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여행 파노라마
전북문인협회 정석곤
고군산군도는 10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조화를 이룬 섬의 군락群落이다. 하늘이 내려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해상관광공원이다. 언제 누구랑 가도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데가 바로 고군산군도이다. 세월은 흘러도 고군산군도 여행이 기억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느 핸가 고군산군도에 첫발을 내딛었다. 전주시청 주관 투어tour로 군산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오밀조밀한 섬들 사이를 지나 간 곳이 선유도다. 배가 쉬는 시간만큼 둘러보고 되돌아 나왔다. 익산에서 근무할 적, 직원들이 군산 맛 집의 꽃게장과 탕으로 점심을 먹고 선유도에 들어갔다. 그 때도 정해진 시간 안에 가까운 비경만 두 눈에 담고 나와야했다. 선상에서 아쉬워하는 선유도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진안에서 근무할 때다. 전 직원이 신시도항에서 낚싯배를 타고 신시도 마을로 가 싱싱한 해산물로만 조리한 점심을 실컷 먹고 선유도 앞바다로 나갔다. 투명하고 파란 바다 속을 들여다보며 줄낚시를 했다. 팔딱팔딱 뛴 우럭을 낚아 회를 떠 초장에 찍어 먹은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잡은 우럭은 전주로 가지고 와서 식당에 부탁해 저녁 식사를 했다. 활어회 날이었다.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아 임실에 있을 때는 선유도로 전 직원 1박 2일 가을여행을 갔다. 낚싯배를 타고 나가 낚시질도 하고, 선유봉(112m)에 올라가 서해에 몸을 담그고 있는 고군산군도를 내려다보며 가슴에 품었다. 자전거로 줄을 지어 바람을 안고 무녀도와 장자도 까지 일주를 했다.
세계 최장 1주탑 현수교인 고군산대교가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친구 4총사가 무녀도에 가서 벌구미해변을 거닐며 해삼도 먹었다. 이듬해에 신시도, 무녀도, 장자도를 잇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완전 개통되었을 때도 가을 햇살을 받으며 비응도에서 장자도까지 신나게 달렸다. 대장도로 건너가 해발 142.8m 대장봉을 올라갔다. 바다에서 올라온 칼바람과 하늘에서 내린 안개 속에 묻혀 내려다보았다. 과연 고군산군도는 바다가 있어 아름답고 섬이 많아 더 좋다는 감상문을 말로 나누느라 한참 머무르다 내려왔다.
재작년, 처가 남매들이 장모님을 모시고 선유도해수욕장 명사십리를 거닐고 장자도로 갔다. 옛 다리에서 가을 선유도와 대장도에 우뚝 솟은 대장봉을 보며 즐거움을 사진에 담고 노을을 등지고 부안 쪽으로 나와 바지락 죽으로 선유도 맛도 즐겼다. 바로 한 달 뒤 대한문학작가회에서 문학기행을 갔다. 진안 마이산을 빼닮은 망주봉을 바라보며 선유도해수욕장 백사장을 거닐며 사진도 찍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채만식 문학관도 둘러보았다.
지난해, 전북문인협회는 회원들이 관광버스 3대에 나누어 타고 선유도 초·중학교로 가서 ‘제14회 전라새만금문학제’를 열었다. 먼저 새만금의 역사와 현재를 알고 미래를 그려보았다. 한국농어촌공사 7층과 새만금홍보관 3층에 있는 전망대도 올라가 개발하고 있는 새만금을 조망했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앙가발이 새만금에 문심文心을 심고 왔다.
오늘은 날도 받지 않았는데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가을 고군산군도로 나들이를 나섰다. 한낮에 싸늘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새만금개발청을 지나 새만금방조제를 달렸다. 멀리 ‘새만금 동서도로’가 개통을 기다리며 위용을 드러내고 있어 가슴 뿌듯했다. 동서도로가 오는 2023년까지 완공될 남북도로랑 새만금 내부를 십자(+)형으로 연결하는 핵심도로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며 달렸다. 신시1교차로에서 고군산대교와 선유대교를 지나 선유도리에 도착했다. 망주봉을 감상하며 회 정식 점심을 든 뒤, 해수욕장 곁길로 진월리마을 입구까지의 차창관광은 명품이었다. 대장도로 갔다. 두 배가 넘게 확장된 대장교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멀리 장자할매바위가 주현미의 ‘또 만났네요’ 노래를 부르며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대장봉 입구와 선착장 방조제만 둘러보고 나오면서 대장봉 꼭대기를 몇 번 쳐다봤는지 모른다. 장자도 해변 카페에 앉아 가을 낙조를 감상하고 싶은 맘을 달랬으니, 다음 올 때는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해야 할 성싶었다.
신시1교차로로 나와 부안 쪽으로 달렸다. 신문에서 읽었던 새만금동서도로 출발점과 새만금항만 공사현장을 차창으로 보며 모든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길 빌었다. 새만금사업이 완공돼 너른 땅을 고속버스와 기차가 달리고, 신항만에는 크루즈를 비롯한 초대형 배가 드나들며, 국제공항에도 비행기가 오르내리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참고 기다리며 고군산군도를 더 사랑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고군산군도 여행 파노라마를 이어가리라.
(2020. 11. 5.)
※새만금동서도로: 방조제(신항만)에서 새만금 전주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김제시 진봉면까지 20.4㎞를 연결한 도로