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1호차 주인공은 어떻게 선정되는 걸까? 1호차에는 어떤 혜택이 주어질까? 그리고 내가 1호차 주인공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1호차에 대한 갖가지 궁금증을 안고 기자는 현대자동차 정통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 1호차 주인공이 된 강용주 인치과 원장(38)을 지난 23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강 원장을 만나자마자 대뜸 물었다. 1호차 주인공이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느냐고. 강 원장은 "시흥에 있는 현대차 영업소 차장한테서 '1호차 주인공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전화를 받고는 잠시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당황스러웠다"며 "평소에 복권을 사도 당첨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로또에 맞은 기분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웃었다.
용인에서 개인치과병원을 운영하는 강 원장은 "평소에 1호차라고 하면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들 몫으로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처음에 강 원장은 1호차 주인이 되는 것을 한사코 고사했다고 한다. 1호차 주인공이 돼 언론 앞에 나서게 되는 것이 영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영업소 차장 설득에 마음을 돌렸고 제네시스 쿠페 1호차 주인공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강 원장처럼 일반인이 1호차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연예인이나 사회 저명인사가 1호차를 가져갈 수도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1호의 주인공 송명근 교수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1호차 주인공이 신차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1호차 고객 이미지와 신차 컨셉트를 맞춘다는 점이다. 1호차 고객을 보면 완성차 업체가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신차 이미지가 금방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1호차 마케팅의 관건이다. 1호차 고객은 그 제품 광고모델이나 마찬가지다. '1호차 고객=광고모델'과 신차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질 때 신차효과는 극대화한다.
강한 것 같으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K1격투기 스타 추성훈 선수는 기아차 로체 이노베이션 1호차 주인공이다. 동시에 로체 이노베이션 홍보대사 활동도 하고 있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세련된 이미지와 강한 기계적 성능이 추 선수 이미지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로체 이노베이션은 출시하자마자 판매돌풍을 일으켰다. 중형차 시장에서 꼴찌로 떨어졌던 판매대수가 이제는 국내 베스트셀링카인 쏘나타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급증한 상태다.
이처럼 1호차 경제학은 엄연히 존재한다.
대다수 완성차업체들은 신차 출시 후 곧바로 1호차 출고 행사를 한다. 신차 발표회를 통해 차량을 공개한 뒤 1호차 주인공을 내세워 신차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만큼 1호차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1호차 주인공을 고르고 또 고른다. 강 원장 사례는 다소 예외에 속하지만 현대ㆍ기아차는 주로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를 1호차 주인공으로 선정하는 비율이 높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신차 주문을 한 고객 중 신차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을 1호차 고객으로 뽑는다. GM대우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와는 달리 철저하게 사전주문 고객 중 첫 번째 주문고객에게 무조건 1호차를 건네준다. 대신 신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을 나중에 따로 홍보대사로 선정해 신차홍보에 나선다.
완성차업체들은 차량을 일반고객들에게 판매하기 전에 사전계약부터 실시한다. 신차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를 예측해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수요파악 목적과 함께 사전계약을 받을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1호차 주인공을 결정하는 일이다. 1호차 고객 이미지가 신차 컨셉트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사전 고객 중 신차 이미지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고객을 선별한 뒤 본인 의사를 타진한 후 1호차 고객을 최종 결정한다. 이때 현대ㆍ기아차는 주로 연예인과 사회저명인사들을 신차 1호차 고객으로 선호한다. 물론 이때도 유명인의 연령대와 이미지가 신차 컨셉트와 부합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본 뒤 1호차 주인공을 결정한다. 1호차 고객을 보면 신차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현대차 최초 럭셔리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 1호차 주인공으로 세계적인 심장 분야 권위자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송명근 교수를 선정했다.
르노 삼성 SM7 1호차를 받은 40대 주부
세계 최고 수준 심장이식 성공률을 자랑하는 심장 분야 최고 권위자인 송교수 이미지와 최고를 지향하는 제네시스 컨셉트가 잘 어울리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해외 최고급 세단과 경쟁시키기 위해 현대차가 모든 기술력을 집약해 탄생시킨 야심작이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인기몰이를 지속하고 있는 현대차 i30 1호차는 연예인들로 구성된 알스타즈 레이싱팀이 가져갔다. 알스타즈가 i30의 트렌디&스포티(드라이빙을 즐기며 유행을 선도하는)컨셉트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
지난 2006년에는 베라크루즈 1호차가 영화 '왕의 남자'에 출연한 영화배우 정진영 씨에게 돌아갔다. 당시 정씨는 베라크루즈 출시 소식을 듣고 인터넷 동호회와 베라크루즈 홈페이지 등을 뒤져 베라크루즈에 대한 궁금증을 푼 뒤 직접 베라크루즈 계약을 했다.
현대차 역시 왕의 남자로 돌풍을 일으키고 시사 프로그램 진행, 아동문학작가로 활동하는 정씨가 럭셔리 SUV 베라크루즈 프리미엄 이미지와 어울린다고 판단해 1호차를 전달했다.
이 밖에도 2006년 5월 출시한 아반떼 1호차 주인공은 에릭 씨, 2004년 3월 투싼 1호차는 탤런트 이서진 씨가 차지했다. 라비타 1호차는 탤런트 이병헌 씨, 투스카니 1호차는 류시원 씨 몫이었다.
올해 신차가 많았던 기아차도 1호차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된 로체 이노베이션 1호차는 이종격투기 스타 추성훈 선수에게 돌아갔다. 유도선수에서 이종격투기 선수로, 그리고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까지 진출해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추성훈 선수와 세련된 스타일ㆍ최첨단 고급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태어난 로체 이노베이션이 닮은 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추 선수는 국내에서 경기를 하거나 방송 스케줄을 소화할 때 1호차로 구입한 로체 이노베이션을 직접 몰고 다닌다. 특히 추 선수는 자신이 탈 로체 이노베이션을 꼼꼼히 살펴보며 직접 골랐다. 추 선수가 타는 로체 이노베이션은 백진주 컬러의 LEX 24 프리미엄 트림이다.
윈스톰의 홍보대사를 맡은 영화배우 정준호씨
올 1월 나온 기아차 모하비 1호차는 강지원 변호사에게 전달됐다. 모하비는 기아차가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력을 집약해 개발한 최고급 대형 SUV다. 청소년 지킴이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와 도전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듬직한 모하비가 찰떡 궁합이라고 기아차는 판단했다.
지난 2006년에는 뉴쏘렌토 1호차를 탤런트 김명민 씨에게 전달했다. 뉴쏘렌토가 출시될 당시'불멸의 이순신'에서 김명민 씨는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고 기아차는 김씨의 이런 모습이 쏘렌토의 강력한 엔진성능과 웅장한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오피러스의 고급스런 이미지가 연예계 인기부부로 소문난 최수종ㆍ하희라 씨 부부와 맞는 것으로 보고 이들 부부에게 뉴오피러스 1호차를 전달했다. 국내 최초 LPG차량인 카렌스는 한국LP가스공업협회장 남석우 회장이 1호차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 예외가 있듯 유명인사 외에 일반인도 1호차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제네시스 쿠페는 평범한 치과의사인 강용주 씨에게 낙점됐고 지난 8월 나온 기아차 포르테 1호차도 평범한 29세 회사원 한기범 씨가 차지했다. 한씨는 포르테 출시 전 사전계약ㆍ추천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됐다. 포르테 1호차 고객으로 선정된 한씨는 이벤트 경품인 포르테 1대를 공짜로 받기도 했다. 한씨는 "포르테의 스포티한 디자인과 편의사양들이 젊은 직장인들에게 제격이라고 생각돼 사전계약이 시작되자마자 계약했다"며 "1호차를 받은 만큼 주변에 적극적으로 포르테를 알리겠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쏘나타는 여의사 박미란 씨에게, 베르나는 서울대 생물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강혜원 씨에게 전달된 바 있다.
기아차 프라이드는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신관철 씨에게 전달됐고 그랜드 카니발은 평소 원거리 운전이 많고, 짐을 많이 실어야 하는 평촌 농수산물 상가연합회 회장 김연곤 씨에게 돌아갔다.
기아차 로체 이노베이션의 첫 주인 추성훈 선수
쌍용차와 르노삼성도 사전주문 고객 중에서 신차 이미지와 맞는 고객을 1호차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 2월 출시한 체어맨 W 1호차를 유명 IT업체 썬트로닉스 박철순 사장에게 제공했다.
체어맨 W의 대한민국 CEO를 위한 국내 최고 명차라는 개발컨셉트와 박 사장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박 사장은 "월드 클래스 명차와 당당히 경쟁하는 국내 최고급 세단을 처음 받는 영광을 안게 돼 기쁘다"며 감사의 인사말을 한 바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사전주문 고객 중 전국 10개 지역 본부에서 1호차 계약자를 1명씩 통보받아 10명의 후보자 중에서 1호차 고객을 선별한다. 이 과정에서 주로 제품 컨셉트에 맞는 고객을 최종 선정하는데 SM3나 QM5의 경우 20~30대 젊은 고객위주로 그리고 SM7은 40~50대 중후한 중년을 1호차 주인공으로 선정한다. 지난해 12월 QM5 1호차를 출고 받은 주인공은 30대 직장인 한동우 씨였다.
GM대우는 특이하게 1호차 고객을 회사가 따로 고르지 않는다. 사전주문 계약순서에 따라 1순위로 계약한 고객에게 1호차를 넘겨준다. 올해 들어 출시한 토스카 프리미엄6, 윈스톰 맥스, 베리타스 모두 계약 순서에 따라 첫 고객에게 인도됐다.
1호차 키를 건네받은 주인공들은 모두 일반 고객이었다. 1호차 고객 선정을 까다롭게 하지 않는 대신 GM대우는 신차 홍보대사로 유명 연예인을 활용하고 있다.
GM대우 스포츠카 G2X 홍보대사 류시원씨
작년 8월 출시한 스포츠카 G2X 홍보대사로는 탤런드 류시원 씨가 선정된 바 있다. 평소 카레이서로 활동하는 한편 레이싱 TV프로그램 'Go To eXtreme!' MC 이미지가 G2X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GM대우는 류씨에게 G2X 차 한 대를 무상으로 증정했다.
지난 2006년 출시된 윈스톰도 영화배우 정준호 씨를 홍보대사로 임명해 차량을 제공한 바 있다. 올 1월 출시된 중형세단 토스카 프리미엄6 광고모델로 등장한 가수 서태지 씨는 GM대우가 제공한 토스카 프리미엄6 차량을 타고 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1호차라는 것은 정말로 공장에서 처음으로 생산돼서 출고되는 차를 말하는 것일까. 결론은 NO다. 실제 공장에서 생산되는 1호차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1호차가 아니다. 공장에서 출고되는 1호차는 일반적으로 각 영업점에 전시차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매시점과 생산시점이 1~2개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두 달 전에 생산된 차들은 일반적으로 전국 영업 지점으로 배송돼 전시차로 전시되거나 고객 시승용 차로 활용된다.
그렇다면 1호차 주인공들에게 할인 혜택은 없을까. GM대우는 1호차 선정 기준을 따로 잡지 않고 1순위 계약고객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1호차 주인에게 주어지는 할인 혜택은 따로 없다고 말한다. 계약 당시 당월 판매조건에 따라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 조건으로 판매된다는 설명이다.
르노삼성도 1호차를 할인해줄 경우 르노삼성이 견지하고 있는 동일차종에 대한 한 가지 가격 정책(one price policy)에 어긋나기 때문에 특별할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1호차 고객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50만원 상품권이나 주유권ㆍ황금 열쇠 등의 기념품을 제공한다.
쌍용차의 경우 차값을 할인해주지는 않지만 1호차 주인공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 등 기념품을 지급해 왔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일부 예외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호차라고 해서 차값을 깎아주지는 않는다. 약간의 유류비와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기는 한다. 제네시스 쿠페 1호 주인공인 강용주 씨는 "1호차를 받으면서 할인 등 금전적인 혜택을 따로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본사에서 차를 타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수시로 전화를 하는 등 1호차 고객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아무도 타보지 못한 신차 중 신차인 '1호차'를 타는 고객들의 경우 선택받았다는 심리적 만족도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심리적인 만족도는 돈으로도 환산하기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