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故 박건호 작사가(좌측)가 지난 2005년 8월 19일 하동공원에서 개최된 <본사> 창간 제10주년 기념 7080포크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하여 당시 사회를 본 가요평론가 이백천 선생과 함께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이후 뇌졸중으로 언어장애와 손발이 마비되는 중풍을 앓았고, 신장과 심장 수술을 받는 등 오랜 기간 투병하면서도 작품 활동을 하다 2007년 12월 9일 사망한 국내 가요계의 거장 고 박건호 작사가가 하동방문에서 쓴 글이 '뚜아에무아' 이필원 씨에 의해 최근에 발견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글은 지난 2005년 8월 19일 하동공원에서 개최된 <본사>창간 10주년기념 7080포크페스티벌 행사에 참석차 하동을 방문한 길에 쓴 것이다.
이날 故 박건호 작가사가 쓴 것으로서 발견된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동의 섬진강>
섬진강은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마중 나왔다가 천천히 모셔가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기 위하여 우리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맨 처음 바다와 강이 만나는 것을 보고 모두들 입을 모아 별로 맑지는 않다고 했는데, 웬걸 한 척의 작은 배가 지나간 뒤에 저 멀리 지리산 꼭대기를 향해 안개가 걷히더니, 강은 자연이 준 모습 그대로 맑은 심성으로 흐르는 것이었다.
섬진강이 하동에서는 천천히 흐르기도 하고, 빨리 흐르기도 하는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직업이 평론가라 꼬투리 잡기 좋아 하시는 이백천¹ 선생님의 말수가 점점 적어진 것은 바로 그 때부터였다.
이필원² 형은 소리없이 기타를 집어 들었다. 강물은 그의 손끝으로도 흐르는 것이었다. 수십년 떠돌던 도시생활에서 만들어 내지 못하던 소리가 섬진강 새벽 강변에서 저절로 울려 나온다는 사실을 이제야 터득한 것일까.
우리는 진종일 섬진강을 빙빙돌며 이 물을 마시고 자란 숱한 사람들과 만났다가 헤어졌는데 그래도 따라오는 섬진강 때문에 다시 남도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편집자 주 1. 대중가요평론가
2. 가수, 한국포크가수연합회장(하동군 고전면 아정마을 출신)
한편, 故 박건호 작사가는 1949년 2월 19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1969년 서정주의 서문이 실린 시집<영원의 디딤돌>을 펴냈으며, 1972년 박인희가 부른〈모닥불〉의 가사를 쓰면서 작사가로 데뷔하였다.
이후 활발한 활동으로 이수미가 부른〈내 곁에 있어주〉, 이용이 부른〈잊혀진 계절〉, 정수라가 부른<아! 대한민국〉, 나미가 부른<빙글빙글〉과〈슬픈 인연〉, 조용필이 부른〈모나리자〉등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3000여 곡의 작품을 남겼다.
/장성춘기자. 블로그 naver.com/ hdnews9001
첫댓글 대부분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들을 지으신 작사가 선생님이시네요. 글도 아름답습니다.
<섬진강>을 적어 건네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픈 모습만 눈에 익어서인지
새삼 귀여운 모습에 먹먹해집니다.
좋은 곳에서, 많은 노래를 만들고 있겠지요?
한 소절만이라도 보내 주시지요!
영광 입니다. 옛~추억이 되살아 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