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園' 이라는 잡지를 기억하시나요.
이 월간지는 잡지라기 보다 문예지의 성향이 더 짙었습니다.
여학생이나 진학도 후에 나왔지만
전통이나 질에 있어서 학원이 앞섰다고 생각됩니다.
52년 창간되어 10.26 터지던 해에 폐간된 청소년 타겟의 월간지.
79년까지 이어졌으므로 그 사이 제게도 해당되는 잡지였습니다만
학원지의 전성기는 해방둥이를 전후한 세대가 고등과에 다닐 즈음이고
그래서 그들을 일컬어 문단은 '학원세대'라는 독특한 호칭까지 붙입니다.
요즘 아이들이야 할거리,볼거리가 대책 없을만큼 다양해져서
폐인,초인이란 말까지 생겼지만 당시 열악했을 문화 저변을 유추해 보면
하이틴 문예지의 탄생은 목마름 끝의 단비였을 터입니다.
초창기 때에 글을 투고하면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평을 받을수도 있었죠.
정비석, 김래성, 최정희같은 작가나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같은 시인들이 장단점을 평가해 줬습니다.
년말이면 신문사 신춘문예 처럼 '학원 문학상'이 있었는데,
여기서 배출한 문인들이 수도 없습니다.
유경환, 최인호, 정공채, 마종기, 황동규, 이승훈..
이런 분들은 학원지를 통해 세상에 나왔지요.
황동규 시인은 황순원 선생의 아들이고
마종기 시인은 마해송 선생의 아들입니다.
학원지를 꺼낸 이유가 실은 마종기 시인에 얽힌 뒷얘기 때문인데
이 냥반이 데뷰하고 또 휩쓴 무대가 예의 학원 문학상이다보니 이리 되었습니다.
서울고 문예반장 시절 학생회장 내정자가 보내온 글을 보고 가소롭다며
학교 신문에 실어 주지도 않을만큼 자존심도 강했습니다.
서울중고 6년동안 그에게서 문학을 빼고 나면
삶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심취했던 그가 원서 접수 보름전
연대 의대로 진로를 바꾼건 부친의 지인 이용희 선생의 조언 때문이었습니다.
색동회 아동문학가와 대한민국 최초의 현대무용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59년에 등단을 합니다.
일찍이 '현대문학'지를 통해 '해부학교실'로 추천 받은 등단이었지요.
학부 졸업후 서울대 석사를 거쳐 미국 오하이오로 떠나게 되는데
수련의 과정이라 생각했던 그 여정은 칠순이 되도록 이국 땅에서 머물게 됩니다.
그래서 오하이오 주립 의대 방사선과 과장과 부원장이 그의 마지막 이력입니다.
그 사이에 국내를 오가며 여러 권의 시집을 출간하는데
그 중 1980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라는
저 유명한 문지시집을 발행합니다.
그 시집 안에 '바람의 말' 이라는 작품도 수록되어 있는데..
찬찬히 한번 음미해 보시지요.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앉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읽으면서 데쟈뷰를 느끼셨다면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조용필씨의 '바람이 전하는 말' 이 그려질 터이니까요.
제목마저도 좀 거시기한 이 곡은 분명 양인자 작시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근래 들어 이 얘기가 회자되자 작시자는 이리 답했습니다.
'바람이 전하는 말' 의 경위는 이렇습니다.
80년도 초 MBC에서 사랑의 수기 모집을 했는데
그 수기를 바탕으로 하여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그 작업에 참여했던 저는 그 수기속에 남는 말들을 정리하여
주제가를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마종기 시인의 시와 흡사한 것을 알고
마 선생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선생님은 이해하고 용서해 주셨습니다..
뭐라고 얘기는 해야겠기에 했을테고 사태에 대한 최선의 처방일지는 몰라도
글쎄요.. 제 눈엔 도무지 궁색해 보일뿐 입니다.
허나, 마종기 시인이라면 용서를 해주고 이해까지 해줄수도 있을겁니다.
이 냥반의 성품이 어떤고 허니..
친동생인 마종훈씨가 운영하던 가게에
어느날 베스턴이란 흑인 강도가 칩입해서 종훈씨가 총에 맞아 즉사했습니다.
강도에게 사형이 판결되자 마 시인이 한 일이란게
사형집행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내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사형반대 운동이야 형이 집행될 때마다
인권단체에서 으레 하는 일이지만 유가족이 직접나서
살인범에 대해 구명운동을 한 것은 미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궁극적인 처벌은 오직 신만이 할수 있다' 는
마 시인에게서 청아한 선비의 옆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 냥반이 고국의 여류 문인이 이러저러해서
이케됐다고 사과하는데.. 것다 대구 모라할까요.
영혼이 맑은 이들이 시인이고,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언어를 우리는 '시'라고 하지요.
이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제가 기시감을 느꼈다면,
작시에 대한 기시감이 아니라 언젠가 얘기들었던
'한계령' 을 접했을 때와 거의 흡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원문을 축소하여 음률에 맞춰 개사하는 일도
아무나 할수있는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하덕규씨도 양인자씨도 문학적 소양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손질한 작시 자체도 원문 못잖게 아름답고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노랫말로는 다소 운율에 거슬려도,
대놓고 손댈수도 없는 처지였으리라 유추해 보기도 합니다.
양인자씨는 흔치않은 문인 출신의 역량있는 작시자임에 틀림 없지만
그 이전에 중요한건 오리지날리티이며, 그 독창성에 대하여 그것은 분명한 표절입니다.
거실에서 가끔 만난다는 원로 작곡가를 좋아하는 만큼 양 선생도 존중합니다.
설령, 당사자가 고사한다 해도.. 과연, 몇푼 어치나 될런지는 몰라도..
최소한 저작권료에 대한 입금 통장번호는 바뀌어져야 하는게 옳다고 생각됩니다.
첫댓글 아그런 사연이 이 내가 참 좋아하는 곡 '바람이 전하는 말'에 있었군요.에 의한다면...표절은 본인이 아니라..수기를 썼던 어떤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글을 여기저기서 따 노랫말을 쓴 그녀도 같이 표절인 것은 실하죠..으로부터 시작해 ..저작권료로 끝이 난 고수님으 컴백사오모 첫 글 내용도 노래도 역시 고수님은 다르다능광팬욜렛아짐
양인자커플의 환상적인 궁합에 조용필의 노래까지...너무 좋다
그러니까 양인자님의 좀 이해하기 궁색한 변명
학원
하지만 누가 뭐래도 김희갑
수기라 함은 중편소설 이상의 기럭지인데,
그 방대한 원고 안에서 발췌한 내용이 '바람이 전하는 말'과 '바람의 말'이 그리 자주 겹친다는건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는 거지요.. 그 이전에 날짜도 그렇지만 설마 수기를 쓰는데 시집을 참조했겠느냐는 ..
정말 좋은 글입니다. 근디 예전에 알던 '투덜이'란 분과 문체가 비슷하네요....'알고싶어요''나도야 간다''한계령'등도 이와 비슷한 경우고 저도 이런 경우를 당했고 심지어는 통째로 지꺼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지요. "지난일 갖고 뭘 그러느냐"라는 말하는 사람들을 보곤하는데 시간이 지났으니 죄를 묵과하고 넘어가자는건 잘못이라 봅니다. 지금이라도 작사명의와 저작권분배를 공동으로 하는게 맞는듯...마기라는 훌륭한 분의 이름을 더 알리는 기회도 되구요. 돌려주기가 쉽지않은게 인간의 심리이지만 한국 상류작가로서 처신()의 본보기를 보여주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두분 합의사항은 어떤건지 모르지만요.
예전에 알던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과 닉이 비슷하시다는..
전에 이런 경우를 당했다는게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물망초 얘기는 아니시것지요
금전적인 거야 사실 벨거 아닐지 몰라도, 누구 모냥 명예나 체면에 관한 사항이 훨 클듯.. ^^
이 곡은 금전적인 면도 무시 못할 곡이긴 합니다.
긍께 그 곡이 뭐냐니까요?(저도 모르게 어느분 댓글 문체를 흉내 냈다는...)
근디 예전에 알던 '동치기'란 형과 문체가 비슷해서 글을 또 올리는데 양작가님은 이곡을 '장가가는 아들에 대한 아쉬움과 사랑을 표현한 시'라고 했습니다.저의 25년 된 18번레퍼토리구요, 참 아름다운 곡이지요. 원작이나 개사된 작품이나 너무 훌륭합니다. 김희갑님의 작곡도 훌륭하구요. 암튼 아름다운 곡이니만큼 아름다운 뒷얘기도 들리길 바랍니다.^^
'똥치기'에서 '동치기'로 신분상승을 시켜 주시니 웬수, 그간 갈궈댈 대상이 읍써서 을매나 심심했을꼬..
나두 '코다친'에서 '코뭉게진'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드리것심.. 으음
으이그
갈굼이란 상대적인건데...에효...또 살 빠지게 생겼군...그동안 인기관리 잘 하고 있었는데...
호호 그간 두분다 심심해서 워찌 사셨댜 ..
앞으로 두분의 혈투가 볼만 하겼다는 예감이!.................
이하동문이라는...
그때 그 분이 맞으시겠죠 글도 그렇지만 댓글 문체가.. 다시금 반가움으로 다가옵니다.. 좋은 글을 대하지 못해 요즘 많이 갈궈져 있는데... 감사
'그때그사람'이 아마 맞을껄 ^^
두공님, 오련만이시네요.. 그 스위스요리 닉넴쓰시는 분도 잘 기시지유
맞아요. 그 투덜이..님...별로 안 반가워 하시는듯한 이 느낌은 뭘까...
안그려도 저랑 욜렛아짐도 푸석해진 카페에 윤기가 흐를꺼란 생각을 혔슴다..
이런글을 올려주셨으니 망정이지 저는 끝까지 모르고 지나갈뻔 했어요
이젠 글에다가 음악도 깔 줄 아시고 저보다 낫네요
시방 몬소리다요 스럽꾸르..
나가 음악깔구 글쓴 갱력이 갑오경장 이후로 쭈욱 해오던 일인디 새
딸랑아짐 말대루 → '쫌 쉬었다 왔슈'.. 됐슈
에효..처음엔(불과2년전) 음악은 커녕 사진도 못 올리더니...갑오경장은 왜 또 들먹거리고...쯧쯧...안 보는 사이에도 달라진게 읎네...더 쉬어서 왔다는...
ㅋㅋㅋ...
학원이니 진학이니 소인도 소싯적에 마이 들어보긴 했는데 하여간 이런 주옥같은 글과 또 더 주옥같은 연예인님과 동치기님의 댓글보며 더 웃었습니다.
저도 빙그레기분좋게 웃었습니당 빙긋 ..
메이디님(이름을 진짜루 갈아버링께 이젠 이게 더 좋아),
40개는 커녕 20개 되기도 바쁘다는.. 공짜밥 또 얻어먹게 생겼으니 우짬좋댜.. ^^
닉이 여자같다는 이의제기가 많아 살짝 고민 중 이장이라 부르시는 분도 더러 계시구 메이디라는 닉과 매우 유사한 '메이'라는 닉을 쓰시는 분이 새로 가입 하셨길래 개명을 단행 하였더니 그냥반 이후로 도통 뵐 수가 음꾸 애꿎은 메이디만 이 카페에서 사라지고 만 지가 어언 아기가 충분히 자라 세상에 태어날 10개월 경과중임다.... 헌데 여그서 40이 되고 안되고의 판단 싯점이 갱장히 중요헌 문제인데 안즉 카운터는 진행중이라는 말씀인듀....
제눈에도 넘 궁색한 변명 같습니다 .. 실히 저보다 나으십니당 ..
하지만 저리 맑은 심성의 마선생님께서 이해 하셨다니,,할수는 없지만..
두고두고 양심엔 껄쩍지근 하게 걸리진 않을까요
글구 음악도 까시다니..
지가 알기로 시인들이란 심성이 맑지 않으면 시가 나오덜 않아요..스럽꾸르.. 으음
우덜같은 장돌뱅이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
음악 깐건 징말루 갑오경장 이후로 쭈욱 해오던 일인데 뭣땀시 새
우에 됐든가, 우덜이 모리는거 올려 주시가, 학문을 널펴 주심에 감사 드리고 코다신님과 고수님의 결투를 끝까지 지켜 볼꺼니께 열심히들 겨뤄보시길.......................
해발 705m으 주인공 맞으시지유 ^^
코다친하고 지하고으 결투란건 있을수 읍는 일.. 결투라 함은 서로 몬가 비슷할때 하는 얘기지요..
일부 몰지각한 연예인하고 강호으 고수가 상대가 되것느냐는 말씸.. 으음
제가 어떻게든 사람좀 만들어보겠습니다.
우쨋기나 투덜고수님 글을 보이 차말로 방갑기 짝이 없다는..
그랑께 나으 대문간 사진 손좀 봐라는데 배째모드로 나오는 중
그대가 갈쳐주고간 거 샤그리 잊아뿟다는..
작년에 쓰시던 대문간 사진은 우쨋심미까
고거 멜로 보내드리께요..더 갠찬은 세숫대 있으시몬 보내주시덩가
을매나 바쁘길래, 얼굴 보기힘드시네.
허지만 뭐가 됐든 일이 최우선잉께 신경쓰지 마시라는..
대문간인지 @간사진 손도 못 보면서 뭔 갑오경장...에효...
아관파천땐 모 하셨나
오호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뉴욕sunny님께서도 음악애호가 이신듯.. ^^
뭐 벨건 아니지만 제 생각으로는 공정치가 않은듯 하여 얘기했지요..
자주뵙게 되길..
저도 고수님 덕택에 '바람이 전하는 말'이란 노랫말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됐습니다. 마종기 시인은 정말 천상 선비시고, 시인이시라는...글구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에 봉직하셨다는 얘기도...
앞으로 고수님의 재미난 글 무척 기대됩니다.
배 떠난 뒤에 소리 지르는건지 몰라도..
소를 잃고 난 뒤에라도 외양간은 고쳐놔야 되지 않겠어요?
제 글이 기대된다고 해주심에, 늘 그렇듯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