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에서 리코더 연습을 하고 있는데 반 아이들이 몰려왔다.
“선생님! 덕용이하고 준희가 싸웠는데 덕용이 머리가 터져서 피가 막 흘러요.”
머리를 다쳤다니 걱정이 되는 마음과 함께
‘아~! 이 녀석! 또~!!’
라는 마음이 일어난다.
발길을 부지런히 놀리며 아이들에게
“그럼 빨리 보건실로 데리고 가야지?”
“아이들이 보건실로 데려 갔는데 보건선생님이 안 계셔요.”
“그래? 그럼 내가 더 빨리 가야하겠구나.”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덕용이가 눈앞에 와 있다.
아이들이 보건선생님이 안계시니 강당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다행이 아이들이 휴지로 상처를 꽉 눌려서 지혈을 시켜서 데려와 마음이 놓였다.
교무실에 들러 보건선생님의 소재를 물으니 식사하러 가셨단다.
보건실 열쇠를 받아 덕용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머리카락을 조금 자르고 보니 피는 멎어있고 꿰매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보였다.
보건선생님이 헐레벌떡 들어온다.
보건선생님도 꿰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소독을 하고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려 하였으나 잘 붙지 않아 그냥 약만 발라주었다.
덕용이의 집에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교실에 올라오니 준희가 잔뜩 긴장해 있다.
준희를 살피니 준희의 목에도 상처가 나 있다.
약을 발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준희가 자기의 목을 만지고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도 많이 아프다는 몸짓을 나에게 보낸다.
약을 발라주며
“경계에 끌려가니 좋은 점이 있던?”
하니 아니요. 한다.
점심을 먹고 덕용이는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왔다.
수업이 끝난 후 두 아이를 남게 하였다.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오게 하였다.
< 준희의 일기 >
제목 ; 덕용이과 싸우고
덕용이가 내 잠바를 밟고 갔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서 김덕용을 쫓아가서 때리려고 했다.(경계) 그런데 김덕용이 도망을 가고 결국은 싸움이 벌어졌다. 덕용이가 빗자루로 내 머리를 쳤다. 나도 등을 때렸다. 그리고 덕용이가 돌아와 난장판이 벌어졌다. 싸움이 끝나고 덕용이의 머리에서는 피가 났다. 나는 내가 한심했다.
꼭 싸우고 나서 경계가 생각나니…….
덕용이도 나도 상처가 심했다. 덕용이는 더 심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화해를 하였다.
< 덕용이의 일기 >
제목 - 박준희
청소 시간에 박준희와 싸웠다.
박준희가 내 머리를 잡아당겨서 피가 났다. 애들이 양호실에 가라고 했다.
대민이하고 같이 갔다. 대민이가 제일 걱정을 해 주었다. 나는 대민이가 좋았다.
나는 너무 괴로웠다.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웠다.
대민이와 함께 우리 집에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그런데 양호실에 갈 때 다리가 조금 떨렸다.
또 선생님이 남으라고 해서 기분이 좀 나빴다.
그리고 경계에 끌려간 것 같았다.
두 아이를 남겼다. 그랬더니 덕용이 준희 모두 학원에 가야한단다.
두 아이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학원이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학원 빠져! 학원 가지마!”
라고 강하게 말하고 남게 하였다.
먼저 준희가 쓴 일기를 읽었다.
덕용이에게 준희가 쓴 것이 모두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다음은 덕용이가 쓴 것을 읽었다.
덕용이에게 왜 네 머리가 다치게 되었는지 그것까지 다시 써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준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 덕용이가 먼저 경계를 제공하였구나.
덕용이가 네 잠바를 밟으니 당연히 화가 났겠다.
그런데 준희도 경계에 끌려가 버렸네?
준희 - 네.
나 - 이렇게 경계에 끌려 가보니 어떤 일이 생겼지?
준희 - 안 좋은 일이요.
나 - 그래. 경계에 끌려가면 안 좋은 일만 생기게 되지.
그래서 선생님이 마음을 잘 챙기며 살자고 한 거야.
그리고 이렇게 목에 상처가 생겨 집에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께서도 속상해하시
겠지?
준희 - (대답을 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엉엉 소리를 내며 운다.)
나 - (우는 준희를 보니 안쓰럽다. 그리고 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울까? 궁금해진다.
한참을 우는 준희를 바라보며 기다려준다.)
나 - 그리고 삼촌에게 혼날까봐 걱정도 돼지?
(삼촌이 가정교사처럼 가르치고 돌봐주고 있음)
준희 - (다시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한다. 한참을 바라보며 기다려 준다.)
나 - 경계에 끌려가니 행복하니?
준희 - 아니요.
나 - 누구를 위해 마음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준희 - 나요.(시계를 자꾸 쳐다본다.)
준희가 자꾸 시계를 쳐다보니 더 붙들고 있어도 효과가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오늘 일로 저도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
“경계에 끌려 간 뒤에 후회하지 말고 정신 잘 차리고 살자.”
라고 말하고 보냈다.
< 덕용이가 다시 써 온 일기 >
제목 ; 박준희와 싸우고
나는 장난으로 박준희의 잠바를 밟았다. 그리고 도망 쳤다.
종이 치자 나는 청소를 하려고 빗자루를 꺼냈다. 박준희가 나를 쫓아왔다.
나는 빗자루로 박준희를 때렸다. 박준희도 나를 쳤다. 그래서 싸움이 났다.
박준희가 내 머리를 잡아 당겨서 머리에서 피가 났다.
(그리고 박준희의 목에도 상처가 났다. - 이 부분은 내가 써 넣은 것임)
양호실에 가자 괴로웠다.
나는 점심시간에 박준희하고 화해를 했다.
나는 경계에 끌려갔다.
덕용이가 다시 써온 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 - 덕용이 네가 먼저 경계를 제공했구나.
덕용 - 네.
나 - 잠바를 발로 밟았을 때 준희의 마음이 어떠했을 것 같아?
덕용 - 화가 났을 거예요.
나 - 그래. 너는 장난으로 한 것이지만 준희는 당연히 화가 났겠지.
물론 준희도 경계에 끌려가 너를 쫓아오니 너는 도망치고 싶었겠지.
그런데 이렇게 경계에 끌려가니 어떤 일이 생겼지?
덕용 - 안 좋은 일요.
나 - 어떤 안 졸은 일이 있었지? 네 일기장에 적어 봐.
덕용 - (그냥 말로 피가 났어요. 한다.)
나 - (경계에 끌려가서 싸우게 되어 머리를 다쳐 피가 났다. 라고 써 준다.)
피가 나니 어떤 생각이 들었어?
덕용 - 아프고 걱정이 되었어요.
나 - 그래. 아프고 또 병원에 가서 꿰매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이 되었겠다.
(아프고 걱정이 되었다. 라고 써준다.) 그리고 또 어떤 걱정이 있었지?
덕용 - 엄마에게 꾸중 들을까봐 걱정이 되었어요.
나 - 그래. 그것도 걱정이 되었겠다.
(엄마에게 꾸중을 들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라고 써준다.)
이번 일은 어떻게 해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덕용 - 제가 먼저 경계를 제공해서요.
나 - 그래. 덕용이 장난으로 준희 옷을 밟아서 일어난 일이지?
덕용 - 네.
나 - 그럼 그것도 적어봐.
덕용 -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났다.
내가 먼저 경계를 제공을 했으니 미안하다. 라고 쓴다.)
나 - 너는 장난이었지만 상대방은 준희는 어떠했을까?
덕용 - 화가 났을 거예요.
나 - 그래. 준희는 화가 났겠지?
만약 다른 사람이 네 옷을 밟았다면 너의 마음은 어땠을 것 같니?
덕용 - 저도 기분이 상했을 것 같아요.
나 - 그럼 그것도 적어보자.
덕용 - (나는 장난으로 한 일이지만 박준희는 장난이 아니다. 박준희는 화가 났을 것이다.
내 옷을 다른 사람이 밟으면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나 - 이제 네가 장난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끌려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겠어?
덕용 - 네.
나 - 경계에 끌려가면 행복해질까?
덕용 - 아니요.
나 - 행복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덕용 - 나요.
나 - 어때? 이제 마음 잘 팽기고 살 거야?
덕용 - 네.
나 - 정말?
덕용 - 네.
나 - 덕용이 장난하고 싶은 마음에 끌려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덕용 - 네.
나 - 그리고 오늘은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 이야기를 나눌 거야.
덕용 - …….
덕용이가 어깨를 축 쳐진 채로 교실을 나간다.
덕용이의 엄마와 통화가 되어 교실로 왔다.
덕용이를 대상으로 쓴 나의 일기를 몇 편 들려주고 덕용이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정미숙선생님이 에너지 많은 아들 때문에 마음공부를 해서
지금은 아들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게 되었다고 하며
덕용이를 변화시키려면 엄마가 먼저 변해야 하니 마음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니
시간과 장소를 적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 덕용이가 오늘 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깨달았을 것이고
잘못하면 선생님은 자기의 잘못을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로 생각할 수 있으니 혼내지 말고
“엄마가 마음공부 해야 할 것 같다.”
라고만 말하라고 부탁하였다.
첫댓글 선생님의 에너지가 대단해요 ... 지도하기도 쉽지 않고 그것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을텐데... 이것이 지금은 작은 일 같지만 ..큰일이 되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