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음악회는 마음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한 음악회였다.
어머니와 딸의 바이올린 합주도 그랬고
아내가 갑자기 음악회에 온다고 곡을 바꿔 부른 사랑의 세레나데가 그랬다.
지금부터의 글은 사회자로서 음악회 실제 상황의 글을 올려 본다.
오늘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입니다.
이제 무서리 내리기 시작하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고 봐야겠지요.
가을이 깊어갈수록 사람이 그립습니다.
오늘 그리운 사람들이 모여 딱딱한 자판기 위에 얹힌 글자로는 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음악에 실어 띄우는 아름다운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시간은 그 누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여러분 모두가 연주자이고 주인공이 되어 함께 음악 속에, 가을 속에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우리를 이렇게 멋진 가을 속에 빠지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산모퉁이 산지기이신 송한경 선생님의 환영 인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멋진 가을 저녁 아띠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 첫 번째 장을 펼쳐보겠습니다.
어머니 김정하 선생님과 예쁜 딸 박가령 양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겠습니다.
연주할 곡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나오는 테마곡 Moon River 와 다른 한 곡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오늘 우리는 스타 한 분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권호치군은 안선모 선생님의 산모퉁이 카페를 통해 영화에 데뷰한 스타입니다.
권호지군의 단소 연주 '이산의 주제곡' 외에 1곡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어릴 적 코스모스 꽃 속에 들어 있는 벌을 고무신으로 잡아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벌을 잡으려고 꽃 가까이 다가가면 잉잉 앵앵 거리는 벌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해금 연주를 듣고 있으면 꽃 속에 벌을 잡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분 귀를 활짝 열고 꽃 속의 벌을 찾으러 떠납시다.
연주할 곡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O.S.T 곡으로
Always With Me, 한국명으로는 "언제나 몇 번이라도" 라는 곡과 ‘꽃의 동화’를 이며
다섯 어린 해금 연주자들과 선생님들의 연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띠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앙상블 아띠는 동화작가와 동시인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아시겠지만 이 분들은 아동문학계에서 꽤 명성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모셨으니 음악만 들을 것이 아니라 작품도 들어보면 참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띠 앙상블에서 첼로를 연주하시는 동화작가 송재찬 선생님의 동화를
직접 작가 선생님의 목소리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재찬 선생님은 제주에서 태어나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습니다.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 <돌아온 진돗개 백구>, <이 세상이 아름 다운 까닭>, <하얀 야생마>, <아버지가 숨어사는 푸른 기와집>, <주인없는 구두 가게>, <작은 그림책>, <나는 독수리 솔롱고스> 등의 작품집을 냈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 대교문학상, 아주홍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방정환문학 상 수상 세종아동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천문학상, 눈높이문학상, 윤석중 문학 상, 교원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라껍데기야, 넌 별이 된다고 했지?”
“네.”
“별이 되면 우리 사슴 아기를 찾아봐 줘.”
“네, 찾아서 알려 드릴게요.”
“고마워. 그 대신 너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데려다 줄게.”
“정말요? 여긴 응달이라 너무 추워요.”
“그래, 너는 정말 별이 될 거야. 네 목소리엔 믿음이 서려 있단다.”
사슴의 이야기는 소라 껍데기를 힘나게 합니다.
‘고마워요. 사슴님. 믿음이 힘이라던 고추잠자리의 말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사슴은 조심히 소라 껍데기를 물고 어둠 속을 걸었습니다. 어둠 속에 큰 길이 길게 누워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마차가 달가닥 달가닥 굴러 오고 있습니다.
“사람이야! 미안해. 소라껍데기야, 다시 보자.”
소라 껍데기를 길 가운데 버리고 사슴은 바위 뒤로 숨었습니다. 마차 소리가 가까이 굴러 왔습니다. 달가닥 달가닥…… 묵직한 쇠 바퀴가 소라 껍데기 위로 지나갑니다.
“아, 아…….”
소라 껍데기는 조각조각 부서졌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부서진 조개껍데기에서 반짝반짝 불티같은 게 일더니 사방이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마차 소리가 어느 새 물결 소리로 찰싹이며 멀어져 갑니다.
“아, 아……”
소라 껍데기는 파도의 발목을 붙잡고 어디론가 떠날 때의 기분입니다. 아니, 지금 떠나고 있습니다.
숨어 있던 사슴은 보았습니다. 소라 껍데기를 버렸던 그 분명한 자리에 눈부신 빛 물결이 출렁이는 것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반짝거리던 빛 물결이 한 덩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라 껍데기의 믿음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갑니다.
- 송재찬 동화 <찬란한 믿음> 중에서
여러분 산모퉁이 숲길을 걸어보셨나요?
무슨 소리를 들으셨나요?
저는 낙엽과 바람이 가을을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운 소리에 귀기우리면서
어쩌면 인공적인 음악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가장 자연과 잘 어울리는, 신이 주신 악기로 노래하는 차신정 박사님을 모시겠습니다.
곡명은 이 가을, 오늘 이 자리에 꼭 어울리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입니다.
다음은 이옥용 선생님의 동시 낭송이 있겠습니다.
이옥용 선생님은 우리 아띠에서 유일하게 동시를 쓰는 선생님입니다.
독문학을 전공하고, 동화와 동시를 쓰며, 전문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창작 동시집 <고래와 래고>가 있으며,
번역서로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프카 <변신>,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 안데르센 <그림 없는 그림책> 외에 여러 권이 있습니다.
<동시>
호호호
이옥용
호떡은 호빵이 폭탄처럼 터질까 봐 무서웠다
호빵은 호떡이 맷돌같이 자기를 깔아뭉갤까 봐 무서웠다
호랑이가 두 호를 호호 불며 잡아먹었다
청명한 가을하늘 같이 맑은 플릇 소리는
사람의 마음에 청자빛 하늘을 들여놓아줄 것 같습니다.
다섯 대의 플릇이 연주하는 ‘Nella Fantasia’ 와 ‘Over the Rainbow’ 를 통하여
가슴 가득 푸르름을 껴안아 보시기 바랍니다.
연주에는 김민정, 박지우 박쥬리, 오지희, 이현경 입니다.
첫댓글 이번 음악회는 조금 새롭게 시도를 해 보았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궁금합니다...
사랑과 정이 묻어나는 음악회-- 소심 맘의 서툰 연주가 죄송스러웠어요. 시와 이야기가 함께 있어서 더더욱 여운이 오래 가는 음악회로 기억될 것 같아요. 저녁을 두그릇이나 가득 비운 가령이도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모녀 이중주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몰라요. 남아 계신 분들(특히 어머니들)도 두고두고 그 얘기 했답니다. 너무나 부럽다고...너무나 보기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