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쓰면 면역항암제 효과가 떨어집니까?
항생제를 쓰면 면역항암제 효과가 떨어진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는 약인데 이게 암과 뭔 관계이길래? 솔직히 말해 아직 잘 모른다. 여기에서 항생제는 특정 항생제를 지목한 것은 아니고,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장내 세균총이 변하면 면역항암제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면역항암제는 종류가 많은데, 여기에서 지목한 것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계열인 키트루다, 옵디보, 티쎈트릭 등이다. 이뮨셀-LC 주사나 자닥신(싸이모신 알파)과는 무관하다.
면역관문억제 기능을 하는 면역항암제의 종류는 많다. 왼쪽부터 키트루다, 티쎈트릭, 옵디보.
면역세포 중 T세포는 TCR(T cell Receptor, T세포수용체)을 통해 항원을 인지해도 co-stimulatory interaction(협력적 상호작용)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데 T세포와 협력적 상호작용을 하는 수용체 중 CD28은 T세포를 활성화시키지만 PD-1이나 PD-L1, CTLA-4 같은 수용체가 반응하면 T세포를 무력화시킨다.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한다고 해도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면역세포로서의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암세포에 PD-1이나 PD-L1 수용체가 많으면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래서 PD-1, PD-L1, CTLA-4 같은 수용체를 억제하는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다. PD-1을 억제하는 약은 키트루다와 옵디보, PD-L1을 억제하는 약은 티쎈트릭, CTLA-4를 억제하는 약은 여보이다.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이지 못하도록 작용하는 수용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는 혈액검사가 아닌 조직검사로 진행된다.
이런 면역항암제가 대체 장내 세균총과 무슨 상관이기에 비소세포폐암, 신장세포암, 방광암을 PD-1억제제(키트루다)로 치료할 경우 항생제 치료를 받은 그룹의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이 낮아졌다는 것일까?
엄청 당황스러운 결과인데, 아마도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장내 세균총 이상이 영향을 주었으리라 추정된다. 장내 세균총 이상(dysbiosis)은 항생제 사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적절한 항생제를 써서 교정되기도 하므로 항생제 사용 자체를 불안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항생제마다 항균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항생제로 장 관련 불편감이 생겼다고 다른 항생제로 무조건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놀라운 연구 결과가 있는데, ‘방사선 치료를 할 때 항생제를 썼더니 항암 효과가 떨어졌고, 항진균제를 썼더니 항암 효과가 커졌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항생제를 쓰면 장내 세균이 없어진 빈자리에 진균이 서식하기 더 쉬워진 영향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다. 진균에서 만들어진 어떤 물질이 T세포가 암세포를 죽일 때 뭔가 억제하는 것 같다는 추정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또 있다. PD-1억제제의 치료 반응이 좋은 사람의 대변을 장내 세균이 없도록 키워진 실험용 쥐에 이식하고, 암 덩어리도 함께 이식한 뒤 면역항암제를 썼더니 치료 효과가 매우 좋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면역항암 치료에 반응이 적은 사람의 대변을 이식 받은 쥐는 면역항암제 효과가 적었다.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장내 세균총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에 이렇게 영향을 주다니… 면역항암제를 쓰면 간혹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는데, 그 중에 장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장염이 대변 이식을 받은 후 화끈하게 개선된 사례가 보고됐다. 장내 세균총이 자가면역이나 면역 항암제의 효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평소 과민대장증후군 환자를 많이 보기에 특이한 사례를 볼 일이 많았다. 장내 세균을 교정하기 위해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줬더니 수년 간 낫지 않던 사마귀가 없어진 환자, 절대로 나을 기미가 없던 콜린성 두드러기가 호전된 환자, 만성 두드러기나 아토피가 개선된 환자, 편두통이 개선된 환자 등등. 10년 전에는 “우와~ 신기하다” 싶었던 일이 이제는 일상이라 기능의학 병원에서는 이제 장 치료가 거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항생제를 잘못 쓰면 면역항암제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치자. 다 그럴 리는 없고, 오히려 항생제를 잘 써서 치료 효과가 개선될 분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건 생각보다 복잡한데, 장 치료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항암치료용으로도 쓰이는 항생제 독시싸이클린 제품 중 한 종류.
때로는 항생제가 항암 치료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독시싸이클린(Doxycycline)이다. 이 약은 다행히 과민대장증후군을 잘 일으키지는 않는다. 반면 다른 항생제는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면 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어서 환자를 병원에 자주 불러서 처방 지속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독시싸이클린을 처방한 그룹에서 유방암 줄기세포가 줄고, 전이를 위해 이동하는 유방암 세포가 더 적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용량 비타민C 주사와 독시싸이클린, 아지트로마이신같은 항생제를 함께 쓰는 연구도 있었다. 고용량 비타민C 주사는 항산화제가 아닌 산화제이므로 암세포 내 산화 손상을 유발시키는데, 손상된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살아남기 위해 분열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는데, 독시싸이클린은 미토콘드리아의 28S 리보솜을 억제하고, 아지트로마이신은 39S 리보솜을 억제해서 미토콘드리아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을 제한한다.
세포의 생존을 위해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미토콘드리아 대사가 억제되니 암세포가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작용을 통해 암 줄기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대단위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항생제가 무조건 나쁜 거라고 불안에 떨지 마시길 바란다. 장건강은 암환자 뿐만아니라 건강을 바라는 모든 분들에게 가히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출처 : 캔서앤서(cancer answer)(http://www.canceransw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