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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20
1. # 복수의 방 (낮)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을 뒹구는 복수의 모습. 어금니를 문 복수의 신음소리.
자신의 무릎에 복수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애처로운 듯, 복수의 머리를 어루만지는 경의 눈물.
그러나 복수의 아픈 음성은 가실 줄 모른다. 복수의 고통 위로 나레이션이 흐른다.
(이후 모든 나레이션은 최대한 낮고 담담한 음성으로 시를 읽듯 천천이 또박또박 읽어주시길...)
해당씬 나레이션이 흐르는 시점에서 모노 고속촬영. (이후 나레이션 시점에서 일관된 기법으로...)
미래 : (E)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합니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결혼을 합니다.
...그렇게 다시...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시작합니다.
2. # 복수의 집 - 툇마루 (낮)
툇마루에 앉아 복수의 팔에 주사를 놓는 경. 어느새, 평화로운 눈빛으로 경을 바라보는 복수.
추리닝 차림의 둘. 주사를 놔주고, 주사를 맞는 복수와 경의 뒷모습.
주사놓기를 마친 경. 옆에 놓여진 운전면허 시험집을 집더니 복수의 무릎을 베고 누워 공부를 한다.
복수도 옆에 있던 만화책을 들고 보며 한 손으론 경의 머리칼을 쓸어내린다.
복수 : ...왜 자꾸 경이씨 옷 놔두구, 내 옷 입어요? 나 입을 옷두 별루 없구만?
경 : (문제지를 보며) 옷 없으면 내 옷 입어요.
복수 : 여자옷을 내가 어뜩케 입어요?
경 : 그럼 입지 마요.
복수 : 아니, 왜 자꾸 내 옷을 입는데?
경 : (퉁명스레) 입구 싶으니까 입지, 나 참. ...이상한 양반이네.
그렇게 퉁명스런 말을 주고 받으며 만화책을, 문제집을 읽는다.
3. # 복수집 마을버스 안 (낮)
중섭이 몰던 그 자리에 낯선 운전수가 차를 몬다.
가수 고복수의 테잎이 틀어져 있고, 운전수는 그의 노래를 구성지게 따라 부른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경과 복수도 머리를 맞대고 키득대며 큰 소리로 고복수의 노래를 따라한다.
복수와 경을 힐끔 보던 한 쪽 끝자리의 나이든 아주머니도 창가로 고개를 돌리며, 남몰래 고복수의 노래를 흥얼댄다.
서로 마주보며 눈을 맞추며 트롯트를 부르던 경과 복수.
그러다 급작스레 복수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복수가 실신했다.
놀란 승객들이 모여든다.
경 : (안타깝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바닥으로 내려 와 앉는다. 그리곤 복수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받쳐준다.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담담하게) ...잘 생겼죠? 우리 남편이예요.
(그리곤 슬프고 어둡게 복수를 바라보며 얼굴을 어루만진다.)
4. # 대입학원 강의실 (낮)
수학강사의 수업.
미래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미래는 지루한 듯, 교재에 낙서를 해댄다.
한심한 듯 한숨을 몰아쉬곤 책을 챙겨든다. 그리곤 벌떡 일어서서 문쪽으로 간다.
강사 : (의아한 표정으로) 학생, 어디가나?
미래 : 선생님, 너무 못 가르치는 거 같애요. (주위를 가리키며) 애들, 다 졸잖아요.
강사 : (주변을 둘러본다.) 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데?
미래 : 딴 선생님 수업으루 바꿀라구요.
미래, 나간다.
무안한 강사. 들고 있던 책이 손에서 힘없이 떨어진다.
칠판으로 몸을 돌린다. 그리곤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다.
강사 : (쓸쓸이) 실력없으면... 인간두 아닌가?
5. # 학원 매점 테이블 (낮)
빵과 커피를 먹는 미래.
미래 : 아, 못 해 먹겠네. ...벌써 수업을 몇 개나 바꾼거냐? 자신없네, 대학.
한 남학생이 미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쪽지를 내민다.
미래, 힐끔 남학생을 보곤 쪽지를 본다. 한 눈에도 고딩이다. 폼이 류승범같다. <힘든 문제 있으면, 내가 가르쳐 줄까?>
고딩 : (껄렁대며) 나, 같은 수업 듣는데... 너 아까 멋있드라?
미래 : (한심한 눈으로 남학생을 보며) 또네, 또. ...아, 왜 이렇게 애들이 붙냐? ...넌 또 몇 살이나 쳐 먹었냐?
고딩 : (소곤댄다.) 열 여덟.
미래 : (실소) 환장하겠네. ...(고딩을 본다.) 내가 쫌만 까졌으면, 넌 내 사위감이다, 새꺄. ...꺼져, 새꺄. 공부나 해, 새꺄.
고딩 : (가지는 않고 주변에서 맴돌다가 건너편 탁자로 간다. 다리를 떤다.) ...넌 몇 살인데?
미래 : 아, 진짜 한심하다. 내가 얘들이랑 섞여서 뭐하냐, 지금? (고딩을 보며) 다리떠는 것 좀 봐. 완전 고딩 날탱이 같은 놈이네?
(걱정스레) 이거 대학 가야 되나? (고딩에게) 대학가두 다 니 나이랑 놀겠다, 나?
고딩 : 아니지. 대학엔 예비역이 있잖아... 늙은 남자들두 있지, 대학엔...
미래 : 그르냐? ...다행이다.
고딩 : 늙은 남자 좋아하나? 그러다 원조교제하구 그러겠다, 야.
미래 : (커피캔을 고딩의 머리에 던진다.) 원조교제는 새꺄, 너랑 나랑 사귀면 원조교제다.
고딩 : (머리에 젖은 커피를 털며 벌떡 일어난다.) 에이씨, 기집애가 진짜...
미래 : (놀라서 고딩을 본다.) 하, 욕두 안 나온다. 기가 막혀서...
고딩 : (뚫어져라 미래를 보더니) 자꾸 보니까 별루네. 완전 화장발이네. ...에유, 관둬라. (그리곤 일어서서 간다.)
미래 : (갈등의 눈빛) 일년을 어뜩케 버티냐, 저런 것들이랑?
...늙으나 젊으나, 복수같은 새낀없네. ...복수랑 놀 때가 내 인생의 피크였어. ...아, 씨. 아까운 커피만 버렸네.
6. # 학원매점판매대 (낮)
미래 : 아줌마, 캔 커피 하나. ...모카맛으루...
매점 : 네. (냉장고 문을 여는 사이)
유순 : (미소를 지으며) 나 왔어요, 아줌마. (요구르트가 가득 든 봉투를 판매대 안으로 들이민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됐다. 야쿠르트 모자까지 썼다.)
매점 : (앞쪽 냉장고로 턱짓을 하며) 그 앞에 넣어 줘.
유순 : 네. (냉장고에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가지런히 넣는다.)
미래 : (요플레를 손에 쥔 유순에게) 아줌마, 그거 하나 줘요.
유순 : 네. (요플레를 준다.)
미래 : (인상을 쓴다.) 에이, 아줌마. 터졌다. (요플레 윗쪽포장이 터져서 미래의 손에 묻는다.)
유순 : 아유, 미안해요, 아가씨. (다른 요플레를 내민다.) 이걸루 바꿔요.
미래 : 아, 됐어요. 안 먹어. (인상을 쓰며 간다.) 아, 아까부터 재수가 없드라.
유순 : (물끄러미 미래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 기집애, 말하는 거 좀 봐. 참 싸가지 없다. (그리곤 열심히 요구르트를 넣는다.)
7. # 지하철 (낮)
나란히 앉아서 경의 운전면허문제집을 보는 경과 복수.
경 : (복수를 보며) 같이 가요. 사진만 찍으면 되는데...
복수 : 아, 왜 그렇게 달구 다닐라 그래?
(주머니에서 코팅에 싼 쪽지를 내민다. 불만스레) 완전 애기야, 나. ...아, 이거 갖구 다니잖아요. 경이씨 땜에...
(읽는다.) 성명. 고복수. 병명. 뇌종양. 이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병원으로 후송바람. 연락처 000-000-0000 전경올림.
...(불만스레 주머니에 코팅지를 넣는다.) 완전 애기야, 내가...
경 : 아, 진짜 되게 궁시렁대네. 뇌종양 주제에...
복수 : (그러더니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 준다.)
경 : 뭐예요?
복수 : (립스틱 포장을 뜯어내서 경을 보여준다. 검붉은 색이다.)
경 : 오우, 색... 무섭다.
복수 : 오늘 앨범 사진 찍을땐... 경이씨두 좀 튀어 봐... 그 노래부르는 여자만... 맨날 야시시하게 하구 다니구...
솔직히... 경이씨가 더 이쁜데... 경이씨가 맨날... 뒤에서 너무 묻혀. ...그게 불만이야, 난.
경 : 사진 찍을 때, ...이거 바르라구요?
복수 : 네.
경 : ...(인상을 쓰며) 흡혈귀같을거 같은데?
복수 : (립스틱을 들어 경의 입술에 바른다.) 경이씨는... 쥐잡아먹구, 응? ...입이 피투성이가 되두 귀여워. ...귀여운 흡혈귀.
경 : 헤헤.
복수 : 아, 웃지마요. ...루즈 삐치잖아.
경 : (복수를 보며) 눈꼽 봐. 아, 드러.
정성껏 경의 입술에 립스틱을 그려주는 복수. 복수의 눈꼽을 떼서 복수의 얼굴에 묻히는 경.
둘을 구경하는 사람들. (지하철 승객들은 곧잘 복수와 경의 쇼를 구경해 왔다. 익숙해 질만도 하련만...) 모노, 고속촬영.
동진 : (E) 여자와 남자는 낯선 세상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변한 것이 있습니다. ...변한 건, 여자와 남자입니다. ...이제, 여자와 남자는... 세상이 두렵지 않습니다.
8. # 액션스쿨 (낮)
스턴트맨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복수가 단상에 기대 앉아 만화를 그린다. 왼손으로 그린다. 복수는 이제 왼손이 능숙하다.
스턴트맨들의 동작을 눈여겨 본다.
양찬석이 연습을 마치고 땀을 닦으며 복수 옆에 앉는다. 그들의 시덥잖은 대화가 시작된다.
양찬석 : 너 또 뭐하는 짓이냐?
복수 : 만화가 될라구.
양찬석 : (비아냥) 하구 싶은 것두 많다. ...곧 죽을 놈이, 하구 싶은 거 다 하구 사네? 지금 그걸 해서, 언제 만화가가 되냐?
복수 : 왜 못해요? 그냥 하믄 되지.
양찬석 : (한심하단 듯) 야. 인생 정리 좀 하구 그래.
복수 : 정리하는 도중에, 응? 꼴까닥하믄. ...내 아까운 시간, 감독님이 책임질래요?
양찬석 : 아, 뭐 좀 폼나구, 의미있는 일을 해봐, 남은 시간에... (생각난 듯) 야,야. 너, 돈 좀 모았어?
복수 : (옆눈으로 본다.) 아, 왜 또 남의 돈에 눈독을 들이냐?
양찬석 : 그걸루 자선단체 기부해라. ...스턴트맨 미담 하나 나오겠다, 야...
복수 : ...(껄렁댄다.) 내가요오. 소매치기해서, 엄마 줬다가 받은 돈 있거든요? 그거 자선단체에 기부할까?
양찬석 : (낄낄 웃는다.) 신문에 나겠다, 야. ...열나 소매치기 해서, 좋은 일 했다구... 히히.
복수 : 거 봐. ...(만화를 그리며) 내가 돈이 많으면, 난 어디 기부 안해. ...그 돈, 다 경이씨 줄거예요.
...경이씨가 쓰고 남는 돈, 우리 엄마주구, ...우리 엄마가 쓰고 남는 돈, 미래주구...
양찬석 : 너의 사랑의 순서냐?
복수 : 사랑순서면, 경이, 미래, 엄마지. ...내가 엄말 얼마나 미워하는데...
양찬석 : 그럼 뭐야?
복수 : 돈 못 버는 순서. ...무능력의 순서. (궁시렁) 어뜩케 부잣집 딸이 제일 가난하구, 고아소녀가 제일 부자야?
(낄낄댄다.) 난, 그 맛에 세상 살잖아, 감독님. 세상 이상하구, 뒤죽박죽인 거...
양찬석 : ...(관심어린 표정으로 복수를 본다.) 그 미랜가, 그 아가씨가 부자야?
복수 : (의심의 눈초리로) 감독님 또 왜 그르지?
양찬석 : 너 싫으면 나 줘라, 걔.
복수 : 아으, 주접스러. 이거나 봐요. (자신이 그린 만화를 내밀며 일어선다.)
양찬석 : 어디가?
복수 : 똥싸러... (간다.)
양찬석 : 곧 죽을 놈이 왜 똥을 싸? 남의 화장실에다? (만화를 본다.) 무협만화네.
(낄낄 웃는다.) 양찬 군주면, ...군주가 양을 차구 다니는 건가?
등장인물 캐릭터를 그렸다.
-양찬군주. 양찬석이 머리꼭지를 틀고 금테두른 머리관에, 길고 소매가 넓은 중국 군주의상을 입었다.
의연한 자세로 허리를 곧추 세운채, 칼을 사선으로 들고 섰다.
-우찬고수. 우찬석이 앞 이마에 검은 머리띠를 하고 검고 가벼운 무명옷을 입었다. 소매끝, 발목끝이 모아진...
한쪽 다린 무릎꿇고, 한 쪽 다리를 곧추세우고 그 다리 위에 한 쪽 팔을 올린 채 가슴깨로 칼을 수평으로 든채 앞 쪽을 노려본다.
-꼬붕동자 머리꼭지에 묶은 리본이 한쪽으로 흩날린다. 화살통을 매고 물구나무를 서서 활을 쏜다.
-일영교주. 머리는 까까 머리지만 긴 수염을 휘날리며 하늘을 날며 장풍을 구사한다.
등등... 스턴트맨들의 무사 캐릭터화.
9. # 일산의 야외 까페 앞 (낮)
하얀 까페의 담밑에 모여선 밴드들. 검붉은 립스틱의 경을 보고 있다.
그 앞에 조금 떨어져서 여자 사진기자와 동진이 서 있다.
동진 : (인상을 쓰며) 전 경. 입술 그거, 뭐, 어뜩케 좀 해 봐, 응?
별리 : (인상을 쓰며) 지워라. 민망하다, 야.
경 : 싫어.
동진 : (팩 소리친다.) 아, 지워. ...입만 보이네, 그냥. ...아주 촌발을 날려라.
경 : 난 좋은데...
동진 : (귀찮은 듯) 아, 몰라, 그럼. ...니네 앨범자켓이지, 내 앨범 자켓이냐? (사진기자에게) 자기야. 흑백으로 가자, 그럼.
사진사 : 그게 낫겠다. (필름을 갈아낀다.)
정국 : (경을 보며 원망스레) 왜 안하던 짓을 하냐, 넌?
기홍 : (히죽대며) 이쁘게 보이구 싶어, 누나?
경 : ...(입술이 나온다.) 나두 촌스런 건 알어. ...근데, 뭐. ...촌스러우면 어때? 내 맘이지.
별리 : (꼬나본다.) 안 봐두 뻔하다. 니 남편 짓인 거...
동진 : (사진사에게) 자기야. 애들이 히쭈구리하니까, 자기가 능력닿는대루 뽀다구 살려, 응?
사진사 : 오케이. (밴드들에게) 가운데루 모여봐요.
동진 : (괜시리 설쳐대며 짜증이다.) 아, 가운데루 모이래잖어.
정국 : 아, 되게 설치네.
별리 : 가만있어라. ...공짜루 자켓 찍어준다는데...
경 : 내가 찍어 달란 것두 아니야. 지가 괜히 찍어주겠다구...
동진 : (또 짜증) 아, 뭐해? 빨리빨리 움직여, 좀.
모여있는 밴드들의 우거지상이 카메라에 찍혀진다.
10. # 까페 안 (낮)
까페밖 유리창 너머로 사진을 찍고 있는 밴드들이 보인다.
유리창을 등지고 까페 안에 앉아있는 현지.
도도한 자세로 앉아있는 현지와 그 옆의 여자 중딩 둘. 그 앞의 남자 중딩 셋.
중딩들은 탁자에 바짝 몸을 맞대고 얘기 중이다.
현지 : (뒷쪽으로 몸을 뺀 채, 팔짱을 끼고 중딩들을 한심하게 본다.)
남중딩 : 진짜야. 여기 연예인들 댑다 짱 많이 와. 실물이 짱 더 멋있드라? 걔 이름 뭐지? 걔 진짜 짱이드라.
여중딩 :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누구, 누구 봤는데?
현지 : (한숨. 인생 다 산 여자처럼) 아. 촌것들. 기껏 미팅 나왔드니, 연예인 얘길, 세시간을 하네...
연예인 얘기 빼구 들은 말은, ...짱소리가 전부네. (일어선다.) 아, 촌것들. ...난 내 갈길 간다. (그리곤 밖으로 나간다.)
남중딩 : 짱 재수없다, 쟤?
여중딩 : (현지를 본다.) 진짜 짱난다.
11. # 까페 밖 (낮)
사진 찍는 앞으로 건방지게 터덜터덜 걸어가는 현지.
동진 : (또 설쳐댄다.) 야, 이 쪽으루 좀 돌아가라. 사진 찍는 거 안 뵈냐?
현지 : (지루한 표정으로 느릿느릿) 그거야 아저씨 사정이지? 이 길 아저씨가 샀어요? ...참, 별촌것들을 한꺼번에 다 보네, 오늘.
...아, 짱나. (걸어가며 경을 본다. 비아냥) 아이구, 메이컵 끝내준다. (사라져간다.)
동진 : 요즘 애들, 진짜 왜 저러냐? ...저거 담배두 필거야.
경 : 담배는 내가 폈지.
사진사 : 됐어. 끝났어, 자기야. (밴드들에게) 수고들 하셨어요.
밴드들 : (사진사 앞으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동진 : (사진사에게) 전 경 괜찮겠어? 너무 이상하게 나온거 아냐?
사진사 : 흑백이라... 오히려 느낌이 괜찮드라.
동진 : (좋아라) 그래?
경 : (사진사에게) 커피 한잔 하세요. 고마워서... 커피라두 사드리구 싶구...
사진사 : 네. 그래요.
밴드들 : (까페안으로 들어간다.)
동진 : 아참.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진사와 전경을 잡으며) 전 경. 이 사람, 내 애인이다?
경 : 아아. 그러시구나. 오늘 증말루 고마웠습니다.
사진사 : 아, 뭘요? (겸손하다.)
동진 : (경에게) 너보다 지적이지? 대학두 좋은데 나왔어, 너보다.
경 : (고개를 돌리며 혼잣말) 진짜 유치해.
사진사 : (미소) 근데, 두 분은 어뜩케 아세요?
동진 : (사진사에게) 얘가 내 옛날 애인이었어, 자기야.
사진사 : (어이없는 표정으로 동진을 본다.)
동진 : 왜?
사진사 : (동진의 뺨을 냅다 갈긴다.) 그럼... 니 옛날 애인 사진 찍어 준거야, 내가?
동진 : 아, 왜 그래, 자기야?
사진사 : 미친 놈 아니야, 얘? (흥분해서 말을 더듬는다.) 찍은 거 다 이거, 다... 취소야. (카메라뚜껑을 열려 할 때)
동진 : (카메라를 빼앗아 다급히 경에게 넘긴다.) 얼른 필름 빼.
경 : (카메라를 받으며 도망간다.) 아, 왜 쓸데없는 말을 하냐, 한기자님은?
사진사에게 얻어 터지는 동진. 카메라 필름을 열심히 감는 경.
12. # 미래의 옛집 앞 (밤)
집 앞에서 서성이는 미래. 멀리서 복수가 걸어온다.
복수 : 미래야.
미래 : (미소)
복수 : (미소)
미래 : (팔을 툭 치며) 잘 있었냐, 새꺄?
복수 : (팔을 툭 치며) 당근. 너는...
미래 : (웃으며) 잘 있겠냐? ...심심해서 환장한다, 내가.
둘, 말없이 마주서서 한참을 미소만 짓고 있다.
미래 : (한참을 그렇게 복수를 바라보며 웃다가) 그냥. ...오늘 갑자기... 여기 오구 싶드라? ...오구 나니까, 니 생각두 나드라?
...뭐. 그래서 불렀다.
복수 : ...기집애. ...니가 여기 와서, ...내 생각이 안나면, ...내 인생이 쪽팔리지이.
미래 : ...근데... 괜히 왔다. 여기서 뭐하는 짓이냐? 슬프게?
복수 : 올라가자, 미래야.
미래 : 남의 집엔 왜 올라가냐?
복수 : 구경 좀 한다는데?
미래 : 남의 집 구경을 왜 하냐?
복수 : 그럼 남의 집을 구경하지, 제 집을 구경하냐? 제 집에선 그냥 사는 거지.
13. # 미래집 옥상 (밤)
옥상 위에 서서 거리를 보는 복수와 미래. 그저 말없이 서서 거리를 내려다 본다.
복수 :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너, 왜 이렇게 얌전해졌냐? 징그럽게?
미래 : 복수야.
복수 : 응.
미래 : 참 이상하다.
복수 : ...
미래 : 나, 딴데선 똑같거든? 예전에 너 만날때랑? ...근데, 오늘 니 앞에선, 되게 달라 보인다, 내가?
복수 : (실실댄다.) 아니, 왜? ...나한테 혹시 수작 거나?
미래 : (실실댄다.) 아, 새끼. 눈치하난 직빵이네?
복수 : 야, 안돼. ...어뜩케 배신을 두 번 때리냐? 그러기엔 내가... 능력의 한계를 느껴.
미래 : 난 존심두 없냐? 간 놈을 도루 델구 오게? 재활용 애인이냐, 니가?
복수 : ...근데 왜 수작을 걸지?
미래 : (실실 웃는다.) ...내가... 요즘 혼자 생각 할 시간이 많지 않냐아. ...사람들두 못 만나구...
그래서, 분위기가 좀... 뭐랄까, 촉촉해진거지. ...저절루.
복수 : ...청승... 그런 거 아닌가?
미래 : 아으. 안 만나다 만나 보니까, ...참 대화 유치하네.
복수 : ...나두 부끄러워서 그르지. 간만에 만나서...
미래 : ...(거리를 본다.) 복수야. 저기 왔다갔다하는 사람들. ...갑자기 좋다?
복수 : 왜?
미래 : 일산에, 우리 아파트 거리엔, 사람들이 별루 없거든? ...그래서 참 조용하구 깨끗해.
...근데... 여기 살 땐 몰랐는데... 거기선... 내가 사람 같지가 않다? 성냥갑 안에 성냥개비 있지? 꼭 그거 같애, 내가...
복수 : 아파트 단지가, 뭐... 원래 성냥갑처럼 생기지 않았나?
미래 : 그래서 그런가? ...근데... 여기 서 있으니까, 저 사람들 숨소리까지 들려. 저 후져빠진 인간들. 술쳐먹구 개판치는 인간들.
...숨소리가 들리니까, ..이제야 나두, ...같이 숨을 쉬네?
복수 : 저 사람들이 니 산소네? 저 개판치는 인간들? 개판 산소?
미래 : 응.
복수 : 다시 이사 와.
미래 : 간지 얼마나 됐다구, 이살 또 하냐? ...적응을 해야지.
복수 : ...뭐하러 적응을 하냐?
미래 : 세상사는데, ...안 참구 어뜩케 사냐, 그럼?
복수 : 참는다구 모래냐, 내가? ...아픈 것두 참구, 억울한 것두 참구, 다 참을 수 있는데...
숨 못 쉬는 건 참지 마라. ...답답한 건 참지 마. ...답답하게 구는 걸 아예 뒤집어 엎든가, ...그럴 수가 없으면,
...답답한데서 헤매지 말구, 잽싸 빠져 나와. ...니가 얼마나 팔딱대는 앤데, ...그렇게, 눈만 내리깔구 있냐? ...안 이뻐, 미래.
미래 : ...(가만히 본다.) 아쭈. 제법인데? 조언을 하는데? 감히?
복수 : ...숨쉬는 문젠... 내가 전문가잖냐? ...어뜩케 숨을 셔야 오래 사는지, 응? 을마나 고민을 하겠냐? 내가?
미래 : ...장하다, 뇌종양.
복수 : 아, 난 뇌종양 아니였으면... 그냥 개판 오분전이었을꺼야?
미래 : ...니 뇌종양에서... 인간이 나오나부다.
복수 : 응. 느껴, 내가.
미래 : (거리를 보며) 복수 잘 만났네에, 오늘.
복수 : ...미래 잘 만나 줬네, 오늘.
미래 : 아으, 새끼. 뒷통수 한 대 빡 쳤으면 좋겠다. 간만에 만난 기념으루... 그 종양만 아니면, 기냥 한 딱까리 하는건데...
복수 : 뇌종양이 날, ...여러모로 도와. ...(머리를 만지며) 종양, 고마워.
거리를 보고 선 둘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14.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서로의 발을 잡고 지압을 해주며 “걷기만 하네”를 부르는 둘.
각자의 다리 위에 만화책과 시험 문제지를 올린채... 한참 노래를 부르다가...
복수 : 경이씨.
경 : 네?
복수 : 요즘은 왜 수술하란 말 안해요? 포기했어요?
경 : 수술해요.
복수 : 싫어요.
경 : 거봐요. 하라면 싫다는데, ...억지루 하랄순 없잖아요.
복수 : ...사는게 좋으면 좋을수록, ...수술하기 싫어지네.
경 : ...사는게 좋으면 좋을수록, ...난 조금이라두 더 살게 하고 싶은데...
복수 : ...좋아하다 죽구 싶어요, 경이씨. ...지금 좋은 거, ...수술로 중단하기 싫어요. 아까워.
경 : 좋아하느라, 아무것두 못해보구 복수씨 죽게하면... 난... 그날 부터... 지금 좋아했던 내 마음을, 미워할 거 같애요.
복수 : ...
경 : ...
복수 : 에이. 갑자기 경이씨가 불쌍하네.
경 : ...복수씨보다, ...내가 더 불쌍해요, 사실은...
복수 : ...쫌만 더... 한 며칠만 더 좋아하다가... 수술 받을께요.
경 : (미소가 돈다.) ...고마워요, 복수씨. ...감동이야. (복수의 발에 쪽 뽀뽀를 한다.)
복수 : (발을 빼며) 아, 무좀 있어. ...(옆으로 쳐다보며 미소) 응. 야해.
미소를 띠우며 서로의 발을 어루만지는 둘.
서로의 발을 가슴에 품듯 정성껏 매만지며 눈을 맞추는 둘. 모노. 고속 촬영.
경 : (E)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는, 둘 사이에 가로 놓인, 죽음의 벽에 주먹질을 합니다.
...그러나, 벽은... 남자와 여자의 노력보다 강합니다. ...지친 남자와 여자는, ...그 벽에, 얼굴을 기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벽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 남자와 여자는, 이제... 그 죽음의 벽마저 ...사랑합니다.
15.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밥상 앞에 앉아있는 경과 복수. (복수가 왼손을 쓴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능숙하게...)
복수 : 힘들어서 공연은 못가요, 경이씨. ...근데, 팀을 짬뽕으루 어뜩케 섞는데?
경 : 우리 밴드 네 명이 다 뿔뿔이 흩어져서, 다른 팀하구 연주해요.
복수 : 왜 그렇게 해요?
경 : 뭐, 슬로건이 무슨 화합인가, 하여간 그런 말이 들어가요. ...그래서 짬뽕으루 섞어서 화합하라구..
복수 : 섞는다구 화합이 되나? 서루 좋아해야 화합이 되지,
경 : 어쨋건 내가 섞인 팀에선, 우리 곡 연주해요. 복수씨가 좋아하는 거...
복수 : 나비야?
경 : 네.
복수 : (탐탁찮은 듯) 아, 그거 인제 질려.
경 : (인상이 구겨진다.) 그럼, 나두 질리겠네?
복수 : 왜 경이씨가 질려요?
경 : 나비야 보다, 나 더 먼저 알았으니까...
복수 : 먼저 안다구 질리나? 이쁜데 왜 질려? 나비보다 경이씨가 이쁘잖아요. 근데, 왜 질려?
경 : (만족한 미소) 아으, 앙큼해.
이때, 집으로 전화가 온다. 수화기가 통 튀어 오른다.
복수, 깜짝 놀란다.
복수 : 증말 기가막힌 혼수를 해 왔어, 경이씬. ...통 튀네.
경 : (전화를 받는다.) 네. ...응. 지금 갈게. (수화기를 내린다.) 복수씨. ...나, 늦었네?
복수 : 얼른 가요, 아가씨.
경 : 네. ...(부랴부랴 신발을 신으며) 상 밀어놔요. 들다가 또 엎지말구...
복수 : 알았어요. 얼른 가. ...(서로의 볼을 톡톡 친다.)
경 : (뛰어나간다.)
복수 : (상을 들려다 만다. 그리곤 그릇을 들어 개수대쪽으로 가는데 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무심하게)
그를 줄 알았어, 내가... 아, 또 혼나겠네. ...그릇을 플라스틱으루 바꿔어야 돼, 아무래두...
16. # 예술서점 (낮)
일러스트들의 화집을 보는 복수.
만화책을 뒤적이는 복수.
17. # 밴드 승용차 안 (낮)
운전면허 문제집을 보는 경.
기홍 : 차 살 돈두 없으면서 무슨 면허야?
경 : 우리 앨범 성공하면, ...중고차 하나 사자.
정국 : (운전을 하며) 니네 오빠한테 달라 그래.
경 : 싫어. 집에 빌붙으면, ...내 자유가 없어져.
별리 : 차 사면, 우리 태우겠냐? 우리돈으루 산 거, 지 남편 태울라 그르지?
경 : 히히. 잘 아네.
18. # 화방 (낮)
만화 화구를 고르는 복수.
19. # 꼬붕의 승용차 안 (낮)
꼬붕의 차 조수석에 앉아 책을 뒤적이는 복수.
꼬붕 : (인상을 쓰며) 무슨 짓이야, 형?
복수 : 뭐?
꼬붕 : 아참. 시간 날 때 실컷 놀지,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해? ...머리 더 아프겠다, 책 보느라...
복수 : 책 보는 거보다, 너 보는게 더 골 아프다.
꼬붕 : (복수를 보며 야린다.) 형, 너무한다. 내가 형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름까지 바꾸구...
복수 : 아, 나두 그게 걱정이다? ...너, 후진짓 드립다 해놓구, 고복수라 그럴라 그러지?
...아주 기냥... 내가 자다가두 벌떡 깨, 불안해서... ...고 복수 죽었다구, 막 소문내구 싶어, ...너 땜에...
꼬붕 : ...아, 뭐 이러냐? 형이?
복수 : 야, 야, 야.
복수를 보느라 정지 신호를 보지못한 꼬붕의 차가 앞 차를 박는다.
복수 :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앞 차에서 강이 내린다. 인상을 쓰고 꼬붕 앞으로 다가오는 강.
꼬붕 : 아씨, 어뜩하지? ...형, 무조건 우겨.
복수 : 뭘 어뜩케 우기냐? 정지신혼데?
꼬붕 : 내가 우길테니까, 형은 옆에서 소리만 질러, 응?
강 : (꼬붕에게 다가온다.) 야. ...내 차 니가 박았다?
꼬붕 : (인상을 긁으며) 아,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뜩해요?
강 : (같잖다는 듯) 뭐? (꼬붕과 복수를 보며) 야, 니네 나 알지 않냐?
꼬붕 : 알긴 뭘 알어?
강 : 이것들 어디서 봤는데?
꼬붕 : 아저씨, 운전이나 좀 조심해.
강 : (실소) 같잖네? 얘?
꼬붕 : (복수를 흔든다.) 형.
강 : (꼬붕에게) 내려 봐, 너.
복수 : 꼬붕아. 내가 봐두 니 잘못이다. ...내려서 빌든가, 한 대 맞든가 해라. ...아, 귀찮다, 나.
꼬붕 : 형. 진짜...
강 : ...(복수를 보며) 얘 매너있네. ...(꼬붕을 보며) 너, 쟤 땜에 살았다. (복수를 보며) 괜찮다, 너. 내 동생 소개시켜주구 싶다, 야.
(꼬붕을 보며) 너, 증말 다행이다, 친구 잘 둬서... (가면서) 어디서 많이 봤는데, 저것들?
꼬붕 : 군소리두 않구 가네?
복수 : (가만히 생각을 한다.) 근데... 나두, 어디서 본 거 같다?
20. # 야외 공연장 (밤)
무대 위에 올라서 공연 준비중이다.
경 : 화랑 구경요? 인사동이요? ....(미소) 복수씨. ...지금 공연 들어가거든요? (다급히) 아니요, 복수씨. 끊지 말라구...
(다시 살포시 웃는다.) 핸드폰 열어 놔요. ...연주 들려 줄께요. ...음악 속에서, ...그림 봐요.
21. # 화랑 (밤)
2층으로 이루어진 화랑. 핸드폰을 귀에 댄채 그림을 보는 복수.
정적... 드디어 핸드폰을 타고 밴드의 연주가 시작된다. “꿈꾸는 나비” 전주가 들린다.
미소짓는 복수. 그러다가 반대로 돌던 인옥과 부딪치며 인옥의 구두에 발이 밟힌다.
복수 : 아. (주저앉는다.)
인옥 : 어머. 미안해요. ...괜찮아요?
복수 : (여전히 핸드폰을 든채) 아니요. 아파요.
인옥 : 어뜩해? ...어뜩해? 뭐, 어뜩해야 되지? 치료비 줘야 되나?
복수 : 이거 한 번 들어보실래요? (핸드폰을 인옥에 귀에 댄다.)
인옥 :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복수 : (기대감에) 음악 어때요?
인옥 : ...(마지못해) 네. ...뭐. ...괜찮네요.
복수 : 아니요. 좋아요, 나빠요?
인옥 : ...뭐... 좋아요.
복수 : (미소짓는다.) 그럼 됐어요. 작곡가가 내 애인이거든요. (그리곤 다시 그림 속을 거닌다.)
인옥 : (의아한 눈빛으로 복수를 보다가 살포시 미소) ...음악... 참 좋아요.
복수 : (꾸벅 인사를 한다.)
인옥 : (미소를 짓고 현관쪽을 향하며) ...어디서 봤는데?
인옥이 현관 밖으로 사라지고.... 복수가 2층을 향해 간다.
22. # 야외 공연장 (밤)
경의 키보드 위에 폴더가 열려진 채 놓여진 핸드폰. 삼호선 버터플라이와 경의 공연.
(공연장의 모습은 현란함 보다는 서정적이었으면...)
23. # 화랑 (밤)
2층 계단을 오르는 복수. 흥얼대며 천천이 계단을 오른다.
24. # 야외 공연장 (밤)
핸드폰을 보며 미소짓는 경의 모습.
25. # 2층 화랑 (밤)
그림들을 돌아보는 복수의 모습.
26. # 야외공연장 (밤)
“꿈꾸는 나비”가 막바지에 이르고...
27. # 계단 (밤)
1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서서히 내려오는 복수.
복수 : (흐르는 음악 속에서 나직하게...) 경이씨... 너무 좋아서... 죽을 거 같다, 나. (눈자위가 젖는다.)
가물대는 복수의 눈빛.
음악이 끝나기 직전, 복수가 눈을 감으며 계단을 구른다. 손에서 떨어져 내리는 화구들...
28. # 야외 공연장 (밤)
삼호선의 연주가 끝난다.
핸드폰을 드는 경.
경 : (미소) 복수씨. ...다 들었어요? (아무 소리가 없다.) 복수씨. ...
핸드폰 : (여자의 음성) 얼른 엠블런스 불러.
경 : ...(입을 벌린채, 한동안 핸드폰에 아무 소리도 못 낸다.) 복수씨. ....복수씨. ....
핸드폰을 떨어뜨리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흐르는 눈물.
떨리는 손으로 다시 바닥에서 핸드폰을 집어든다.
경 : (눈물을 흘리며 나직하게) 괜찮아요, 복수씨. ...걱정 마요. 네? ...나, 지금... 복수씨 옆에 있어요.
29. # 화랑 (밤)
이미 복수와 화랑관리자는 없고, 복수의 흩어진 화구와 폴더가 열린 핸드폰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30. # 응급실 (밤)
복수가 산소 마스크를 하고 있다.
31. # 택시 안 (밤)
경이 가방 안에서 복수의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낸다.
- 경의 회상
택시 안에서 가방에 꽂혀진 복수의 체크무늬 손수건을 꺼내는 경.
뒤 돌아보며 창밖으로 복수가 있다.
체크무늬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다.
32. # 병실 (밤)
어두운 병실. 복수 쪽 침대에 홀로 켜진 형광 스탠드빛.
병실 안으로 들어가는 경. 경은 이제 눈물이 없다. 담담한 표정이지만 상기된 숨소리를 감출 수 없다.
복수가 병실 한 켠 침대 위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
가만히 복수를 향해 다가가는 경. 그대로 굳은 채 복수를 바라본다.
떨리는 손으로 복수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진다. 그리고 손을 잡는다.
힘없는 복수의 새끼손가락 반지와 경의 반지가 만난다.
순간 복수의 손이 경의 손을 힘있게 잡는다.
놀라는 경.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힘없이 눈을 뜬다. 살포시 짓는 미소.
경은 참았던 눈물을 그제사 흘린다. 흐느끼는 경의 울음에 마음이 무너진다.
복수 : 울지마요. ...
경 : ...(목이 맨다.) 죽은 줄 알았어. ...죽은 줄 알았어. 엉엉.
복수 : ...(경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경 : 엉엉.
복수 : ...경이씨한테... 말도 않구, 안 죽어요, 나.
경 : 엉엉엉.
복수 : ...(눈물이 난다.) 에유. ...얼마나 놀랬을까?
경 : (복수의 품에 안겨 울어댄다.)
복수 : ...내가... 경이씨 놀래켰네. ...나쁜 놈이네.
경 : (품에 안겨 한참을 울어댄다.)
복수 : (경의 머리를 쓸어 내린다.) 이 여자, 어뜩하냐? 진짜 죽으면...
경 : (천천이 얼굴을 든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복수의 얼굴을 만진다.) 살아 있는 거, ...참 좋은 거네. 엉엉.
복수 : ...(눈물)
경 : ...(눈물)
복수 : ...공연... 잘 봤어요. ...죽이드라. ...나비야, ...안 질리드라.
경 : ...(울면서) 그를 줄 알았어요.
복수 : ...일루 와요, 경이씨.
경, 복수의 침대로 올라간다.
복수의 옆자리에 마주 누워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눈물.
떨리는 경의 몸을 힘껏 안아주는 복수의 눈물.
어두운 병실엔 슬픈 경과 복수의 모습이 LS로 보인다.
복수 : ...나... 죽어두, 안 죽을께요.
경 : 네. 엉엉엉.
F.O.
33. # 지하철 플랫폼 (낮)
나란히 앉아있는 경과 복수. 복수는 양복을 입었다.
복수 : 정달이 안 보이네?
경 : 복수씨 없어서 일 안하나부다.
복수 : 나 말구두 원수 많아요, 정달이.
경 : (건너편 플랫폼을 본다.) 왔다. (돌아서서 얼굴을 가린다.)
복수, 주위를 두리번 대는 정달을 보곤 미소지으며 일어선다.
일부러 정달의 눈에 뜨이려 플랫폼을 왔다갔다 한다. 정달을 못 본척하면서...
정달이 복수를 본다. 정달, 건너편 플랫폼 계단을 바삐 오른다.
정달이 내려오는 모습을 본 복수가 한 남자의 뒷켠에 바루 선다.
복수가 남자의 뒷 주머니에서 꺼내는 듯한 검은 가죽...
수갑을 만지며 복수에게 다가가는 정달.
정달 : (복수의 손을 낚아채며) 니가... 가긴 어딜 가냐?
복수 : 형. (손을 든다. 검은 가죽 장갑이 들려 있다.)
정달 : 뭐야? (장갑을 빼앗아 들며 바로 앞 남자에게) 아저씨. 장갑 아저씨 꺼야?
남자 : (고개를 가로젓는다.)
복수 : (천진하게) 형꺼야.
정달 : ...(가만히 복수를 본다. 의심스런 눈으로) 뭐하냐, 너?
복수 : 형 줄라구 샀어. ...비싼거야. 내 호의를 무시하지 말아 줘.
정달 : ...(인상을 긁는다.) 이 새끼... 왜 약 올리지?
복수 : 약 올리는 거 아니야. ...진심이야, 형.
정달 : (장갑을 철길 위로 버린다.)
복수 : (놀라서 정달을 본다.) 형. 너무 한다. ...저거 20만원짜린데... 난 진짜루... 형한테 잘해주구 싶었는데...
나, 골루 가기 직전이라, 착할라 그랬는데...
정달 : 지랄하지 마, 새꺄.
복수 : (경에게) 경이씨. 가요. 실패했어. 정달이 형 감동 주는 거... 안 먹혀.
경 : (복수에게 다가온다.) 진심은 ...아무한테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네.
(막대사탕을 정달의 손에 쥐어 준다.) 사탕이라두 받아요. ..진심 대신.... (복수와 함께 걸어가며) 진짜 비싼 건데...
계단으로 오르는 둘.
정달 : (둘의 뒷모습을 보며) 놀구 있네. ...(그리곤 철길 위에 떨어져 있는 장갑을 물끄러미 바라 본다, 막대 사탕을 든채...
한참을 바라본다.) ...좋아뵈긴 하네.
열차가 오나 안오나 살피다가 한 다리를 내려 놓으려는데 열차가 온다는 말에 뒤로 물러선다.
섰던 지하철이 다시 출발한다.
정달 : (또다시 철길을 한참을 바라본다.) 쓸만하네.
막대 사탕을 든 채, 그렇게 철길만 바라보는 정달의 모습.
34. # 성호의 초등학교 교실 (낮)
창가로부터 멀찍이 앉아 수업을 받는 성호.
이 때 창문가로 다가와 선 경. 성호를 발견한다.
조심스레 창문을 여는 경. 그리곤 성호를 향해 비행기를 날린다.
아이들 머리 위로 사뿐히 뜨는 비행기. (예쁘게 날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고개가 비행기를 따라 간다.
교사가 비행기를 줍는다.
경 : (소리친다.) 성호 비행기예요.
성호 창가의 경을 본다. 경, 밑으로 숨는다.
교사가 성호에게 비행기를 준다.
성호가 펼치면 성호를 캐릭터화한 만화가 그려져 있고, 그 밑에 중섭의 만원지폐가 붙여져 있다.
<그걸루 맛있는 거 사 먹어, 성호야>
미소를 지으며 창가를 보면 멀리서 손을 흔드는 복수의 모습이 보인다.
교사가 복수를 바라본다.
교사 : 니 형은 왜 허구헌 날, 수업시간에 그러냐?
성호 : ...제가 형 생각을 했거든요. 그럼... 나타나요.
교사 : ...(물끄러미 성호를 본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다. ...수업하자.
35. # 택시 안 (낮)
택시 뒷좌석에 앉아서 거리를 바라보는 복수와 경.
경 : 아, 드디어 수술받네.
복수 : ...나, 안 받구 싶어. 경이씨.
경 : 또 치사하게 구네.
복수 : 수술받다 죽을 수두 있대요.
경 : 밥 먹다 체해서 죽을 수두 있대요.
복수 : ...(할말 없다.)
경 : ...
복수 : 아, 씨. 진짜 재밌다. 밖에서 이렇게 노는 거... 병원가면 칙칙해지는데...
경 : 내가 있는데, 왜 칙칙해요? 나의 화사함으로 칙칙함을 막아 줄텐데...
복수 : 에. 경이씨 과대망상이야.
36. # 낙관의 승용차 (낮)
낙관, 무심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다.
낙관 : (기사에게) 에어컨 좀 꺼. 바람 좀 쐬게...
창문을 내린다. 내리는 창문에 맞은 편에 선 택시 안에서 경을 본다.
낙관 : 경아. (경은 보지 못한다.) 경아. (몸까지 내밀며) 경아.
37. # 경의 택시안 (낮)
복수 : 누가 경이씨 부르는 거 같은데?
경 :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리려는데 택시가 출발한다.)
경은 기어이 낙관을 보지 못한다.
38. # 낙관의 승용차 안 (낮)
낙관이 도로 위에서 문을 벌컥 연다.
39. # 도로 위 (낮)
분주한 차도 위에 서서 멀어져가는 택시를 바라보는 낙관.
낙관 : (애틋한 눈빛으로) 경아. ...이 녀석아.
오고가는 차도에서 위험스레 서 있는 낙관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40. # 병원 앞 정원 (밤)
환자복을 입은 복수가 휠체어에 경이를 태우고 정원을 오락 가락 한다.
경은 운전면허 문제집을 보고 있다.
복수 : 재밌어요? 휠체어 타는 거?
경 : 재민 없지만... 어쩌겠어요, 태워 주겠다는데?
복수 : 언젠, 휠체어 타구 싶다 그러드니... 깍쟁이야.
복수, 휠체어에 힘을 주고 속력을 다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깔깔 웃어대며 신나는 경. 모노, 고속촬영.
복수 : (E) 여자와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즐기고, 세상을 즐기고, ...죽음을 즐깁니다.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살고, ...세상을 살고, ...죽음을 삽니다. ...여자와 남자는, 지금... 행복합니다.
F.O.
41. # 병실 안 (낮)
복수의 수술을 준비하는 레지던트와 간호사. 뒷 켠에 경이 서 있다.
꼼꼼히 복수의 상태를 살핀 후, 이동침대로 옮기려는데...
복수 : 잠깐만요.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께요.
레지 : 그러세요.
간호사 : (휠체어를 내민다.)
복수 : 아니요. ...걸어서 갔다 올께요.
경 : (복수의 손을 잡는다.)
복수 : 아니요. 혼자서... 금방 갔다 올께요, 경이씨.
경. 혼자 걸어가는 복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42. # 병실 복도 (낮)
복수가 천천이 복도를 걸어간다.
여자 화장실을 지나쳐, 남자 화장실을 지나쳐서 계속 걸어간다. 엘리베이트를 탄다.
43. # 병원 로비 (낮)
로비를 걷는다. 현관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로비를 걷는다.
그렇게 계속 로비를 천천이 돌고 돌다가 한 켠에 있는 휠체어에 앉는다. 발을 올려보는 복수.
미선 : 저어.
복수 : 네?
미선 : 저희 어머니 휠체언데... (미선모를 부축하고 있다.)
복수 : 네. (벌떡 일어선다.)
미선 : (절룩이는 미선모를 태우고 복수에게 고개 인사를 하곤 현관밖으로 나간다.)
복수, 사람들로 분주한 그 로비에서 멍하니 하늘을 본다.
복수 : (혼잣말) 아빠. ...나, 살려줘. ...아빠가 나 살게... 거기서 손 좀 써 봐. 응? ...안 그럼... 아빠두 아니야. 응? 알았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복수.
44. # 병원복도 (낮)
이동침대에 천천이 밀려가는 복수. 천천이 그 뒤를 따르는 경.
둘은 아무 말도 없이 눈을 맞추며 그렇게 걸어간다. (되도록 천천이 밀고 가길...)
45. # 수술실 앞 (낮)
복수 : (간호사와 레지던트에게) 저... 여기서 이 사람이랑... 은밀한 대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한...100만 세구 나오시면 될 거 같은데...
간호사와 레지던트 수술실 안으로 들어간다.
복수 : 경이씨.
경 : 네.
복수 :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나, 수술실 가는데... 한 마디두 안해줘요?
경 : ...(담담하게) 수술... 잘 받아요.
복수 : 아, 뭐 그러냐?
경 : ...수술... 잘 받아요. (고개를 숙인다.)
복수 : 아, 진짜.
경 : (눈물이 맺힌다.) 수술 잘 받아요. 복수씨.
복수 : (경의 손을 잡는다.) 뚝. 아, 괜히 말 시켰다.
경 : ...(눈물을 닦으며) 대통령 선거가 몇 일이죠?
복수 : 모르겠는데...
경 : 빨랑 나아서... 같이 투표하러 가요. 맨 정신으루...
복수 : 누구 찍게요?
경 : ...복수씨 같은 사람.
복수 : (살폿한 미소를 짓는다.) 그게 누구냐?
경 : ...있겠죠, 뭐. ...한 사람쯤은...
복수 : ...히히. ...경이씨. ...병실에... 내 물고기 노트 있어요.
경 : 네.
복수 : 나, 수술받는 동안... 지루할 거예요. ...뭐, 밖에 나가서 놀란다구, 놀지두 못할거구...
그 노트에, 악보나 그려봐요, 나 수술받는 동안...
경 : ...네.
복수 : ...악보... 잘 그려요. 나, 무식하다구, 아무렇게나 그리지 마요, 진짜?
경 : ...네.
복수 : ...할 말이 없다, 더 이상.
경 : ...있죠. ...복수씨는 뇌종양이 이뻐서... 수술할 때두, 선생님들이 이뻐하실 거예요.
...그래서, 이쁜 뇌 만들어 줄거예요. (눈물이 맴돈다.)
복수 : ...(미소짓는다.) 그죠? 그럴 거 같애.
의사와 간호사가 나온다.
복수 : 찬석이 온다 그랬는데? 왜 안오냐?
우찬석 : (수술실에서 문을 열고 나온다.) 왔다.
복수 : (미소) 아, 왔네. (툭치며) 니 빽으루... 좀 살자, 나.
우찬석 : (경을 보며) 나야, 뭐. 구경만 하겠지만... 그냥, 대충하면...되지요, 뭐. (복수를 보며) 대충 그냥, 하면 되지 않겠냐?
복수 : 그래, 뭐. 대충하는데... 잘 감시해라, 의사들. 사고 안나게...
우찬석 : 그래. ...가자.
복수 : (겁먹은 표정으로 경을 바라보며 웃는다.) 경이씨. ...아우, 죽겠다.
경 : (담담한 표정으로) ...안 죽어요. ...난, 겁 안나요. ...그냥... 자다가 나와요, 복수씨. ...안 일어나면... 패서라두, 깨울께요.
자신의 입술에 손끝을 대었다가 그 손을 복수의 입에 댄다.
복수도 똑같이 따라서 경의 입술에 자신의 손을 댄다.
둘, 같은 자세로 한참 그렇게 서로의 손을 서로의 입술에 대고 있다. 마치, 인조인간의 합체 신호처럼...
수술실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침대. 경과 복수의 손끝이 잠시 맞닿고 멀어진다.
찬석, 경의 팔을 한 번 두드려 주고 들어가려는데...
경 : 선생님. (미완성 앨범을 내민다.) 이 앨범... 복수씨가, 처음 듣는 사람 됐으면 좋겠어요.
우찬석 : 네. (앨범을 들고 나간다.)
복수가 빨려 들어간 수술실 문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 그제사, 힘없이 바닥에 무너져 앉는다.
경의 눈물.
경 : (혼잣말) 진짜... 겁나 죽겠다.
46. # 수술실 (낮)
말똥말똥 눈을 뜬 복수. 마취의 시작을 알리는 마취과 의사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복수 : 찬석아, 무서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수는 잠에 빠져든다.
의사들의 뒷전에서 복수를 바라보는 찬석의 눈빛이 애잔하다.
찬석이 오디오를 누른다. “꿈꾸는 나비”가 들린다.
47. # 수술실 앞 벤취 (낮)
복수의 물고기 노트를 펼치는 경. 복수의 노트는 텅 비어 있다.
맨 뒷장에 적힌 복수의 글. <수술 끝나면, 경이씨 악보에 맞쳐서, 노랫말 쓸게요. 그냥 쓰자니, 너무 암담해.>
경, 노트의 첫장을 편다. 고개를 드는 경.
48. # 몽타쥬
복수와 경의 교차 회상.
주요장면 몽타쥬 처리 바람.
49. # 물고기 노트 INS
경의 악보가 그려진다.
50. # 수술실 (밤)
피가 솟구치는 복수의 수술실.
참관을 하는 찬석의 눈가엔 땀이 흐른다.
51. # 수술실 앞 벤취 (밤)
노트를 덮는 경. 고개를 든다. 고속, 모노.
복수 : (E) 웃어 봐요, 경이씨.
52. # 수술실 (밤)
고속촬영, 모노.
복수 : (E) 경이씨가 웃으면... 나 그대로 경이씨한테 걸어 갈께요. ...경이씨가 울면... 나, 그대로... 경이씨한테, 또 걸어 갈께요.
...웃고 싶으면, 웃고, ...울고 싶으면 울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께요.
53. # 수술실 앞 (밤)
수술실 앞에 서 있는 경.
복수 : (E) 웃어요. ...그리구, 울어요. ...울어요, 그리구... 웃어요. ...내가... 갈께요, 경이씨에게...
눈가에 이슬이 맺힌채 열려지는 수술실 문을 바라보는 경. 울 듯, 웃을 듯한 경의 모습.
열리워지는 수술실로 빠져나오는 침대.
젖은 두 눈의 경의 입가에 살짜기 미소가 감돈다. 포즈.
첫댓글 아... 다 끝났다.... 멋있는 드라마였어, 네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