그들이 독점한 성역 안에서는, 그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아무리 숭고한 희생과 공익적 헌신도 존재하지 않는 가짜가 된다. 진영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진짜 영웅들조차 무참히 조롱당하고 모욕당하며 매장당한다. 추모와 슬픔마저 독점 카르텔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이 숨 막히는 통제 사회에서, 도대체 어떤 바보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명예를 던지겠는가. 그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도덕적 기반과 연대의 뿌리를 밑바닥부터 아주 착실하고 악독하게 말려 죽이고 있다.
이념이 밥벌이로 전락하고, 역사의 성역이 아가씨와의 2차 시비의 변명거리로 소모되며, 추모의 무대가 삼류 유튜버 찬양제와 은인에 대한 저주로 변질된 집단.
스스로 도덕적 파산을 선언한 이 괴물들의 끝은 장엄한 패배가 아니다. 대중의 완벽한 조소와 무관심 속에서 맞이하게 될 찌질하고도 필연적인 자연사다. 수년 전 내가 던졌던 좌파 소멸의 예언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 광주 전야제에 울려 퍼진 저 기괴한 노랫소리는, 좌파의 완전한 죽음을 알리는 가장 정확하고 천박한 기념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