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의 상무정신, 최강 미군의 원천은 국민의 ‘무한 신뢰와 성원’
비행기 탑승 때 일반 승객보다 군인 우선
대부분의 도시 공원엔 장군 동상·기념비
각종 전쟁기념일마다 참전군인 초청 감사
제복 입은 군인 보면 자연스레 “생큐” 인사
기사사진과 설명
미국의 독립전쟁 시 독립군
총사령관이자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백악관 부근에 있는 워싱턴 서클(로터리)에
서있다. |
2011년 봄 필자가 뉴욕에 출장을 가려고 워싱턴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에 들렀을 때 겪었던 일이다. 필자는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려고 역
안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주문하여 좌석에 앉으려고 했다. 이때 백인 중년 신사가 중학생 아들과 함께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복
차림이던 필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신사: “어느 나라 군인인가?”
필자: “한국 군인이다.”
신사:
“귀하의 조국을 위해 복무하는 것에 감사를 표한다!”
필자: “외국 군인인 나에게 고마울 일이 뭐 있는가?”
신사: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숭고한 것이며 존경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귀하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군인 아닌가?”
필자는 고맙다고
말하고 그들 부자와 대화하며 미국민들이 얼마나 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가를 느끼면서, ‘다른 나라 군인들에게도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미군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마워할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를 타고 출장 가기 위해 워싱턴의 레이건공항
탑승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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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참전기념비. 1995년 7월 27일 준공되었으며 진군하는 19인의 용사상,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새겨진 벽화 등이 있다. |
“일등석 승객과 미군 장병들은 먼저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탑승 우선순위를 방송하면서 일등석 승객과 함께 군인들을
배려했다.
탑승순서만이 아니었다. 미군들은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갖고 있어도,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에 여유가 있을 경우 좌석을
업그레이드 해준다. 일등석 승객들이 외국으로 파병 가거나 귀국하는 군인들을 보고 자기 자리를 양보해주며, 장병들이 갖고 있는 이코노미석에 가서
앉는 경우도 보았다.
“지금 이 비행기 안에는 이라크에서 참전 후 귀국하는 스미스 소령과 브라운 상병이 함께 탑승해 있습니다.
이들의 복무에 대해 감사를 표합니다!”하는 기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이 격려의 박수를 치는 것도 보았다. 승객 중에서는 기내 서비스에 부탁해
군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도 흔하다.
미군이 세계 최강군이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 국민들의 상무정신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존경과 이를 기리는 정신, 군에 대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와 성원이 미군을 강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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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의 옛 도시
윈체스터(Wenchester)에서 거행된 한국전참전기념비 제막식에서 연설한 후 참전용사들과 함께한 필자(2013.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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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시내의 주요 교차로마다 작은 원형서클 또는 사각형 공원들이 있다. 대부분 독립전쟁이나 남북전쟁 시 유명한 장군들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정하고, 그 중앙에는 이들의 동상이 서 있다.
백악관 부근에는 독립군 총사령관이자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을
기념한 워싱턴 서클에 그의 동상이 있고, 라파예트 장군을 기리는 라파예트 파크가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남북전쟁 시 북군 총사령관으로 훗날
대통령이 된 그랜트 장군의 동상이 있고, 주미대사관 인근에는 듀폰 서클과 쉐리던 서클이 있는데 이들도 남북전쟁 시 장군들이다. 백악관 옆에는
1차대전의 영웅 퍼싱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뉴욕 센트럴파크 입구에는 남북전쟁의 명장 셔먼 장군 동상이,
로스앤젤레스의 맥아더 파크에도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워싱턴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백악관-링컨 메모리얼’에 이르는 공원으로
전쟁기념비들이 많이 있다.
한국전쟁기념비를 비롯해 1차대전, 2차대전, 베트남전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연중 수백만 명의 미국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그들은 기념비에 헌화하고 미국이 참전한 전쟁의 역사를 배우며, 미군들이 국가를 위해,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역사를 알게 된다.
어린 학생들도 부모의 손을 잡고 국가와 군인 그리고 역사와 안보에
대해 배운다. 현충일, 재향군인의 날, 전쟁기념일에는 기념비 앞에서 대통령, 각료, 군 장병, 수천 명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모여 기념식을
갖는다.
작은 시골 마을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2013년 7월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윈체스터시의
참전용사들로부터 한국전참전기념비 제막식에서 연설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버지니아의 작은 옛 도시에서 시장과 참전용사,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시장은 참전용사들에게 일어나 달라고 청한 후 시민들과 더불어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보냈다.
석조기념비에 한국지도, 38선, 휴전선과 함께 그 지역 출신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필자가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자
그들은 고마워하면서 “한국전 참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미국인들은 제복 입은 군인들을 보면, “Thank you for
your service!“라고 인사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헌신에 감사하다는 인사말이다.
제복을 존중하는 정신은 미국사회
저변에 깔려 있다.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합참의장, 참모총장과 정치인들이 연설할 때 ‘Men and women in uniform’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제복을 입고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깊이 배어 있다.
국민들이 군을 존중하고 군인들의 헌신에
감사해 하는 것, 이것보다 군인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더 큰 격려가 있는가?
전투력은 강한 훈련을 통한 전술전기 연마와 높은 사기,
군기 등으로부터 나온다. 사기를 높이는 데 국민의 성원보다 더 큰 요소는 없다.
미군은 국민들과 일체감을 가진 국민의 군대, 국민
속의 군대라는 것이 미국에서 필자가 바라본 관점이다. 미군의 강력한 전투력은 미국 국민들의 상무정신과 군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성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진=필자 제공
<전 주미국방무관 이서영 장군의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